"소작을 안준다는 게 참말이여?"
운호댁의 놀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읍진댁 마당에서 크게 울렸다. 소작을 안준다니, 운호댁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찌그러졌고 읍진댁은 그런 운호댁을 한번 흘깃 보고서는 갓 돌이지난 애를 안고 도닥였다. 소작을 안준다니, 소작을… 실성한 듯이 그 말을 되뇌는 운호댁의 얼굴은 이미 넋이 빠진 듯 보였다. 읍진댁은 그런 운호댁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아 그러니께 상구애비보고 뻘갱이 짓 좀 그만하라 혀" 따지고 보면 죄 없는 운호댁과 상구는 무슨 죈가. 그게 다 사상이니 뭐니 말도 안 되는 씨부럴 것에 눈 먼 머저리 같은 놈들 때문이지. 읍진댁의 말에 운호댁은 날선 눈으로 읍진댁을 노려봤다.
"남정내가 하는 일에 뭐시코롬 그리 말이 많던가! 허늘겉은 서방인 게로… 참아야제"
또 지 서방 편을 들어버린다. 뭐 그렇게 잘난 서방이라고, 혀를 츳 차며 읍진댁이 말꼬를 텄다.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여. 지주들이 고 뻘갱이 짓하는 넘들헌테 얼마나 잡들이를 당했는디, 소작 주고 싶겄어?" 맞는 말이다. 세상을 뒤엎느니 뭐니 하면서 지주나 마름 같이 소작인 등골 빼먹는 잡것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그렇게 잡들이를 했는데. 멀쩡하게 소작을 받길 원하면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아무래도 없는 살림인데, 소작까지 못 받으면 살길이 막막해져버린다. 나라에서 공산당은 모두 잡아 족쳐야한다는 명을 내렸담서 애 아부지도 그 썩을 '이념'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자취를 감춰버린 지 벌써 몇 주째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문만이 남편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판단 할 수 있었다.
다 쓰러져가는 집으로 들어오자 상구가 운호댁의 치맛자락을 잡으며 배고프다 칭얼거렸다. 정짓간(부엌)에 들어가 보니 쌀은 말 할 것도 없고 보리마저 바닥을 들어냈고, 그나마 있던 고구마와 감자도 몇 개 남아있지 않았다. 고구마와 보리만 섞어 밥을 안쳐 올리니 남편 없는 설움이 목 언저리까지 그득 차 끅끅하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면 읍진댁 말이 다 맞다. 그 놈의 사상이 뭐라고, 이렇게 집안 식솔을 굶겨가면서까지 챙겨야 하는 건가. 꿈같은 세상 만들 잡시고 마누라는 그렇다 치고 지 새끼하나 제대로 못 키워야 하는 건지… 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운 날이었다.
남편이 사회주의 이념에 물든 건 해방이 되고 얼마 뒤의 일이었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서는 "이쟈 우리도 행복해 질수 있는 방법을 찾었구먼"라고 말하는 남편은 운호댁의 손을 꼭 쥐며 고생혔어… 처음으로 말해주었다. 그게 고맙고 서러워 남편이 말하는 이념이네 사상이네 그런 건, 들리지도 않고 그저 감격에 겨워 눈물만 펑펑 흘렸더랬다. 상구도 멋들어지게 키우고, 우리도 이제 평등하게 살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면서 시위를 하고, 삐라를 날리던 남편은 목숨을 구하고 꿈같은 세상을 만들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면서 도망을 갔다.
글이 계속 잘 안써져. 글 신청해준 익인이 들한텐 미안해 ㅠㅠ. 아직 덜 쓴거긴 한데.
지금 도서관 시간이 없어섴ㅋ.. 나머진 집에가서 더 써볼게.. Gg 사투리는 아직도 어색하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