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01
딩동 -
누구세요, 하는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 한 남자가 나온다.
“ .... 집을 잘못 찾아왔나봐요, 죄송해요. ”
고개를 꾸벅 숙이고 황급히 뒤돌아 발걸음질하는 여자에 남자는 저기요! 하며 수차례 여자를 부른다. 남자는 뒤돌아 보지도, 대답하지도 않고 앞으로만 가는 여자의 앞으로 뛰어가 마주보고 선다.
“ 홈 스테이요! ”
왜 도망가냐며 울상을 짓는 남자 앞에서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어번 깜박이고는 온 힘을 다해, 온 안면근육들을 동원해 미안한 마음을 표정에 드러냈다.
“ 아, 제가 청각장애인이라서요. 못 들었어요. 죄송합니다.. ”
남자는 아하, 하고 작게 말하고 나서 검지손가락 하나를 펴 집 쪽을 콕콕 찍으며 가리켰다. 그리고는 해맑은 표정으로 양손에 하늘색 캐리어 두 개ㅡ남이 보기에 두 캐리어는 똑같지만 여자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ㅡ를 들었다. 그제야 자신의 얇은 차림을 느낀 건지 ‘으, 추워!’ 라고 소리치 듯 말하고나서 어깨를 최대한 추켜올리고 몸을 덜덜 떨며 뛰어 들어가는 남자에 여자는 약간 벙찐 듯, 하지만 환한 미소를 띠고 남자의 집 문턱을 넘는다.
모노톤의 깔끔한 집에 여자가 감탄하고 있는 동안 김이 폴폴 올라와 보기만해도 나른해지는 따뜻한 차를 가지고 온 남자는 여자에게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하성운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성이름이고요. 그.. 얼굴보고 얘기하셔도 돼요. ”
집 앞에서 성운이 했던 것처럼 이름이는 검지손가락을 하나 펴 입술 쪽을 콕콕 가리켰다.
“ 입모양으로 대화 할 수 있어요. ”
“ 아아, 그럼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는 성운에 이름이는 넵, 하고 꾹 다문 입에 옅은 미소를 띠며 일어나 뒤따랐다.
“ 여기가 이름씨가 머무르실 방이고요. 저쪽 방이, 아 맞다. ”
성운은 이름이에게 원래 집주인이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자신의 조카, 그러니까 증손자를 돌봐주시기 위해 한국으로 가셔서 내가 여기서 지내는 동안 대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운은 이름이 잘못 알아들어 몇 번 다시 말해달라고 해도 싫은 내색 없이 다시 더욱 또박또박 말해주었다.
이름이는 짐 정리를 하다보니 어느새 붉어진 하늘을 가만히 창 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이름을 어떻게 부를까 고민하던 성운은 옆으로 살짝 가서 콕, 하고 이름이의 어깨를 찔렀다.
“ 으아아아아아!!! ... 아아...? 아..아..... ”
“ 아.. 미안해요,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
이름이는 괜찮다고 웃으며 성운을 따라갔다. 뭐길래 2층으로 올라가나 생각하며 올라가는 이름에 성운은 짠- 하며 나 이렇게 많은 걸 했어요 칭찬해주세요 라는 표정을 하며 자신의 허리에 주먹을 꼭 쥔 양손을 올리고 의기양양하며 서있었다.
하지만 이름이는 작은 꽃병과 와인, 음식이 올려져있는 흰 테이블과, 한 벽면이 완전히 유리로 되어있어 시골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은 은은한 조명이 기분 좋게하는, 완벽한 고급 레스토랑의 모습인 집에 감탄하느라 그런 성운을 보지 못했다.
결국 성운은 이름 앞에서서 우리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하고 환하게 웃었다.
“ 혹시 나이가..? ”
“ 아, 스물 여섯이요. ”
“ 어! 나돈데. 친구하자, 친구! 성운이라고 불러! ”
성운은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중학생 때 이민을 왔다고했다. 자신은 실내 디자인 쪽에서 일하는 중이며 이 집도 자신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자랑했고 이름 자신이 백수라며, 사실 홈스테이라기보다는 밥 값 정도 되는 돈으로 얹혀사는 것이니 이 집에서 도우미 아줌마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다가 성운이 물었다.
“ 근데 유학 온 거 아니야? 왜 이런 시골로 왔어? ”
아.. 하고 약간 머뭇거리는 이름에 성운은 괜찮다며 말하기 힘들면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 나중에 말해줄게! ”
이름이 약간은 어색한 미소를 짓자 성운은 황급히 말을 돌렸다.
“ 식사 청소 당번 정하자! ”
“ 내가 해야지! 넌 회사 간다며. ”
“ 우리 집인데 나도 해야지. ”
그렇게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름이는 맞다, 라고 작게 말하더니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입술을 약간 물며 성운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 내가 아침 알람을 못 들어서 누가 깨워줘야되는데, 네가 아침에 나 좀 깨워줄 수 있을까..? ”
성운은 어이없다는 듯 푸흡- 하고 웃으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름이에게 말했다.
“ 그게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할 일이냐고오- ”
둘은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고 따뜻한 가을 밤은 깊어갔다.
굳게 닫힌 방문 앞에서 얼쩡거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있는 한 남자, 하성운. 이름이의 깨워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받아드렸지만 막상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니 엄두가 안난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을까, 드디어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이름이의 방 문고리에 손을 올려놓고 살짝 밀어본다. 낯선 환경에서의 첫 밤이라는 것이 무색할만큼 반 쯤 벌어진 입에, 침대에서 곧 떨어질 듯한 이불을 간신히 붙잡고 세상모르게 잠이 든 이름에 성운은 살짝 웃는다.
웃음도 잠시, 성운은 다시 엄청난 고민에 빠진다. 이름을 어떻게 깨워야하나, 그렇게 또 5분정도 머뭇거리다가 침대와 이별하기 직전의 이불 끝을 양손으로 잡고 이름이의 어깨 쪽에 두른 뒤 살살 흔들어본다.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며 왼손으로 목을 벅벅 긁더니 다시 잠이 든 이름에 성운은 앞으로 매일 아침마다 일어날 상황을 예상한건지 약간의 환멸감을 느낀다.
“ 아침밥했어? ”
비몽사몽 눈을 비비며 나오더니 토스트와 시리얼이 올려져있는 식탁을 보며 이름이 말했다.
“ 너 일어나고 나서 하면 늦어. ”
“ 아, 미안.. 일찍 깨우지 그랬어.. ”
“ 뭐가 미안해, 내가 해주는 게 편해. ”
이름이는 그녀에겐 이른 아침인 여섯시 삼십분에 회사에 갈 준비까지 마친 성운이 대단하다고 느낀 후 함께 자리에 앉는다. 회사 가려면 차타고 두 시간이라는데, 얼마나 힘들까. 이름이는 베이컨과 달걀프라이, 치즈가 들어간 토스트를 먹으며 성운을 계속 주시한다. 그런 시선이 느껴졌는지 성운은 토스트에서 시선을 떼 이름이의 얼굴에 옮긴다.
“ 그건 참 좋다, ”
“ 뭐? ”
“ 온전히 그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잖아. 너랑 얘기하려면, 너도 나랑 얘기하려면 그래야되고. ”
이름이는 갑작스런 성운의 말에 잠시 멍을 때리다가 맞아, 좋아. 라고 짧게 답한다.
안녕하세요 ! 구상만 하고 글만 조금씩 써보다가 처음으로 작품을 올려보는데요 ! 청각장애인 이름과 미국에서 살고 있는 성운이의 이야기입니다 ! 배경은 미국 시골마을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고, 저는 이 작품이 여러분에게 힐링을 안겨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어,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는데 어떻게 보면 민감할 수도, 불편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돼요 ㅜㅜ 만약에 이러한 점은 고쳤으면 좋겠다. 하시는 분들은 말씀해주세요 !!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글은 일단 구독료 0포인트로 해놓을테니까 많이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