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X산들] A형 부산 남자 B형 광주 남자
*~*~*
겨울의 끝자락이라지만 아직 2월의 밤 날씨는 정말 추웠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엄마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원래 문자가 오던 전화가 오던 잘 확인하지 않는 엄마는 역시 내 조그만 기대까지 누르고 결국 삐-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라는 멘트까지 듣게 해주었다. 설마 진짜 야근은 아니겠지.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어쩔 수 없이 문 앞에 쪼그리고 앉자 이정환이 따라서 옆에 앉았다.
"열쇠 두고 나왔어??"
"그런 거 같은데."
"윤지는?"
"할머니 집 갔잖아."
맞다. 내 대답에 이정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옆에 이정환을 앉혀두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기도 뭐해 그냥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으려니 춥고 배고프고 잠도 오고 거지의 요건을 다 갖추었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 때 옆에서 다다다닥, 소리가 나 옆을 보니 후드티에 패딩조끼만 입고 나온 이정환이 어깨까지 떨며 이를 부딪히고 있었다.
"그만 좀 떨어."
"나 추위 잘 탄단 말이야……."
"추위도 잘 타면서 옷은 그렇게 입고 나왔냐."
"열쇠가 없어서 밖에 이러고 앉아있을줄, 알았나. 내가."
떠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에 옷이라도 벗어줄까. 말하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됐어. 대답한다. 흥, 뭐 진짜 벗어줄 마음도 없었거든. 그래도 고민하다가 말한건데 단칼에 거절해버리는 이정환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반대쪽으로 홱, 돌렸다. 다다다다닥, 떠는 소리가 아까보다 격렬해졌다. 귀까지 빨개져서 장갑을 낀 손만 비비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내 패딩에 달려있던 모자만 똑, 떼서 건네주니 이정환이 의아한 눈빛을 하고 물었다.
"이게 모야?"
말해주면 또 거절할까봐 대답 없이 모자를 씌워 잠궈주자 이정환이 푸스스, 웃었다. 모자 속에 파묻힌 얼굴이 달처럼 하얗게 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꼬집고 싶어졌다. 어렸을 때 내가 맨날 볼을 잡아당기며 놀던 것이 생각나 볼을 턱, 잡으니.
"놔라."
정색을 하며 말하기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려야했다. 또다시 짧은 정적이 이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본 밤하늘은 야속하게도 정말 예뻤다.
"야야.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어렸을 때 생각난다."
"뭐가."
"우리 그 때 딱지 바꾸다가 처음으로 싸워서 쫓겨났잖아. 밖으로."
"……."
생각해보면 진짜 유치한 싸움이었다. 서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딱지가 더 좋은 것이라며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고 하다가 그게 말싸움에서 작은 몸싸움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다가 내가 겁을 주려고 주먹을 든다는게 실수로 이정환의 안경을 쳐버려서 그게 날아가면서 깨지는 바람에 더 혼이 났었다. 밖이 어둡고 추운데도 나름대로 보수적인 사상을 가지고 계셨던 정환이네 아저씨께서 벌을 주셔서 내복만 입고 쫓겨나게 되버렸다.
문제는 이정환이 어둠을 정말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어두운 곳만 가면 겁을 내고 불안해하는 탓에 조금 걱정이 되고 미안해지긴 했지만 그 땐 싸우고 난 후였기 때문에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씩씩대며 먼저 밖으로 나갔었다. 내 옆에 따라서 무릎을 꿇고 앉은 이정환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말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단순했고, 내가 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금새 망각한 채 잠에 빠지고 있었다. 그 때 옆에서 선우야, 선우야.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 번쩍 잠에서 깨어났다. 불안한 눈빛의 이정환이 내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뭐."
"깼어? 깼지? …후아."
"이씨, 자는데 왜 깨워. 나 너랑 친구 안 할거야."
"야 차선우!"
무어라 횡설수설 말하고 다시 잠에 들려는 나를 붙잡은 이정환이 덥석, 내 손을 잡아왔다. 내 손을 꽉 잡은 손이 차가워서 놀란 눈으로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묻자 이정환은 대답했다. 손만, 손만 잡고 있음 안 되나. 앞이 흐릿해서……. 이정환이 나지막히 대답했다.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된 내가 괜찮아? 이정환 괜찮아? 연달아 묻자, 어릴 때 몸도 약했던 이정환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추워??"
괜찮아. 괜찮다니깐. 내복만 덜렁 입고 나와 괜찮다고 말하는 이정환을 보고 아무리 어리더라도 양심의 가책은 느껴졌던 모양이다.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냥 별 백만 개 딱지 내가 양보할걸. 엄마한테 나중에 사달라고 할걸.
"…선우야."
"왜."
"미안타……. 내가 나중에 집 들어가면 유희왕 카드 니 다 주께."
바보같을 정도로 착한 이정환은 누가 먼저 싸움을 걸어왔는지 기억도 못하고 그렇게 미안하다고 말했었다. 마치 오늘의 이정환처럼. 분명 장난을 시작한 것도 나였고 이정환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도록 만든 것도 나였지만 이정환은 괜찮다고 말했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눈을 하고서 말이다.
"내가 더 미안."
내 한 마디에 이정환은 또 배시시, 웃었다. 평소에 이정환 얼굴은 못생겼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그 때 마주한 이정환의 얼굴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엽다. 라는 말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
그런데 내가 왜 지금 이정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더 이상 어리지도 않고, 그 때처럼 순수하지도, 착하지도 않은 이정환을 보면서 무려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추억여행을 하도록 떡밥을 만들어놓고 정작 본인은 모자속에 파묻혀 자고 있는 모습이 그랬다.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위에 덮어주었더니 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이정환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우웅, 울리는 진동에 내 휴대폰을 확인했다. 아닌데…….
"또 이정환이야? 은근히 연락하는 사람 많네."
호기심도 아니었다. 그냥 무심코 손이 가서 눌러본 것 뿐이었는데. 이정환의 핸드폰 액정에 뜬 메세지가 잠깐 떴다가 사라졌다.
[ 생각은 해봤어? ]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추위에 몸이 떨리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이걸 확인하면 안 되는 거겠지? 고개를 좌우로 휙휙, 돌리고 다시 이정환의 옷주머니 속에 넣으려다가 또 흠칫. …그래. 딱 한 번 본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
"…아…패턴."
허탈한 마음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빤히 보고만 있었다. 나도 뭘 보겠다고 한건지…….
*~*~*
"한동안 안 그러나 싶었더니 또 두고 갔어? 내 아들이지만 징하다. 정환이 안 춥니?"
"네에……."
"어머. 온몸이 다 차갑네. 얼른 들어가서 몸 녹이자."
엄마가 내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하나뿐인 아들은 걱정도 안 되나보다. 갑자기 따뜻해진 주변환경에 놀란건지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잠에서 깬 이정환이 위에 덮어진 패딩을 보자마자 놀라며 내 어깨에 자꾸 패딩을 걸쳐주려는걸 못하게 막기까지 했는데. 입을 삐죽대며 거실 소파에 누워 담요를 덮었다. 아, 따뜻해. 살겠다.
"저 샤워해도 돼요?"
"그래. 그래. 따뜻한 물로 하고 푹 자라. 곧 있으면 학교도 가야 하는데 감기 걸리면 어떡하니."
이정환이 엄마 앞에서만 짓는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며 욕실로 들어갔다. 엄마가 이정환 손에 들려있던 쇼핑백을 들고 교복을 꺼내보더니 왜 이렇게 먼지가 많이 묻었냐고 의아해하셨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가 도시라서 공기가 오염돼서 그래. 장난스레 내뱉은 말에 난 한 번 더 꿀밤을 맞아야 했다. 또다시 횡단보도에서 넘어졌을 때 이정환의 표정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씻기도 지쳐 그대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씻고 자라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조용한 2층에 딸려있는 욕실에서 솨아아, 물소리가 났다. 이정환이 샤워를 시작했나보다.
*~*~*
"…아흐……."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지는 건 오랜만이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느낌에 천천히 몸을 일으키니 아, 골이 아프다는 건 이런 느낌인가 싶어 도로 누워야만 했다. 아무도, 심지어 나도 내 몸을 걱정하지 않은 결과 감기에 걸린 것이 뻔했다.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오니 죽을 맛이었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고 있다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이불을 걷어냄과 동시에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콜록, 콜록. 컥, 컥!!! 기침을 하며 거실로 나가 물을 따라 마시다가 순간 뱉을 뻔 했다. 뭐가 이렇게 차가워! 정신 없이 따르다 보니 뜨거운 물을 섞는 것도 잊을 뻔 했다. 다시 따뜻한 물을 떠 벌컥벌컥 들이켰다. 머리가 띵했다. 2층으로 다시 올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다.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숨을 고르고 있는데 이정환이 바쁘게 2층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너 어디 가?"
"…약속 있어."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다면서."
"누가 올라온다고 해서."
그러던지 말던지. 남방에 받쳐입은 오렌지색 니트가 썩 잘 어울렸지만 입 밖으로 소리내서 칭찬해주기는 싫었다. 다시 이마를 붙잡고 소파에 누우니 이정환이 너 아파? 물어왔다.
"안 아파."
"아파 보이는데."
"신경쓰지 마."
"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는데."
이정환이 짐짓 화가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어제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은 것이 생각나 투정처럼 뱉은 말인데 이정환은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이리 와본나. 니 목소리 이상한데……."
"…야!!"
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이정환이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내 몸에 비해 그 손길이 너무 따뜻해서 순간 나른한 기분에 눈을 감았다. 열 있네. 이정환이 중얼거렸다. 다시 정신이 들어 눈을 떴다. 걱정스러운 표정에 또 괜히 기분이 좋아져 말을 막 던졌다.
"내가 너 옷 벗어주다가 이렇게 됐다."
"그니까 니가 입으라고 했나 안 했나."
"…야,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는게 그렇게 어렵냐?"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벗어준것도 아니고. 남자가 치사하게."
목소리 듣기 싫으니까 니 이제 말하지 마라. 말하면 찌질이. 이정환이 초딩처럼 내뱉은 말에 초딩같은 난 입을 다물고 다시 잠을 청했다. 나쁜 놈. 내가 아프다는데. 친구가 아프다는데. 차선우가 아프다는데 밖에 나가겠다고? 이정환이 바쁘게 움직였다. 정말 급한 약속같아보여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돌아누웠다.
"몸도 아픈데 나대지 말고 누워서 퍼 자라."
쾅, 닫힌 문에 슬쩍 몸을 일으켜 집 안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텅빈 집안이 오늘따라 더 쓸쓸해보였다. 입맛이 나지 않아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충 소파 위에 늘어져있는 담요를 끌어다 덮고 누웠다. 아무리 방학이고 집에 사람이 없다지만 아플 때 옆에 아무도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아프다고 찡찡댈까, 하다가 포기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 때 지이잉, 울리는 진동에 혹시나 싶어 휴대폰을 들었다.
[ 서누야 ]
[ ㅇ ]
[ 잘 지내니 ]
[ 아니 못 지내 ]
[ 그래? 난 잘 지내는데 ]
[ ㅡㅡ?? ]
[ 귀여운 정환이 보고 싶다 우리 또 언제 만나? '◇' ]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개학하면 만나겠지ㅗㅗ ]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소파 위에 던져버렸다. 왜 아무도 내 안부는 안 물어보는데!
진짜로 오랜만이에요!! |
개학하면서 야자가 시작되니까 정말 글 쓸 틈이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번에 차선녀 때문에 멘붕 온 이후로 업데이트도 안 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죄송합니다.... 그래도 설 연휴 전이라고 학교 학원 일찍 끝내고 와서 손가는대로 썼는데 갈수록 재미없어지는것;; 같네요...ㅠㅠㅠㅠㅠ엉_엉 기다려주시는 분들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 연휴동안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세뱃돈도 많이 받으시고? 주시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ㅋㅋㅋㅋ 비포도 올 한해 건강하고..빵빵 떴으면 좋겠네요...ㅋㅋㅋ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S2 복 받으실거에요!!
|
♥암호닉♥ |
산드르르 후라이데이에는 후라이드 들뿡이 나니 독자11 슬예 습습아 오리 햄 선녀 둘기 김치 꼬불 들아 와이셔츠 스마트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설 연휴 되시길 바래요 복 머겅!! '◇' 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