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
모 놀이동산의 스낵바 알바생인 요섭이 깍듯하게 손님을 대했다. 두 손을 앞치마 앞으로 모으고 두 손님의 입이 떨이지기를 기다렸다.
" 뭐 먹을거야? "
" 나...는... 딸기맛. "
" 초코하고 딸기맛 아이스크림 주세요. "
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입꼬리를 올려 방실방실 웃은 요섭이 곧장 기계 앞으로 갔다. 손잡이를 꽉 쥔 요섭이 자연스럽게 아이스크림을 콘에 담아냈다. 손에 쥔 빈 콘을 빙글빙글 돌려대던 요섭이 아, 하고 탄식을 하곤 아이스크림을 마저 짜냈다.
" 2000원 입니다. "
두 아이스크림을 쥐고 걸어오며 요섭이 얘기했다. 손님이 준 1000원 두장도 받고 손에 묻은 아이스크림도 닦자. 아, 뭐 부터 해야하지? 그리곤 생각이 꼬여서 아이스크림을 건네기전에 그만 손 등에 흘러내린 것을 입으로 닦아냈다. 흘린것만 먹는다는게 그만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손님에게 드릴 아이스크림을 그만 덥석 베어 먹어버렸다.
그 순간 요섭의 머리에서 아! 내가 뭘한거지. 아 씨! 라고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스치는 생각과 동시에 손님의 눈을 올려다본 요섭이 입을 손 등에 그대로 멈춘채로 굳어버렸다.
" 야 이기광, 니 꺼.... "
" 아, 아이스크림...... "
" 아앗, 저기, 아.. "
당황한 기색이 엿보이는 손님의 얼굴에 요섭이 말을 더듬었다. 아 이게 식은땀이 난다는거구나, 우물쭈물 하던 요섭이 옆편에서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 자, 잠시만요! 그,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오! "
허둥지둥 갈피를 못 잡는 요섭의 뒤로 기광이 요섭을 불렀다.
" 저, 저기요! "
네, 네? 짤리면 어떡하지, 손님이 화내진 않을까, 후폭풍은 어떻게 견딜까, 끝나고 같이 알바하는 동료들의 눈초리는 어떻게 받아내지, 사장님의 잔소리는 어떡하지, 오만가지 생각이 요섭의 뇌리를 스쳐갔다. 요섭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 그냥 주세요. 히히. "
" ...야! "
옆에서 못마땅하다는 듯 기광을 툭툭치는 손님의 표정과 대비되는 기광의 표정을 본 요섭이 내가 지금 뭘 들은거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요섭이 네, 네? 하고 다시 물었다.
" 그냥 주세요. 그냥 먹을게요. "
환불해! 라는 기광의 친구의 억센 말 뒤로 기광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유하게 흘러갔다. 요섭이 손에 쥔 이천원을 꾸깃꾸깃하게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 안녕히계세요~. "
" 네,.. 네! "
뒤에서 채 썬 감자를 튀기던 두준이 네, 네가 뭐야. 하며 낄낄 웃어댔다. 멍을 때리며 흔들리는 요섭의 뒷통수가 어지간히 웃겼다.
" 니가 인사해도 모자를 판에 네, 네가 뭐냐? "
손님에게 감자튀김을 건네주며 낄낄 웃어대던 두준이 야, 정신차려! 하며 손바닥을 짝하고 마주쳤다.
" 아까 그 손님 표정보니까 눈빛이 장난이 아냐. 너 그러다 신고 먹을지도 몰라. 아님 네이트판에 땡땡월드 알바생이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줬어요, 하고 글 올라 올지도 몰라. "
크큭큭큭 두준이 웃어댔다. 얼른 가서 사과하고 오는게 좋을걸. 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얼른 뛰어가서 사과하고 와 말아? 아니 일해야되는데. 뭐 어쩌란거야!! 빠르게 생각을 굴리던 요섭이 옆에있던 같은 알바생에게 대신 좀 해주라. 하고는 얼른 딸기 아이스크림을 하나 짜서 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 저, 저기요! "
앞머리를 휘날리며 헐레벌떡 뛰어오는 요섭의 모습을 본 기광의 친구가 야, 하며 눈짓을 요섭에게 보냈다.
" 이, 이거 먹고, 헉, 화, 풀어 주세요. "
뭐래는거야, 기광의 친구가 키킥댔지만 기광이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해못하겠다는 친구의 표정뒤로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고르던 요섭을 본 기광이 요섭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아까 전 요섭이 먹듯이 베어 물었다.
" 이게 더 맛있는 것 같은데. "
이게 뭐하는 짓이야! 헐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을 짓는 요섭이 기광의 돌발행동에 또 멍을 때렸다.
" 고맙습니다. 갈게요~ "
넉살좋게 대답해준 기광이 스르륵 풀리는 요섭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냈다. 양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맛있다는 표정을 짓는 기광이 요섭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뭐야.... "
요섭이 혼자 중얼거리곤 문득 든 가게 생각에 얼른 뛰었다.
" 진짜 웃겼어 그 알바 표정. "
" 이름은 들었어? "
" 요섭? 요섭이라던데? 다음엔 요플레맛 시킬까? "
" 병신아 뭐야 그게. 크크크크크킄 "
-------
ㅎ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