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환아. "
" 웅. 여주야. "
" 이거는 진짜 만약인데, "
" ..... "
" 진짜 진짜 만약에 말이야. "
가끔 그런 생각이 들던 때가 있다. 오랜 시간을 바로 옆에서 함께한 우리가 조금 먼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그런 생각.
오늘은 연말이라고 재환이 그리고 재환이의 부모님과 함께 우리 집에 모여 파티를 했다. 거실에서는 부모님들끼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기에 나는 재환이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엎어졌다.
아- 배부르다. 그치? / 응, 진짜 배불러. 여주야. 책상 위에 엄마가 챙겨준 간식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은 재환이가 내 책장에 꽂혀진 만화책들을 구경하고 있었고 손을 뻗어 간식을 집어든 나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그런 재환이의 동그란 뒷통수를 바라봤다.
올해도 한 해의 끝을 함께 보내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오늘은 지워내지않고 입을 열었다. 만화책 한 권을 꺼내든 재환이가 빙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 그냥, 이거는 진짜 그냥 하는 말인데.. "
" 흐흥, 여주 또 진지해졌어. "
" 아니거든? ㅋㅋㅋ "
" 왜애- 무슨 말인데. "
" 울지나 말구 들어. 그냥, 만약에 나중에 우리가 조금 멀어지게 되면.. "
무슨 말만 꺼냈다 하면 눈물을 그렁 메다는 녀석이었기에 울지말라는 당부를 하고 꺼낸 이야기였다. 이건 정말 만약, 만약의 일이긴 하지만.
" ..왜 그런 얘기를 해.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금세 눈물을 글썽였다. 아니, 재환아. 진짜 그냥 만약에 말하는거야. 우리가 항상 붙어있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때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재환이 너랑 오래 지내고싶어서 얘기하는거야. 약속하려구. 당황한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재환이를 어르고 달랬고 한 손으로 제 눈가를 감싼 재환이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냈다. 진짜..지?
" 아, 그럼- 당연히 진짜지! "
" (훌쩍) "
"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대. 재환아. "
" ....... "
" 근데 나는 그런 거 싫어. 우리는 안 그랬으면 좋겠어. "
" ... 나두.. "
" 나는 평생 재환이 너랑 친구할거야. 진짜야. 약속해! "
어느새 침대 끝자락에 걸터앉은 내가 재환이를 향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입을 꾹꾹 다물고 있던 재환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걸었다. 근데 재환이 너 울어서 무슨 말을 못하겠어. 물만두 같은 모습에 웃음이 터져 그렇게 얘기하면, 재환이는 제 입가를 손으로 꾹 누르며 그랬다. 자꾸,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해.. 그게 또 귀여워서 나는 녀석의 머리를 헝클일 수 밖에 없다.
" ..여주야. "
" 응? "
얼마 지나지않아 눈물을 다 닦아낸 재환이가 내 이름을 불러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시선은 내 쪽을 한 번 바라봤다가 이내 아랫쪽으로 내린 채 이리저리 눈알을 굴린다.
" 나두, 만약에.. "
" 응응. "
" 여주 너 말대로 나중에.. 우리가 멀어지게 되면 말이야. "
" 응. 아, 재환아. 너 또 우는 거 아니야? "
" ..아니야아. "
" 푸흐, 그래. 만약에. "
" 응.. 만약에 그렇게 되면. "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만화책을 내려놓고 꼼지락, 말을 꺼내는 녀석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우물쭈물거렸다. 자꾸만 만약에, 라는 말을 덧붙이며 망설이던 재환이가 한 번 숨을 들이키고는 내 눈을 바라봤다.
" 그 때는 내가 먼저, "
" ...... "
" 내가 먼저 손 내밀게. 여주야. "
그리고 내뱉은 재환이의 말은, 어딘가. 마음이 찡했다.
" 평생 여주 껌딱지할거야. 나는.. "
" 푸핫.. 뭐야. 그게.. "
" 아무트은.. "
" .. 못 살아. 김재환ㅋㅋㅋ "
" 나 귀찮다고 모른 척 하면 안돼.. "
" 모른 척을 왜 해. 너 안 귀찮아! "
" 진짜? "
" 응. 재환이 너가 왜 귀찮아. "
" .. 약속해. 그럼 약속해줘. 여주야. "
약속을 또 해? 어리광부리는 거 마냥 제 새끼 손가락을 내게 내밀며 입술을 꾹 깨무는 재환이를 바라보다 결국 웃음이 터졌다.
" 그래. 알았어. 약속! "
웃음을 지우지 못한 채로 그 새끼 손가락에 손가락을 걸고 고개를 끄덕이자 꼭 잡은 그 손을 바라보던 재환이도 이내 웃음을 띄웠다.
열다섯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짓는 웃음만큼이나 풋풋했다.
쉬어가는 단편 (ver.김재환)
" .. 여주야. "
너... 이 나쁜 자식아.
막상 정면에서 녀석의 얼굴을 마주하니 울컥하는 감정이 더 심했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느새 주먹을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날 바라보는 녀석은 여전히 놀란 얼굴이다.
" .. 여주야. "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 김재환이 마주보고 선 내 손목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나는 그 손길을 뿌리치고 말을 이었다. 덩달아 놀라 주변까지 달려온 강다니엘을 비롯해 안절부절 못하는 친구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마주한 김재환의 얼굴에 이미 그건 내 안중이 아니었다.
" 너는.. 내 생각도 안 났지? 너한텐 내가 그정도였던거지. 나만 오랜만에 볼 생각에 들떠서 꾸미고 가꾸고. 향수는 뭐를 뿌릴까. 신발은 또 뭘 신어야할까. "
울컥, 쏘아붙이는 와중에 또 눈물이 차올랐다. 그렇지만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귀국하기 하루 전 날, 김재환을 오랜만에 만나면 무슨 얘기를 먼저 꺼내야할지, 녀석과는 어색한 얼굴로 인사를 주고 받게 될지, 아니면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녀석의 어깨를 툭 쳐보이게 될지. 나는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는 한국이라는 사실보다 그 오랜 시간동안 보지 못했던 김재환과의 재회에 알게모르게 더 들떠버려서. ..근데도 너는.
" 근데 넌 연락 한 통 없고. 강다니엘은 왔는데, 또 너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너 나 미국 갈 때도 눈물 항 방울 안 흘린 거 솔직히 속으론 조금 서운했는데. 끅, 진짜, 짜증나.. 김재환.. "
결국 참지 못한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서러움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단 한 번도 녀석 앞에서 이렇게까지 서럽게 울어본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그 서러움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 여주야.."
" 흐윽.. 내 이름, 부르지,마.. "
녀석의 입을 통해 오랜만에 흘러나오는 내 이름에 서러움이 더 복받쳤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부르지말라는 내 말에도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번 더 여주야아.. 내 이름을 불러왔다. 그러면서도 손을 어디로 둬야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는 모양새다.
" 울지마. 여주야. 울지마.. "
" ..끅, 흐.. "
"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울지마. 내가, 내가 미안해. "
안절부절하던 손이 내 어깨를 감싸 토닥였다.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내 김재환이 조심스럽게 뻗은 다른쪽 손이 내 눈가에 닿는다. 볼을 그러쥔 채로 눈가를 닦아내는 그 손길이, 예전처럼 따듯해서 나는 또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주변은 강다니엘이 정리한 것인지 다른 자리로 옮겨간 친구들로 인해 조용했다.
" .. 떨려서. "
잠깐의 정적 끝에 녀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두서없이 튀어나온 세 글자에 뭐..? 고개를 들어 김재환을 바라봤다. 내게서 손을 뗀 채 미치겠다는 듯 입술을 옴짝달싹 못하던 녀석이 한 차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 막상 만나려니까 떨려서 그랬어. "
" ...... "
" 만나고 싶었는데, 매번 용기가 안나서.. "
그렇게 말하는 김재환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 달아오른 제 귀를 만지작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안 변했네. 그 습관.
" 남자다워지겠다고 그렇게 큰 소리 쳤는데. "
" ...... "
" 근데 아직도, 떨리잖아. "
그게 잘 안되, 안되나봐. 나는..
김재환이 시선을 아래로 둔 채로 중얼거렸다. 여주 네 앞에만 서면 겁 많던 열여섯으로 돌아가 버릴 거 같애서.
" ..야.. "
" ..보고싶었어. 여주야. "
" ..너 씨.. "
" 너는, 나 안 보고싶었어? "
김재환은 허리를 숙여 고개를 숙인 채 훌쩍이고 있는 내게 눈을 맞췄다. 뒤늦게 전한 녀석의 진심이 쓸데없이 또 눈물샘을 자극해서 눈물이 멈출 생각을 하질 않았다. 왜 계속 울고 그래. 속상하게. 아직 지워내지 못한 눈물자국을 다시 한 번 녀석의 손이 다가와 닦아낸다. 이어 내 머리 위로 톡, 녀석의 손이 얹어졌다. 슬쩍 흘겨본 김재환의 모습이 낯설다. ..언제 이렇게 멋있어졌어.
퍽,
" 아...! "
" 나쁜 놈아... "
근데 그건 그거고, 너는 왜 사람을.. 그간 걱정에 마음 고생을 했던 것이 떠올라 녀석의 정강이를 세게 발로 찼다. 나쁜놈.. 진짜 나쁜놈이야. 너는. 이어 김재환의 어깨를 힘도 잘 들어가지않는 주먹으로 퍽퍽, 때리자 짧은 신음 소리와 함께 인상을 찌푸리며 제 다리를 쥐어낸 녀석이 이내 작은 웃음을 터뜨린다.
" ....? "
" 하나도 안 변했어. 여주 너. "
웃음과 함께 터져나온 실없는 소리에 나는 멋쩍어 뒷목을 긁적였다. 너도, 하나도 안 변했거든? ..옛날이랑 똑같애. 진짜로. 그렇게 대답하면서 마주친 눈빛에 괜시리 얼굴이 붉어졌던 거 같다. 변하지않았다고 말하기엔 재환이는 옛날이랑 다르게 좀, 많이 멋있어서.
**
" 오랜만에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자. "
김재환과 나로 인해 (정확히 말하자면 김재환을 보자마자 눈물을 쏟은 나로 인해) 어색해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강다니엘의 노력으로, 어느정도 분위기가 정리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술 한 잔씩을 기울이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번 모임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여러 번 술잔이 오갔고, 나는 올라오는 취기를 견디지 못하고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
" 많이 마셨나. 따라가줄까. "
" 아냐. 됐.. "
" 내가 같이 갈게. "
옆에 앉은 다니엘에게 잠시 나갔다오겠다고 작게 얘기하자 주변 친구들에게 술을 받기 바쁘던 녀석이 따라 일어서려 하기에 녀석을 제지하곤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주변에 몰려든 친구들로 인해 나와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김재환이 대뜸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내 손목을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나 괜찮.. "
" 나도 바람 쐬고 싶어서 그래. "
잡힌 손목을 빼내며 걸음을 옮기려하자 녀석은 내 옆에 붙어선 채 따라 걸음을 옮긴다. 힐끗, 괜히 그 옆모습을 바라봤다가 내 쪽으로 돌아오는 시선에 놀라 아닌 척 정면을 향했다.
" 여주야. "
그러나 곧이어 내 이름을 부르는 녀석의 목소리에 나는 또 흠칫, 어깨를 움찔해야 했다.
" 어, 어.. 왜. "
" 잠깐 서봐. "
술집을 빠져나와 딱히 어딜 걸어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잠깐 서보라는 재환이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나란히 서 있는 와중에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민망해 괜시리 녀석의 반대편으로 시선을 던졌다.
" 나 봐봐. "
" 아, ..왜애. "
이어 자신을 보라는 말에 퉁명스러운 대답이 앞섰다. 말끝이 늘어졌다. 낯간지럽게.. 술을 마신 탓인지 얼굴이 뜨겁다.
" 흐흥, 여주 너 얼굴 빨개. "
" 야. 그러는 너는, "
" 난 술 별로 안 마셨는데. "
..어, 그렇네.. 재환이의 말대로 마주한 녀석의 얼굴은 딱히 좀 전과 다르지않았다. 뭐야. 나만.. 민망함에 헛기침을 하며 다시 시선을 돌리자 내 볼을 톡톡, 건드린 녀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 이런 모습 처음 봐. 신기해. "
얼굴이 조금 더 화끈거렸다. 아, 웃지마아.. 술에 취한 탓인지 자꾸만 말이 늘어졌다. 김재환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자꾸만 웃는 낯으로 내 쪽을 바라봤다. 웃는 모습은, 예전이랑 같은 거 같기도 하고. 예쁘게 접히는 녀석의 눈꼬리를 보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여주야. "
그렇게 한참을 웃고 있던 녀석이 금세 웃음을 지워낸 얼굴로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내 이름을 불러온다. 어쩐지 그 목소리에, 좀 전보다 더 빠르게 뛰었다. 왜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떨리는거야. 미쳤나봐.
" ...... "
" ....? "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름을 부르고는 아무런 얘기가 없는 녀석에 약간 아래로 향해있던 고개를 들어 녀석을 바라보자 불쑥, 녀석의 손이 내 앞으로 내밀어졌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자 재환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예전에 한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
" ....... "
약속..? 취기가 오른 탓인지 머릿 속이 잘 정리가 되질 않았다. 멍하니 그 손을 한 번 바라봤다가, 또 녀석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자 스치듯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 그 때는 내가 먼저, "
" ...... "
" 내가 먼저 손 내밀게. 여주야. "
" 아... "
그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뭐야.. 나는 그런 거, 다 잊어버렸는데..
" ..아, 이러니까 되게 부끄렁. "
" ..푸흫- "
" 손. 여주야. "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내밀어진 그 손을 바라보고 서있자 어느새 발갛게 달아오른 제 귀를 잡았다 뗀 재환이가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귀여운 거는 어디 안가나봐.. 속마음이 밖으로 새어날 새라 터져버린 웃음을 삼켜내고 내민 손을 잡았다. 꽉 잡은 손이 따뜻했다.
" 오랜만이야. 여주야. "
" ..응, 재환아. "
마주보고 악수하듯 손을 잡고 있는 모양새가 민망해 결국 둘 다 웃음이 터졌다. 맞잡았던 손을 떼고 하늘을 바라봤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이 조금 간질거렸다. 아, 그래도 옛날로 돌아간 거 같아. 숨을 들이쉬자 느껴지는 찬 공기가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 여주야. "
그리고 또 내 이름을 불러오는 김재환 목소리가, 참 좋다고.
" 이 말 전하기가 너무 오래 걸렸는데. "
" ...... "
" 오늘 아니면, 후회, 할 거 같애서. "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 재환이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와 시선을 완전히 마주했다. 긴장한 듯 짧게 말을 끊어 내뱉은 녀석이 제 입술을 훑었다. 이상하게 심장이 간질거렸다.
" 나 실은, "
" 너랑 평생 친구하기로 한 약속. 못 지킬 거 같다고 말하려 왔어. "
맞닿은 그 따뜻한 시선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진정되질 않는 심장 소리가 이러다 재환이에게 들리는 건 아닐까. 나는 묘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걸 걱정했다.
" 좋아해. "
" ....... "
" 좋아해. 여주야. "
" 꽤 오래 됐어. "
" 그러니까, "
" 나 오늘부터는, 너랑 친구하기 싫다. 여주야. "
근데 어쩐지,
" ...재환아. "
" ..어, 여주야. 좀 당황스럽지. 오랜만에 만났는데. "
" ........ "
" 당장 답 달라는 거 아냐. 기다릴게. "
" ....... "
" 그러니까, "
아직 적응 안되는 이 소리가 너한테 전해져도 괜찮을 거 같아.
" ...나도. "
" 어? "
" 나도 그런 거.. 같다고. "
나도 너를, 좋아했나봐. 재환아.
제 이름을 부르는 진지해진 내 목소리에 눈에 띄게 흔들리며 말을 늘어놓던 김재환이 말을 자르고 튀어나온 내 대답을 듣고는 아래로 향했던 시선을 다시 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잠시 상황파악을 하는가싶더니 두 눈동자가 답지않게 커졌다. ..꿈은, 아닌데. 손바닥을 들어올려 제 볼을 툭툭 쳐보는 재환이의 모습에 나는 결국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 여주야. "
" ..어? "
" 한 번만 안아봐도 돼? "
" ...야. 너는 무슨 그런 말을.. "
" 한 번만 안아보자. 여주야. "
그 말에 무어라 답할 새도 없이 김재환이 제 품에 와락, 나를 안았다. 예전에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는데..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괜히 숨 막혀.. 하고 말하면, 그런 내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 건지 녀석은 ..꿈, 아니네. 이거. 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한참을, 녀석은 품에 안은 나를 놔주질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들어오지 않는 우리를 걱정해 나온 강다니엘과 눈이 마주쳐 놀란 내가 김재환을 떼어내기 전까지.)
오랜만의 재회는, 길었던 시간만큼이나 애틋했다.
물만두와 사는 법.
完.
***
< 번외 - 물만두가 자라면? >
" 재환아. 너 울.. 크흡, 너 울어? "
" ..안 울어.. "
" 아니, 큽, 너 우는데?ㅋㅋㅋ "
" 영화가, 너무, 슬프,잖아.. "
와, 아니 난 재환이 너가 요즘 안 울길래 눈물샘 다 마른 줄 알았지. 여주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끅끅거렸다. 팝콘을 품에 꼭 안은 채로 상영관을 빠져나오는 재환은 끝내 터져버린 눈물을 닦아내기 바쁘다. 자꾸만 키득거리는 여주에게로 재환의 원망스런 눈초리가 따랐다.
" 재환아. "
" ..... "
" 난 가끔 너 우는 것도 괜찮은 거 같애. "
여주가 실실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그러자 재환이 이내 입술을 앙 다물었다.
" 이제 안 울어. 진짜 안 울어. "
" 아, 왜애. "
말 끝을 늘이며 저를 바라보는 여주의 모습에 잠시 재환의 마음이 흔들렸다. 아, 아냐. 그래도 안 울거야. 그러나 이내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을 짓고는 여주의 손을 이끌었다. 뭐 먹고싶어. 여주야. 저녁 뭐 먹을래.
" 재환이 너가 쏘는거야? "
"말만 해. 말만 해. 오빠가 쏜다! "
" 어쭈, 이제 그런 말도 해. 많이 컸어. 아주. "
뭘 또 말을 그렇게.. 거들먹 거리는 듯한 여주의 태도에 재환이 끄흥, 웃음을 터뜨렸다. 내려간 목과는 달리 어깨가 위로 솟았다. 웃을 때 나오는 김재환의 습관이었다. 그 모습을 본 여주가 재환의 머리를 강아지마냥 헝클었다. 많이 컸어. 물만두. 그러자 불쑥- 재환의 손이 여주의 손목을 잡는다.
" 아직도 예전에 물만두인 거 같지. "
" 그럼, 아니야? ㅋㅋㅋ "
" 자꾸 그러면, "
" ...? "
" 재환이.. "
" 뚁땽해! "
아 ㅋㅋㅋㅋ 미쳤나봐. 김재환.. 앙증맞게 제 볼에 손을 갖다대며 말하는 재환의 모습에 결국 여주가 졌다는 듯 웃으며 재환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여주의 반응이 만족스러운지, 자신도 어이가 없는 건지 재환도 따라 웃음을 터뜨린다.
" 근데 여주야. "
" 푸흐, 어, 왜. "
" 진짜 예전의 물만두 아니야. "
그러다 또 금세 진지해진 표정의 재환이 여주와 마주보고 선 채로 천천히 다가왔다. ..야, 야.. 뭐하는.. 주변에 사람들 안보.. 당황한 여주의 시선이 갈 곳을 잃은 채 주변을 헤맸다.
" 군만두. "
" ...? "
" 군만두야. 이제. "
쪽,
가까이 다가온 재환의 입술이 여주의 콧잔등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아, 김재환. 군만두가 큽, 뭐야.. 어이없는 여주의 웃음이 터졌다. 밥 먹으러 가자. 여주야. 이내 장난스럽게 웃음 짓고는 제 손에 깍지를 낀 채 앞장 서 걸음을 옮기는 재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주는 생각했다.
아무튼 재환의 말대로 예전의 물만두는, 이제 아닌 거 같다고.
" 생각난 김에 군만두 먹으러 가자. 재환아. "
" 오케, 군만두. 콜. "
그리고 군만두와 사는 것도 제법, 괜찮은 거 같다고.
**
작가의 말 |
...음.. 오.. 아..예... 독자님들.... 저는 댓글을 달면 안되나봐요.... ... ....jnj.... 물만두 글을 쓰고 있는데 쪽지를 받았어요.. 오늘 꼭 올리고 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참고로 지금 12월 26일이에요..죄송해요..T_T... 저도 일개 팬 중 한명이라.. 자꾸 여기저기 화를 참지 못하고 (^^).. 댓글을 달고 다녔더니 이렇게 되었네요 ㅜㅜㅜㅜㅜ 반성합니다.. 하ㅏ아 아무튼 물만두 째니 글이 완결이 났습니다 (쟉쟉쟉) 뜬금없이 맺어진 완결에 당황하시진 않으셨을까 싶네요 ㅋㅋㅋ쿠ㅜㅜ 기회가 된다면 재환이 버전의 외전을 준비해보겠습니다 꼭 써온다는 약속은 못드려요 T_T..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잘 보고 있고 너무 감사드려요 덕분에 힘이 납니다 ㅎㅎ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구 물만두 째니 글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환이 예능 기사도 뜨고 너무 기분 좋은 날이네요ㅎㅎ 부득이하게 자꾸 연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
♡ 독자님들 암호닉 ♡ |
앞으로 암호닉 신청은 암호닉 신청 공지를 통해서만 받습니다. < 1차 암호닉 > 숮어 / 현 / 뎡 / 봉봉 / 란 / 듀ㅅ듀 / 슬 / 녜리 / 일오 / 샘봄 / 찌 / 안녕 / 딸기모찌롤 / 자몽소다 / 요니 / 고구마 / 롱롱 / 아가베시럽 / 핫초코 / 새우 / 돌하르방 / Aquamariz / 팤치기 / 뿜뿜이 / 살사리 / 샐라인 / 토마토야 / 금하 / 바밤바 / 겨울의 봄 < 2차 암호닉 > 덕배 / 유한성 / 은류 / 털없조 알파카 / 르래 / 뿜뿜이 / 헿 / 유투표 / 오니오니 / 과자 / 디어 / 누니 / 윙지훈 / 수 지 / 은하수 / 밀감 / 포륵포륵 < 3차 암호닉 > 동그란 / 설레세운 / 포뇨 / 알팤팤민 / 포뇨하고싶은거다해 / 정세운누운 / 봄봄 / 몽글 / 퍼지네이빌 / 은무룩 / 포뇨뇨 / 통기타포뇨 / 오늘도행복해 / 사용불가 / 순하미 / 뗴우닝 / 포비 / One / 애플파이 / 세운아 / 아몬드 / 빵야 / 유우 / 프리지아 / 일삼 / 헤이헤이헤이 / 0809 / 챠미 신청 누락되신 분들이나 정리 대상이 아닌데 정리 되신 분들 (예를 들어 암호닉을 사용하지 않고 남긴 댓글이 있으신 분들.) 꼭!! 댓글 남겨주세요. 4차 암호닉 신청은 한동안 계획에 없습니다 T_T 또한 이후 암호닉 정리 + 신청은 댓글 인증을 받을 예정이니 참고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