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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 전체글ll조회 532l 1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 방탄소년단 멤버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은 가상인물이며, 이 내용은 모두 허구적 이야기입니다.



Melpomene
w.왈츠


1







Q.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는 뭐가 있나요?

A. 글쎄요. 워낙 바쁘게 지내다보니 그런거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웃음)
근데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시절에도 그런 생각은 했어요. 무언가 하고 싶고, 꿈이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라고. 적어도 꿈이라는게 있다면 불행한 삶은 아니지 않을까요?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때문에 꿈이다. 실제로 검색창에 '꿈'이라는 단어를 치면 국어사전에 기록된 여러가지 의미풀이 중 이런 말도 있다.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여주는 이 풀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꽤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스무 살이 되던 해, 그 작은 손으로 마이크를 꼭 쥐고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부터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유지이. 주해리. 유지이. 박세아. 주해리. 유지이. 김여주그


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파트별 가사가 빼곡히 채워진 A4용지를 집어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두 소절이 겨우 넘는 분량. 4명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200초 남짓한 노래에서 여주의 목소리는 10분의 1조차 차지하지 않았다.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무조건 잘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나보다. 이 사회는 생각했던 것 보다 삭막하고 냉정하고, 또 막막했다.


한 두번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매 앨범마다 번번이 이래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기대했다. 이번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이번엔... 그리고 그런 기대에 부푼 매순간 곧 실망감의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드는것도 흔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과연,



"이거 파트 누가 짰어?"



촤라락- 한 손에 들고있던 종이뭉치를 바닥에 뿌리더니 다리를 꼬운 자세 그대로 윤기는 앞에 서있는 네 사람을 차례로 쳐다봤다. 아니, 쳐다본다는 표현보단 노려본다는 말이 좀 더 정확할지도. 아무튼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영문을 모른채 눈알만 땡그르르 굴리고 있는 여자 넷을 지켜보던 윤기가 모퉁이에 있던 서랍장을 열어 담배갑을 꺼내들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설마. 일전에 들은바가 있었다. 모든 기획사가 한 곡이라도 받아내려고 아둥바둥거릴 정도로 유명한 지금 제 눈 앞에 있는 프로듀서가, 실제로 엄청나게 깐깐하고 네가지없기로 유명하다고. 그 사람 작업실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온 몸에 피를 다 뽑힌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는 같은 멤버 해리의 말을 기억한 여주는 그래도 아니겠지,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가수들 녹음과정에 그렇게 민감한 사람이 설마 목소리로 먹고 사는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흡연을 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여주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핀다. 다 쓴 라이터를 책상 위에 아무렇게 던져버리더니 일어나서 네 사람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숨막히는 매운 연기를 뿜어대면서. 이건 매너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인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원체 성격이 소심한 여주는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분노를 꾹 누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화가 나는 건 저 뿐만이 아닌건지 멤버들은 일제히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이 팀 메인보컬이 누구야."



불편하다는 뉘앙스를 보이는 멤버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듯, 윤기가 무심히 물었다. 점점 후각을 자극하는 독한 향에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던 여주는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서 팔을 높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엄청 조심스럽게 천천히, '전데요...' 하는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와 함께.


윤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씩 끄덕였다. 그리고 그 다음 말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대사였다. 그 누구도, 프로듀서라고 해도, 감히 함부로 내뱉을 수 없었던 말을 윤기는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파트는 왜 네가 제일 많은건데?"



삐딱한 시선이 지이를 향해있다. 뭐라구요? 하고 다시 묻는 것으로 황당한 기분을 표출하는 지이에게 윤기 또한 다시 말했다. 아주 또박또박, 쐐기를 박기라도 하듯.



"메인보컬은 얜데, 왜 파트는 네가 제일 많냐고."

"하, 그걸 지금 몰라서,"

"노래 좆도 못하는 네 목소리를 왜 내 곡에 가득 채워야 하는건데."



싸우자는거다, 저건. 아무리 만족을 못 하겠어도 저 말은 그냥 한 번 해보자는건데. 


윤기는 정말 기분이 나쁘다는 듯 점점 얼굴까지 구겨가고 있었다. 어젯밤에 윤기 앞으로 메일 하나가 날라왔다. 'S 엔터테인먼트'. 보낸이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어느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곡을 프로듀싱 할 때마다 파트분쟁은 늘 있어왔던 것이다. 회사에선 아무래도 나름 자기들이 푸쉬해주는 멤버의 분량을 확실히 뽑아내고 싶어할 테니까. 그러려니했다.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하기도 했고, 노래를 듣다가 중간에 꺼버리고 싶을 만큼 최악의 스멜을 풍기는 사람은 없었다. 근데 시발, 푸쉬도 밀면 밀려야 해줄 거 아냐. 이건 너무 심하잖아.



"피디님 저 모르세요?"



학창시절 청팀 백팀 나눠서 했던 운동회 줄다리기를 관람하는 것 같았다. 빨간 선 하나를 가운데 두고 팽팽히 격전을 펼치는 두 선수. 어느쪽도 만만해보이진 않는다.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표정이었다. 나야 나. CF 하나로 다른 가수 일 년 동안의 활동 매출을 뛰어넘는 사람. 가수인지 배우인지 CF모델인지 직업은 불분명하지만 아무튼 대한민국 A급스타 유지이라고.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 지이의 얼굴엔 어느새 자만심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윤기는 한 번 피식 웃었다. 알아. 자동차 광고 찍었더라.



"제 최근활동까지 알고 계시네요? 그런 분이 왜 이런 무례함을 보이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손에 든 그거, 가수들 앞에서 떡하니 들고있기엔 꽤 실례되는 행동같은데요."

"누가 지금 광고찍재? 노래말이야. 네 목소리."

"..."

"큰일나지. 그 목소리로 네가 가수라고 광고하고 다니면. 이 앨범 망해 그럼."



작업실 안에 잠깐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그동안 여주는 흘깃거리며 옆을 살폈다. 짜증나다 못해 분하다는듯 두 주먹을 말아쥐는 지이 옆으로 쌤통이라는 표정이 은근 드러나는 두 사람이 보였다. 



"앞으로 내 작업실 올 때 마다 명심해. 난 기계음으로 목소리 덮어씌우고 노래 떡칠하는 짓 안 한다."



하긴, 네 목소리는 기계음으로도 커버가 안 되긴 하겠다. 여태까진 어떻게 앨범 낸 건지 하도 궁금해서 좀 찾아 들어봐야겠네.
치욕에 치욕을 더하기만 하는 윤기의 말에 공기의 흐름이 차갑게 변했다. 피디님. 한껏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는 지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이한테 이런 수모를 겪게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딜가나 탑스타 대접을 받고 회사 대표마저 오늘 기분은 어떻냐, 밥은 먹었냐, 저의 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는데 만난지 고작 3시간도 안 된 프로듀서따위가 저딴식으로 나오니 열이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있나.


아, 그리고.
꽤 때가 탄 것 같은 흰색 운동화로 타박타박 소리를 내며 찬찬히 걸음을 떼던 윤기가 지이의 앞에서 멈춰섰다. 한 손엔 담배 한 대를 끼우고 나머지 한 손은 팔짱을 낀 채, 꽤 건방진 자세로.



"네가 직접 들어봐. 네 노래하는 목소리."

"..."

"네가 가수냐?"



말을 마친 뒤 흰 막대를 입에 물고 쭈욱 빨아들이던 윤기가 후- 하고 연기를 뿜어냈다. 지이의 얼굴을 과녁으로 삼고 쏘아올린 화살처럼 정확히 한 가운데에 명중을 시킨 그 연기에 여주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제가 화살에 맞은 것처럼.










***










"저 안 해요. 이번 앨범 죽어도 참여 안 한다구요."



매서운 목소리가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넓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제 음식을 바라보기 바쁘던 사람들이 모두 지이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에이, 왜그래-. 회사 대표라는 사람은 지금 자기 소속사 가수 앞에서 쩔쩔매는 중이다. 음식은 뒷전이라는듯 포크와 나이프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안절부절.



"내가 이런 취급 받으면서 앨범준비 해야겠어요? 엄밀히 말하면 팀활동은 나한테 마이너슨데."



대놓고 들으라는 듯 제 앞, 옆, 대각선에 있는 여자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훑어보며 말한다. 그럼 대표는 또 당황해하며 타이르기 바쁘다. 그 모습을 보고만 있던 '여자들'은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그 중 한 명이 칼을 뽑아들었다. 쾅, 하고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는 행동에 유리잔에 담긴 물이 출렁거렸다.



"야, 말을 그렇게 할 건 또 뭐야. 이 팀에 너만 있냐? 듣는 사람들 생각 좀 하고 내뱉어."

"너도 아까 들었잖아. 그 사람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너 같으면 지금 말이 곱게 나가겠어?"

"하나같이 틀린 말도 아니더만, 뭘."



빨간 립스틱을 칠한 해리의 입술이 닫혔다 열렸다하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에 질세라 눈에서 불을 뿜어내는 지이의 모습을 보아하니 이 곳에서 2차 대전이 벌어질 듯 하다. 왜들 그래- 밥이나 먹자고. 이 전쟁의 막이 내리길 원하는 중재자는 어느새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닥치고 먹기나 해. 나긋나긋한 말투 뒤로 해리쪽으로 고개를 돌려 입모양으로 소리없는 호통을 치는 대표의 얼굴이 상기돼있었다. 하. 저에게만 뭐라고 하는 그의 행동에 기가 찬건지 헛웃음을 치는 해리의 모습을 지이가 알아채고선 한 쪽 입꼬리를 슥 올렸다. 조금은 무섭게.



"그렇게 노래를 잘 하면서, 왜 여태 무명 연예인라는 타이틀을 못 버리는지 몰라."



저 말은 해리에게 한 것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 시계 초침소리에나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여주는 우아하게 와인잔을 입에 가져다대는 지이와 눈을 마주쳤다. 가소로워하는 저 표정을, 사람들은 섹시하다고들 말했다. 그 눈빛을 직접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것이다. 그게 얼마나 사람 기분을 더럽고 역겹게 만드는지.


화장실 좀. 전쟁터 한복판에서 무기를 빼어들 것인지 말지를 고민하던 여주는 결국 후퇴를 하기로 했다. 룸 밖으로 나가는 순간마저 침묵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지이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환청이 되어 들리는 것 같았다.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으로 화장실이 아닌 밖으로 향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덮치니 정신이 깨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레스토랑 정원에는 연못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슨 색의 조약돌이 바닥을 메꾸고 있는건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 연못을 내려다보며 여주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민은 무슨, 후퇴가 당연한거다. 무슨 무기가 있어야 공격을 하든 방어를 하든 하지. 맨손으로 족히 십만은 넘는 것 같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장군을 대적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무릎을 굽히고 쭈그려앉아 물살의 흐름을 가만히 지켜보던 여주가 입고 있던 가디건의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몸을 일으켰다. 모르는 번호다. 010으로 시작하는 걸 보아 스팸이나 대출권유는 아닌 것 같긴 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록색 바탕의 전화기 모양 버튼을 눌렸더니 누군가와의 통화가 시작됐다.



― 여보세요. 이거 김여주씨 번호 아닌가요.

"전데요. 누구세요?"

― 어, 나야. 지금 통화 가능해?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여주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저를 전쟁터로 등떠민 사람의 낮은 중저음 보이스. 어떻게 몇 시간만에 잊을 수 있으리. 아, 네. 민피디님. 말씀하세요. 말을 하면서 여주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굽신거렸다.



― 내일 스케줄 어떻게 돼? 많이 바쁜가.

"내일이요?"



깨끗하게 비워진 이 달 스케줄표를 아침에도 확인했으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 한 번 더 물었다. 지이의 말이 곱게 나오진 않았지만 틀린 말은 없었다. 말 그대로 '무명' 연예인한텐 그 흔한 스케줄 하나 없었다. 쉽게 말하자면 이름만 연예인이지, 집에서 홀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백수나 다름없는 것이다.



― 시간 괜찮으면 내일 내 작업실에 좀 들러. 오늘 와봤으니까 어딘지는 알지?

"다른 멤버들도 같이요?"

― 그럴거면 니네 회사에 통보하지 왜 너한테 개인적으로 연락했겠냐. 너 혼자와.



전쟁터에 선 것 같은 위태로운 느낌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없이 많이, 아니 따지고보면 집이 아닌 모든 곳이 여주에겐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화살을 간신히 피하며, 때로는 날카로운 화살촉에 찔리기도 하며 늘 달아나기 바빴다. 아무도 없었으니까. 누군가는 저를 공격하지는 않을지언정 옆에서 휘둘러지는 무기들을 막아주고 도와줄 이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처음으로,



"오랜만에 원석을 발견한 것 같아서. 그 가치가 어느정도 되는지 한 번 보려고."



처음으로 등장한 것 같았다. 아군이라는 존재가.



 















! 정국이는 다음화에 등장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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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재밌을 것 같아요! 신알신 하고 갈게요:)
6년 전
독자2
헐허루ㅠㅠㅠㅠ아 여주 너무 짠하네여 진짜ㅠㅠㅠㅠㅠ엉어엉유ㅠㅠㅠ그룹멤버들도 막 똘똘 뭉치는 분위기도아니라니요ㅠㅠㅠㅠ얼마나 힘들까요ㅠㅍ
6년 전
비회원52.188
첫화부터 재밌어요 ㅋㅋㅋ 윤기 너ㅜ무 직설적인거 이니에욬ㅋㅋ
6년 전
비회원35.60
느낌이 왔습니다 너모 좋아여 암호닉 받으시나요?
6년 전
독자3
신알신 하고 갈게요!! 다음편도 재밌을거같아요!! 기다릴게용:)
6년 전
비회원52.32
헐ㅠㅠㅠㅠㅠㅠㅠㅠ넘 기대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4
하 정말 제가 진ㅁ자 좋아하는 소재네요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작가님 항상 만수무강 하시고 담편 기다리겠습니다...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5
재미있어요!! 신알신하구 가요><
6년 전
독자6
헐... 취저..... 신알신 하고 갑니다... 작가님
6년 전
독자7
완전 사이다 윤기...! 너무 재밌어요!!! 완전 취저..! 신알신하구 갑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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