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부수기
B. 갈대같은 금사빠 마음
“...네?”
“나랑 사귀는 비밀 프로젝트- 라고 했어요.”
아니 팀장님 제가 못들은게 아니구요... 잘못들었나 싶어서요...
근데 이렇게 다시 한번 아주 정확하게 얘기하시는 의도가... 하....
그와중에 비밀 프로젝트는 또 뭐야. 연애를 하게 되면 비밀로 하자는건가.
아니 그와중에 되게 또 순수하게 웃고계시니 할말이 없어진다.
“왜 오늘이예요... 비밀프로젝트는 또 뭐고...”
왜! 오늘 고백하신건가요.... 저 어제 차였다구요- 란 말은 못하고,
그저 왜 오늘이냐며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그... 비밀...프로젝트..라는건 그냥 붙인거고... 아. 갑자기 말해서 불편하죠”
“아.. 아뇨 그건 아니..”
아니긴 뭐가아니야 강한나!!! 불편해 죽겠잖아.. 이 분위기 어쩔거야...
나는 굉장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팀장님은 그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느낌으로 웃고계실뿐.
“나, 솔직하게. 한나씨 입사때부터 마음 있었어요. 내가 용기가 없어서, 3개월이나 걸렸는데...”
저도 옹선배한테 고백하는데 3개월 걸렸어요...
짝사랑 동지네- 하다가도, 그 짝사랑의 상대가 나였음에 놀라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금사빠는 이래서 문제지.
어제는 그렇게 울어놓고, 다른 사람의 좋아한단 한마디에 이렇게 흔들려도 되는걸까.
“한나씨가 옹대리한테 마음있는거, 알아요.”
“...네?”
“안다고. 알지만, 나 용기 엄청나게 냈다고.”
갑자기 반말로 그렇게 내맘을 두드리면 제가... 솔직히 넘어가기 직전이다.
사람맘은 왜이렇게 갈대같은지.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어제 차이고, 오늘은 고백을 받았다.
* * *
[한나야... 너 진짜 왜이러니... 물 한번 재대로 마시는구나 니가.. 그게 해골물인줄도 모르고 어?]
“아니! 그래서 나 이제 어쩌면 좋냐고!!”
다짜고짜 김재환에게 전화를 걸어 성질이란 성질은 있는대로 냈다.
나 진짜 어떻게 하냐? 거절해? 아니면 받아? 뭐 어째!
[야, 내생각엔 니가 이렇게 갈등하고있는것 부터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임. 암암.
사겨. 어차피 그 황팀장님인가 그분은 니가 그 선배한테 고백한거 모르고 있을거 아냐]
“와... 그건 절대로 비밀이야 진짜. 영원히”
[근데 뭐 들키면 어때. 어차피 차였는데]
“그러니까 비밀인거야 이 멍충아!!!”
재환이는 참, 어떻게 저렇게 바보같을까. 내 왼쪽불알이라고 했던거 취소.
내맘도 모르는데 어찌 내 일부라 할수 있겠냐!
[해골물 마시고 아주 새로운 광명을 찾을기세다 아주?]
“...재환아. 너 취미가 막말이지? 악담이지? 어!!?”
[아니 그건 아닌데, 진짜로 내가 지금... 손이 막 부들부들 떨려]
“수전증 걸렸냐? 손이 왜 떨려”
[...이 미친년을 어떻게 해야할까 싶어서. 어차피 니 맘대로 할거면서 나한테 왜 물어보나 싶어서!]
“아니 진짜 내가 너무 돌아버릴거같아서 그렇다고!!”
[야. 나 일해야되니까 끊어. 바쁘니까]
“...매정한 새끼..”
이렇게 나의 고민상담으로 시작했던 잡담은 끝나버렸다.
흔들리는 갈대가 인간이라면 내가 아닐까. 이렇게 아주 생 난리를 치고있는데.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으면 어떻게하지? 어떻게 해야할까.
오늘은 그냥 망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일에 집중이 안돼...
그렇게 머리를 쥐뜯으며 컴퓨터화면을 뚫어져라 보고만 있었다.
“강사원. 잠깐 이쪽으로 와봐요.”
멀리서 들리는 옹선배의 말에 머뭇거리다, 벌떡 일어나 노트와 펜을 들고 선배의 자리로 향했다.
선배는 컴퓨터만 보며 아주 간단하게 말했다. 이번 캠프, 참가신청서 제출안한거 강사원밖에 없는데-.
아... 내가 어벙한 소리를 내가 선배는 살포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하... 참내, 진짜로 정말로 레알로 잘생겼네, 뉘집 자식인지.
하지만 이 설레버린 마음을 들킬수는 없었다. 왜냐, 구질구질하지만 어제 차였으니까.
온갖 발연기를 하며 최대한 사무적인 척 하며 간소하게 대답했다.
“그 건은 제가 이번에 신인 맡은건 때문에, 캠프 참여 불가해서 신청서 제출 안했습니다. 갈사람만 제출하는것 아닌가요.”
“...하... 그러면 그렇다고 얘기를 해야지. 참가 안한다고. 말을 해야지 내가... 하... 알겠어요. 자리로 돌아가세요.”
선배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일부러 신청서 제출을 안했었다. 혼나는 것이더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하지만 뭐. 이제 와서는 뻘짓거리었음을 알지만.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내내 시선이 느껴졌다.
뭐야, 어디서 느껴지는 시선이야,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황팀장님이 나를 보며 특유의 사르르 미소를 짓고있었다.
나 보는건가 싶어 두리번거리다, 다시 한번 팀장님을 보니, 오라며 손짓을 하셨다.
“팀장님, 부르셨어요?”
“네. 불렀어요.”
아우씨, 심장을 조질셈인가보다.
웃는 팀장님을 보고 나도 모르게 따라 미소를 짓고있을 찰나,
입사 동기인 배사원이 이쪽을 보다가 나즈막히 말했다.
“둘이 사귀어요? 왤케 다정해”
나도 모르게 망부석이 되었지만. 3초간의 정적이 있었지만,
내가 먼저 배사원에게 주먹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미쳤어요~? 내가 감히 황팀장님과 사귈수 있겠어요~?
그런 내 말에 배사원이 아, 인정- 하며 다시 컴퓨터를 들여다 본다.
아 저 개... 어쩌지? 나의 부글부글 끓는 표정을 봤는지 황팀장님이 해사하게 웃었다.
“역시, 한나씨는 표정이 다양해서 좋아요."
그말에 나도 모르게 주위를 돌아봤다. 누가 들었을까봐 싶어서.
정말 조용히 말하긴 했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옹대리님이 이쪽을 보고 계셨다.
나와 눈이 마주쳐버린 순간 고개를 바로 돌리셨지만.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팀장님의 팔뚝을 조금 세게 쳐버렸다.
“아야... 아파 한나씨...”
“아이코. 죄송합니다아”
“...크흠... 아무튼. 강사원님.”
“넵 팀장님”
신인의 데뷔관련으로 레퍼런스 수집, 곡 수집, 작가 관련 정보들을 알려- 주신건 아니고 옹선배에게 받으라고 하셨다.
그리곤, 쪽지 한장을 적어서 내게 넘겨주셨다.
아니 분명히, 나한테 아침에... 내가 옹선배 좋아하는거 안다고 해놓고 선배한테 인수인계를 받으라는건...
그래. 아무리 공과사 구분을 해야한다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심리를 못가지지 않나? 질투나 경계하니까?
고개를 갸웃갸웃 하며 팀장님을 바라봤다.
“옹대리한테 이거 알려달라고 하고, 이 쪽지는 절대! 보지 말고. 그냥 바로 옹대리 줘야해요.”
“...아..압... 넵 감사합니다.”
아주 짧은 거리인데 무슨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이 발걸음의 무게가 거의 천근만근이다.
진짜 버거웠다. 조금의 두려움도 있고. 이 거리감이 꼭 왠지, 황팀장님과 옹대리님 사이에 있는 내 마음속 거리인것 같아서.
생각할수록 어제의 치졸한 내가 떠오르기도 하고. 괜히 어제 먹었던 술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선배에게 다가가 쪽지를 건냈다.
“...뭐야”
“팀장님께서 전달하라고...”
“...지가 주면 되는걸 왜...”
“..네?”
“아냐.”
옹선배는 중얼거리다가 쪽지를 펼치려 했다.
그러다 계속 망부석마냥 서있는 나를 보고 더 할말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정말, 사무적으로. ‘황팀장님께서 정보들, 옹대리님께 인수인계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와 솔직히 나 완전 기계같았다. 인정?
“점심먹고. 2시부터 시작하죠. 내가 지금 끝내야할게 있어서”
선배는 시계를 들여다보곤 무심하게 대답했다.
나 또한 무심하게 ‘알겠습니다.’라 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안보이게 최대한 몸을 쭈그려 한숨을 쉬었다. 후... 심장 터지는줄 알았네.
“뭐가요?강사원님?”
내 중얼거림을 들은건지 어느새 배사원이 내 옆으로 다가와있었다.
아니, 배사원은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참 은근하게 대단하다.
남의 비밀이란 비밀은 모조리 다 알고있고, 잘 듣기도 하고.
물론 그 상대를 잘 털기도 하지만.
내 비밀도 몇가지 털어갔다. 아주 탈.탈. 그리고 또한번 비밀이 털릴 위기에 처했다.
“아이고오!! 깜짝이야”
“심장이 왜 터지는데?”
“...조용히해 진영아. 제발좀. 일좀 해 놀지말고오!”
“...누나만 신인하냐? 나도 다른 신인팀 하는데... 왜 누나만 인수인계받음?”
“받아서 너한테도 인수인계 하라고 하셨어 안그래도.”
진영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참동안 지그시 바라봤다.
얘가 이럴때마다 진짜 무서워 죽겠다. 그냥 내 얼굴만 봐도 내 비밀을 다 알게될것 같은 그런 눈동자때문에.
애써 무시하며 다시 마우스를 잡으려는 찰나 진영이 내 팔을 번쩍 잡고 나를 일으켰다. 그리고 외쳤다.
“팀장니임~ 강사원님 체했나봐요. 속이 안좋데요~ 의무실 다녀오겠습니다아~”
.... 제발 그만해, 이 관종아...
그렇게 털려버렸다 탈탈탈. 탈곡기마냥, 탈수기마냥. 배진영은 나를 털어버렸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려 노력했건만. 배진영의 취조는 이겨낼 수가 없었다.
취미가 심리학 책 읽는거라더니, 말안해도 대충 표정보고 알아버리니까 무서워죽겠다.
아우 짜증나- 하며 입을 삐죽대고 있자, 그런 나를보고 비웃음을 날린다.
누나는 표정이 아주 다양한데, 그 표정들이 진짜 읽기 쉽다는거,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라며 핫초코를 내 손에 쥐어준다.
종이컵에 담긴 핫초코가 너무 달아서 역으로 더 기분이 안좋아지는것 같았다.
“누나. 좀 그래보이긴 했어. 딱봐도 옹대리님 졸졸졸. 누가 그걸 모르겠냐?”
“눈치빠른 너나 알겠지. 아, 황팀장ㄴ...”
“...황팀장님도 아는구나아”
하. 배진영의 수하에 아주 재대로 걸렸다.
아이씨, 내 입이 방정이지- 하며 내 입을 때려도 돌아오는건 배진영의 취재모드였다.
무슨 기자야? D스패치야? 스캔들이냐 이게 어? 하며 배진영을 힘껏 째려보았다.
그에 배진영은 사악한 미소로 대응했지만. 저 무서운새끼.
나는 머리를 헝클이며 엎드렸다.
“진영아... 이 관종아...”
“왜에?”
“...즐겁지? 넌 지금 이게 아주 즐거워 죽겠지?”
“아니 죽을정도는 아닌데, 즐겁긴해. 누난 슬퍼?”
“응.... 개슬퍼...”
“옹대리님 때문에?”
배진영이 나지막히 물었다.
옹대리님 뿐만이 아니지만, 황팀장님 관련으로까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냥 고개를 들어 배진영의 조그만 얼굴만 봤다.
아주 천생 아이돌같은 표정으로 환하게, 미친듯이 환하게 웃고있다.
하... 다시 엎드려 팔에 고개를 파묻었다.
“아... 토할거 같아”
“...누나 어제 술먹었지”
“엉. 재환이랑 쫌...”
“누나도, 그 형도 참 대단해. 그 꼭두새벽에 부르는 누나나, 부른다고 나오는 그형이나”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내가 모르는게 어딨냐.”
소름돋는 새끼. 제일 싫은것 중 하나가 직장동료든, 대학 동기든.
공적으로 엮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것인데, 이미 망해버렸다.
배진영은 진성 관종이라 맨날 들이대서 엄청 친해져버렸고,
황팀장님은 나한테 고백했고,
옹대리님...한테는 내가 고백을 해버렸고.
하... 무너졌다. 생활신조고 나발이고, 이번 생은 그냥 망했다.
“근데, 진영아.”
“왜에”
“꺼져...줄래...”
“싫습니다앙”
저 또라이 관종... 미친놈...
의무실에서 나와서도 계속 내 옆을 맴도는 배진영 때문에 정신이 사나워 죽겠다.
돌아와보니 팀장님과 대리님은 자리를 비우신 상태였고,
그 틈을타 배진영놈은 아주 재대로 질척대는 중이다.
왜이러는거야 제발 진영아...
“나 좀 제발 그냥 혼자 냅둬!!!!!”
짜증이 확 나서 소리를 빼액!!지른 찰나,
두 눈이 동그래진 옹대리님이 망부석의 모습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주저리 |
안녕하세용 눈에띄네 입니당. 많은분들이 신알신 해주셨어요ㅠㅠ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신분들도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C편부터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방향일지, 아닐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느끼기에 조금 유치한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초반은 조금 정신없어 줘야~라는 느낌이 있어서요... 아무튼. 아침텀으로 올것같은데, 아마 오늘 밤이나, 혹은 또 내일 아침에 오거나 할것 같아요. 그리고 궁금한거 있어요! 포인트를...얼마로 해야 맞는걸까요...? 솔직히 그냥 다들 자유롭게 보셨음 좋겠는데 그래도 5p라도 해야 ... 저는 관종이니 댓글이 조큼 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당ㅎㅎ 워드로 쓰고 복사했더니 이상해가지고... 메모장에 한번 복사하고 다시 붙인다는게 빨리 올려야지-하는 맘에 바로 복사했더니... 미리보기 확인을 했더니 이상하더라구요... 수정하는데 시간 다보냈어요 ㅠㅠ휴. 아무튼 주저리는 여기서 끝! 오늘 하루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여러분.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