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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 어느새 봄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야야 김여주! 또 뭔 생각해, 혼자!" 


 

"그냥." 


 

"오늘 야자 째고 나랑 떡볶이 먹으러가자. ?" 


 

"알바가야돼." 


 

"? 오늘 알바 가는 날 아니잖아!" 


 


 


 

점심시간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며 운동장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있으면, 요란스럽게 들어와 내 팔을 툭 치며 자연스럽게 옆에 앉는, 역시나 김재환이다. 


 


 


 

"사장님이 부르셨어. 대타." 


 


 


 

"..." 


 


 


 

김재환은 내가 혼자 있는 꼴을 보질 못했다. 내가 혼자 있는걸 보면 본인이 다 외롭다나 뭐라나. 등굣길이든 하굣길이든 학교에서든 혼자 걸어가고있으면 너무도 당연하게 금방 내 옆자리는 김재환으로 채워졌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살랑이는 바람이 들어와 우리 둘을 스쳤다. 김재환이 살짝 몸을 떨더니, 본인이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내 어깨에 걸쳐주었다. 


 


 


 


 

"- 추워. 이제 진짜 가을인가봐. 그치?" 


 

"..야 너도 춥잖아." 


 

"됐어, 너 입어. 감기도 잘걸리는게. .. 시간 진짜 빠르다. 너한테 물벼락 맞은게 엊그제 같은데." 


 

"..그 얘기 꺼내지 말랬지." 


 


 


 

가디건을 다시 돌려주려 하자, 손사래를 치며 화제를 돌리는 김재환의 말에 문득 생각났다. 내가 김재환에게 물벼락.. 를 날린 날로 부터, 다시 말해 내가 전학왔을 때로 부터.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저기 창가 쪽에 가서 앉을래?" 


 

"." 


 


 


 

벌써 네번째다. 아니 다섯번짼가. 이 전 학교에서 고3까지는 무사히 보낼 수 있을줄 알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또 난 새로운얼굴들을 마주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집안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같이 사업을 준비하던 아저씨에게 사기를 당했고, 하필 그 시기에 엄마도 직장에서 잘렸다.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이틀. 한달,두달 버티면 버틸수록 우리집안은 더 흔들렸고, 어느 순간 이사가 잦아졌다. 엄마 말로는 집을 팔았다고 했다. 

그 후로 우린 계속해서 집을 이곳 저곳 옮겨다녔고 덩달아 내 전학도 잦아졌다. 거의 1년 단위로 학교가 바뀌다가 그마저 점점 짧아져 거의 한학기 걸러 전학을 가곤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부터는 나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적응할 생각도, 친구를 사귈 마음도 없었다. ..어차피 곧 헤어질텐데. 

지금 우리 집 사정을 생각하면, 나에게 친구를 사귀는건 사치라고 느껴졌다. 몇달 후면 헤어질 아이들에게 먼저 정을 붙이고 싶지도 않았고. 


 

이 학교에 와서도 그랬다. 아니, 그러려고했다. 


 


 


 


 

", 죄송해요! 아 진짜로 거짓말이아니라 학교 앞에서 넘어져가지구요! 아 진짜로!" 


 

"그렇게 멀쩡한 몸으로 뛰어들어왔으면서넘어졌다는 거짓말을하면 내가 믿을거라고 생각하니?" 


 


 


 

".. 헤헤 쌤. 한번만 봐주세요- ?" 


 

"... 김재환 무단지각." 


 

"아 쌤-!" 


 


 


 

조회시간은 거의 끝나갔고 아이들은 모두 소란스러웠다. 앉으라는 자리에 앉아 책상위에 책을 올려놓기만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앞문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교탁 앞에서 담임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포기한듯 시무룩하게 내 쪽으로 걸어와 내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이번 짝은 조금 시끄럽겠다, 생각하는데. 


 


 


 


 

"뭐야? 전학생 온다는게 진짜였어?" 


 

"..." 


 

"헐 대박대박! 안녕!" 


 

"..." 


 


 


 

목소리는 또 왜이렇게 커. 한숨이 터져나오려는걸 속으로 꾸욱 눌러담았다. 말을 섞고 싶지 않아, 그냥 슥 쳐다봤다. 


 


 


 


 

"뭐야뭐야, 목소리 좀 들려줘! 이름 뭐야? 어디살어? 매점가봤어? 갈래?" 


 

"..." 


 

".., 내 이름부터 알려줘야되나? 오케오케. , 여기 보이지? 김재환." 


 


 


 

본인의 명찰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살짝 보여주며 허허, 웃는다. 


 


 


 


 

"이제 니 이름도 알려," 


 

"." 


 

"..." 


 

"됐지." 


 


 


 

받기만 하고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던 명찰을 그 아이의 책상 위에 탁- 올려놓았다. 제 책상위에 올려진 명찰을 한번, 나를 한번, 쳐다보는 눈이 묘했다. 

아이들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 복도로 나갔다. 어디를 가야겠다, 생각하진 않았지만 더 있다간 말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무작정 나왔다. 


 


 


 

"..," 


 


 


 

"흐흐, 어디가? 같이가."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손에 고개를 휙 돌리니 그 아이가 서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대답을 안하면 상대방도 대답을 안했고, 내가 상대하지않으면 그 사람도 날 무시했다. 

난 더이상 너와 대화하기 싫다는 표현을 분명히 한 것 같은데. 서스럼없이 날 보고 웃는 모습에 어깨에 올라간 손을 슥 밀어냈다. 


 


 


 

"미안한데, 귀찮게 하지마." 


 


 


 

"넌 내가 귀찮아?" 


 

"." 


 

"내가 뭐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구하자는건데 뭐가 그렇게 귀찮아." 


 

"..," 


 


 


 

"이왕 짝까지 됐는데, 서로 이름 알고 말 좀 섞는게 어때서?" 


 


 


 

그래, 그건 문제 없다. 서로 이름쯤은 알고, 말 정도는 섞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러다가 친해지면? 나는 분명 또 다른 곳으로 갈거고, 헤어질때 울고불고 하는게 싫었다. 

내 의지가 아닌 상황에 의해 정을 붙였다,뗐다, 하는건 날 너무 힘들게했다. 


 


 


 

".. 나 원래 이래." 


 


 


 

"?" 


 

"원래 친구 없고, 만들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서로 귀찮은일 하지 말자고." 


 


 


 

1교시를 시작전 예비종이 울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날 쳐다보는 그 애를 뒤로하고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애도 곧 들어왔다. 

어차피 옆자리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는걸 알았고, 그냥 무시하기로했다.

1교시는 체육이었다. .., 체육복. 안가져왔는데. 괜히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자, 그 애가 체육복을 슥 내밀었다. 


 


 


 


 

"내꺼입을래?" 


 

"아니 됐," 


 

"내꺼 입어." 


 


 


 

다시 돌려줄 새도 없이 내 품에 체육복을 휙- 던지고 뒷문으로 뛰어가는 모습에 가만히 체육복을 바라보았다. 첫날부터 체육복 없는애로 한소리 들어 주목받고싶진 않았다. 

입기에는 괜히 자존심이 상해, 뚫어질듯 옷만 바라보다가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조금 긴 바지 밑단을 접어 대충 입고 운동장으로 나가며 체육복 집업을 걸쳤다. 

  


 


 


 

", 완전 덥다. 아직 봄인데 왜이렇게 더워." 


 


 


 

그 애는 선생님께 혼이 났다. 체육복을 안입고 왔다는 이유로 운동장 다섯바퀴를 돌라고 시키셨고, 그 애는 또 허허 웃으며 그걸 다 돌았다. 

그 애가 먼저 입으라고 내민 체육복이었지만 나 때문에 벌을 받는다는 생각에 미안해졌다. 그런데도 걔는 1교시가 끝나자 곧바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치, 오늘 좀 더웠지!" 


 


 


 

..넌 운동장을 그렇게 뛰고 축구까지 했으니까 덥겠지. 내 옆에서 계속 쫑알대는걸 한쪽귀로 흘리며 교실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은 후, 그 애에게 건냈다. 


 


 


 

"..." 


 


 

 

"..." 


 


 


 

내 손이 무안할 정도로 그애는 나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안받아?" 


 


 

 

"고맙다고 안해?" 


 

"..어?" 


 


 


 

고마웠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낯간지러운 말을 얘한테 하기가 망설여져 머뭇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안고마워?" 


 

"...잘, 입었어." 


 

"그럼 너도 내 부탁 들어줘." 


 

"뭐?" 


 


 

 

"나랑 친구해." 


 


 


 

참 끈질기다 너도. 


 


 


 

그 애는 포기를 몰랐다. 내가 거리를 두면 둘수록, 더 나에게 다가오는 듯 했다. 모둠 수업을 할때도 가장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본인의 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며 똑같이 시끄러운 남자애들 몇명을 데리고 오기도했다.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나도 어느 순간부터 거리를 두지 않은것 같았다. 매점에 가자고 끌고 갈때면 마지못해 가는 척 따라갔고, 걔가 소개시켜준 아이들에게도 마지못해 하는 척 인사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일은 이거였다. 


 


 


 

"여주야, 오늘 청소당번인거 알지? 화장실에 양동이 있을테니까 물 받아와서 창문 닦으면 돼-" 


 

"네." 


 


 


 

이 학교에 오고나서 처음하는 청소였다. 뭔 창문까지 닦아. 궁시렁 거리면서도 하라니까 그냥 했다. 화장실로가 파란 양동이에 물을 받아 창틀에 올려두고 걸레에 물을 묻혀가며 창문을 닦았다. 

그래, 창틀에 양동이를 올려둔 내가 잘못이었다. 


 


 

탁- 


 


 

"아 씨발 뭐야!" 


 


 


 

팔을 움직이다 실수로 양동이를 쳐버렸고, 양동이는 그대로 창문 아래로 떨어졌다. 철썩- 하며 누군가 물 맞는 소리가 들렸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보니 남학생 한명이 지나가다가 물을 맞은건지, 내 쪽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헐." 


 


 


 


 

 


 


 


 

김재환이다. 


 


 


 


 

* 


 


 


 

 

 

"놀랐지.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네, 흫." 


 

 

"..." 


 

"야, 덕분에 시원하게 샤워했다." 


 

"...미안." 


 


 

 

 

"..어?" 


 


 


 

처음으로 그 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물에 젖은 교복을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내 옆에 앉아 수건으로 머리를 털던 손이 멈췄고, 동그래진 눈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느껴져 옆통수가 따가울지경이었다. 


 


 


 

"뭘 그렇게 봐." 


 

"아니.. 너.." 


 


 

 

 

"그런 말 못하는거 아니었어?" 


 


 


 

잠시 멈췄던 머리를 털던 손이 다시 주춤, 주춤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하는거지, 못하는거냐." 


 

"뭐야. 그럼 지금까지는 왜 안했는데?" 


 

"그냥 그래왔으니까." 


 


 


 

그 말을 시작으로 그 날 그 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운동장 벤치에 앉아 가볍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조금씩 지는 해를 보니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모두 말해버렸다. 

그 애는 가만히 앉아 내 말을 끝까지 다 들었다. 다 말해버리고 나니 답답한 무언가가 후련해진 기분이 들었다. 사실 진작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랬구나." 


 

"..응." 


 


 

 

 

"난 또. 원래 성질이 드러운줄 알았네." 


 

"뭐?" 


 

"장난. 흫." 


 


 


 

살짝 흘겨보자, 곧 특유의 빙구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랑은 그럴필요없어." 


 

"뭐?" 


 

"누군가랑 헤어지는 과정이 두려운거라며. 그거 두려워하지말라고." 


 

"..." 


 


 

 

 

"대신 나한테 말없이 가지만 마."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그렇게 친해졌었는데. 

멍하니 그때 생각을 하고 있으면 또 다시 내 팔을 툭툭 쳐오는 김재환이다. 


 


 


 

 

"너 이제 좀 두껍게 입고다녀. 또 감기걸리지 말고." 


 

"..너나." 


 

"치, 고마우면서 또. 알바 데려다줄까?" 


 

"됐어." 


 

"데려다줄래." 


 


 


 

왜 물어본거야. 웃음이 터져서나와 피식 웃고는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섰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내가 일하는 식당 앞에 도착했고. 김재환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수고하고. 진상손님이 뭐라하면 나한테 꼭 전화해." 


 

"알았어, 얼른가." 


 


 


 

김재환은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 학교 쪽으로 다시 뛰어갔다. 그런 김재환이 멀어질 때까지 멍하니 쳐다보다가 문득 가디건 돌려주는걸 깜박했다는걸 알아챘다. 


 


 


 

"아, 가디건.." 


 


 


 

김재환 추울텐데. 손끝에 살짝 닿는 가디건의 팔 끝을 만지작 거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가디건에서 김재환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오늘도 고생했어. 조심히가-" 


 

"네, 내일 봬요!" 


 


 


 

저녁시간이라 밀려들어오는 손님에 폭풍같던 5시간이 지났고, 식당 문을 열고 나오자 눈 앞에 익숙한 운동화가 보였다. 


 


 


 

"...야. 너가 왜 여기있어?" 


 

 

"흫, 가디건 받으러." 


 


 


 

김재환이 아까와 같은 차림으로 식당 앞에 서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얼굴을 보자,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었다. 


 


 


 

"..말이라도 하고 오지." 


 

"서프라이즈지. 얼른 집 가자, 늦었어." 


 

"가디건 줄게." 


 


 

 

"아 됐어, 집까지 입고 가." 


 


 


 

미안한 마음에 가디건만 쥐어주고 돌려보내려 했는데, 김재환은 가디건을 벗는 내 손을 막으며 나에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순간 숨을 흡- 하고 참았다. 

내뱉는 숨소리에 혹시나 내 미세한 떨림이 묻어나올까, 편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손도 어찌할줄 모르고, 김재환이 뭐라하는건 잘 들리지도 않았다. 


 


 


 

 

"..오늘따라 말이없네." 


 

"..." 


 

"많이 추워?" 


 

"..어? 아, 아니." 


 


 


 

김재환은 아무렇지 않아보여 더 민망했다. 아 볼빨개지면 안되는데. 

내가 대답을 잘 하지않자, 김재환도 별 말 없이 묵묵히 내 어깨를 잡고 걸었고, 어느새 김재환과 나는 우리집 앞에 서있었다. 


 


 


 

 

"들어가." 


 

"..응. 잘가." 


 

"..." 


 


 

 

"..야, 김여주." 


 


 


 

집 앞에 도착해 가디건을 건내자, 김재환은 그제서야 가디건을 받아들었다. 가디건에서 났던 김재환의 냄새가 왠지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려는데 김재환의 목소리가 날 멈춰세웠다. 


 


 


 

 

"너 무슨일 있어?" 


 

"..뭐가." 


 

"며칠전부터 이상해." 


 

"..." 


 


 

 

"학교에서도 맨날 멍때리고. 오늘 집에오는동안에도 그랬잖아. 나한테 숨기는거 있지." 


 


 


 

사실 나 너무 헷갈려.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운동장 벤치에서 얘기를 나눈 그 날 이후로 김재환에게 점점 마음을 열었고, 어느새 난 김재환이 너무 편해져 있었다. 

처음엔 그저 그 뿐이었다. 편한, 그리고 유일한. 친구였는데. 역시 정이 무서운건지. 김재환이 옆에 없으면 허전했다. 그래 그럴수있다. 친구가 옆에 없으면 허전할수있어.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김재환이 덜컥 내 옆에 앉아 얼굴을 들이밀때마다, 내 걱정을 하며 인상을 찡그릴때마다 편함 그 이상의 기분이 들었다. 


 


 


 

 

"어디 아픈거야?" 


 


 


 

지금도 그랬다. 걱정스레 물으며 내 이마를 짚어오는 손에 나도 모르게 한발, 뒷걸음질 쳤다. 나는 김재환을 친구, 그 이상의 무언가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깨달으니, 도저히 예전처럼 편하게 대할 수가 없는거다. 갈 곳을 잃은 손을 힘없이 툭- 내려놓은 김재환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김여주." 


 

"..." 


 

"나 정말 걱정돼, 여주야." 


 


 


 

김재환을, 김재환같은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나 마음이 더 커지면 너와 친구로 지낼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 


 

"나 분명히 말했어." 


 


 

 

"나한테 말없이 어디 가지 말라고."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재환시점 


 


 


 

 

"하..." 


 


 


 

여주에게 건네받은 가디건을 들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재환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재환의 손이 이마에 올라가자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치던 여주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했다. 


 


 


 

"진짜.. 병신인가, 나." 


 


 


 

내가 너무 들이댔나. 그런 자신의 마음을 혹시나 여주가 눈치챈걸까, 그래서 조금씩 나를 피하는건가. 


 


 


 

 

"..안되는데." 


 


 


 

이러다가 친구로도 못지내게 생겼네. 재환의 눈꼬리가 추욱 쳐졌다. 


 


 

처음엔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성격은 조금 무뚝뚝하지만 속은 여린친구. 본인이 자꾸 여주를 더 챙겨주게 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인이 여주를 계속 신경쓰는 이유가 그저 친구라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걸 재환은 이 날 깨달았다. 


 


 


 

* 


 


 


 

 

"야야, 들어봐. 너는 여자랑 남자랑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당연하지. 나랑 김여주도 친군데?" 


 

"..뭐래." 


 

"뭐가." 


 


 

 

"너 김여주 좋아하는거 아니었어?" 


 

"뭐?!" 


 


 


 

점심시간, 축구를 하러 가기 전 성운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던 재환은 난데없이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모르는척 하지마." 


 

"..야." 


 

"왜." 


 


 

 

"..내가 김여주 좋아하는것 같아?" 


 


 


 

설마. 


 


 


 

"응." 


 

"왜?" 


 

"너 김여주 존나 챙겨주잖아." 


 


 


 

그거야.. 워낙 마음이 여린애니까. 여주의 사정을 성운에게 다 말할 수는 없어 속으로만 생각한 재환이었다. 


 


 


 

 

"솔직히 신경쓰여서 챙겨주는거 아니야? 야, 신경이 왜쓰이겠냐?" 


 

"..친구니까?" 


 

"아이고, 부랄친구 납셨네. 그래서 맨날 김여주 하굣길 데려다주고 점심시간에 혼자 있으면 쪼르르 달려가고. 그러냐?" 


 


 


 

성운의 말을듣고 재환은 생각했다. 

여주가 감기에 걸렸을 때 본인이 더 안절부절 못하며 보건쌤께 이것저것 물어 약을 타가던, 

제 옆자리에 앉은 여주의 치마가 살짝 올라가있는걸 다른 남자아이들이 우연히 흘낏 보기라도하면 그 남자아이를 노려보여 자신의 자켓을 벗어 덮어주던, 

매점에 갈때마다 여주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꼭 하나씩 사던 자신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 


 

"김재환, 연애 안해본 티낸다 또." 


 


 


 

성운은 벙찐 재환의 표정을 보며 풉- 하고 웃고는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재환이 먹다만 아이스크림은 햇빛에 녹고있었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재환의 볼은 발그레하게 물들어갔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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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와..! 작가님 글 첨으로 댓 1등이에요!!!
6년 전
독자3
세상에......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거였어... 설마 또 서로 모르고 이럼 안돼 이러면서 멀리하다가 나중에서야 이해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죠..? ㅠㅠㅠ 여주재환 행쇼해랑 ㅠㅅㅜ
6년 전
독자2
헉 쌍방이네요ㅜㅜㅜ조아요조아요 다음 화도 기대할게요!!
6년 전
독자4
ㅍ퓨작가님 글들은 하나같이 다 너무 내용도좋고 .... 이번은 재환이보면서 힐링해여갯군뇨..
6년 전
독자5
여주가 또 전학가서 헤어지게 되면 어떡하나 미리 걱정 중...흡....잘 읽고 갑니당♡
6년 전
비회원38.180
아이고....죽어요....죽어....제가 아주 심쿵사로 사망하겠어요.....후....작가님 글인줄 모르고 제 미천한 손이 그냥 지나칠뻔했네요ㅠㅠㅠㅠㅠ 역시 이번에도..명작탄생....
6년 전
독자6
헐 서로쌍방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겨라짝 ㅠㅜㅜㅜㅠ
6년 전
독자7
악 사겨라 사겨라 여주 억만장자 돼서 계속 그동네에서 살아가지고 결혼해라 짝 결혼해 짝!!!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8
여주 너무 안쓰러워요ㅠㅜㅠㅜㅠㅠㅜ그래도 재환이가 있으니 다행이에요ㅜ둘 다 너무 착하고 귀엽고 예쁘고 다 하네요..얼른 사겨라??재환이가 자신의 마음을 알게 해준 성운이 최고乃乃
6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 작가님 또 와주셔서 감사해요 ❤️❤️❤️ 번외편 나오는거 너무 좋아요 ❤️❤️❤️❤️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요 ❤️❤️❤️❤️
6년 전
독자10
어머...진짜 말꼭할께 재환아 ㅠㅠㅠㅠ 왜저만 움짤안뜨는걸까요..? 새로고침몇번을해도 큽.... 그래도 잘읽었습니다 ㅠㅠㅠㅠㅠ 이번글도 설렐 준비되있습니다...!!
6년 전
독자11
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글 분위기가 너무 몽글몽글하고 좋아요ㅠㅠㅠㅠㅠ 재환이 사진보면서 읽으니까 설레고 넘 좋네요ㅠㅠㅠ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3
꺅 글이 올라왔었네요ㅠㅠ
재환이도 마음을 깨달았고 여주도 거의 깨달아가는 중인데 둘이 이어져라 이어져라...
여주가 자신의 환경때문에 친구를 만들지 얺겠다는 마음을 가진다는게 안타깝네요
분량 짱짱이에요 좋은 글 감사해요

6년 전
독자14
헐 결국 쌍방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너무 설레고 좋아요ㅠㅠㅠㅠㅠㅠ여주가 다시 전학가지만 안았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53.102
하 제목이 결말 스포 아니겠죠??ㅜㅜㅜㅜ둘이 잘됐으면좋겠어오ㅠㅠ
6년 전
독자15
ㅜㅜㅠㅠㅠ완전 아련해요ㅜㅜㅜ둘이 빨리 행쇼해!(짝)행쇼해!(짝)
6년 전
독자16
와 서로 둘 다 좋아하는거였네... 다음화도 기대할게요ㅠㅠ 부끄럼님 글 다 너무 좋아요ㅠㅠ
6년 전
독자18
둘이 그냥 빨리 사겨 뭐하는거야.....
6년 전
비회원155.238
와ㅠㅠㅠ작가님 글 진짜 좋아하는데 재환이라뇨...!!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재환이 특유의 그 남사친같은 모먼트를 잘살려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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