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안은 그 어느때보다 더한 침묵만 흘렀다.
직접 부모님과 함께 확인한 민아의 시신은 민아가 맞는걸로 판정되었고, 그 사인은 기도가 부어오른 질식사였다. 아이의 시신을 보는 순간 부모님과는 또 다른 마음으로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그 작고 예쁜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게, 이렇게 빨리 죽음으로 돌아왔다는게 믿기지않았다. 제대로 된 수사도 시작못하고 민아가 무서워하는 그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냈다는게 너무 싫어서 더이상 민아를 마주하지 못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함께 돌아온 황민현 형사님도 어떠한 말을 하지 못했다. 내 마음과 같을테니까.
“김여주, 범인 검거 실패에 피해자 사망. 처음 겪는 마음아픈일이라는건 아는데 슬퍼해야하는건 부모님이야. 우린 슬픔 보다 아이가 편하게 하늘로 갈 수 있게 억울함 풀어주고 범인잡는게 먼저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직설적인 말로 우리를 가르쳐주시는 하성운 형사님께서 어깨를 토닥이며 나에게 위로라면 위로고 조언이라면 조언을 해주셨다. 그 말에 뒷통수를 텅-하고 한대 맞은것 같았다.
200% 맞는 말 이었다.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시간은 없었다. 민아의 시체라는 새로운 단서가 들어왔으니까, 그 단서로 새로운 수사를 시작해야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우리의 일은 끝나는게 아니니까.
자세를 바르게 고쳐잡고 쌓인 종이뭉텅이 중 민아의 부검결과가 적힌 종이를 찾아냈다. 민아의 뱃속에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가득 차 있었고 구타를 당하거나 상처를 입은 흔적은 없었다. 그 말은 범인은 민아에게 폭력을 행사하지않고 그나마 잘 대해 주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범인이 보내온 사진으로 보아 민아가 보채지않고 환하게 웃으며 범인을 잘 따른것으로 보았을 땐, 아무리봐도 면식범의 소행임이 확실했다.
하나하나씩 모이는 증거와 정황들을 종이에 빠르게 적어나갔다.
그리고 부검서류 마지막에 적힌 내용으로, 민아의 몸에는 온몸을 긁은 흔적과, 여러종류의 강아지 털이 검출되었다. 강아지털, 긁은 흔적.
‘민아가 동물을 좋아했었나봐요, 일기장에 하교 후에 매일 강아지를 봤다고 적혀있더라구요.’
‘민아는 동물 털 알러지가 있어요. 그 증상이 조금 심각해서 가까이 가지못하고 매번 펫샵 앞에서 바라만 봐요.’
범인이 보내온 민아의 사진, 민아 손에 들려있는 과자. 그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면, 과자의 모양이 일반적으로 사람이 먹는 과자랑은 달랐다.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무언가 번뜩이는 생각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윤지성 형사님께 향했다.
“윤형사님, 민아 초등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동선에 펫샵 같은게 있는지 한번 봐주세요.”
민아의 동선에 겹치는 펫샵은 두 군데로, 한 곳은 신설된 가게라 민아의 일기장에 강아지 이야기가 있던 시점에 가게가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곳은 민아가 납치된 날, 영업을 하지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문을 닫았던 그 가게 주인을 용의자로 올렸다. 20대 후반의 남자였으며 가게는 부동산에 내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한번 직접 취조를 해보겠냐는 황형사님의 제안에 따라 이 취조실안에 용의자와 내가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강민아양, 아시나요?”
절대 약해보이지 않겠다는 의지에 따라 나름대로 눈에 힘을 확 주고 사진을 내밀어 보였다.
“네. 매번 학교 마치고 저희 가게 앞에서 자주 구경을 했어요, 그래서 기억합니다. 혹시, 이 친구가 죽은건가요?”
“저희는 납치사건이라고만 말씀드렸지, 피해자가 죽었다고 말씀드린적이 없는데요.”
남자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다 이내 “납치사건이라길래 죽은 줄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다른 무엇보다 남자의 손에 향했다. 아직은 조금더 이야기가 필요했다.
“어제 가게영업도 하지않은걸로 아는데, 뭘 하셨나요.”
“몸이 너무 안좋아서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습니다.”
“알리바이를 증명해주실 증거있나요?”
“그냥.. 집에만 있어서...”
“돈이 급하게 필요하셨던걸로 압니다.”
“돈이야 늘 필요하죠...”
“주식이 폭락해서 가게를 내놓아야하는데 데리고 있던 강아지들 조차 갈곳이 없다며 주변 분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맞긴한데, 그게 이 사건이랑 무슨 상관이죠?”
“그래서 돈을 얻으려고 민아양을 납치했나요?”
단정짓는 나의 말에 남자는 더욱더 당황하더니 아니라며 말을 더듬었다.
“죽일 생각은 없으셨잖아요. 그냥 돈만 받고 끝내시려고 하셨겠죠. 강아지를 좋아하던 민아라서 털 알러지가 있다는건 생각도 못하셨겠죠. 민아를 데리고 계시는 동안 그 누구보다 민아와 잘 놀아줬다고 당신 손이 말하고 있잖아요.”
나의 말에 남자는 황급히 다른손으로 왼손을 가렸다. 하지만 침묵속에 시간이 흘러갈수록 이내 떨리는 손과 함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런 남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맞아요. 돈이 필요해서 그랬어요. 정말 순간적으로 나쁜마음에 아이를 가게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가게 문을 닫고 협박전화를 보냈어요. 강아지랑 정말 잘 노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같이 놀고있는데 갑자기 온몸을 긁더니 나중에는 숨도 못쉬더라구요. 그래서 병원에 데려가야하나, 들키면 어쩌나 하는 고민하는 사이에 아이가 차갑게 식어갔어요.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다구요!!!”
이내 남자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에는 민아의 새끼손가락에 발려져있던 같은 매니큐어가 서툰솜씨로 칠해져있었고 아이가 볼펜으로 그려준것같은 꽃모양의 반지도 그려져있었다. 그리고 비록 시체를 공중 화장실에 버렸지만 두꺼운 이불에 말아 발견되기 쉬운 곳에 곱게 둔것만으로도 안타깝지만 범인이 민아를 아꼈음이 느껴졌다.
결국 남자는 모든 범행사실을 자백했다. 자백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작성하고 사무실에서 사건정리를 마무리하면 형사님들이 눈치를 보다 슬슬 칭찬섞인 말로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시는게 느껴졌다.
“와, 첫 취초를 이렇게 빨리 끝냈어. 범인이 허술한거야, 얘가 잘한거야.”
애써 입꼬리만 올려 웃는 나의 대답이 느껴졌을까, 더이상의 말도 오가지않았고 황형사님과 함께 사건보고파일까지 정리해 반장님께 올렸다. 그리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라는 반장님의 명령아닌 명령에 황형사님과 함께 숙직실로 들어왔다. 겹겹히 붙은 2층 침대에 아무렇게나 몸을 뉘였다.
“아무생각 하지말고 일단 푹자, 고생많이 했잖아.”
“황형사님도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황형사님도 나와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인걸까 자꾸만 떠오르는 민아의 밝은 미소를 지우려 애써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또각또각 하이힐에 딱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어두운 골목을 계속해서 걷고있다. 그리고 그런 여자의 뒤로 어두운 한 남자의 발걸음이 따라 붙었다. 그리고 여자가 골목길의 코너를 돌았을 때, 남자의 손에 들린 벽돌이 여자를 향해갔다.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간곳은 캄캄한 지하실 안이었고, 그 안에는 두,세명의 다른 여자들도 있었다. 모두 진한화장에 짧은 원피스를 입고 지하실안에 몸이 묶인채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남자는 도망가는 한 여자를 향해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그리고 여자는 그런 여자를 대신해 맞으며 열심히 반항해보려 했지만 남자가 내려친 벽돌에 다시한번 맞았고 새빨간 피를 쏟으며 힘없이 쓰러졌다.
“...........여주야.”
“김여주!!!!!!”
새빨간 피를 마지막으로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형체에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발버둥쳐봤자 이미 남자에게 손목을 잡혀버렸고 남자는 끝까지 나의 손을 놓치않았다. 놓으라고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여주야, 김여주!!!”
“황...형사님...?”
어둠에 조금씩 적응되자 나를 바라보고 있는 황형사님의 모습이 보였고 이곳이 숙직실이라는 사실이 인지되었다. 민아를 지키지못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안좋은 일을 보게된 꿈때문일까, 거친호흡과 함께 손이 떨려왔다.
황형사님은 그런 나를 바라보시다 천천히 그리고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셨다. 등을 토닥여주는 그 손길이 너무 따뜻해서 조금씩 진정이 되는것 같았다. 눈을 감고 형사님께 기대면 더 따뜻한 말이 들려왔다.
“악몽꾸는것 같길래 깨웠어. 괜찮아, 여주야. 다 괜찮아.”
***
아주 잠깐 잠들었을 뿐인데, 벌써 해가져 저녁시간이 다 되었고 모두 퇴근후 이 앞 새로생긴 국밥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퇴근하자는 의견에 따라 다같이 국밥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앞서 걸어가는 성우와 하형사님, 윤형사님은 서로 자기가 아는 국밥집이 더 맛있다며 내기중이였고 반장님과 황형사님은 옆에서 따로 이야기 중이셨다.
“저기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덜 터덜 걸어가고 있으면, 한 남자가 마주보며 지나가다 이내 빠르게 나의 손목을 잡아 발걸음을 멈췄다.
“누구세요?”
“누나, 진짜 내 모르겠어요?”
갈색머리에 굉장히 큰 키와 덩치, 그에 반하게 순한 강아지 같이 생긴 얼굴. 그리고 경상도쪽 사투리를 사용하는 남자였다. 아무리 보고 생각해봐도 처음보는 듯한 얼굴에 고개를 갸우뚱 하면,
“꿈에서 만났잖아요.”
***
“야, 김여주, 팍팍 좀 먹어. 너 그렇게 먹으면 나중에 장가도 못간다?”
윤형사님 같으면 밥이 넘어가겠냐고요, 길에서 처음보는 남자가 꿈에서 만났다는데. 남들이 들으면 뭐야 저 구린 작업멘트는 하고 지나쳤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어 말하는 남자의 말이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확신시켰으니까.
“누나 내일 쉬는날 맞제? 내 꿈에서는 이미 우리 절친이니깐, 누나 자주가는 그 카페로 나와요. 안나오면 누나가 황민현형사님 좋아하는거 다 소문내뻐립니더.”
뭐지? 뭘까, 나와 같이 미래의 꿈을 꾸는 사람? 그는 왜 날 알지? 미래에서 나를 본걸까? 정말 절친이 되어서 내가 황형사님을 좋아하는거까지 다 아는걸까? 그 고민은 밥을 먹고 집으로 가는 중에도 이어졌다.
“야, 너는 무슨 생각을 하루종일 하냐? 집 다와가는데 나만 떠들었다.”
“아, 미안. 뭐라고 했어?”
“우리 둘이 노량진에이스! 하면서 맨날 다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에 찌들었다고. 생활 패턴 보면 범인보다 더 불행하게 살아, 우리가.
그런의미에서 오랜만에 너희집에서 맥주한잔, 콜?”
당연히 성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나였고 거기다가 더하게 안주로 치킨까지 시켰다.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여유롭게 먹을 시간이 없어서 못먹으니 오늘이라도 먹어놔야한다는게 이유였다. 성우의 집은 우리집과 걸어서 1분도 되지않는 곳에 있어 학원마치고도 가끔 누군가의 집에서 치맥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는 했다.
우리집을 제 집처럼 여기며 거실에 늘어져있는 성우를 지나쳐 빠르게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대충 아무렇게나 입고 나와 거실에서 머리를 말리면 어김없이 또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너는 여자애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있는데 이렇게 막, 씻고 입고 그르냐.”
“네가 있는데 어쩌라고. 맨날 잔소리해서 오늘은 목늘어난 티셔츠는 안입어준거야.”
성우의 잔소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찰나, 청량한 띵동- 소리와 함께 치킨이 눈앞에 차려졌다.
“나만 하루 휴가 받은게 미안해서 사주는거니까, 많이 먹어.”
“친구가 이렇게 치킨을 사주는데 또 내가 받기만 할 수는 없어서 널 위해 준비했어.”
“뭘?”
"키181cm.몸무게67kg.혈액형은O형.유도전공자.커피를못드시고,자몽에이드를좋아하심. 그리고 술을 못드시고 성격이 깔끔하셔서 지저분한걸 싫어하심.경찰서 청소도 답답함에 못견디셔서 황민현 형사님이 대부분하심. 나이는 어리신데 일을 잘하셔서 이곳으로 차출되어오심.평소에는 다정한 성격인데 범인들 앞에서는 눈빛이 달라지심.”
“풉-“
어디선가 많이 듣고 많이 봤던 성우의 대사에 목을 타고 넘어가던 시원한 맥주가 밖으로 뿜어져나왔다. 저번에 꿈에서 성우가 말했던 멘트 그대로였다. (1회참고)
“아, 드러. 황형사님은 완전 깔끔하셔서 더러운거 싫어하는데, 그래서 앞으로 널 싫어하시지않을까 싶다.”
뒤에 멘트는 조금 달라졌지만 토씨 하나 틀리지않고 정확했던 성우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잔을 부딫혔다.
“옹성우, 넌 정말 완벽한 친구야.”
그리고 내 입에서는 그때와 똑같은 멘트가 이어져 나왔다. 내가 왜 이토록 갑자기 웃는지 알리 없는 성우는 “내가 왜 얘랑 친해져서 직장동료까지 되버린건지..”하는 한탄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런 모습이 웃겨서 더 웃음이 나왔다.
“너는 하루종일 우울하다가 황형사님 이야기하니까 이렇게 웃냐?”
“누가 황형사님 때문에 웃었냐? 너때문에 웃었지.”
“하긴, 내가 바라만봐도 웃음이 나오는 얼굴이기는 하지.”
등따시고 배부르니 솔솔 몰려오는 졸음에 자리를 마무리 하려하면, 자꾸만 제 집처럼 드러눕눈 옹성우에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가며 겨우 집으로 돌려보냈다.
친구가 오늘 하루종일 우울해해서 자기딴에는 속으로 또 얼마나 걱정했을지, 그래서 이렇게 맥주한잔에 황형사님 이야기까지 준비한 성우의 마음이 기특해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잠시. 아까 만난 그 대형견같은 남자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정말 미래에 절친이 된다면 내꿈에도 좀 보여주지 않을래,꿈아...?
***
생각해보면 그 남자랑 몇시에 만날지도 안정했는데, 그 말만 덜컥 믿고 그렇게 지나쳐 버렸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대충 밥을 먹고 카페로 나왔는데 역시나 남자는 보이지않았다. 시간을 안정하면 어쩌자는거야.. 마냥 대책없이 기다릴 수 만은 없어서 짐을 챙겨 일어나려고 하면 이제야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 남자가 보였다.
“아, 오다가 길고양이가 너무 예뻐가꼬 시간가는줄을 몰랐어요. 미안, 미안.”
이 남자가 여기 내앞에 찾아왔다는건, 정말 내가 자주가는 카페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고, 시간을 정하지 않았음에도 얼추 비슷하게 왔다는것 또한 미리 우리가 만날거라는걸 알아서였을까? 아무래도 물어볼게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누나 딱 봐도 궁금한게 천지빼까리 같으니까, 내가 먼저 얘기할게요.
저는 25살 강다니엘, 누나보다 한살 짝아서 누나라고 부르는거에요. 내가 이거를 빼먹어가꼬 꿈에서는 누나가 왜 자꾸 누나라 부르냐고 화내거든요.
그리고 복싱선수 준비중이에요. 이제 부터 누나가 궁금해 할거는 자기를 우째 아는지, 나도 꿈을 꾸는지 뭐 이런거 맞죠?”
이미 처음 하는 이야기가 아닌듯한 강다니엘..?은 물흘러가듯 술술 이야기를 꺼냈고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마치 다음이야기를 예고하기라도 하듯 “그 이야기는 내가 목이 쪼매 마르니까 음료 시키고 하는걸로!” 말과 함께 발랄하게 음료를 주문하러 휘적 휘적 걸어가버렸다.
멍하게 앉아 홀로 상황정리를 하다 나도 음료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벌써 쟁반에 음료 두잔을 담아 가져오는 강다니엘이었다. 내가 아이스아메리카노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았는지, 이것도 본건가.
“자, 마저 이야기 하면 내도 누나처럼 꿈으로 미래를 봐요. 옛날에는 이 세상에 내만 그런줄 알았는데, 누나도 있다는거 알고 맨날 누나주변에 알짱거렸거든요. 근데 누나는 내꿈을 안꾼건지, 뭔지 맨날 모르길래 결국에 내가 답답해서 먼저 말한거에요.”
“내가 꿈을꾸는지는 어떻게 알았어?”
“누나, 맨날 꿈으로 사고 같은거 보면 혼자서 해결해볼라꼬 거기 갔었죠, 내도 그랬어요. 근데 꿈에서 본 사람들은 다 똑같이 행동하는데 맨날 누나는 혼자 꿈이랑 다르게 행동하고, 마치 미래를 안다는듯이 사고 막을라꼬 막 이것저것 시도하는거 보고 내 바로 눈치를 깠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터라,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니엘도 그를 안다는듯이 내가 말이 없으면 커피를 한모금 먹으며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이거는 누나랑 꿈에서 이야기하다가 알아낸건데, 내도 가족 아무도 없어요. 그 날 불이나가꼬 내빼고 다 떠났거든요. 아마 누나 집 1층이 우리집일껄. 내도 그 사고 이후로 어릴때 기억은 잘 없어요.”
“..........”
“내가 진도를 너무 빠르게 뺐나? 너무 충격받아하니까 내가 더 당황스럽노.”
“......계속 이야기 해봐.”
“내도 그날 처음 꿈 꿨어요. 근데, 내는 우리 가족한테 집에 있지말자고 말도 안했어요, 그냥 악몽인줄 알았지. 그래서 그 뒤로 꿈에서 안좋은일이나 이런거 보며는 어떻게든 바꿀라고 혼자 난리를쳐요. 두번 이나 같은 사고를 보고싶지않으니까.”
“너는 그렇게 해서 미래를 바꿨어...?”
나는 못그랬거든. 매번 무섭다, 혼자서는 무리다 라는 핑계로 그냥 숨어버렸는데 다니엘은 달랐다. 자기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든 뭐든 일단 달려들고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뺑소니, 소매치기, 묻지마폭행 등의 사건을 미리 막거나 해결한것은 물론이고, 화재신고나 이런걸 먼저해서 소방관이 일찍 도착하게 한적도 많다고 했다. 이럴때 나는 진짜 나이만 허투루먹은 겁쟁이었다.
“내는 그냥 신기가 있다, 뭐 이렇게 둘러대는데 누나는 그러면 안돼요.”
“왜?”
“왜기는, 경찰이다아이가. 경찰이 그래봐라, 더 의심만 사지. 안된다, 안돼”
다니엘은 손을 휘휘 저으며 웃어보였다. 점점 정감이 가는 사투리와 다니엘의 친근함에 마음이 풀어진것 같기도 했다. 매번 미래를 보고 안좋은 일을 막지 못하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을 느끼곤 했는데, 이젠 든든한 동지가 생긴것 같은느낌에 우리의 미래가 다시금 궁금해졌다.
“김여주?”
“윤형사님??”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워낙 시내에 있는 카페를 와서 였을까, 우리 팀 모두 비슷한 쪽에 살아서 그런걸까. 갑자기 우리를 지나치다 한쪽 귀에 이어폰을 빼고는 내이름을 부르는 윤형사님 이셨다.
하지만 윤형사님이 알아본건 나인데, 윤형사님? 하고 되 묻는건 나 혼자만의 대답이 아니었다. 나와 동시에 다니엘은 반갑게 윤형사님께 인사를 건넸고 윤형사님은 또 반갑게 다니엘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떻게 둘이...?”
“우리 경찰서 VIP잖아. 아,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네. VIP신고자? 우리가 출동하기전에 사건을 해결하는 멋진 소년, 뭐 이정도? 여주 전입하고 나서는 한번도 안왔네.
근데 내가 묻고 싶다, 어떻게 둘이?”
“아, 사촌동생이에요.”
자꾸만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건 다니엘이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다니엘은 매번 경찰이 출동하기전에 범인을 잡아두거나, 사건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그런 VIP였다. 아까 신기가 있다고 둘러댄다던게 우리 경찰서였어? 그리고 다니엘과 내 사이를 묻는 질문에는 사촌동생이라고 대답하는 다니엘이었다.
그 대답에 윤형사님은 신나게 박수를 치시며 신기해 하시다 “그럼 나중에 경찰서로 자주 놀러와!”하는 인사를 남기고는 훌훌 떠나버리셨다.
“그런 뻥을 치면 어떡해!”
“남자친구, 아는 동생 이런것보다는 사촌동생이 누나한테 제일 나을낀데. 황민현 형사님한테도 그렇고 내가 경찰서 드나들기에도 그게 편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오늘 다니엘이 하는 소리에는 틀린말이 없었다. 미래에서도 똑같이 싸웠나.. 네가 형사해라.
“근데, 황형사님까지 어떻게 알아? 그것도 내가 너한테 말했어?”
진심으로 궁금해서 던진 나의 질문에 다니엘은 대답대신에 알수없는 미소를 남겼다. 대답해달라고 졸라도 눈썹만 꿈틀거리며 대답을 회피할 뿐이었다. 어찌, 너와의 만남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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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착하고 예쁜 독쨔님들, 다들 전편에서 로맨스는 됬으니 애기부터 살려달라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더군요. 꿈일거다라고 이야기하시거나, 사람을 잘못본거다 라고 비셨던 독쨔님들께 오늘도 작가는 실망을 드립니다..ㅠㅠ 그리고 사실 그럴의도는 없었는데 성우와의 관계도 알콩달콩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오늘도 성우하나 추가해보았습니다..ㅎㅎ 그치만 갑작스런 다니엘의 등장은 아무도 모르셨죠?! 작가의 글에 있어서는 빠질 수 없는 다녜리와 미녀니 ㅎㅎ 어떤 남자들이 여주를 또 달달한 눈빛으로 바라볼지는.. 지금은 독쨔님들의 상상에 맏길게요!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으니까, 뭐... 반장님이 될지도 모르는거잖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매번 초록글과 510을 돌파한 신알신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매일 예쁜말만 가득한 댓글창을 보면서 또 흐믓한 하루를 보내는 작가랍니다. 우리 독쨔님들 제가 많이 많이 사랑해요 ♥ ❤️ 소중한암호닉 ❤️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 [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 [뜻산] [0118] [황밍횽] [민민] [뿡치버섯] [듐] [1010] [구르밍] [친9] [릴라이] [9094][여름] [어도러블] [몽구] [킹제77] [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 함께 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우리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