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에스쿱스/최승철]
미안해, 나의 공주님
Ep.05
< Ep.05는 최승철 시점임을 알려드립니다. >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날, 나는 불행히도 사고를 당했다.
새로운 교복을 입고 새로운 학교로 향하는 길이었다.
"애들이랑 간다니까..."
"그래도 우리 아들 입학식인데 우리가 가야지~"
요즘 누가 고등학교 입학식에 와, 졸업식도 아니고...
그 말을 마친 나는 달리는 차 밖의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 날씨가 제법 쌀쌀해 가로수의 벚꽃들이 아직 몽우리를 맺기도 전이었다.
나는 내가 배달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 모은 돈으로 산 소중한 카메라를 들어 창 밖 풍경을 담아냈다.
"아빠? 우리 학교 지나쳤잖아, 뭐해?"
정신없이 카메라에 풍경을 담아내고 난 뒤에야 알았다.
학교는 지나쳤고, 부모님의 표정은 밝지 않았고, 차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을...
*
병원에서 퇴원한 뒤 내가 다시 학교에 간 것은 4월이 된 뒤였다.
변한것은 없었다 12명의 친구들은 병원에서 나의 슬픔을 함께 공유해주었고
퇴원한 뒤에도 나를 변함없이 대해줬다.
아무도 나를 동정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변한 것은 나였다.
"미친새끼, 오토바이 타지 말라니까..."
"내 마음이야."
"왜이렇게 변했냐, 너 이러는거 보면... 부모님 마음이 잘도 편하겠다."
"잘거니까 말 시키지 말고 꺼져."
난 삐뚤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헤어나오질 못했다.
술도 마시고, 그러다가 싸움도 몇번 났었고... 등교도 차를 타는것에 트라우마가 생겨 오토바이로 했다.
담배도 피우기 시작했고 학교에선 늘 맨 뒷자리에 누워 잠만 잤다.
학교에 가기 시작한 날 부터 점심시간이 지나 등교하면 늘 내 자리엔 우유가 놓여있었다.
그 날은 왜인지 모르게 학교를 그냥 평소보다 일찍 갔었는데, 그제서야 우유를 놓은 애가 너라는 걸 알게되었다.
"야. 나 우유 신청 안했어."
"아...어쩐지 매일 우유가 부족하더라. 그냥 너 먹어."
"내꺼 아닌데 내가 왜 먹어."
"안먹어? 그럼 내가 먹는당 헤헤"
어이가 없었다. 내 주위 모든 여자애들은 나를 무서워하기 바빴는데, 너는 바보처럼 웃어줬다.
"내놔, 나도 우유 좋아해 내가 먹을래."
"아 뭐야..."
들고있던 우유를 내가 뺏자 너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마저 들고 있던 우유들을 다른 애들 자리에 놔두기 시작했다.
그 표정이 웃겨서 피식, 하고 웃음이 세어나왔다. 얼마만에 웃어본건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
"저번에 있었던 사진 공모전있지? 그거 결과 나왔다. 김여주 앞으로~"
그날 종례시간에 갑자기 담임이 너를 불렀고 너는 앞으로 머쓱한 웃음으로 나가 상을 받았다.
주변에선 박수를 쳐주며 공부도 잘하는 애가 사진까지 잘 찍는다며 감탄했다.
사진.... 잘 찍는구나, 그 날 너에대해 알게 된 세가지는 너의 이름이 김여주라는 것,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 참... 밝은 아이라는 것. 그 날 이후로 나는 다시 점차 관심을 가진 것 같다.
벚꽃처럼 예고도 없이 내 맘에 피어오른 넌 굉장히 따뜻했다.
*
너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 날 이후로 나는 점점 밝아졌다. 다시 친구들과 장난도 치곤 했다.
여전히 오토바이도 타고 공부와는 담을 쌓았지만, 담배와 술은 손도 대지 않았다.
다 너가 싫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항상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애들만 몇번 만나봤지 짝사랑은 처음이라 너에게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한 체 2학년이 되었다.
같은반이 되지 않아 너와 이렇게 가까워질 기회 없이 2학년도 흘러가는 것일까...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신나게 놀이공원에서 애들과 놀이기구를 타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사고난 차에서 겨우 망가지지 않고 잘 버텨준, 부모님의 사진이 들어있는 카메라를 들고 주변 풍경을 보았다.
그 때 카메라 앵글에 잡힌건 다름아닌 놀이기구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고있던 너였다.
기회였던걸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너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 만 같았다.
"야,너 일로와 봐."
야 너 일로와 봐. 라니... 무슨 깡패도 아니고, 다짜고짜 너에게 말을 걸었다.
"...나?"
"그럼 여기서 나랑 눈 마주친 애가 너 말고 또 있어?"
"왜...왜?"
"아 다름이 아니고, 우리 사진 좀 찍어주라."
흔쾌히 너는 허락했고, 당연히 너는 잘 찍었다.
"이야 너 사진 잘 찍는다 ~ 야야, 너 수학여행 동안 우리랑 같이 다니면서 사진 좀 찍어라."
당연히 무리한 부탁이란 것도 알았다.
표현에 서투른 나는 이렇게 하면 너와 친해질거라 생각했다.
그 이후로 너를 데리고 다니다가 부모님의 사진이 든 나의 카메라를 잃어버렸을 때에도,
왜인지 모르게 그리 크게 화가나지 않았었다.
저녁이 되고 숙소에서 탈출해 잠깐 매점을 가려다가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다급하게 비상구 통로로 뛰어들어갔다.
비상구 통로에 들어가자마자 누가 있었고 나는 걸릴까봐 그 누구의 입을 막고 숨을 골랐다.
움찔, 그 누군가가 움직이자 센서등이 반응해 불이 잠깐 켜졌고. 그 누군가는 다름아닌 너였다.
크게 놀란 토끼눈을 하고 너는 나를 바라봤다.
너와 이렇게 밀착이 되어있단 사실에 심장이 미칠듯 요동쳤다. 인기척이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너의 입에서 손을 땠다.
너는 나에게 아까 잃어버린 카메라를 돌려주었다.
찾았구나... 다행이다. 이것저것 너에게 묻고싶었고 조금 더 함께 있고싶었지만
그랬다간 괜히 내 마음을 들킬까봐 그냥 가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 그리고, 너 샴푸냄새 되게 좋다."
나는 병신이라, 너에게 해줄 이쁜 말이 그땐 그 것 밖엔 없었던 모양이다.
방으로 돌아가니 모두들 카메라 어떻게 된거냐 물었지만 나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에게 다들 빨리 앉아보라며 웃었다.
"왜?뭔데?"
"전원우는 옆 반 정채연 좋아하고옥~~~~
호옹~지이~수우~ 이샛끼도 좋아하는 애 있대~~"
"ㅋㅋㅋㅋㅋㅋㅋ누군데?뭔데?"
흥미로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뒤의 지수의 말은 썩 나를 흥미롭지 못하게 했다.
"있어~ 단발머린데 파마하고, 키 좀 작고, 귀엽게 생기고, 사진 찍는거 좋아하는 애~"
그 말에 다들 누군지 궁금하다며 호들갑을 떨며 좋아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홍지수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였다.
나의 마음은 착잡해졌고, 너를 뺏기고 싶지 않았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
다음날 전원우와 정채연을 이어주려는 속셈으로 시작한 진실게임에서 너가 나에게 물었다.
" 최승철!!!!!!! 좋아하는 사람 있어? "
그 때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응.. 너."
라고 대답했다. 모두들 홍지수가 좋아하는게 너라고 생각도 못한 체 나와 엮으려는 분위기는 당연히 생성되었다.
그리고 또 당연히, 지수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너와 지수는 같은 반이었다. 그래서 지수에게 너를 뺏길까봐 수학여행 이후로도 계속 쉬는시간마다 너희반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하다보니 너는, 어느덧 내 앞에 있었다. 더이상, 좋아하는 사람을 잃고싶지 않았다.
*
"2년? 2년씩이나 됐다고? 아니 언제부터...?"
"너 나랑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거 기억도 안나지?"
"알고 있었지! 근데 너 학교도 잘 안나오고 맨날 잠만 잤잖아!"
"우유!"
"우유?"
"응, 그날 너가 나한테 우유 잘못 줬었는데..
나한테 그렇게 웃어줬던 여자애는 너 밖에 없었어."
시작이다, 너를 가지겠다는 본격적인 나의 몸부림이.
더보기 |
서브 남주는 울 지수입니다. 컄캬캬ㅑ컄ㅋ 신작 알림 신청자 20명 돌파 감사하고 매번 초록글 감사합니다 ♡ 또한 6화부터는 구독료 10p로 설정하기로 결정했어요! 혹시 우리 독자님들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명이니까 여러분들이 구독료 받는걸 원하지 않으신다면 독자님들의 뜻을 따를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편하게 의견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그럼 6화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