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제발."
너가 그런다고 내가 흔들릴거 같냐, 승관이 말하는 이의 얼굴을 보지도 않은 채로 이불을 개었다. 너가 아니면 내가 부탁할 사람이 없어,제발. 그녀의 목소리가 승관의 귓가에서 웅웅 거렸다. 아무도 없는 이 밤에 자신을 찾아와서 하는 말이 도와달라는 것이라니. 아무리 우리가 친구라는 이름 아래에서 서로를 챙기기로 유명하거니와, 너는 이리도 잔인한 것인지.
"나는 너의 일에 이제는 얽히고 싶지 않..."
승관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았다.
"...아..."
아무도 없었다.
그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홀로 멍하니 닫힌 문을 보며 중얼 거릴 뿐이었다.
“난 너를 도와주지 못해. 아니, 난 너를 절대로 도와주지 않을거야."
종천지모(終天之慕)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사모의 정
제 06 장
—그들의 이야기 (2)
황룡은 본디 자신의 것을 챙기기 위해 살아온 것이었다. 세상을 받치는 힘이 되기 위해 스스로의 힘을 세가지로 나눈 첫 세대의 황룡은 그 힘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싶어했다. 반역군만 없었다면, 그의 일은 순조롭게 이행되었을지도 모른다. 제 1 신수인 황룡의 힘을 노리는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개천시대의 사수들은 자신들만의 암묵적인 규율을 정하기 시작했다. (*개천시대: 하늘이 열린 그 순간부터, 이 세계의 시간이 시작된 시대)
세갈래로 나뉘어진 여의주는 두 가문과 하나의 인주에게 속해졌다. 두 가문은 서로의 문무예를 보완해가며 힘을 합쳐야만 각 세대의 중관으로서 행할 수 있다. 인주는 아무도 모르는 제 1 시대의, 제 1 신수(초대황룡)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중관이 인주를 취하게 되면 그 중관을 현존 시대의 제 1 신수로 임명한다.
몇 가지 조항을 중관과 수장은 기억해야 할지어다.
제 1 조 : 중관은 절대 먼저 혼인을 물어서는 안된다. 특히, 인주에게 묻는 그 순간부터 중관은 힘을 소멸당한다. 중관으로서의 지위를 지키는 것이 1법이니라.
제 2 조 : 수장은 중관의 가장 가까운 존재로서 그림자와 같이 행해야 한다. 인주를 지키는 것에 사력을 다하도록.
제 3 조 : 사령의 혼인은 중관이 관여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제 4 조 : 인주는 자신의 반려를 스스로가 정한다.
***
승철은 적혀있는 규율이 신물났다. 도대체 왜 이리도 제약이 많은 것인지. 이것을 지킨다해서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어찌하여 이 규율을 선조들은 만든 것일까. 제 4 조항이 제일 싫었다. 아니, 그 전에 제 3조항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스승님, 여기 적혀있는, 아니 지워진 글자는 무엇입니까?"
승철은 어린 호기심에 스승에게 물었던 저를 탓했다.
"제 4 조에 추가된 부분입니다. 다시 적으라 명해야겠군요. 인주는 한번의 반려를 져버릴 수 없습니다."
"헤어질 수가 없는 것인가요?"
"한번 속해진 힘은 반려의 것. 반려를 거부한 인주에게는 초대 사수들의 형벌이 기다릴 것입니다. 이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가 없죠."
"어째서 인가요?"
"그것이 두려워 모든 인주는 반려에게 충성을 다했기 때문이죠."
예전에 정한과 함께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다. 아뿔사, 난 늦었어. 윤정한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승철은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윤정한은 모든 것을 알고 이용하는 것이야. 그녀에게 알려야 한다. 윤정한은 널 사모하지 않아.
그녀에게 알리고 싶어 그녀의 객사로 달려가려던 승철은 문득 머릿속에 흘러 들어온 두려움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를 믿지 않는 여인에게 말을 해서 뭐가 되기는 할까. 윤중관이 이미 눈과 귀를 다 막은, 홍일의 수장, 그 여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윤중관과 부딪힐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다가 져버릴 것인가. 이 세계에서 소멸될 것을 각오할 것인가 그녀를 놓칠 것인가.
그의 두 발은 문 앞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
“얼마 남지 않았다는거 알고 있지?”
그럼, 당연히 알고 있지. 땅만 바라보면서 걷던 나를 윤정한이 돌려 세웠다. 너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고 난 영원히 너의 편일테니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 한마디에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웃음이 나왔다. 성인식이 행해지는 날, 나는 윤정한을 나의 반려로 내세울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다. 난 약속했으니까. 내 자신을 윤정한에게 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당연히 그리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는 침착했다. 물론 권순영과 — 아, 권순영과 나는 예전과 같은 사이이다, 그저 말만 전하고 마음은 말하지 않는, 영원히 우리는 함께할 친구라고 다짐했으니까 — 최한솔은 여전히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이미 주변에는 홍일의 수장이랑 윤중관이랑 혼인을 한다더라, 반려로 이미 정했다더라 라고 이야기가 퍼진 상태였다. 뭐 어떤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 혼인을 한다는 것은 내가 앞으로 감정소모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편하게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윤정한은 중관이다, 중관은 황룡의 반신이니까. 그래도 여기서 가장 힘이 쎄다는 거다. 그러면 내가 밖에 나가잖아? 나가도 나는 이미 윤중관의 여인이기에 아무도 나를 건들지 못한다. 윤정한은 알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밖으로 나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니까.
“알고 있지.”
“알면 되었다.”
윤정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니 윤정한이 이마를 툭 치고는 웃는다. 빨리 들어가서 자라 내일도 훈련해야지, 그 말이 어쩌면 나에게 동아줄 — 썩은 동아줄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만 그 순간에는 튼튼한 것으로 보였다 — 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윤정한”
“아 오라버니라고 부르라고 했”
사람은 차가워 보여도 입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본디 살갗은 따뜻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을 이어버리지 못한 윤정한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의 입맞춤은 부부의 연을 위한 한걸음 (윙크윙크) 라며 배시시 웃어보이니 윤정한도 정신이 나간 것처럼 — 이것을 실성이라 한다 — 웃기 시작했다. 들어가서 자라 아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어딜 다녀오는거야?”
아 부승관, 깨어났구나. 잠시 산책을 다녀온거야, 그 말에 부승관은 웃으며 다시 객사로 들어간다. 내가 미안했어, 나오지 않는 말이 맴돌았다. 나중에 언젠가는 너에게 전할 수 있겠지. 난 그렇게 믿으련다. 미안해 정말, 그저 멍하니 부승관을 바라보면 부승관은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
“어떻게 되었나요.”
정한이 붓을 놀리며 방에 들어온 검은 옷차림의 남성에게 물었다. 본부하신대로 모든 식솔과 장정들, 하녀들이며 여식들 제거 완료했습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성 — 머리에 붉은 두건을 하고 있는 — 의 뒤에 있는 자들이 고개를 숙였다. 정대감의 집은 박살이 났다. 한번만이라도 아이를 보게 해달라고 하던 그 날에, 이미 박살이 났다. 그러나 그것을 알려주면 아이는 더이상 수장으로 있지 않겠다며 떠날 것이고, 그것을 두려워한 윤대감은 정한에게 부탁했다. 아이를 잘 잡아 두라고.
이미 권력적으로 무너진 집안이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권력적으로 무너진 집안에 정한은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다. 가진 것을 아이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하시면 제가 이 집안을 지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바보같게도 — 아이밖에 모르던 부모는 정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그들은 집 안에서만 살게 되었다. 누군가는 담을 넘어 도망가려 했으나 목이 잘린 채로 돌아오기도 했고, 집안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가 정한에게 자신의 반려가 되어달라며 ‘거래’를 하자고 하던 날, 정한은 사람들을 불렀다.
이제야 시간이 된 것이다. 집안의 식솔들, 식구들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애원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끝없는 희열의 한 부분일 뿐, 정한은 그들을 가여워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인주를 가지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 그녀가 사랑하지 않는다해도 반려로 취하리라, 그녀가 사랑하게 된 것이 거짓이라면 연기를 하겠노라 다짐을 했던 정한이었기에.
“수고하셨네요. 아 여기 수고비 100*데니안”
“원래 약속했던 수고비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것이지 않습니까!”
(*데니안: 화폐 단위, 1데니안=1000원)
정한은 그들의 하는 말을 듣다가 미소를 지었다. 한가지 더 부탁을 하죠, 그러면 20배로 불려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한의 말에 검은 옷의 남성들이 귀를 기울였다.
“올해 성인식이 열리는 날 밤, 그 집안의 모든 시체와 가구를 태우시길.”
“화염을 일으키란 것입니까, 주작의 영역에서 어찌 그런,”
“홍일 수장은 나와 함께 있을 것이고, 불길을 느끼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니. 그대들은 내가 말한대로 하시길.”
정한의 말에 남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아아 벌써 기대가 된다.”
정한은 자신이 보내게 될 하룻밤이 기대가 되었다. 그 다음날 아침, 함께 원래 살던 곳으로 가면 잿빛 세상이 펼쳐지겠지. 너는 어떤 얼굴을 하고 나의 품으로 올까, 여주야.
@@
핳ㅎ하!!!!!
드디어 제가 와써요 히히ㅣ…
그거 아세여? 여러분들 항상 댓글은 많이 없구... ^ㅠ^..... 조회만 하시구.... ^ㅠ^....
암호닉 분들 맨날 다 안나타나시구 (흥칫뿡)
암호닉은 계속 받는다만... 8ㅅ8 너무 하시잖아요 흐양ㅇ
댓글로라도 여러분들과 소통을 하려고 해요!
PS. 여러분 저 왔다고 독방에 알려주세여 (소근소근)
역시 너무 늦게 나타나부렀어... 이미 글렀어... 끌끌...
오랫만이라 오포인트... 오포... 5포...
@나의 사령이 되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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