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MOON
06
w. CM
< 지구의 중력은 더 이상 나를 서 있는 자리에 묶어 두지 못했다. 이제 날 이곳에 붙잡아두는 것은 금발머리 뱀파이어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였다. >
그는 손에 보드를 쥐고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전에 봤던 모습보다 조금 살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전혀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연락하고 싶어서 얼마나 전화를 하고 기다렸는데 여기서 태평하게 보드나 닦고 있었다니 억울함을 넘어 화가 났다.
바닥이 축축해서 발 소리를 듣지 못해 그런지,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그는 내가 온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 강다니엘씨! "
화가 났다. 난 그가 걱정되서 몇 날 며칠을 생각했는데..
그가 나를 보았고 놀란 토끼눈이 되어 나에게 뛰어왔다.
" 이름씨! 여기 왜 있어요?? "
차고 밖에 울고 있는 나를 비를 맞지 않게 차고 안으로 끌고 왔다.
본인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비에 쫄딱 젖은 내 머리와 어깨를 닦아주었다.
" 추운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감기 걸리겠다.. "
중얼거리는 혼잣말은 꽤나 따뜻했다.
" 아프다면서요! 왜 거짓말 했어요? "
" 아.. 맞아. 나 아프다고 되어있죠. 근데 안 추워요? 여기 담요 없는데.. "
그는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보단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내가 더 신경쓰이는 눈치였다.
" 비를 얼마나 맞은 거에요.. 집으로 들어가요. "
전혀 아프지 않은 그였기에 나의 화는 더욱 풀리지 않았다.
나를 지나쳐 차고를 나가려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 아뇨, 전 지금 얘기해야겠어요. "
그가 뒤돌아서 나를 본다.
" 아프지도 않으면서 왜 거짓말 했어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진짜.. 하루종일 다니엘씨만 걱정하고.. "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에 물기가 서린다.
" 왜 이렇게 나 피하는 거에요? 그 때 차고에서 했던 말은.. "
난 결국 울먹거리다 말을 멈추었고 그런 나를 보자 그의 입이 열린다.
" 보고 싶다는 감정이 넘어서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
" ....... "
"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은 기본이고 그게 지쳐서 잠이 들면 꿈 속에서도 그 사람만 찾아 헤매요. 어쩌다가 그 사람과 행복한 나날을 지내는 꿈을 꾸면 그게 더 힘들어요.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걸 내가 가장 잘 아니까. "
" 왜 이루어질 수 없어요? 난 다 괜찮은데. "
내 말투는 점점 간절해진다.
" 나와 함께 있으면 괜찮지 않을거에요. "
그의 눈빛도 점점 처연해진다.
" 지금 다니엘씨가 나 밀어내는게 나한테는 더.. 괜찮지 않아요. "
그의 손목을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힘들게 말한다.
" 난 나 혼자 힘들 줄 알았어요.. 근데.. 이렇게 이름씨도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나 너무 괴로워요.. "
" .... "
" 내 마음대로 좀 욕심부려도 되는 걸까요? "
그가 나를 보며 묻는다.
" 이렇게 불안정하고 위험하고 미래로 불투명한데.. "
" ..... "
" 내 정체도 확실히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감히 고백해도 될까요? "
" 다니엘씨.. 난.. "
" 나 이름씨 좋아해도 될까요? "
그의 눈빛이 너무 따스해서, 그의 목소리가 너무 달콤해서, 그의 체취까지 다정해서
다시 한 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눈에는 눈물이 차올라 그가 유리알에 비친 것처럼 보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내 눈에 눈물을 닦아주었고
" 안아줄까요? "
양팔을 벌리며 말했고 난 그의 넓은 품에 안겼다.
" 난 다니엘씨가 나 이제 싫어하는 줄 알고.. "
" 내가 이름씨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이름씨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이름씨는 내 세상의 중심이자 중력이었어요. "
" 그렇게 사랑하면 왜 그렇게 나 피했어요? "
" 나 위험해요. 정말로. 이름씨 위험에 쳐하게 할까봐.. 아직도 무서워요. "
그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한다.
" 괜찮아요. 다 견딜 수 있어요. 다 이해해요. "
" 진짜.. 다 이해해요? "
차고 밖에서 나는 소리에 나와 다니엘은 고개를 돌렸다.
지훈이 비를 맞으며 서있었다.
" 지훈아, 들어가있어 "
다니엘이 날 안은 팔을 풀며 말했다.
" 지훈아.. "
" 안 무서워요? "
지훈이가 내 말을 막는다.
" 박지훈. 경고했다. "
다니엘의 말투가 사납다.
" 이해해봐요. 한번 "
순식간이었다. 지훈이 늑대로 변하고 그런 지훈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물론 이전에 늑대의 모습인 다니엘을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앞에서 이렇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놀라고 두려웠다.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지훈이를 피해 한 발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어느 새 늑대로 변신한 강다니엘이 나와 지훈이 사이를 막았다.
두 늑대는 크르렁댔고 서로를 물어뜯을 듯 바라보았다.
" 그만해. "
윤지성이었다.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나와 다니엘의 사이를 떨어뜨리려 갖은 노력을 했던 지성씨가 지훈과 다니엘의 싸움을 멈췄다.
" 강다니엘, 박지훈. 당장 집으로 들어가. 박지훈, 형한테 꼭 사과하고 "
차고 밖에서 우산을 쓴 채로 감정 없이 투박하게 말한다.
지훈이 으르렁거리자
" 시끄러워. 빨리 들어가서 옷이나 입어. 옷 또 찢으면 내가 어떻게 한다고 했지? "
단숨에 조용히 만들어버린다.
"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
나에게는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 집 안으로 들어가시죠. 정말로 감기 걸리시겠어요. "
집에 들어가서 탁자에 지성씨와 함께 앉았다.
" 박지훈! 나와서 선생님한테 사과드려. "
지성씨가 말했고 어느새 부엌으로 지훈과 다니엘이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 싸웠냐는 듯이 서로 편하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 아.. 죄송해요.. 정말로.. "
지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 원래 지훈이가 좀.. 불 같은 면이 있어서요. 선생님이 이해해주세요.. "
어느새 내 옆으로 온 우진이가 나에게 머그잔을 건네주며 이야기한다.
머그잔에는 핫초코가 담겨있었다.
" 미안해요.. 여태까지 다 숨긴 거.. "
지성씨의 말에 진심이 느껴진다.
" 진짜로 미안한거 투성이네요. 우리 이름씨한테 "
다니엘이 이어 말한다.
" 괜찮아요. 이렇게라도 이야기 해주시다니 감사하네요. "
사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했던 다짐에 비하면 이 정도는 견딜만 했다.
다니엘의 마음도 확인하고 나의 가설에 대한 진실도 확인했으니 충분히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 감기 걸리면 안돼요. "
나에게 담요를 가져다주는 관린이부터
" 박지훈, 다음부턴 좀 생각하고 행동해라. "
나대신 지훈이를 타박하는 우진이와
" 진짜로.. 죄송해요.. 저 그래도 공부 계속 봐줘야 되요?? 저 숙제도 다 했는데.. "
어느새 내가 아는 아이로 돌아온 지훈이도
" 니엘이가 뭐라고 했어요? 막 좋아한다고? 아 왜, 강다니엘 궁금하잖아. "
환하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재환씨도
" 음.. 이름씨가 생각하시듯 그 늑대인간 맞구요. 아, 우리 모두요. "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지성씨도
마지막으로 머그컵을 만지며 몸을 녹이던 나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다니엘도
모두가 후련한 모습이었다.
"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어차피 다 탄로난 거 아니야? "
재환이 다니엘을 보며 물었고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다니엘씨 아프다는 거는 거짓말이었어요? "
" 아.. 네. 그렇죠 죄송해요. 다니엘도 그걸 원해서. "
지성씨의 표정은 그 이야기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 왜 그렇게 숨겼다가 이제서야 알려주시는 거에요? "
그럼에도 내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 니엘이의 선택이었죠. "
재환씨가 답했다.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 그.. "
지성씨가 내 눈을 피했다.
" 우리 천천히 알아가요, 천천히. "
다니엘이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 다른 건 안 궁금해요? 뭐 어떻게 변신하냐 이런거. "
우진이가 물었다.
물론 내 두 눈으로 확인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사실 100프로 믿기는 아직도 힘든 구석이 있었다.
" 여기 있는 사람 설마 전부.. "
내 말이 끝나기 전에 우진이가 답했다.
" 네.. 뭐 다 변신할 수 있죠. "
진짜로 관린이까지 다 늑대라는 건가?
" 각자 특징이 좀 있는 편인데.. 그건 사람일 때 특성 드러나는 거고 "
" 체온은.. "
" 원래 이래요. 40도 넘어요. "
지훈이 말했다.
"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거에요? 아님.. 뭐.. 해리포터처럼 물린다던가.. "
" 선천적인거죠. 해리포터 그건 다 뻥이에요. 그렇게 이성을 잃진 않아요. 다 생각하고 인지할 수 있어요. "
" 왜 변신하는 거에요? "
" 대부분은 감정이 격해지면 변신하는데.. 원하면 뭐 마음대로 변신하는 니엘이도 있고 "
" 그렇게 나랑 다니엘이랑 못 만나게 했던 건 왜 그랬던 거에요? "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 그건.. "
재환씨가 입을 열었지만
" 위험하니까. 자칫하면 늑대로 변신해서 이름씨 다치게 할 수 있잖아요."
지성씨가 재환씨의 말을 끊고 대답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하면 힘들다는 듯이.
" 천천히 알아가면 되요. 아직은 너무 위험해요. "
다니엘이 따스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아빠는 다니엘이 다 나았다는 말에 정말로 기뻐하셨고 다시 우린 오두막에서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이전의 일상이 돌아왔고 난 따뜻한 다니엘의 사랑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전화가 와 보고 싶다는 말을 하였고
내가 언제든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 내 방 창문을 두드려 들어와 내가 잠들때까지 책을 읽어주었다.
"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
그의 책 읽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좋았다.
" 엘리자베스가 편견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다시는 오만이 가득한 사람이었겠죠. "
" 되게 신기하지 않아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사랑을 한다는 게? "
" 달라도 나와 다니엘씨만큼 다를까요? "
" 우린 운명이죠. 처음 본 순간부터 그랬어요. "
그와의 대화는 정말로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잠이 잘 오지 않는 날이었다.
" 다니엘씨.. 오늘따라 잠이 안 오네요.. "
그에게 전화를 하자
" 나도 그런데. 나와요, 이쁜 거 보러가요. "
그는 어느새 우리집 앞에 와 있었다.
늑대의 모습으로 다리에는 옷을 묶고 입에는 배낭을 물고 있었다.
난 그의 뒤에 탔고 그는 숲 속을 달렸다.
내가 알지 못하는 숲 속의 들판이 있었다.
어느 새 사람으로 변신한 그가 가방 속에 있는 담요를 꺼내 바닥에 깔고 나에게 누우라는 시늉을 했다.
" 잠 올 때까지 같이 별이나 볼래요? "
그의 따뜻한 팔을 베고 누워 그가 들려주는 여러 별자리 이야기를 들으며 잠을 잤다.
그렇게 관린이의 생일이 지나고, 우진이의 생일이 지났다.
----------------------------------------------------------------------------------
안녕하세요 CM입니다. 오늘 드디어 여주와 다니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씁니닷!!
그리고 제 특징 중 하나인 빠른 전개.. 2달 훌쩍..
아니 그럼 성우는 어떻게 되는 거야? 하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우리 천천히 알아가도록 합니다.
그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보면 소설에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이렇게 있다고 하잖아요.
지금은 전개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주와 다니엘은 이제 행복~ 끝. 은 절대 아닙니다. 솔로인 작가가 달달한 거 길게 못쓰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ㅋㅋ
그리고 현생이 진짜로 너무 바빠요..ㅜㅠ 과제 폭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어차피 과제가 끝나면 기말고사 준비도 해야해서 연재 텀이 굉장히 늦어질 것 같아요.. 일단 다음편은 최대한 올리도록 노력할거고요. 그 뒤는 본편을 쓸 시간이 없어서 올리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전에 써두었던 BEHIND THE SCENE을 아마 공개하게 될 것 같네요.
한 가지 고민인 건 BEHIND THE SCENE을 그냥 여기에 올릴지, 메일링을 할지, 아님 암호닉 분들만 보내드릴지 고민인데요..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편이나 공지를 통해서 하겠습니다.
항상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댓글 써주시는 분들께도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댓글쓰고 구독료 받아가세요~~
CM의 사랑 암호닉♡ |
휴지 님, 하클라우드 님, 알파고놉 님, 지성박수 님, 동글연 님, 참새랑 님, 강낭 님, 뿜뿜이 님, 녤짹짹 님, 백지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