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다소 우울하고 잔인한 요소가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이나 예민하신 분들은 신속히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나의 심장 그 언저리에 조용히 잠겨있는 암흑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곤히 영역을 넓히곤 한다.
마치 분신처럼, 내 손목에 묶인 운명의 빨간 실처럼 그렇게 영영 귀속된 기괴한 악몽을 절대 내게서 벗어나지 않는다.
손목을 꽉 묶은 빨간 실에 연약한 살덩이가 벌어져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하면, 오늘 저녁은 마왕이 특별히 준비한 그 날의 악몽의 만찬이 된다.
죄악은 참으로 물들기 쉬운 도화지를 첫 먹잇감으로 삼는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우울과 우울과 우울 [Deep Depression]
作 히어로
침묵이란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조울증. 김여주는 고등학교 무렵 조울증 판정을 받았다. 조증과 울증이 함께 찾아오는 병. 여주는 언제나 행복했으며 언제나 슬펐다. 나름 평범한 생활이라고 인식했는데, 도대체 왜?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 정신 병원에서 조울증 판정을 받았을 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던 김여주는 결국 집에 와서 울었다. 바닥을 집고 답답한 가슴 언저리를 세게 치면서. 사실은 전부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행복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알고 보니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김여주의 곁에 머물지 않았다. 선생도 친구도 하물며 부모라는 인간들도. 그 날, 그 병원에서의 그 소름 끼치는 침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의사는 말했다. 성격의 문제라고. 그래서 더 울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내 성격은 바뀌지 않아. 이게 나의 전부고, 이게 나야. 그런데 여기서 뭘 더 바꾸라고? 늙은 의사의 말에 심장이 하늘에서 바닥까지 한순간에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선생이 나를 거들떠보지 않는 것도, 동급생들이 내게 다가오기를 꺼리는 것도, 부모가 나를 보면 항상 혀를 차는 것도, 전부 다 내 탓이야. 그렇게 김여주의 1회차 인생은 그 날로 바닥이 났다. 더는 사는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 날의 자해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실패했다. 고통 없이 죽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에게는 고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망스러웠으니까. 나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미웠으니까. 그래서 손목을 그었다, 면도칼로. 핏물이 욕실 내부에 잔뜩 튀고 뿌연 무언가가 눈 앞을 가렸다. 이게 뜨거운 물 때문에 나오는 수증기인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져 나오는 나의 보잘것없는 눈물인지 알 겨를이 없었다. 욕조에 몸을 구겨 넣으며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왼쪽 손목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울컥, 울컥. 피가 울고 있었다. 정작 정말 울고 싶은 건 나인데. 그래서 나도 울었지. 김여주도 울었다. 아주 구슬프게도 울었다. 죽음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어떻게 이제 와서 후회할 수가 있지. 이제 이생에 남은 미련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더욱 가슴이 아팠다. 김여주는 악바리를 질렀다. 살려줘, 살려줘. 뒤늦게서야 피가 새어 나오는 손목을 움켜잡았다. 들어가. 들어가라고. 더는 나오지 마. 정말 내가 죽어버릴까 봐 무서워.
놀랍게도 그 날밤, 집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이 죽을 만큼 서러워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만약, 오늘 내가 죽었다면 나는 외롭고 차가운 욕실 안에서 숨도 쉬지 않은 채 홀로 고립되어 남아있었을 것이었다. 그 날 하루는, 아무도 모른 채 혼자 죽어갔을 것이었다.
그래서 살았다. 살아있는 저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지만,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어갈 자신이 너무나도 불쌍해서. 이 악물고 살았다. 그래도 어깻죽지를 휘감는 외로움으로 위장한 악몽은 벗어나지 않았다. 오로지, 혼자였다.
[우울한 당신의 텅 빈 마음을 채워드립니다]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 수조차 없는 타이틀을 느릿하게 훑은 여주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한겨울, 목도리를 두르고 휴대폰을 보며 시내 한복판을 걷던 여주가 제자리에 섰다. 우울한... 마음을 채워준다고.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어 번 살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카페에 다시금 고개를 숙여 발걸음을 바삐 했다.
김여주가 좋아하는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진부하고 상투적이지만 그것이 가장 김여주와 비슷했다. 쓰디쓴 커피의 맛은 김여주의 안쓰러운 마음을, 차가운 얼음은 그녀의 시린 어깨를 대변했다. 도륵, 도륵. 얼음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조영한 카페 안을 울렸다. 여주는 다시금 휴대폰을 집었다.
외톨이: 정신병자도 받아주나요.
타자를 치는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너무나도 무겁고, 또 무서워서 다음 단어를 칠 용기도 나지 않았다. 겨우겨우 한 자를 치며 엔터를 누르자 메시지가 보내졌다.
외톨이: 정신병자도 받아주나요.
J.L: 그럼요. 환영합니다.
여주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고작 말뿐이지 않기를 바랐지만, 기쁜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이 무거운 마음의 무게를 함께 지어줄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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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염치없이 이렇게 우울한 글로 찾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요즘들어 심하게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도통 써지는 글이 이런 글 밖에 없더군요. 전에 쓰던 개그 아닌데 개그 같아서 슬픈 호그와트 썰은 사실 쓰다가 날려먹었습니다(...) 너무 빡쳐서 아무것도 안 잡고 있다가 이렇게 와버렸네요... 죄송합니다. 나날이 늘어가는 선작 수에 죄책감이 들어서 일단 이거라도 들고 왔어요... 살아있습니다, 저... 그렇게 알아주세요... 언젠가 꼭 개그 아닌 호그와트 썰 들고 오겠슴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