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주 술 많이 먹지 말고"
"알았어"
"전화 꼭 받고"
"알았다니까 걱정 마"
"너가 평소에 잘하면 내가 걱정을 왜 하겠어"
"으휴 김종현 누가 보면 애인인 줄 알겠어"
"뭐래 전화나 꼭 받아"
나는 오늘도 내 감정을 숨기고 만다
그래서 좋다는거야?
아빠가 언젠가 그랬다
사랑은 소리없이 나타나 어느새 마음 한켠에 자리를 잡고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언젠가부터 여주를 좋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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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던 우리는 남사친 여사친 사이였다
그저 매점을 같이 가고 집 근처 독서실을 같이 다니는 친구, 여주에게는 말이다
"김종현 배고파"
"매점 갈까?"
"뭐? 니가 사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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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고백 안 할거냐"
"내가 어떻게 하냐"
"내일이면 김여주도 못 본다니까"
"그렇네 조금 아쉽다"
나는 겁이 많은 아이였다
내가 고백을 해서 여주와 내가 사귄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 친구로 못 지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었다
요즘은 그 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지금쯤 달라져 있었겠지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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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혹시나 했었지만 역시나 여주는 많이 울었다
같은 대학에 가지 못한다며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 길을 잃은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이제 나 누구랑 같이 밥먹어..."
"그럼 맨날 너희 학교가서 밥 먹을까?"
내 말에 울먹이던 눈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여주였다난
정말 진심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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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다른 생활이 시작되면서 연락이 점점 줄어들었고 하루에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도 버거운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나도 모르게 울적해져 일찍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자기도 했었다
띠링-
'나 이제 너랑 같이 밥 먹을 수 있어'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였다
뜬금없이 여주에게서 온 문자는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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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몰래 반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가 없으니까 심심하다, 나 왕따다는 등 그렇게 여주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아 뭐야 김종현 나 말고 친구 없을 줄 알았더니 이거 완전 스타잖아"
"나 원래 친구 많았거든"
대학생이 되어 바뀐 건 셀 수 없이 많다
그래도 아직 여주를 좋아하는 마음은 고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큰일이다
"종현아 내 남자친구"
"어? 언제 생겼어?"
"일주일 전에. 잘 생겼지?"
웃으면서 핸드폰을 들이밀어 보이는 사진은 여주와 어떤 다른 남자가 찍힌 사진이였다
여주에게 애인이 생기는 건 처음이 아니였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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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비틀거리며 손을 흔드는 여주가 보인다
저러다가 또 넘어지는 거 아니야 하고 뛰어가면 벌써 넘어져서 바닥에 주저앉아 뭐가 좋은지 히히 웃고있다
"왜 전화 안 받았어?"
"아니,,,받으려구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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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따뜻한 음료수 캔을 볼에 가져다대면 깜짝 놀라 작은 어깨가 움찔거린다
새벽 공기 차가운데 내일 또 콧물 나온다고 짜증낼텐데
"집에 언제갈래"
"안 갈거야"
"너 왜,,, 자꾸 잘해주냐,,,"
"나 착한 거 니가 제일 잘 알면서"
"뻥치지마,,,"
"종현아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그럼"
"너도 나,, 좋아하지?"
여주의 습관이다
항상 술에 취하면 묻는 질문이지만 난 항상 답을 한 적이 없었다
"많이 취했다 여주야"
",,,,그래서 좋다는거야?"
"응 좋아해"
내일 여주가 일어나면 이 얘기는 까먹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