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白日夢]
* * *
우리가 교실로 돌아간 시간은 5교시가 시작되기 3분가량 전이었다. 일부로 내가 먼저 교실로 들어가고 뒤이어 종인이 들어왔다. ……. 백현이 자리에 없었다. 교실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준영이가 국어책을 들고 내 옆 자리에 앉았다. 자리, 바꾼건가.
"준영아. 자리 다시 바꿨어?"
"어, 어. 으, 응…."
내가 말을 걸어오자 화들짝 놀란 준영인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뭐지. 이유를 물어보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얘가 알긴 어떻게 알겠어. 다시 바꾸자고 하니까 바꿔준 거겠지. 하지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싫다고 내 얘긴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애가 대체 왜.
5교시, 6교시, 7교시가 계속될 때까지 백현은 교실에 나타나질 않았다. 보충 수업을 듣지 않기 때문에 종례를 할 때가 되어서야 백현이 교실로 돌아왔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먼저 눈을 피했다. 뭐지, 나한테 화난 일이라도 있는 건가…. 그럼 직접 말로 하던가. 항상 먼저 말을 걸어오고 웃어보이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차갑게 구니 찝찝했다. 무슨 영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여기까지도 많이 온 거니까.
...
그렇게 주말이 빠르게 지나갔고 학교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백현과 말을 나누지 않은지도 5일째였다. 그 날 이후로 여전히 백현과 종인은 학교에서 나를 투명 인간 취급을 했고, 백현은 종인과 가끔 대화를 나누기는 했으나 전처럼 웃으며 장난을 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종인은 그 날 학교에서의 관계 이후로는 아직 내게 요구하는 것은 없었다. 그 날도 마찬가지로 학교를 마치고 혼자 집에 돌아 왔다. 평소와는 다른 집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티비가 켜져 있었다. 엄마, 엄마…!
가방도 푸르지 않은 채 안방으로 들어가자 엄마가 방엔 불도 끄지 않은채 침대 위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어디 아프신가…. 주말에도 집에도 안 들어오시고 계속 일만 하신 것이 틀림 없었다. 엄마는 공장 일을 하셨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엄마는 공장에서도 다른 아줌마들과는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 남들보다 더 일을 했지만 남들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 그런 엄마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비쩍 마른 어깨가 내 탓인 것만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아빠를 따라가지 않고 괜히 엄마 옆에 남아 엄마에게 짐만 되어버렸다. 엄마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엄마…. 엄마?
등을 보인채 누워 있던 엄마가 살짝 몸을 틀어 나를 바라봤다. 오랫만에 보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피곤함이 그대로 얼굴에 묻어있었다. 바람막이 안 주머니에서 전에 종인에게 받았던 지폐 몇 장을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가 돈을 받지 않으시고 쳐다보다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셨다. 결국 탁상 옆에 돈을 내려 놓았다.
"밥 거르지 마시고. 일도 너무 무리해서 하지 마세요. 얼굴이 그게 뭐예요. 다 상했네…."
엄마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만 하셨다. 그리고 날 바라보던 그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또 왜 울어, 울긴."
그 눈물을 교복 소매자락으로 닦아 냈다. 그러자 엄마는 내 손을 덥석 잡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또 공장에서 무슨 말 듣고 오신 거예요…? 내가 한숨을 쉬며 엄마에게 묻자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지만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돈을 올려놓은 침대 옆 탁상에 약국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아프면 푹 쉬세요. 엄마의 눈물을 마저 닦아주고 이불을 끌어 올려 엄마의 몸을 덮어 드렸다. 그리고 안방을 나왔다. 내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었다. 피곤해…. 나도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싶어 침대에 몸을 뉘였다.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나는 그대로 잠에 빠졌다.
...
아침이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알람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나와 부엌에 들어갔다. 식탁 위에 있어야 할 토스트가 보이질 않았다. 가스레인지 위에 항상 올려져 있던 후라이 팬도 꺼내져 있질 않았다…. 늦게 일어나셔서 준비 못 하신 건가. 하지만 아무리 바쁘셔도 잊지 않고 준비해 놓고 나가시곤 했는데….
불길한 기운이 몸을 엄습했다. 어…엄마. 엄마…? 안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한 발, 한 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침대 위에는 아직 엄마가 주무시고 계셨다….
"어, 엄마…. 엄마."
"……."
"어, 엄마. 엄마…. 아, 아침이야. 이, 일어나야지…."
엄마가 대답이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울컥하고 쏟아졌다.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의 몸을 마구 흔들었다.
"엄마! 엄마…! 엄마! 눈 좀 떠 봐…! 흐으, 엄마!"
침대에는 토사물과 피가 잔뜩 뒤엉켜 있었다. 바닥에는 약봉투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급하게 핸드폰을 들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
- 거, 거기 119…. 어, 엄마.
- 네? 여보세요?
- 저, 저희 엄마가. 주, 죽은 건지. 어… 어. 누, 눈을. 안 떠….요. 사, 살려주세요.
- 일단 침착하시고요. 거기가 어디죠?
무서웠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주소를 불렀다. 전화를 끊었다.
엄마…! 엄마….
아무리 외쳐도 엄마는 눈을 뜨지 않았다. 손이 차가웠다. 이렇게, 이렇게 가는 게 어딨어. 그런 게 어딨어, 엄마…. 두려웠다. 이러면 안되잖아….
누군, 누군 살고 싶어서 사는줄 알아…? 그렇게 난 정신을 잃고 바닥에 기절해버렸다.
* * *
경수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 요 몇일동안 경수를 완벽히 무시했다. 그 날 내가 본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다. 아프다며 자기를 버리고 그렇게 나가버린 경수가 걱정되서 찾아 양호실로 가봤지만 양호 선생님은 그런 학생은 여기 온 적이 없다고 했다. 미친듯이 찾아다녔다. 화장실이란 화장실은 다 들어가 보고, 강당, 미술실, 과학실부터 해서 구석 구석을 찾아다녔다. 아프다고 해놓고 어딜 간거야, 사람 걱정되게. 그리고 우리 학교 마지막 층 가장 구석에 있는 학습 보충실 앞에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하, 하윽! 조, 종인아!"
경수의 목소리였다. 채 닫히지 않은 문 사이로 빛이 어두운 복도로 새어 나왔다. …….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나도 모르게 두 다리가 그 문으로 향했다.
"……!"
문 틈 사이로 그 속을 본 순간 난 재빨리 문을 닫아 버리고 아랫층으로 뛰어 내려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날 보며 씨익 웃고 있는 종인의 아래에서 경수가 나체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내가, 내가 방금 뭘 본거지. 손이 덜덜 떨려왔다. 둘이, 둘이 아는 사이였어…?
로션 |
안녕하세요 로션입니다ㅠㅠ... 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묻고 싶은게 있어요..... 백일몽이 하루에 한번 연재하잖아요.. 적은 분량이지만 ㅠㅠ... 이 연재텀 괜찮으신가요? 아님 이틀에 한번 2편 분량으로 쓰는게 나을까요?ㅠㅠ... 1편씩 매일 쓰니까 읽기 힘드실 거 같고 중간에 감정 이입도 더 어러우실 것 같고..해서ㅠㅠ 고민스러워서 투표를 좀 하려고 합니다!.. 댓글 옆에 투표 좀 해주세요ㅠㅠ.. 엉엉... + 원래 투표를 넣으려고 했는데 표지가 흑지라서 글씨가 안보여서......ㅠㅠ 죄송해요 번거롭게 해서.. 1. 지금 그대로 계속 연재 (하루 한편 지금 분량) 2. 이틀에 한번 2편 정도의 분량 암호닉 (비공개 외전 메일링 예정) 우유 백똥 낭랑찬혤 횬이 쇳대 토너 변기덕 꿋꿋 됴종이 카디공주 엘모 상꼬맹이 갱수 카디백의농노 피삭 부금 박찬열이빨 반했어 헬로 도경수 용가리 상츄 님 감사드립니다! 하트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