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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의 수도꼭지를 세차게 틀었다. 배수구에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을 뒤로 한 채 반 쯤 아래로 숙여진 고개를 살짝 들어올려 거울을 올려봤다. 언제 나올거야. 기어코 문을 쿵쿵 가볍게 두드리며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에 여주가 들어올려진 고개를 아래로 떨궈 차가운 물로 손을 가져다댔다. 연이어 차디찬 물이 묻혀진 손을 바지에 슥슥 닦아내고는 문고리를 세게 잡아당겼다.

지금 나가.







[방탄소년단/박지민] Golden Rod 01 | 인스티즈

Golden Rod : 골든 로드

W. 오델 

01








시끄러 죽겠네. 들어간 지 20분이 지나서야 화장실을 나온 여주를 의자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한 사내가 덜컥 일어서더니 종이 한 장과 함께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눈 앞으로 가까이 들이밀었다. 



" 징그럽게 뭐하는 거야. 정호석."

" 보면 모르냐. 축하해주고 있잖아."



호석이 원룸 테이블 위에 올려진 한 장의 종이를 그녀의 눈 앞에 보기 좋게 막 흔들어댔다. 그 모양새를 한심히 보고 있던 여주가 실눈을 가늘게 뜬 채 고개를 내젓다 이내 종이를 내놓으라며 팔을 길게 뻗어댔다. 그럼에도 여주의 팔은 아주 보기좋게 사내의 큰 손에 제지당했고 사내는 더 큰 목소리로 종이에 적힌 중국어와 영어를 읽기 시작했다. 



" 아. 당장 내놔."

" 뭘 그래. 여기가 어떤 그룹인데."

" 어딘데. 거기가."



여주의 퉁명스런 말투에 호석이 기가 찬 듯 읽고있던 종이를 바닥에 떨구며 말꼬리를 잡았다. 팰리스 우드슨 호텔이라고. 그게 뭐. 그것도 홍콩 지사에 인턴으로 발령난 거 아냐. 그래서 뭐. 됐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애랑 무슨 대화를 해. 연이어 나온 그녀의 퉁퉁한 대답에 이내 호석이 졌다는 듯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옆에 초점 없이 털썩 주저앉는 그녀에게 잠시나마 시선을 둔 채 초콜릿을 입 안 가득 우물대고는 입을 떼었다.




[방탄소년단/박지민] Golden Rod 01 | 인스티즈

" 솔직히 말해봐."

" 뭐를."

" 겁나는 거지."

" 시끄러."

" 그 자식 연락은 오냐."

" 잘 살고 있겠지. 나 놔두고 홍콩가서."



이제야 곧잘 자신의 물음에 크게 반응하는 여주가 웃긴지 호석이 두 팔을 들어 기지개를 하며 살짝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 동안 어떻게 버텼대. 국제 연애. 그러니까 말이다. 호석의 말에 여주가 테이블 앞에 놓여진 맥주를 한 모금 두 모금 벌컥 들이마셨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긴장되면서 열불이 터지는 이 알다가도 모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저 눈을 감아버렸다. 그래야만 어두운 세상이 날 불러 이틀 후라는 시간을 지나가게 만들 테니까.






Macau. Hong Kong

pm. 17: 00





여기가 어디라는 거야. 곧 자기도 따라가겠다며 장난 섞인 호석의 잘 가라는 안부 전화를 끝으로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고국과는 다르게 어느 곳 하나 편안히 둘러볼 곳 없는 주변을 둘러본 채 여주가 고개를 천천히 아래로 떨구었다. 이 곳에서 한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진 여주가 손에 들린 지도를 펼쳐들었다. 어떻게든 이 외곽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그 일념 하나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고 터덜거리는 발걸음을 떼며 폰을 들어 이미 읽혀진 톡을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씻고 나왔어. 수도 없이 읽었던 그가 보낸 문장을 아주 곱게 씹어댔다. 할 말이 그리도 없나. 딱딱한 그의 말투에 화가 나버려 그냥 따라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아니, 못한 건가. 늘여지는 한숨에 괜히 애꿎은 채팅창만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럼에도 삼 주 가까이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은 채팅창에 화면을 꺼버렸다. 이건 절대 화가 난 게 아니라 그저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아 아껴두기 위함이었다.



" 돈 좀 뺏겼다고 존나게 따라오네."


이내 중심지로 나온 듯한 느낌에 여주가 급히 택시를 찾아나서다 저 멀리 들려오는 한인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빗물이 가득 고인 웅덩이를 밟으며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한국말로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그를 쫓아오던 사람들 또한 현지어로 남자에게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쩐지 자신이 서 있는 신호등 방향으로 곧게 뻗어진 골목가로부터 무섭게 달려오던 한 남자를 유심히 쳐다보던 여주가 이상한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갸우뚱거렸다. 


어라. 눈이 마주쳤다.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마치 정글에서 야생 동물을 마주쳤듯이 꼼짝하지 못 하는 자신의 처지에 어어- 의성어만 내뱉을 뿐 자신을 향해 거칠게 달려오는 한 사내를 막아내질 못했다. 가요. 그리고는 당연하게 잡혀진 팔을 내려다본 채 자신을 잡은 손을 밀어내지도 못해 그를 따라 눈에 익지 않은 골목길을 연신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낯선 골목길의 뒤를 자꾸 살피며 도망치던 그들 주변으로 피식- 짧은 헛된 웃음이 맴돌았고 뒤로 들려온 웃음 소리에 남자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서 툭 질문을 던져냈다. 



" 웃긴 거에요. 이 상황이."



그 자리에 멈춰 서 처음으로 돌아본 그 얼굴에 시선을 굳이 회피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전했다. 웃기죠. 그 쪽은 안 웃겨요? 이 상황이.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당돌한 여주의 말투에 탈색을 했는지 금발 머리의 남자가 싱긋 한 쪽 입꼬리를 아주 작게 올린 채 땀에 젖은 앞머리를 뒤로 걷는 그 모양새가 괜히 눈에 거슬렸다. 



" 근데 지금 우리 웃을 상황 아닌데."

" 무슨 소리에요."

" 당신이 나와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에요."

" 어이 없어."



길가에서 처음 마주한 사람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끌고 와서도 미안하다는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한 그의 음성에 여주가 할 말을 잃은 듯 골목을 벗어나려 잡혀진 팔목 위의 손을 세게 떼어냈고 그 손은 다시금 몸을 돌린 그녀의 팔목을 잡아세웠다. 잠시만. 한 번 더 마주친 서로의 시선에 어느 누구 하나 그 눈길을 피하는 구석이 보이질 않았다.



" 보상할 기회는 줘야할 거 아니에요."

" 됐다고요."

" 어차피 여기 길도 잘 모를 거 아니까."

".........."

" 데려다 준다고요. 안전하게."



여기 위험한 골목이에요. 언제 그랬냐는 듯 능청스레 자신을 따라오라는 그에 여주가 한숨을 밖으로 내쉬었다. 어쩐지 첫 날부터 꼬여가는 일상에 가슴이 답답한지 달이 밝아오는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던 여주가 이내 어쩔 수 없이 무거운 걸음을 그에게로 뒤따라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과 그의 앞에 놓여진 칵테일 두 잔에 변명조차 필요없는 헛웃음을 겉으로 드러내며 그를 찬찬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 우리가 저녁까지 먹을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 일단 시켜요. 배고프니까."

" 배고프다는 사람이 칵테일을 시켜요?"

" 난 그러는데 그 쪽은 아닌 것 같으니까 시켜요. 뭐든."

" 그 쪽 범죄자 맞아요? 뭐가 그렇게 태연해."



뭐든지 자기 맘대로 정하며 이제는 하다하다 이런 상황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의연스럽게 메뉴를 고르고 있는 남자를 향해 날선 지적을 쏘아댔다. 탁- 곧이어 메뉴판이 테이블 위로 떨어지며 남자가 맞은편에 앉은 여주에게로 공연한 눈길을 돌렸다. 이제 그만 좀 쳐다보지. 자기를 향한 눈길이 피곤했는지 조금은 짜증이 돋친 어투를 보이다 다시금 그 성미를 숨겼다.  




[방탄소년단/박지민] Golden Rod 01 | 인스티즈

" 카지노 했어요. 한국에서는 그거 불법이잖아."

" 그래서요."

" 여기도 그렇다고요."



여전히 장난끼 다분한 그의 모습에 여주가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누가 봐도 부유한 티가 나는 얼굴에 저런 여유로움. 그런데 그에 맞지 않게 걸친 헌 옷이라.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하여간 거짓말을 쳐도 눈을 잠시 감았다 뜬 여주가 흥미 없다는 듯 이어 그에게 대꾸했다.



" 여기에서는 합법이라는 거. 그 정도는 알아요." 



안 속네. 장난이 그닥 재미 없어 보이는 시큰둥한 목소리에 남자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눈길을 아래에 놓여진 칵테일로 돌리고는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



" 베낭 여행 온 거에요? 가방이 하나 뿐이네."



이어진 물음에 여주가 말을 아꼈다.


" 누구 좀 찾으러 왔어요."

" ........."

" 보고 싶어서."



어두워진 하늘 아래로 분위기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건지 묘해지는 감정에 여주가 끊어진 문장을 이어갔다. 방금과는 다르게 서로 간의 조금은 느슨해진 경계선에 남자 또한 퉁명스레 알겠다는 의미로 묵묵히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그 사람 남자 친구죠. 하지만 그 새를 못 참고 궁금증은 육지로 비집고 올라왔지만.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지 않으며 읊조리던 남자의 목소리에 그와의 채팅창을 보던 여주가 들켜버려 놀라버린 폰을 뒤로 재빠르게 감춘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남자가 곧 살풋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로 띄워냈다.



"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요."

" 어떻게 알았어요."

" 보고 있잖아. 연락이 왔는지 안 왔는지."



그녀의 손 뒤에 있는 폰을 향해 고갯짓을 하던 남자가 빨대로 뒤적거리다 칵테일을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켰다.



" 멀리 떨어져 있는데 연락은 자주 와요? "

" 궁금한 게 많네요."

" 그러게."

"........."

" 예쁘진 않은데."



훅 들어와버린 그의 무심한 목소리와 자신을 향한 곧은 시선에 그녀가 적잖이 놀란 듯 크게 헛기침을 뱉어냈다. 그럼에도 남자는 자신이 하려던 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 근데요."

" 정리가 안 된단 말이지."

" 나름 그래도 저 한국에서는 알아줘요."

" 누가 그래요."



그... 그게- 한 마디도 절대 질 리 없는 그의 말버릇에 여주가 할 말이 나오지 않은 듯 말을 버벅였다. 여전히 짓궃게 장난 어린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오는 그에게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말을 허공으로 뱉어냈다.



" 무슨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고 그래요."

" 그러니까."



여전히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는 의미를 가득 담은 어투가 귓가에 박혀들어왔고 연이어진 그의 문장은 태엽을 돌린 채 그 시간에 멈춰버린 그녀를 자꾸만 지배해갔다.



" 왜 그런 당신한테 밥을 사주고 싶을까 해서요."

"............"

" 다시 만나고 싶을 만큼."



뒤이어 그가 다시 물었다. 이름이 무엇인지.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의 모습에 남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녀에게서 향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운을 떼었다.



" 좋아하는게 딱 한 가지가 있는데."

".........."

" 페어플레이 알죠."

" 갑자기 무슨."

" 내가 먼저 알려주면 그 쪽도 알려주는 거에요."

" 네? "

" 카터에요. 나."




남자가 말을 마친 순간 이어서 크지 않은 탄성이 그들을 에워싸던 주변 사람들의 대화와 흘러나오는 노래로 뒤덮여져 시끄러운 소리를 뒤로 한 채 그에게서 불쑥 튀어나왔다. 

아.



[방탄소년단/박지민] Golden Rod 01 | 인스티즈

" 박지민이고요. 한국으로는."

"........"

" 기억해요. 내 이름."

"........"

" 그래야 다시 만나지."



수풀이 우거져 습기를 가득 먹은 여름이 지나 싱긋한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 사이로 서로의 앞에 놓여진 칵테일 잔에 조그마한 파동이 작게 일었고 우리의 첫만남은 오묘했다.

단지 그 정의 뿐이었다. 그 이상도 아니었다. 

이와 동시에 진동을 울리며 한 통의 메세지가 그들을 찾아왔고 이조차 알지 못한 채 둘은 한참을 그렇게 뜻하지 않은 서로의 시간에 갇혀버렸다. 



[ 어디야. 그 동안 바빴어. ] - 20:12


 

그 뿐이었다. 더는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오델입니다. 

아마 아직 연재가 미숙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은데 저희 계속 오래 꾸준히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곧 다음 편으로 달려올게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셨으면 좋겠습니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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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2.32
분위기 완전 취향저격 당했습니다ㅠㅠㅠㅠ앞으로 지민이와 벌어질 일 들이 참 기대되네요ㅠㅠㅠㅠㅠ
6년 전
오델
감사합니다! 저희 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6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6년 전
오델
네! 저도 독자님을 위해 바로 달려오도록 하겠습니댱~! 저희 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6년 전
독자2
헐 뭐랄까 이 글의 분위기에 한번에 압도당했어요ㅠㅠ 혹시 암호닉 받으신다면 [병아리]로 신청하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보고싶어요 다음화도 기다릴게요!!
6년 전
오델
병아리님? 암호닉이시라니ㅠㅠ ! 바로 달려오도록 하겠습니댱~! 저희 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구 감사해요♡
6년 전
독자3
분위기가 취향저격이네요ㅠㅠ 신알신하고 갈게요!
6년 전
오델
신알신이라닛! 감사한 마음으로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저희 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6년 전
독자4
재밌어요!!신알신해버렸네요ㅎㅎㅎ다음편도 내주세요!!
6년 전
오델
신알신이라닛! 감사한 마음으로 항상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저희 오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55.64
헐 분위기 끝장인데요?? 작가님 대박입니다 [헤롱이] 암호닉 신청해욤
6년 전
독자5
작가님 분위기 대작 대닥냄새나요 ㅠㅠㅠ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콧구멍]으로 신청하고갈게요 신알신도 하고 !!!그리고 혹시 브금 제목 알 수 있을까요???글과함께 브금도 너무 제 취향...♡
6년 전
오델
콧구멍님? 좋은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브금은 Adventures - a himitsu 입니당! 곧 다음편으로 금방 올게요. 큰 힘 얻고 갈게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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