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MOON
07
w. CM
< 떨리던 내 몸이 멈췄다. 그리고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날 감쌌지만, 그전과는 다른 뜨거움이었다. 타오르지 않는 불꽃. 그건, 빛이었다. >
12월의 어느 날, 학교에서 있는 나를 보고 관린이가 다가왔다.
" You can't imagine how he loves you. "
(그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알지 못해)
아마 다니엘에 대한 이야기겠지?
" Well.. You can't imagine how much I love Daniel. "
(글쎄.. 넌 내가 얼마나 다니엘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해.)
" That's different emotion. " (그건 다른 감정이야)
" I.. think we are sharing same emotion. " (난.. 우리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 No, I certainly say that's different. So, I beg you do not hurt Daniel. "
(아니, 난 확실히 그게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어. 그래서 난 네가 다니엘에게 상처를 주지 않길 간절히 바라.)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후 관린이는 다시 수업을 들으러 들어갔다.
내가 왜 다니엘에게 상처를 준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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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그의 오두막에 갔다.
신나게 생일파티를 하고 다들 저녁을 먹고 신이 나서 축구를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진이와 재환씨의 신나는 발놀림과 심판을 보고 계시는 아빠의 환한 웃음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주머니 속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내가 다니엘의 생일을 맞아 준비한 팔찌였다. 무슨 선물을 갖고 싶냐 물을 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던 그에게 물질적인 것을 주기엔 분명히 나에게 돌려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직접 깎아서 만든 늑대 모형을 단 작은 팔찌를 준비했다.
한 팔로 날 감싸안고 있는 그를 보며 말했다.
" 추운데.. 잠깐 같이 안으로 들어갈래요? "
" 추우면 진작에 말하지. 빨리 들어와요. "
그와 아무도 없는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밖에선 축구를 하고 있는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 나 선물 준비했어요. "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를 보며 이야기했다.
" 선물 그런거 하지 말라니까.. 난 이름씨 존재만으로도 고마워요. "
그가 손을 내저었다. 한 손으론 그런 그의 손을 붙잡고 다른 손으론 팔찌를 꺼내 그의 손에 올려주었다.
" 내가 직접 만든거에요. 거부권 없음! "
그의 손바닥에 팔찌를 놓고 그걸 꼭 감싸게 했다.
" 우와.. "
그가 제 손을 펴 손바닥 위의 팔찌를 이리저리 본다.
" 만든 사람만큼 이쁘네요. "
예쁜 말은 덤으로.
솔직히 전혀 예쁘지 않았다. 난 손재주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고등학생 때도 그림 못 그린단 핀잔을 꽤나 자주 들었던 솜씨였는데 그는 마치 이태리 장인이 만든 작품을 보듯 팔찌를 바라보았다.
" 솔직히 예쁘진 않은데.. "
내가 말끝을 흐리자 그가 고개를 격하게 가로짓는다.
" 아니에요! 진짜 이쁜데.. "
그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서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
그는 바로 팔찌를 찼고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 완전 딱 맞네요. 진짜 고마워요. "
" 다행이네요. "
" 그럼 보답으로 나도 하나 해줘야 되는데.. "
" 다니엘씨 생일이잖아요. 보답이 뭐가 필요해요. "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민을 하다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 늑대에 대해 얼마나 알아요? "
" 늑대요? 그냥 뭐.. 다큐멘터리 몇 번 본 정도? "
아빠의 영향으로 난 온갖 과학 다큐멘터리는 강제로 시청해야 했던 적이 많았다.
" 수컷 늑대는 평생 한 암컷만을 사랑한대요. 그 말 들어봤어요? "
" 네, 얼핏 들은 기억이 있네요. "
내 대답을 듣고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 이성을 사랑하는 방식이 우리도 비슷해요. 근데 우리는 좀 더.. 강력해요. "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 설명하기 좀 힘든데.. 우린 그걸 '각인'이라고 해요. 그 때 첫눈에 반했다고 했잖아요. 그거랑 비슷하지만 더 절대적이죠. "
관린이가 말했던 게 바로 이걸까? 나와 그가 다른 감정이라고?
" 첫 눈에 반한 것보다 절대적인 감정이라구요? "
" 네, 이 모든 세상의 중심이 바뀌어버리는 듯한 느낌이죠. "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 이름씨만 있다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니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
사실 약간은 무섭다. 절대적인 사랑이라.
" 날.. 많이 사랑한다는 거죠? "
내가 묻자 그가 땅바닥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 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제 모든 걸 바칠 수 있을만큼. "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사랑이라.. 사실 여태껏 사랑이란 감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이런 감정을 고백하는 그가 솔직히 버거웠다.
" 나..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
집에 와서 계속 생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나에게 '각인'을 했고 그 현상은 너무나 절대적이라고 했다.
나는 그가 좋았다. 그건 너무나 분명했다. 그와 함께하는 순간 일분 일초가 소중하고 행복했다.
물론 그의 느낌이 이전에 사귀었던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것은 사실이다.
정말 운명같았다. 드라마에서 나오던 사랑에 대해 쉽게 비웃던 내가 이런 말을 한다면 엄마나 내 친구들은 꽤나 놀랄 것이다.
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남달랐던 이유가 바로 이건가? 그가 나에게 '각인'해서?
그렇지만 아직까지 그가 나를 피했던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니 내가 그렇게 좋으면 나를 더 안 피했어야 하는거 아냐?
" 이름아, 자니? "
방 밖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이제 자려구요. "
성이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 사람이 나 좋다는 거잖아. 많이 많이 좋아한다잖아.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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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박사가 별장에 오라는데 같이 갈래? 성우가 너도 보고 싶다고 했다던데. "
아침에 시리얼을 먹으며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는 낚시를 가셔서 황민현을 만나는 것도 모자라 그의 서적까지 보고 싶으셨나보다.
" 아뇨.. 전 괜찮아요. "
" 다니엘이랑 사귄다고 그 쪽이랑 친해지면 안되는 건 아니잖아. "
" 다니엘씨가 싫어할텐데... "
" 이웃끼리 지내는 게 좋은 건데.. 지성이네랑 황박사네는 서로를 왜 그렇게 멀리 하는지 모르겠어. "
그렇게 아빠는 저녁을 먹으면서 폭탄발언을 하시게 된다.
" 내일 저녁에 황박사 별장에 갈 건데 같이 갈 사람 있나? "
" 풉 "
먹다가 기침을 한 재환과
" 컥 "
물을 마시다 사례를 들린 다니엘
" 아유.. 저희는.. 황박사님이랑은 좀.. 그렇더라구요.. "
최대한 만회하려는 지성씨까지.
사실 나도 궁금하긴 했다. 이들이 무슨 사이이길래 이렇게나 서로를 피하는 것일까.
" 옹성우 별장 갈 거에요? "
아빠가 차에 시동을 건다고 먼저 나가시자 다니엘이 나에게 물었다.
어제의 일 때문인지 그와 나 사이엔 약간의 어색함이 맴돌았다.
" 초대 받았는데.. 가야죠. "
그들은 늑대인간에 대해서는 내가 궁금한 점에 대해 서슴없이 이야기해주었지만 황민현, 옹성우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사이이길래 이렇게 서로를 기피하는 것일까.
" 어제 일은.. "
다니엘의 말을 끊고 말했다.
" 나도 좋아해요. 많이. 그냥 그렇게 생각해도 되죠? "
그에게 상처를 주기 싫었기 때문에 그저 단순하게 넘어가고 싶었다.
그가 웃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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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빠의 차를 타고 그들의 별장에 도착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반겨주었다.
진영이와 대휘는 시내에 나갔다고 했고 집에는 황민현, 옹성우 그리고 내가 모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 안녕하세요, 하성운이라고 합니다. "
" 그럼 성운씨는 지금 무슨 일 하고 있나? "
" 아 주식 관련된 일 하고 있습니다. "
" 오! 주식이라.. 이 집에는 참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많네. "
아빠는 그들과 신나게 대화를 하시기 시작했고 주식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그저 손가락만 꼼지락대고 있었다.
" 저희 집 구경하고 싶으셨다고 하셨다고. "
그런 나에게 황민현이 물었다.
" 아.. 네. 되게 집이 이쁘길래. "
어느새 옆에는 옹성우가 있었다.
" 집 구경시켜 드릴까요? "
" 네. "
난 흔쾌히 수락했다.
왜냐하면 옹성우에 대한 비밀도 알아내고 싶었다.
다니엘이나 지성씨에게 옹성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갑자기 조용해지고 서로 자리를 피하는 것이 너무나 수상했기 때문이다.
2층을 올라가는 곳엔 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꽤나 옛날처럼 보이는 흑백 사진 안에는 다섯 남자가 있었고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은 황민현씨였다.
" 이거.. 흑백 사진이잖아요. 여기에 왜 민현씨가.. "
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 내가 말했잖아요. 나이를 다르게 먹는다고. "
옹성우는 계단을 올라가며 말한다.
" 민현이가 그러더라구요. 이름씨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고. "
" 성우씨가 저한테 말씀해주신게 없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 "
" 일단 강다니엘이 늑대인간인 거는 알잖아요. "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내가 더 놀랐다.
" 성우씨도.. 알고 있었어요? "
놀란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왜 그렇게 놀라요. 이름씨보다 내가 그들에 대해 더 잘 알 수도 있잖아요. "
" 어째서요? "
" 그들도 이름씨에 비해 나에 대해 잘 아니까. "
" 도대체 왜 이렇게 다들 비밀이 많은 거에요? "
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 내가 느끼기엔 이름씨가 제일 비밀이 많은 것 같은데. "
" 제가 숨기는 게 뭔데요? 전 진짜 숨기는 거 하나도 없는데. "
" 일부러 숨기는 건 아니죠? "
그의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뭘 숨긴다고.
" 제가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
이해를 할 수 없는 나는 창가로 가 그를 등졌다.
" 아.. 진짜 하나도 안 보이네.. 짜증나게. "
" 뭐가 안 보인다고요? "
등 뒤에 들리는 그의 혼잣말에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 원래 보여야 되는 거. "
" 원래 보여야 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 인간들한테서 안 보인적이 없었거든요. "
" 그게 무슨 말.. "
창가로 다가오는 그에게 햇빛이 비치고 정말로 신기하게
그가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크리스탈같이 빛을 반사해서 반짝거리는 것이 그 자체인지 그의 피부인지 알 수 없지만.
" 어? 성우씨 피부가 지금.. "
예쁘다. 근데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거 맞나? 저게 도대체 뭐지?
" 하나도 안 보여요. 이름씨 아우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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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CM입니다.
이 시간에 업로드라니 이 작가가 미쳤나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과제 하다보니 이 시간이 되었네요.. 허허
성우의 비밀이 오늘 또 하나 밝혀졌구요. 여주는 다니엘의 각인에 대해 알아채게 됩니다.
여주의 심리에 대해 여러분들이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워낙 어려운 거잖아요.
이제 12월 말까지 (제 종강전까지) 본편은 올라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ㅜㅠㅠ
과제도 너무 많고 기말고사도 준비해야되서.. 그렇지만 한 달 내내 비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예전에 저 혼자 써두었던 BEHIND THE SCENE을 5개? 정도 공개하려고 합니다.
이전 이야기에서 여주의 시점으로 보지 못했던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짧아요. 본편만큼의 분량은 5개를 다 모아야 나올 정도긴 합니다..
어떻게 올릴지는 일단 투표도 해보고 암호닉분들의 의견도 필요합니닷..!!!
일단 3가지 방법 중 하나로 올릴 건데요.
1. 메일링 신청을 받아서 올린다.
2. 암호닉 분들께만 메일링을 해드린다.
3. 귀찮은데 걍 여기 올려라.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암호닉 분들만 드리기엔 이걸 안 읽으면 이야기 이해도가 좀 힘드시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지만 제 사랑 암호닉 분들께만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잘 모르겠네요..
CM의 사랑 암호닉 분들 |
휴지 님, 하클라우드 님, 알파고놉 님, 지성박수 님, 동글연 님, 참새랑 님, 강낭 님, 뿜뿜이 님, 녤짹짹 님, 백지 님. |
암호닉분들의 의견을 아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어쨌든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는 BEHIND THE SCENE으로 돌아오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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