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X산들] 위험하고 무모한
*~*~*
"야, 이정환. 안 올것처럼 굴더니."
"바쁜 건 맞는데 그래도 누구 결혼식인데. 당연히 와야지."
밝게 웃어보이는 정환의 모습에 진영이 덩달아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동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동창회 때부터 사이가 서먹했던 선우와 정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 전 선우의 신부가 될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도 정환은 나오지 않았다. 정환이 무슨 말을 했건 다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멀쩡한 모습으로 결혼식장에 나타난 정환에 의아했지만 곧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동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선우와 오늘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될 그녀의 이름이 함께 박혀있는 팻말을 가만히 쓰다듬어보던 정환 앞으로 찬식이 다가왔다. 축의금 내셔야죠, 형. 그제서야 정환이 씨익 웃으며 입고 온 정장 속주머니 안에서 봉투를 꺼냈다. 하얀 봉투를 보고 익숙한 듯 받아든 찬식이 이름을 적으려는 순간 누군가 정환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정환, 왔네."
"…응."
"너 축의금 나중에 내."
"왜?"
"그냥. 넌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니까. 안 그래?"
선우의 말에 정환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인 차선우다. 언제 흑발로 염색한건지 단정하게 손을 본 머리카락부터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턱시도 차림의 선우는 정말 멋있다는 말이 어울렸다.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자 궁금한 눈빛으로 찬식이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선우는 대답없이 정환을 데리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말없이 따라가던 정환이 주변에 사람들이 줄어들자 거칠게 선우의 손을 놓았다.
"뭐하는 거야."
"뭐가."
"너 왜 이래. 나 놀리는거지?"
정환의 물음에 오히려 선우는 더욱 즐거운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정환이 한숨을 쉬며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옆에 앉기를 권유했지만 선우는 고개를 몇 번 흔들어 거절할 뿐이었다.
"정환아."
"내 이름 부르지 마."
"진정하고 내 말 들어."
"내가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라면? 이렇게 갑자기……."
정환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런 정환의 입을 가볍게 톡, 친 선우가 그럼 결혼식은 왜 온건데? 라며 덤덤하게 물었다. 그야…….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애썼지만 정환의 입에서 마땅한 이유가 나오질 않았다. 그냥 우리 제일 친한 친구니까, 이 한 마디만 하면 되는건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놓고 이렇게 결혼해버리는거."
"……."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냐. 나 좀 그만 찌질하게 만들어 차선우."
정환의 말 속에 진심이 담겨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생각했어, 쭉."
"……."
"…이정환, 재밌는 거 알려줄까?"
선우가 잘 정돈된 앞머리를 매만지며 정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는 정환의 눈을 살짝 손으로 덮어주며, 선우가 말했다.
"나 이 결혼식 끝나고, 너랑 도망갈거야."
"…어?"
정환의 대답에 선우가 다시 눈을 뗐을 때는 이미 정환의 얼굴이 눈물로 잔뜩 젖어버린 후였다. 손에 묻은 정환의 눈물을 터는 시늉을 하던 선우가 벙찐 표정인 정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
"솔직히 눈치채고 있었잖아."
"뭘."
"너만 나 좋아해온 거 아니었던거."
"……."
"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좋아하진 않았어."
선우가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그런데 왜……. 정환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물었다. 이미 정환에게 더 이상 자존심 같은 건 챙길 여유도 없는 듯 했다.
"이 나이 먹어서. 고작 부모님 뜻 때문에 겨우 니가 만든 기회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
"아무리 그래도 너 신부는 어쩌고."
"걔도 구하려면 남자는 많아."
"그럼 처음부터 결혼 같은 거 하지 말지 그랬냐."
"너 나한테 제대로 대답 들으려고 노력이나 했어?"
"……."
"내가 너 좋아한다는 대답 들으려고 안 했잖아. 피했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와버렸잖아."
선우의 말에 정환이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소매자락으로 훔쳤다. 선우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정환의 손을 치우고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또 정환은 멍하니 선우의 얼굴만 보고 있었다.
"근데 이것도 괜찮은 거 같아. 더 이상 내가 부모님 말만 따르는 애가 아니라는 거 보여주고 싶어."
"……."
"스릴도 있고."
미친 놈. 선우의 말에 정환이 조용히 읊조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분위기를 깨버린 것은 선우였다.
"그럼 너 이제 하나만 대답해."
"뭔데."
"너 아직도 나 좋아해?"
"…야."
"이미 완성된 결혼식에서. 나랑 같이 도망갈 수 있을정도로. 나 좋아하냐고."
정환이 대답을 망설이자 그럴 줄 알았다며 선우가 웃었다. 그리고 정환의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손에 꼭, 쥐어주고는 말했다.
"결혼식 끝나기 전까지 답장 보내놔."
그 한 마디를 내뱉고 정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뒤 유유히 사라져버린 선우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정환의 시선이 다시 핸드폰 액정으로 머물렀다. 메시지 칸만 띄워놓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던 것 같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 그 동안 내 꿈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일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미 결혼까지 포기할 정도의 사랑이라면 정환이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과분했다. 아주 많이.
아름다운 모습의 신부가 선우의 손을 잡고 함께 행진하는 것을 지켜보던 정환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정환과 마주친 선우의 눈이 이제 고민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선우가 무표정으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다 정환과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보이는 것을 본 정환이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선우야. 나도 니 생각이랑 같아. ]
행진이 끝나고 한참 뒤 선우에게서 온 답장을 확인한 정환이 바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동우의 물음에 정환은 대답했다. 있어, 그리고 앞으로 나를 많이 미워하게 될 지도 몰라. 미안해. 뜻을 알 수 없는 정환의 말에 동우가 고개를 갸웃, 했다.
[ 결혼식장 후문 앞에서 기다려. ]
*~*~*
추운 겨울 날씨에 손에 입김을 불고 있던 정환의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 왔구나. 정환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미쳤구나, 우리 도망가는 거야. 선우의 말에 정환이 대답했다. 너도 미쳤잖아. 선우가 다시 대답했다. 아무렴 어때. 정환의 손을 말없이 잡고 있던 선우가 손을 내밀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 위에 손을 얹은 정환을 보고 선우가 크게 웃었다.
"그거 말고. 축의금."
"어? …아, 여기."
"…야 오만원? 우리 사이에 겨우?"
"이 정도면 많은거지."
"아냐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해. 잠깐 도망치는 거니까."
선우가 봉투를 받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신랑이 축의금을 챙기냐, 너는. 정환의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에 선우가 괜찮아. 우리 둘만 아는 거잖아.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차에 시동을 건 선우가 바쁘게 운전석에 앉았다. 조수석에 올라탄 정환에게 안전벨트를 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참. 내가 결혼하는 날에 턱시도 입고 도망가려고 운전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나도."
"다 너 때문이야."
"응. 미안."
"내가 먼저 고백했어야 하는건데. 그럼 우리 여기까지 안 와도 되는건데."
"……."
"너무 멀리 돌아왔다. 그치."
선우가 핸들을 붙잡았고, 정환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선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험할 거 같은데."
"…이런 건 나중에 도망간 후에 하자고."
"자, 빨리. 안 그러면 너 신부 쫓아온다?"
"아주 맛들였구나. 누구 친구 아니랄까봐."
"당연하지."
"아니다. 이제 친구 안 할거잖아 그치?"
선우의 물음에 정환은 대답 없이 웃었다. 아주 위험하고 무모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다 괜찮은 것 같았다. 남들이 보기에 얼마나 미친 사람들처럼 보일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문 앞에 걸린 팻말에 박힌 그녀의 이름을 보고 정환이 생각했다. 죄송해요.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 좀 빌려갈게요. 그 쪽 사랑해주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저를 이만큼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을 거 같아서 놓치면 큰일날 거 같아서요. 선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생각해?
별 거 아냐. 정환이 대답했다. 별 거 아닌게 아니였지만 말이다. 주차장을 벗어나는 차가 가볍게 미끄러졌다. 지금쯤 결혼식 현장은 난장판이 되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정말 '사랑의 도피'를 하고 있었다. 드라마 같네. 장난스러운 선우의 말투에 정환이 대답했다. 장르는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 같은데. 멀리 보이는 하객들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단아하게 차려입은 한복과는 대조적으로 화장이 번진 그녀의 얼굴을 건너다본 정환이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니가 기다릴 줄 알았어."
"자신감 있다. 어디서 나오는거야?"
"널 좋아하는 마음에서? 이런 대답 바래?"
정환이 조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도망치느라 흐트러진 선우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짜 병맛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새벽에 노래 들으면서 컴퓨터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일러 스위프트 - speak now라는 노랜데 물론 가사랑은 벗어난 점이 있지만 왠지 그냥 능글맞고 발칙한? 느낌으로 쓰고 싶었는데...똥손이라 안 되네요............ 진짜 갑자기 2~30분? 정도 들여서 쓴거라서 완전 엉망이네요...내일 읽어보고 이불 발차기할거같지만..ㅋㅋㅋㅋ 이래서 새벽에 글쓰지 말라고 하나봐요...오글오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이제 이상한 똥단편 막 안 쓰고 A부남B광남 들고 올게요..엉_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S2
(+) 단편 쓰는 거 좋아해서 앞으로 가끔 이런 거 올라와도 놀라지 마세요........그냥 지나가는 똥이구나 생각해주세요...♥ 암호닉 분들 못 써드려서 죄송합니다.......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