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현] 아름다워~ 01 "아름다워~~" 종현이 꽤나 큰 병으로 입원한지 한달째. 담당 의사인 최민호라는 사람은 종현을 본 첫날부터 종현의 병실에 들어올때마다 샤이니의 노래인 아름다워를 부르며 들어왔다. 춤도 춰가며. 꼭. 항상. 180이 넘는 큰 키에 의사가운을 입고서 귀여운 춤을 춰대는 모습이란 참.. "추해요" "매일 평가하는 말이 달라지네?" "빨리 체크나 하고 나가요" "그래. 금방 일어난 우리 종현이 상태좀 볼까~" 오늘도 어김없이 종현의 이름 앞에 붙은 깜찍한 수식어에 인상을 쓰던 종현이 또 다시 말한다. 최의사. 나 스물 넷이에요. 네살이 아니라. "잘알지! 우리 예쁜 종현이 스물 네살인거" "아,따가.." "따가웠어? 아까 간호사가 제대로 안꼽았네. 쯧" "..원래 링겔을 의사가 직접 갈아요?" 링겔을 뽑자 따갑다며 움찔하는 종현에 따가웠어?하고 다정하게 물은 민호가 능숙한 손길로 링겔을 갈며 간호사가 제대로 안꼽았다며 혀를 찬다. 테이프까지 깔끔히 붙인 민호가 의사가운 주머니에 손을 꽂고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인다. "아니? 우리 귀여운 종현이는 특별하니까" "..치워요" 밤톨같은 종현의 머리를 쓰다듬는 민호의 손을 탁,쳐버리는 종현. 익숙한 일인듯 개의치 않던 민호가 침대 옆에 그대로 놓여있는 식판에 인상을 쓴다. "김종현" "..왜요" 화났을때만 성을 붙여 부르는 민호에 한숨을 내쉰 종현이 왜요.하고 창밖을 보며 대답한다. "너 밥 안먹을래? 약 얼마나 센건지 알잖아. 밥 안먹으면 쓰러진다고 너" "안들어가는데 어떻게먹어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어. 힘없잖아 자꾸" 위암에 걸려 밥도 잘 먹지 못하는 종현. 그런 종현을 잘 알지만 약이 너무 강해 밥을 먹지 않으면 종현의 몸에 무리가 갈 것이 걱정되 화를 내게 되는 민호다. "이리와. 한입이라도 먹어 좀" "..어짜피 다 토하는데 뭐하러 먹어요" "먹는게어디야. 요즘 나아지고있는데 왜 또 안먹어" "..거짓말이잖아요"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종현에 한숨을 내쉰 민호가 식판을 침대 옆으로 치워놓고서 병실을 나간다. 창밖을 바라보던 종현이 병실문이 닫히자 힐끗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한다. "신발끈 풀렸는데. 병신.." * 민호가 나간 후, 오후시간에 창밖을 바라보고있자 나른해지는 기분이 들어 느리게 눈을 깜빡인 종현이, 벌컥 열리는 병실문과 이어서 들리는 아름다워~~하는 노랫소리에 인상을 쓴다. 민호를 보고 뭐라고 하려던 종현이 민호 손에 들려있는 빵 봉투를 보고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에요?" "졸던 종현이가 좋아하는 초코소라빵!" "안졸았거든요?" 새침하게 민호에게 쏘아붙인 종현이 민호가 건네는 빵을 받아 손에 쥔다. 제일 좋아하는 빵이지만 뭔가 시무룩해진 종현이 민호를 올려다본다. "..이거 먹어도 되요?" "응." "..밤에 토하는데.." "아냐. 밥먹고 먹으면 괜찮아" 진짜요?하며 눈을 빛내는 종현에게 당연하지.하며 웃어보인 민호가 재빨리 식판을 가져오는 종현의 머리를 쓰다듬자, 금새 탁 하고 쳐버리는 종현이다. 그래도 안들어가는 밥을 꾸역꾸역 먹기 시작하는 종현을 웃으며 바라본다. "더 못먹겠어요.." "..빵 먹어도 돼. 먹어" 원래 입이 짧은 종현인데, 위암까지 걸려 거의 밥을 못먹었다. 요즘엔 그래도 나아져 밥은 꾸역꾸역 먹는데, 역시나 많이는 아니였다. 빵 먹으라는 민호의 말에 아이처럼 즐거운 미소를 지은 종현이 빵을 뜯고 입을 대려다 또 멈칫. "왜 안먹어" "..또 밤에 힘든거 아니에요?" "..내가 안아프게 해줄게. 안아파." 좋아하는 빵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나중에 고생할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종현이 안타까웠다. 민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오물오물 잘도 먹는 종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다먹었어?" 고개를 끄덕인 종현이 비닐봉지를 쪽지모양으로 접어 쓰레기통에 넣는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호가 양치질 꼭 하고자~하며 나가려는데, "최의사" "응?" "이리와봐요" 종현이 먼저 부르는 일은 흔치 않았기에, 크게 반응한 민호가 성큼성큼 종현에게 다가가자, 보조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한다. "발." "응?" "발 내밀어봐요" 발 내밀라고 말한 종현이 민호 앞에 쪼그려 앉는다. 민호가 어리둥절하게 발을 내밀자, 작게 궁시렁대며 야무지게도 신발끈을 묶는 종현이다. "스물 여섯이나 쳐먹고 신발끈이나 풀고다니나, 의사씩이나 되면서. 한번 넘어져봐야 잘 묶고 다니지" 궁시렁대는 종현의 말에 조용히 큭큭 웃던 민호가 종현이 일어나자마자 꼭 안고서 큭큭댄다. 놀란 종현이 뭐냐며 민호의 등을 퍽퍽 친다. "뭐에요!!" "아 귀여워 미치겠다 진짜" "뭐래. 빨리 놔요 나 자게!!" "알겠어알겠어. 오구오구 우리 귀여운 종현이 잘자~" 흥.하고 콧방귀를 뀐 종현이 침대에 눕는다. 아직도 기분좋은 웃음을 짓던 민호가 병실 문을 닫고 나온다. 결국 그날 민호가 일 끝나기 전까지 계속 큭큭댄 덕분에 간호사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는 후문이 따른다. :)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