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성우, 김여주. 운동하러가자."
여기 내 눈앞에 쌓인 종이뭉텅이만 봐도 할일이 천지인데, 갑자기 왜 운동인가요. 라는 말을 애써 삼키며 앞장서가는 황형사님을 따랐다.
황형사님을 따라간곳은 경찰청안에 있는 체력단련실, 그곳에서는 강력반과 특수경찰을 위한 사격장도 있었다.
권총이니만큼 연습일지와 서류를 작성하고 각자의 자리에 섰다. 얼굴에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손에 총을 쥔채 앞을 겨누는 황민현 형사님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절로 입이 벌어졌다. 특히 저 지긋이 감은 한쪽눈 곧게 뻗은 속눈썹 하나 하나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연습 안해?"
"아,네."
나도 모르게 너무 쳐다봤던걸까, 시선은 그대로 과녁을 보면서도 나에게 묻는 황형사님의 말에 놀라 앞에 놓인 총을 들었다. 입사해서 지금까지는 잘한다라는 칭찬만을 들어왔기에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심호흡을 한뒤 사격을 시작했다. 세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탕-탕- 소리가 사격실안을 가득 매웠다.
가장 먼저 사격을 시작하 황형사님은 권총에 있는 탄알을 모두 사용하신 뒤 총을 내려놓으셨다. 얼핏 봐도 대부분이 정 중앙을 향해 탄착군이 형성되어 있었다.
옆에 보이는 성우또한 정중앙에 몰려있는 탄착군을 보고는 더 조급해진 마음에 다시한번 자세를 잡았다.
"자, 팔을 조금 더 낮추고."
그때, 갑작스럽게 뒤에서 황민현 형사님의 부드러운 향과 동시에 손이 나의 몸을 감쌌다. 아, 아니아니 정확히는 뒤에서 감싸안듯이 오셔서 나의 사격자세를 고쳐주고 계셨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절로 숨이 흡-하고 멈추어졌다.
"그렇지. 호흡 멈추고 집중해서 쏴봐."
황형사님, 저 사격도 잘하는 여자에요. 이 한마디를 증명하고 싶어서, 이 총알이 사랑의 총알이다, 황형사님께 날리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집중해 사격한 뒤 보호 안경을 벗고 과녁판을 바라보면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있었다. 절로 미소가 새어나와 곧바로 황형사님을 바라보면 이미 나를 보며 웃어주고 계시는 황형사님이셨다.
"곧 잘하네."
요즘들어 스윗함의 끝을 달리시는 황형사님이 너무 달달해서 성우와 내가 붙인 별명이 하나 있는데 바로 황스윗이다. 그리고 그 별명에 맞게 칭찬과 함께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황스윗, 아니 황형사님이시다. 너무 달달하잖아. 게다가 자주 보여주시는 저 미소는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 그 미소를 보고있자니 절로 녹아내릴것만 같았다.
"황형사님 저는요?"
"어. 잘했네. 가자."
칭찬을 기다리던 강아지처럼 살랑거리던 성우의 꼬리가 축 쳐졌다. 그런 성우의 어깨를 툭툭 토닥여주면 나를 더 째려보며 좋냐? 하고 물어오는 성우였다.
"씨, 다음엔 내가 옆자리에 있을거야."
또 한번 휘적휘적 걸어가시는 황형사님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푹신한 매트가 깔린 작은 유도장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매트에 손으로 매트를 팡팡- 치고 있으면 어느새 앞서가던 성우가 "너 그러다 늦는다."라고 말하며 재촉했고 그말이 맞다싶이 황형사님은 저앞에서 벌써 탈의실로 들어가고 계셨다.
오랜만에 유도라니, 몸좀 풀어볼까. 허리를 좌우로 돌려가며 탈의실 커튼을 열어 젖히면,
하야면서도 듬직한 , 그러니까 상의탈의를 하신 황형사님의 모습이 보였다.
"으악!"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 눈앞에 살색그림이 사라지고 나서야 사고회로가 돌아갔고 나도모르게 꿀걱- 침이 삼켜졌다. 미쳤나봐.
"죄, 죄송합니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시 뒤를 돌아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옹성우는 늘 말했든 못볼꺼 다 본 사이라, 놀라지도 않고 "이젠 아주 대놓고 변태라고 인증하냐?"라며 아무렇지 않게 나를 놀려댔다.
"...괜찮아."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탈의실 밖으로 나왔다. 진짜, 김여주 이 멍청아. 남자들이랑 생활한다고 이젠 아무렇지 않게 탈의실까지 따라들어가냐. 사실, 운동을 하면 남자애들이 벗고 생활하는게 기본인지라 남자의 몸을 봐도 전혀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한번 하면, 또 눈앞에 황형사님의 태평양같은 어깨, 거기서 유도를 해도 될것 같은 넓다란 등이 자꾸만 떠올랐다. 자꾸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상상을 손으로 휘휘 저어 치워가며 여자 탈의실 커튼을 열었다. 근데, 유독 황형사님의 귀가 빨간것 같은 기분은 기분탓인가.
빠르게 도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면 벌써 매트 중앙에서 겨루기를 시작하고 있는 성우와 황형사님 이셨다. 도복을 입은 모습은 처음보는데도 하얀 도복이 황형사님과 매우 잘 어울렸다.
학원에서 늘 유도 에이스로 불렸던 옹성우와 우리 팀 내에서 유도로 손꼽히신다는 황형사님의 대결이라니 서로 옷깃 싸움을 하려 스텝을 밟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있었다. 하지만 풀어진 옷깃 틈으로 자꾸만 자기주장을 하며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황형사님의 복근이 경기에 집중하는 내 자신을 꾸준히 방해했다.
그렇게 눈으로 열심히 황형사님을 쫒고 있으면, 먼저 왼손을 잡힌 성우가 살짝 중심을 잃자마자 그 틈으로 파고트는 황형사님 이셨고 경기는 빠르게 황형사님의 한판 승으로 끝이났다. 멍하게 매트옆에 앉아 박수만 치고 있으면 어느새 나를 보시며 고개를 까딱히시는 황형사님이셨다.
그렇게 매트위에서 황형사니을 마주하자니 자꾸만 나의 눈높이에서 어슬렁거리는 황형사님의 가슴팍이 눈에 밟혀 시선처리를 하는것 부터가 힘이들었다.
"흠, 업어치기 성공하면 오늘은 통과."
"선배님, 저 나름 유도 여자 에이스였습니다."
진짠데, 그냥 웃기만 하는 황형사님이라 한번 제대로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혹시 손톱 때문에 손에 상처를 남기진 않을까 조심 조심하며 황형사님에게 파고들었고 업어치기를 시도하면, 예상과는 다르게 꿈쩍도 하지 않는 황형사님이셨다. 그러다보니 팔로 감싸안는것 만 안했지 자꾸만 뒤에서 안아오는것 같은 자세를 취하는 기분에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그렇게 있는 힘껏 허리를 굽혀 업어치기를 시도하면 넘어가는듯 하던 황형사님은 어느새 옆으로 빠져나와 매트위에 멀쩡히 서계셨다. 몸무게도 몸무게지만 다리길이 차이 때문일까 내가 열심히 업어치기를 시도해봤자 땅에서 다리뜨는 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형사님이셨다.
"제가 한번은 넘길겁니다."
이상한 기합들을 넣어가며 기술을 시도해도 여전했고 그런 내가 웃긴 황형사님은 계속 하하 소리내어 웃으시며 아예 팔 한쪽을 업어치기 하라고 내주셨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합이 계속 되고 이제는 체력이 떨어져 넘어가준다해도 넘길 힘이 나질 않았다.
"포기하면 지는거야."
여전히 뒤에서 멀쩡히 서계시는 황형사님의 말이 들렸고, 그 말을 끝으로 형사님은 나에게 잡혀있는 팔로 나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팔로 나를 안아들고 살포시 매트위에 등부터 내려놓았다. 세상에, 이렇게 달콤한 한판 패가 어디있어. 어이가 없으면서도 자꾸만 설레이는 가슴에 멍하게 누워 황형사님을 바라보면 그만 일어나라는듯 손으로 콧잔등을 툭툭-치시는 황형사님 이셨다.
"우와, 억울해."
다음엔 유도말고 그냥 맞고 때리는 복싱을 하자고 할까, 생각하고 있으면 하하 웃으시다가 손을 내미시는 황형사님이셨고 나는 그 손을 잡고서야 매트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애초에 키차이가 이렇게 나는데 나를 어떻게 넘겨. 그래도 잡기싸움은 잘하네."
지쳐서 입이 툭 튀어나와있는 내가 정말 억울해보였을까, 나를 달래다싶이 쓰다듬으며 탈의실로 갈때까지 칭찬을 해주시는 황형사님이셨다. 저 정말 억울한데 그렇게 또 스윗하면 너무 쉽게 풀리잖아요, 제가.
".......(여기 사람 있어요)"
운동후 샤워까지 마치고 따뜻한 난로앞에 있자니 졸음이 술술 몰려왔다. 어떻게든 졸음을 쫒아내려 커피도 연속 두잔이나 먹어보고 머리를 질끈 당겨묶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냉수를 한잔 들이키고 세수라도 해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면 손에 서류파일을 한가득 안아들고 돌아오시는 반장님이 보였다. 아, 설마 아니라고 해줘요.
“다들 회의실로 집합.”
불안한 예감은 늘 틀린적이 없듯이 반장님은 화이트보드에 여러사진을 자석으로 붙이셨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가리킬 하얀 막대기를 집어들면, 비로소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실종신고가 들어왔다. 24살 김희정, 23살 최예진. 둘다 여대생인데 오늘로 실종 이틀째다. 둘의 마지막 행적은 유흥업소로 방학을 맞아 유흥업소 도우미로 단기간 알바중인걸로 보고되었다.
단순실종으로 보기엔, 둘다 비슷한 직종, 지역에 거주한다는점이 수상해 연쇄사건으로 보고있다. 여자 두명이 집으로 가는 비슷한 동선에 피가 묻은 벽돌이 하나씩 나왔는데 지금 국과수에서 분석중이다. 두 피해자의 혈흔으로 나왔을 시에, 곧바로 연쇄사건으로 분류하고 우리 강력1반이 사건을 담당한다.
이상, 나는 지금 바로 국과수에 갔다올테니 그동안 체력이라도 비축해놔.”
반장님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형사님들의 입에서 동시에 한숨이 터져나왔다. 영문을 모르는 나와 성우만이 멀뚱 멀뚱 열심히 눈동자를 굴렸다. 설명이 필요하다는듯 형사님들을 빤히 바라보면, 윤지성 형사님이 먼저 입을 여셨다.
“하... 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자기 개인정보를 거짓으로 기입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수도, 수사를 할수도 없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머리를 감싸쥐시던 하성운 형사님이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연쇄사건으로 분류되는 순간, 몇일간 집에 가지도 못하는건 기본이요, 그냥 대한민국을 다 뒤진다고 생각하면 돼. 게다가 수사가 안되서 공개수사로 전환하는 순간, 여론질타에 윗선들 압박에 그냥 죽음이라고 생각하면 돼.”
하성운 형사님의 뒷말은 듣기도 싫다는듯 윤지성 형사님이 애써 손으로 귀을 막으셨다. 형사의 직감으로 다들 연쇄사건임을 짐작한다는듯, 반장님은 국과수로 가기 전 현장검사 나갈 두명 정해놔라-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윤형사님은 정보담당이시니 서에 계시는게 더 당연했기에 윤형사님을 제외하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하성운 형사님의 추천으로 점점 내가 그 대상이 되어가는 분위기였다. 물론 서 안에서 컴퓨터, 종이랑 씨름하는것 보다는 발로 뛰는게 내 타입인지라 그 분위기를 덥썩 물어버렸고.
“좋아, 그럼 여주랑 누가갈래? 성우 너 첫사건 말고는 현장 한번도 안나가봤지?”
“내가 갈게. 안에 있으려니 답답해서.”
***
현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더 스산했다. 아직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이른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좁고 길게 이어진 골목과 조명이 나간듯 깜박거리는 낡은 가로등이 이곳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해주는것 같았다.
재개발 구역이라 빽빽하게 들어선 빈집이 많다는것, 골목 골목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는것, 마을분위기는 대채로 그러했고 길바닥에 하얀 자국만이 이곳에 혈흔이 묻은 벽돌이 있었다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워낙 골목이라 쓰레기인지 증거일지도 모르는 물건이 너무 많아요. 그래도 혹시나해서 떨어져있는 비닐봉지까지도 증거물로 담았다니까요. 근데 정작 지문이나 단서가 될만한것들은 나오질 않네요.”
먼저 도착한 감식반의 말이었다. 그 말처럼 증거물 목록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하나같이 다 쓰레기같아 보였다. 아이스크림 봉지, 보석이 빠진 티아라, 낡아빠진 한쪽만 남겨진 신발까지. 황형사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지금 당장 조사할 수 있는 내용이 없어 다음 현장검사가 필요한, 마지막 행적이었던 유흥업소로 향했다.
“김희정씨, 최예진씨에게 뭐 특이한 점은 없었나요?”
“둘다 그냥 단기간 알바라서 별로 아는건 없어요.”
“젊고 예뻐서 그런지 인기가 많았어요.”
“스토커나 이런것도 없었고 걔들을 싫어할만한 사람도 없어요.”
두 여자가 일하던 업소에 들려 이것저것 알아내려하면, 업소 특성상 경찰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경찰이 뜨면 그 날 영업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니까. 그렇기때문일까 이 업소의 형님이라는 불리우는 사람은 우릴 주의깊게 바라보다 점점 노골적으로 나가줄것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직원들에게 등떠밀려 이곳을 나서려다 보면, 아까 쓰레기장에서 보던 보석빠진 티아라와 비슷한 티아라가 전시되어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이 티아라는 뭐죠?”
“매일 밤마다 팁 1등을 여왕으로 뽑는데, 3일전에는 희정이, 2일전에는 예진이가 뽑혔어요.”
동시에 황형사님과 나의 발이 멈추었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다라는 눈빛이 오고갔다.
사건의 실마리는 잡았지만 아직 우리쪽으로 완벽히 넘어오지 않은 사건이기에 더이상 손을 쓸 수 없어 모두가 반장님을 기다리다 다같이 숙직실로 향했다.
“어휴, 다들 많이 자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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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번편에서 갑작스럽게 민현이가 운동을 가자고 했죠? 그 이유를 짐작하시는분도 계시고 아닌분들도 계시더라구요 ㅎㅎ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힌트를 드리자면... ?질투의화신 황민현? 숙직실에서 화를 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겠죠? 그리고 탈의실에서 민현이 짤 넣다가 뭐에 홀린듯이 한 스무번 그냥 봐버렸네요. 우리 독쨔님들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겠죠..(다알아요) 우리 귀요미 다니엘의 등장으로 여주에게도 그동안처럼 미래에 순응하는게 아니라 미래를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네요!! 과연 여주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다음편에서 지켜봐주세요!! 마지막으로 작가가 족그만 글쓰기 어려워요, 사건짜기 힘들어요 하면 저보다 두배, 세배로 더 걱정해주시는 예쁜독자님들!! 항상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편 되게 재밌게 쓰려고 했는데 마지막부분에 급하게 쓰느라 마음에 들지않네요 ㅠㅠ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