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에스쿱스/최승철]
미안해, 나의 공주님
Ep.03
수학여행이 끝난 뒤엔 바로 중간고사가 우릴 기다렸다.
우리 모두 그닥 달라진 것 없이 평범하게 학교생활에 임했고, 중간고사에 허덕였다.
다만 조금 달라진 것이 몇가지 있다면...
" 아니, 어제 김민규가 또 말도 없이 잠들었다니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안희연은 김민규와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 야야, 전원우랑 최승철 떴다. "
전원우는 정채연을 보러 매일 우리 반을 온다는 것,
" 갔어? "
빛의 속도로 전원우가 떴다고 말하자 마자 문 뒤에 가서 숨는 채연이..
왜 숨는거냐 도대체... 다 보이거든....?
" 매점 같이 갈 김여주 구함! "
" 아... 싫어.... "
" 왜~ 내가 딸기우유 사줄게 가자~ "
그리고... 전원우와 함께 최승철도 같이 온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한번씩 꼭 점심시간마다 우리반에 침입하여 나를 귀찮게 한다.
나도! 시험! 공부라는! 것을! 해야! 한단말이다!
" 시험기간이잖아.. 바빠... "
" 이것들은 왜 다 싫다는데 와서 지랄들이야... "
" 뭐래, 여주 나 싫다한 적 없어 그치 여주야? "
" ^^... "
좀 가라 진짜 ^^... 단어 외우고 있는거 안보이냐...
" 아 진짜 꽤 귀찮게 하네, 여주 공부하는거 안보이냐? 좀 꺼져라!! "
" 야! 내 마음이야! 니 자꾸 그런식으로 하면 민규한테 이른다?! "
" 일러!! 일러!!!!! "
그래그래.. 너흰 싸워라... 나는 공부를 할테니...
희연이와 최승철이 서로를 죽일듯 티격태격대는 사이 나는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사라진 채연이를 찾았다.
얘가 갑자기 어디로 갔는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뒤에서 전원우와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래... 너희도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구나... 하며 그냥 단어를 외울까 했는데 갑자기 최승철이 또 말을 걸었다.
" 여주야, 이상형이 뭐야? "
" 갑자기??;;;; "
" 빨리! 이상형! "
이상형이라...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러고보니 얘 공부 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 ...공부 잘하는 사람, 나보다. "
" 음... 공부라... 알겠어! "
뭐가 알았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승철이 순순히 뒤를 돌아 교실을 나갔다.
뭐지... 그제서야 교실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
수업을 모두 마친 후 하교를 하기 위해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오늘은 금요일이었기에 내일은 시험공부를 도서관에서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 여주! 내일 도서관 갈거지? "
" 응, 희연이 너도 갈거야? "
" 어...음.... 가야지!! "
" 채연이는... 안오겠지? "
" 그치 걘 집에서 해야 잘된다고 하니까. "
" 알겠어, 내일보자 조심히 가. "
나도 집에서 공부하는게 마음이 편하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기간엔 특히 도서관 자리가 늘 꽉 차 일찍 가야만 하는데...
씁쓸한 마음만 가지고 터벅터벅 그 긴 복도를 걸어갔다.
멍 때리며 걷다보니 어느덧 한 아파트 단지 앞, 우리 집이었다.
가만히 아파트 단지를 올려다봤다. 들어가기가 싫었다.
" 다녀왔습니다. "
" 그래, 시험기간이지? 어서 들어가서 공부해. "
" 네. "
" 인서울 가야지. 그렇게 가고싶다던 수학여행도 보내줬으니 더 열심히 해. "
집에 들어오자마자 쇼파에 앉아계시던 부모님께선 나를 쳐다도 보지 않으신 체 인서울 얘기만 했다.
늘 그랬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판사, 어머니는 검사인 집에 태어나 주위의 기대가 늘 컸었다.
그 기대는 점점 주위사람에서 부모님의 기대가 되었고 커가면 커갈수록 그 기대는 내가 자라는 만큼 커갔다.
그렇게 커질동안 나는 점점 작아졌다. 집에서는 그 압박감에 숨 조차 쉴 수가 없다.
가방을 내려놓고 책상에 앉았다. 오늘도 난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잠을 설친다.
*
도서관의 자리를 잡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집을 나섰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것 같았다. 하긴, 벌써 6월이니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햇빛이 강해 눈이 부셔 손을 펼쳐 그 빛을 가렸다가 고개를 내려 앞을 봤다.
그 때 보인 것은
나를 향해 양손을 힘껏 흔들고 있는 최승철이었다.
" 으악!!! 너가 왜 여기있어!!!! "
"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도서관 가는데? "
아, 도서관 가는구....
가 아니라 최승철이???????
최승철은 나의 눈빛을 읽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공부 잘하는 남자가 이상형이라며, 그래서 나도 공부를 한 번 해볼까 해. "
" 아.. "
젠장. 숨 막혀도 그냥 집에서 할껄 그랬나...
하필 여기서 딱 마주쳐서 같이 가야할 상황이 발생한거냐구...
가는 내내 최승철은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거나 말이 없길래 쳐다보면 그윽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힘들었는지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어느덧 도서관에 다달았다. 이른 시간이라 없을것은 예상했지만..
" 어? 너무 일찍 왔나보다, 우리 둘 밖에 없네? "
" ...어 그러게... "
아직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대충 아무 자리에 앉아 공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승철이 내 맞은편에 앉길래 뭘 하나 슬쩍 봤는데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내는 것이 보였다.
당당하게 영어책을 꺼내 올려놓는데 책이 꽤 너덜너덜하길래 오 필기를 하긴 하는건가? 했었다.
하지만 난 보고야 말았다. 그의 책 위에 ' 2학년 5반 30번 홍지수 ' 라고 써져있는 것을 ^^..
" 너 책은? "
" 응? 몰라 교과서가 없드라구, 사물함에서 애들이 자꾸 지들 책 안가져왔을 때 가져가놓고 안 돌려놔. "
참으로 자랑이다ㅎ... 어이없어 그냥 코웃음을 치고 책을 펼쳐 공부를 시작했다.
꽤 집중을 하고 있었으나 그 집중은 얼마 가지 못했다.
" 데..스..데시..틴ㅇ...? "
아^-^..ㅠ 신경쓰여 진짜 최승철...
한 줄 잘 읽어내려가는 듯 하더니 갑자기 꽉 막혀 더이상 읽지를 못하고 있었다.
" 뭔데, 모르는거 있어? "
" 이거. "
" destiny? 운명. "
" 우와~ 여주 너 진짜 똑똑하구나? 천재 아니야? "
고2가 destiny를 모르는게 말이 되니..
내가 천재인게 아니라 너가 바보가 아닐까.
그 뒤로도 최승철의 질문공세는 계속 되었다.
" 이건? "
" suggest, 제안하다. "
" 그럼 이건? "
" expect, 예상하다 기대하다. "
" 그럼 '사귀다'는 영어로 뭐야? "
" 사귀다? go out? "
" 아, go out... "
" 근데 사귀다가 어딨어? 그런게 책에 나와? "
" 여주야. "
" ? "
" Will you go out with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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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예쓰!!!!!!! 네 대답은 무조건 예쓰!!!!!!!!(흥분 네 여러분 죄송합니다. 헣,헣! 이것 참... 저번에 미안해, 나의 공주님 2화가 초록글에 (잠깐) 올랐었고 원우 단편 바람이 되어가 계속해서 초록글에 있네요 ㅠㅠㅠㅠㅠ 독자님들 넘나뤼 감덩인것... 항상 감사합니다 우리 독자님덜 ♡ 더 열심히 하는 천량 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