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90 프로젝트- 아는 오빠 얘기
아이돌아이
-02% 직진남 황민현-
"..."
"..."
그러니까 지금이 무슨 상황이냐면, 콘서트가 약 두 달 남짓 남은 오늘에서야 많고 많은 스케쥴에 치이던 황민현이 드디어 처음으로 시간을 내어 나와 함께 설 무대에서 무엇을 선보일지 회의를 하는 상황인데, 회의는 커녕 10분 째 아무말도 안하고 서로 꿈뻑거리며 눈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처음 5분 정도는 이게 무슨상황인가 어리둥절 했는데, 절대 눈을 피하지 않는 황민현에 왠지 모르게 승부욕이 생겨 나도 계속 뚫어지게 황민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5분정도를 더 이유모를 눈싸움을 하고 나서야, 드디어 황민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배고프다."
"..."
"피자 먹을래요?"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
"헐, 좋아요."
나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아이돌아이
"감사해요 민현선배님. 덕분에 잘먹었습니다!"
"아니에요. 더 먹고싶은거는 없어요?"
"네, 괜찮아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요. 회사에서 이런거 못먹게 하잖아."
"아, 맞다. 다이어트..."
피자는 맛있게 먹었지만, 민현선배(피자사줘서 호칭상승함)의 말에 잊고있었던 다이어트가 다시 떠올랐다. 금새 울상이 된 나의 표정에 민현선배는 나를 토닥이면서 '괜찮아. 오늘은 다이어트 쉬어도 돼!'라며 위로를 해주었다.
하지만, 한번 떠오른 다이어트는 나를 끝없는 근심과 걱정, 우울에 빠지게 만들었고, 민현선배는 나의 이런모습에 자기가 괜한 소리를 꺼내서 기분 안좋아지게 만들어 미안하다며 안절부절 못하더니,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에 눈이 동그래져 민현선배를 바라보다가, 다시 들이닥치는 다이어트 생각에 울상을 지은 채로 우물쭈물하며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던 민현선배는 잠깐 기다려보라는 말과 함께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기다린지 2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민현선배는 양손 가득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연습실로 들어왔다.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일단 종류별로 사왔어요. 전화로 물어보려했는데 번호도 몰라서..."
"그래도 이렇게 많이 사오실 필요는..."
"아이스크림은 먹고싶은 맛으로 골라서 먹어요. 그리고, 저 이거 들고오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아, 죄송해요..."
무슨 아이스크림을 저렇게 많이 사오나, 회사 직원들도 나눠주려고 그런건가? 했는데, 나때문이라니...회사에서 편의점까지 거리도 좀 있는데에다가 언덕 엄청 심한데, 이 추운날 손이 꽁꽁 얼어가며 양 손 가득 아이스크림을 들고 힘들게 언덕을 올랐을 민현선배를 생각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배가 되었다.
"그러니까 다음부턴 이렇게 고생안하게..."
"전화번호 알려줘요."
아이돌아이
"음, 그럼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요?"
"...로맨스요."
"나도 좋아해, 로맨스."
민현선배가 사온 아이스크림까지 맛있게 먹고 드디어 회의를 하는 건가 싶었는데,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자꾸 이상한 질문들만 하는 민현선배 때문에 지금 이게 회의를 하는 건지, 소개팅을 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민현선배님, 회의는..."
"지금 하는 중인데?"
"네?"
"그것도 아주 중요한 회의."
뭐지, 이 당황스러운 멘트는? 도대체 지금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가 어딜봐서 회의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지 정말 1도 모르겠다. '민현선배 혹시 저한테 관심있으세요?'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속에 있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일말의 표정변화도 없이 날 바라보는 민현선배를 보며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망했다는 것을. 김칫국을 제대로 원샷해버린 것 같다. 이미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도 없고...!
계속 이어지는 정적에 얼굴이 터져버릴것같이 화끈거려서 어서 이 숨막히는 상황에서 벗어나 진정 좀 할 겸 연습실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민현선배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들렸다.
"응, 있어요. 관심."
"..."
"그것도 아주 많이."
민현선배의 말에 밖으로 나가려던 발걸음은 본드로 붙여놓은 듯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민현님은 심장에게 설렘을 주었어요! 이제 심장이는 자유에요!'라며 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나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아요."
"네?"
"연습 안봐줄거에요. 나 완벽주의자인거 알죠?"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저 뜬금없는 말이 이렇게 무서운 일일줄은 전혀 몰랐다.
아이돌아이
"거기 잘못된거 같은데, 다시해봐요."
벌써 몇번째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되는 연습에 나를 포함한 7명의 연습생들은 거의 실신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와 함께 7명에 포함된 예림이는 '언니, 힘들죠? 민현선배님이 여주언니를 얼마나 잡아먹을까...에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라며 나를 굉장히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연습시간에는 잡담 금지에요."
"네에-, 죄송합니다아-."
쳇, 예림이는 민현선배의 말에 잔뜩 토라진 얼굴로 다시 연습에 돌입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군무를 마치고 다들 쓰러질 듯 벅찬 숨을 몰아쉬며 민현선배의 피드백를 기다렸다.
"여주양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오늘은 첫 연습이니까 여기까지만 하죠."
민현선배의 말에 예림이는 '에? 언니 완전 잘했는데?'라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민현선배를 바라보았고, 민현선배는 그런 예림이를 보며 미소를 짓더니 '저는 제 파트너도 완벽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으면 해서요-.'라고 답하였다.
아, 난 죽었다. 벌써부터 나를 잡아먹듯 연습시킬 민현선배의 모습이 떠올라 한숨만 땅이 꺼져라 나왔다.
"다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 참, 여주양은 잠시 남아요."
네? 저요? 왜죠? 도대체 왜죠? 민현선배의 말에 나는 알수없는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예림이의 팔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붙잡아보았지만, '언니... 미안해요... 민현선배님은 나도 무서워서...'라며 나의 손길을 무시한 채 저멀리 도망가버렸다. 결국 연습실에는 민현선배와 나,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걱정말아요. 남으라고 한 건, 사적인 마음으로 남으라고 한거니까-."
"..."
"단 둘이 있고 싶었어요. 줄 것도 있고."
고속도로를 달리듯 엄청나게 직진을 하는 민현선배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 또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이러다 심장과부하로 죽는게 아닐까? 평소같았음 친구에게 '너 소설쓰냐?'라고 말하며 콧방귀를 흥!하고 꼈을것만 같은 일들이 나에게 실제로 일어나니까 정말 정신을 못차릴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가까이 올래요?"
아마 내일 아침 기사가 뜰지도 모르겠다.
[아이돌 연습생 김여주, 향년 20세 심장과부하로 사망하다]
♨작가의 티타임♨
너무 늦게왔죠 여러분ㅠㅠㅠ
저번에 티타임에 제가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못적어놨었더라구요ㅠㅠ
정말 사죄드리며, 사죄의 의미로 오늘은 직진남 민현이를 데려왔어요!><
직진남 민현이와 여주님의 앞으로 이야기 많이 기대해주세요! (앞으로 더 케미가 터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큼)
아 그리고!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
앞으로 더 열심히 연재하는 황커벨이 될게요! 사랑해요!
♥ 암 호 닉 ♥
붕어
정태풍
강캉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