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피날레"
chapter.1
W. 슈키쿠키
"경호팀 전정국입니다."
"경호팀 김태형,"
아아-. 손을 휘휘 저으며 그만 됐다는 듯한 내 제스처에 김태형이 입을 꾹 다물고 뒤로 물러섰다. 오늘부터 나를 24시간 경호하라는 회장님의 명이 떨어졌다니 뭐니 아침부터 사람을 귀찮게 한다. 경호는 개뿔, 경호를 위장한 감시겠지. 설마 했는데 진짜 사람까지 붙일 줄은 몰랐다. 그것도 둘씩이나. 진짜 나랑 한 번 해보자는 건가 싶어 애꿎은 내 앞에 꼿꼿이 서있는 두 사람만 노려봤다. 단정한 옷차림에 로봇처럼 서있는 전정국 옆으로 흐응- 하며 내 방을 두리번거리기 바쁜 김태형. '와 우리 집 거실보다 넓어.'하고 감탄하다가 따가운 내 눈초리를 느끼고 기합이 팍 들어간다.
"뭐,뭐 시키실 일이라도,"
쟨 내 눈빛 하나에도 저렇게 쫄면서 누굴 경호하겠다는 건지.
"아니야. 나가봐."
둘 다 목을 까딱이더니 뒤돌아 방을 나간다. 적이 더 늘어난 느낌이다. 아, 그때 공항에서 그렇게 뒷덜미가 잡히면 안 되는 건데. 아쉬움에 식어버린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성급히 움직여선 안 되겠어. 차근차근 생각해봐야겠다. 이 집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
"오늘부터 이동하실 때 아가씨를 책임지게 된 김석진 기사입니다."
"…허."
내가 내 차도 마음대로 못 끌고 나간다는 거야? 삐까번쩍한 검은색 승용차 뒤로 얌전히 주차되어있는 내 외제차가 보였다. 당분간 아가씨는 단독 행동이 불가능합니다. 회장님께서 내리신 지시에 의해,
"아아! 그놈의 회장님 소리 듣기도 싫으니까 닥쳐."
그리고 '당분간'이 아니라 '영원히'겠지. 보기와 다르게 입이 험한 나 때문에 꽤 당황한 건지 어쩔 줄을 몰라한다. 체념한 듯 차에 타려는 내 앞으로 언제 달려왔는지 문을 열어주는 전정국이 보인다. 타시죠. 네가 그렇게 말 안 해도 탈 거거든?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성가시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차에 올라타 문이 닫히고 김석진이 시동을 걸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비어있던 조수석과 내 옆 좌석 쪽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얘네들…?
"설마 니들도 같이 가게?"
당당하게 뒷좌석을 차지하고 앉는 김태형을 의아하게 쳐다보니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왜? 집에서만 날 감시하는 거 아니었어?
"왜 니들이 내가 쇼핑하는데에 동행을 해?"
"말씀 드렸잖습니까. 24시간 경호라고."
차는 출발하지도 못하고 이러쿵 저러쿵 하고있는 김태형과 나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백미러로 우리 둘을 감시하듯 쳐다보는 전정국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것들이 진짜,
"이건 아니지! 나한테도 사생활이라는게 있어야 할 거 아냐."
"그치만 이렇게 안 하면 아가씨가 도망가…헙."
오호라, 이제야 숨기고 있던 내막이 드러나는군. 뭐, 예상못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침까지 튀기며 잘만 대꾸하던 김태형이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고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있던 전정국은 입술을 꽉 깨물고 살짝 뒤돌아 김태형을 보며 자신의 목을 자르는 액션을 취했다. 죽여버리겠다는 신호인가. 아가씨,출발해도…될까요? 몇 분 전부터 핸들만 붙잡고있던 김석진의 아주아주 조심스러운 말에 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출발해.
"저, 아가씨…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 뚫린 입으라고 함부로 아가씨 앞에서 막말을…."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대뜸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김태형의 정수리를 한 번 흘깃거렸다. 뭘 또 저렇게 죄송할 것까지야. 세상 사람들 나 프랑스로 튀려다가 잡혀온 거 뻔히 다 아는 사실인데. 침까지 꿀꺽꿀꺽 삼키며 샵으로 이동하는 내내 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김태형이 끝내 귀찮아서 '어어, 그래.'하고 대충 사과받는 시늉을 했다. 밥줄 끊길까 봐 어지간히도 불안한가 보네.
샵에 도착하자마자 전정국은 기다렸다는 듯 차에서 튀어내려와 문을 열어줬다. 하얀색 구두가 아스팔트 바닥에 닿자마자 적당히 고개를 숙이는 것도 잊지 않고. 날 따라 차에서 내린 김태형은 쫄래쫄래 내 뒤를 따랐다. 하아. 앞으로 이 똘마니들과 함께 다녀야 한다니. 김회장님 돈 좀 쓰셨겠네.
또각또각 구두굽소리를 내며 샵으로 들어가니 여직원들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날 알아보고 한 층 더 화사하게 웃어보인다. 신상품이 들어왔다며 이쪽에 앉아 구경해보시라는 직원의 안내에 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내가 직접 둘러볼거야."
넓은 매장을 둘러보는 나를 뒤쫓는 두 명의 똘마니, 그리고 샵 직원.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옆에 따라붙더니 옷걸이에 걸린 원피스 하나를 낚아채 내 앞에 들이민다. 이 원피스 어떠세요? 이태리에서 직수입해온 신상품입니다. 이 문양과 색감의 조화가….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머리가 윙윙 울리는 것 같았다. 슬쩍 뒤를 쳐다보며 눈치를 주니 김태형은 아무 생각 없이 서있다가 물음표를 백 개는 띄운 표정으로 날 본다. 하, 도움이 안 돼. 도움이. 아직도 감색 원피스를 붙잡고 혼자 열심히 떠들고 있는 여직원을 향해 찌릿한 눈빛을 보내자 그제야 '아아,'하고선 나선다.
"저기요."
"네? 저요?"
"그 쪽 시끄럽대요."
지나치게 솔직한 김태형의 말에 직원은 당황한 듯 어버버거린다. 뒤에선 '아! 왜 꼬집어!' 하는 김태형의 울부짖음이 들리고 전정국의 젠틀한 목소리까지 들렸다. 그만 가서 일 보세요. 직원은 옷걸이에 원피스를 걸어두고선 황급히 카운터로 향했다. 왜 이렇게들 눈치가 없나 몰라. 적당히 치고 빠질 줄 알아야지.
대충 걸려있는 옷들을 훑어보던 나는 괜찮다 싶은 것들을 골라 받으라는 듯 냅다 뒤로 던졌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 또,
"어? 김회장님 따님 아니세요?"
오늘은 불청객들 방문이 끊이질 않는구나. 또 누구야.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에 일단은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당겨 웃어보였다. 안녕하세요, 하하.
"근데 누구…"
"하하. 저 성산그룹 박회장님 손자되는 박세현입니다. 저번에 한 번 만났죠, 우리? K그룹 창립기념파티에서."
그, 그랬었나? 처음보는 얼굴인데. 아니 근데 언제 나랑 말 한 번 섞어봤다고 '우리'야? 더럽게 친한척하네.
"이번 주말에 저희 아버지 생신파티 올 거죠?"
"네? 아, 네에! 당연히 가야죠."
하하하.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다. 주말에 그런 스케줄이 있었어? 기둥처럼 서있는 전정국한테 눈을 껌뻑이며 저 자식 좀 어떻게 처리해보라고 신호를 보내도 놈은 곤란하다는 표정만 지었다. 옷가게 직원과 대기업 회장 손자는 엄연히 대응할 레벨이 다른 것이다.
"쇼핑하러 온 거에요? 내가 좀 봐줄까요?"
"네에…네?!"
버릇처럼 네, 네 거리다가 화들짝 놀랐다. 박세현은 씨익 웃더니 어디 보자, 하며 옷걸이를 넘기는 손을 빨리했다. 아니, 저 괜찮은데…. 뒤늦게 말려봐도 소용없었다. 한 3분쯤 그렇게 초조하게 서있다가 박세현에게서 건네받은 건 하얀색 미니 원피스였다. 이게 여주씨랑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하하…. 이쁘네요."
"그죠? 히야- 역시 내 안목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박세현은 모르게끔 짜증난다는 내색을 했다. 나랑 원피스를 번갈아보던 녀석은 '강비서'하고 자기쪽 부하직원을 불렀고 원피스를 계산하라 시켰다.
"제가 드리는 작은 선물이에요. 다음에 우리 둘만 만날 때 꼭 입어줘요."
"아니, 저 진짜 괜찮은데…."
극구 사양하는 나에게 박세현은 기어코 쇼핑백을 안겨줬다. 누굴 거지로 아나. 내가 저거 하나 살 돈도 없을까봐? 온갖 있는 척은 다 하던 박세현은 전화 한 통과 함께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바빠서 먼저 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만나긴 뭘 만나. 저승에서 만난다면 또 모를까.
"쇼핑 계속 하시겠습니까?"
"기분 잡쳤어. 들고 있는거 원래대로 해놓고 그만 가자."
전정국은 알겠다는 듯 들고 있던 옷을 제자리에 착착 복귀시켰다. 샵에서 나오자마자 김태형은 호들갑을 떨었다. 아까 그분이 아가씨한테 관심 있으신 것 같습니다! 눈을 길게 뜨며 김태형을 흘겨봤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날 경호하는 건지, 나랑 잡담을 하고 싶어서 붙어있는 건지. 한 놈은 망부석처럼 너무 딱딱하게 굳어있어서 부담스럽고 그 옆에 있는 놈은 뭐만 했다 하면 쫑알거려서 시끄럽고. 김회장이 이런 식으로 나한테 복수를 하는 거라면 대성공이다.
"제가 들겠습니다."
손에 들린 커다란 쇼핑백을 향해 손을 뻗는 전정국을 돌아봤다. 아, 맞다. 이거 잊고 있었네. 새하얀 전정국의 손에 검은색 쇼핑백을 쥐어주었다.
"갖다 버려."
나랑 눈조차 마주치지 않던 전정국은 살짝 당황한 듯 그 큰 눈으로 날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더니 곧 페이스를 되찾고 '알겠습니다.' 하고 깔끔한 대답을 했다. 옆에서 '저거 비싼건데….' 하고 힝,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김태형은 가볍게 무시했다. 선물은 무슨, 받는 사람 기분이 좋아야 그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지. 저런 천쪼가리로 내비쳐지는 흑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저는 오늘부터 아가씨의 점심, 저녁식사를 책임질 셰프, 박지민이라고 합니다!"
"…그놈의 오늘부터, 오늘부터, 오늘부터어!"
버럭하는 내 모습에 해맑게 웃던 박지민은 경악했다. 왜, 왜 그러세요 아가씨? 하얀 떡같이 생겨서 삐질삐질 내 눈치를 보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앤데… 얘가 요리를 한다고? 앉혀놓고 내가 떡볶이라도 해먹여야 할 것 같은 얼굴로 방실방실 웃더니 어디 불편하냐고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쓰지 마.
나를 이 집에 완전히 고립시켜버릴 생각인가 보군. 말만 셰프지 너도 감시원 중 한 명인 거 다 알거든? 신경쓰지 말라 해놓고 불편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더니 떡같이 생긴 놈은 식칼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기만 했다.
"혹시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꼴리는대로 만들어봐. 요리 잘 한다며."
"꼬,꼴리는대로…예, 그럼."
싱크대에서 손을 헹구더니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아, 지루해. 길게 뻗은 식탁에 홀로 앉아있었다. 물론 뒤에는 전정국이랑 김태형이 버티고 서있었고. 턱을 괴고 박지민이 요리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 자그마한 손으로 식재료를 조물거리며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박지민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내고 있을 때 내 뒤에 얌전히 서있던 전정국이 긴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가 박지민 앞에 섰다.
"아가씨 새우 못 드십니다. 알레르기 있으세요."
"아,아아…."
전정국은 새우가 가득 담긴 그릇용기를 옆으로 치웠다. 적잖게 당황한 박지민의 얼굴은 꽤 웃겼다. 도톰한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눈을 또륵또륵 굴리더니 몰랐다며 나한테 죄송하단다. 이 사람들은 뭐만 하면 죄송하대….
"아니야. 만들던 거 계속해."
"예? 하지만 알레르기 있으시면 위험할텐데."
"계속 하라고."
딱딱하게 굳은 내 목소리에 박지민은 급 쫄보가 되어선 새우 손질을 마저 하려한다. 그리고 그걸 막아서는 전정국의 목소리는 못지않게 단호했다. 안됩니다.
"내가 먹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하던 거 계속해."
"알고도 모른 척 할 순 없습니다."
갑각류는 다 빼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지민에게 정중하게 부탁하는 전정국을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분위기가 꽤 심각해지자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김태형의 움직임이 여기까지 보인다. 박지민은 누구 말을 들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입술만 축이고 있었다. 하, 어이없네. 이젠 처먹는것도 마음대로 못 하고. 도대체가 이 집에서 내 뜻대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게 됐다.
"됐어. 때려치워. 저녁 안 먹을거야."
시끄러운 의자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섰다. 주방을 나가는 내 옆모습을 보며 '아,아가씨…!' 하는 애처로운 김태형의 목소리도 싸그리 무시했다. 이어서 '야아, 너 때문에 아가씨 식사 안 하신다잖아!'하고 원망섞인 김태형의 목소리는 내가 계단을 다 오를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아오 지긋지긋해.
방문을 열고 들어오니 탁한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자물쇠로 꼭꼭 잠긴 창문이 원인이었다. 내가 뭐, 저기로 뛰어내리기라도 할까봐?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 이왕이면 뛰어내리는 김에 그대로 뒤지면 더 환상일테고. 침대에 앉아있으니 급 밀려드는 피로감에 그대로 뻗으려는데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잠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전정국의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나지막이 울렸다. 그러라는 의미로 아무 말 않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문 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들어오면서 잠그기라도 했나 싶어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 쪽으로 향했다.
"…뭐야. 잘만 열리는구만. 왜 안 들어오고 그러고있어."
"들어오란 말씀 없으시길래."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듣…아니다 아니야. 그래 왜, 뭔데."
잠시 말이 없던 전정국은 다짜고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아깐 죄송했습니다.
오늘 죄송하단 말만 몇번 째 듣는건지 모르겠다. 다들 먹고 살자고 마음에도 없는 말들 막 내뱉는구만. 이게 바로 자본주의 폐해의 현실판인가.
"한 번 먹어보고 뒤질 수 있으면 뒤질랬는데."
"…."
"이젠 죽는것도 니들한테 허락 받아야 하는거야?"
답답함에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니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전정국은 나와 마주보고 선다. 있잖아,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으니 미리 하는 말인데,
"참견하지마. 내 일에."
"그럴 순 없습니다."
"그래, 그럴 수 없겠지. 네가 모시는 회장님한테 돈 따박따박 받아내려면 내 일거수일투족 그 인간한테 보고해야겠지. 근데 난, 네가 그 인간 밑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네가 끔찍하게 싫거든? 나에 대해 아는 척할 땐 더 그렇고."
따발총처럼 다다다다 쏘아대는 내 말투에도 전정국은 여전히 표정변화가 없다. 얜 진짜 석상이야 뭐야. 곱상한 외모와 달리 거친 내 말투를 겪어본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당확한 기색들을 보였는데 얜 진짜 아무 반응이 없다. 듣고 있긴 한거야?
잘 알아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내 의사는 확실히 전달됐다 생각하여 문을 닫아버리려 할 때, 묵묵히 서있던 놈이 입을 열었다.
"저는 회장님의 사람이 아니라,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이놈보게나, 싶어 닫으려던 문을 다시 열었다. 방금 뭐라고?
"야. 웃기지 마."
"…."
"이 집 안에서 내 사람은 없어. 너도 그 인간들이랑 다를바 없다고."
내 편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렇게 말하는 게 웃겼다. 내가 진짜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날 이렇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도 결국엔 내가 김회장 딸이라는 어쩔 수 없는 사실 때문이면서 순수하게 나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는 것 같아서, 그게 싫었다.
말을 끝으로 문을 소리 나게 닫았다. 꽉 막혀있는 방에 혼자가 되어 우두커니 서 있으면, 잠시 후에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쉬세요.
***
음, 아직 정해놓은 남주는 없어요
방탄이들 다 등장할 예정이라 이야기 진행하면서 결정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