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을 사용해도 좋다.”
그 한마디에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면서도 가장 최후의 방법이었다. 피해자들의 위치확보를 위해서 실탄의 사용은 가장 없어야할 일이니까.
저녁까지 얼마남지않은 시간에 모두들 빠르게 점심을 해치우고 각자 수사준비를 시작했다. 윤지성 형사님은 술집에서 입을만한 그런 의상이 없는 나를 위해 여동생집에 옷을 빌리러 가셨고 하형사님은 협조요청을, 황형사님은 성우와 함께 작전을 담당하고 계셨다.
나도 그 작전에 아이디어를 보태다 창문틈으로 아직 경찰서 밖에서 서성이는 다니엘이 보여 급히 밖으로 따라 나갔다. 아까 그렇게 급하게 보내버려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여태 집에 가지 않고 불안한 강아지마냥 계속 제자리에 맴돌며 심각한 고민중인 다니엘이었다.
“자, 여기 커피가 내가 탄 커피 다음으로 맛있어.”
“누나, 아까 화내서 미안해요.”
야외 휴게실로 다니엘을 데려와 커피를 손에 쥐어주면, 대뜸 사과부터 건네는 다니엘이었다. 그것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있었구나.
“아냐. 그렇게 걱정해주는데 고맙지 내가.”
우리가 언제 봤다고, 뭐 그리 친하다고 이렇게까지 걱정해주고 챙겨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린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니까 그래서 화내는것도 고마웠어. 걱정해주고 있는거잖아.
“누나도 꿈 꿨죠?”
“대충.”
응, 꿨었어. 사실 여자가 남자한테 쫒기고, 벽돌에 맞아서 피로 물들었던 꿈. 여자 얼굴이 안보여서 누구인지 몰랐거든, 근데 방금 윤형사님이 이정도면 되겠냐고 여동생 옷사진을 보내주셨어. 꿈이랑 똑같은 옷이더라, 짐작대로 그 여자가 나인가봐.
“안 무서워요?”
“무서울게 뭐가 있어. 주위에 경찰들이 다 대기하고 있는데.”
“근데 꿈에서는 왜 누나가 잡혀가는데.”
“모르지, 근데 안잡혀가게 우리가 바꿀거잖아.”
다니엘은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손에 들린 커피를 그대로 꿀꺽 꿀꺽 원샷했다. 뜨겁지도 않은가...
“내 꿈에서는 무슨 창고같이 생겼드만.”
“나는 그냥 시멘트벽만 기억나. 그리고 거기 잡혀있던 피해자들 얼굴도.”
당장 우리의 꿈 만으로는 그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장소보다 먼저 떠오르는 두려움 가득한 피해자들의 얼굴에 회상을 멈추었다.
“안되겠다. 억지로 자서 꿈이라도 꿔뿌야겠다.”
늘 어두워지려하면 저렇게 귀여운 매력으로 분위기를 올려주는 다니엘이 이번에도 그랬다. 그리고 커피얻어먹었으니 다음엔 자기가 밥을 산다며 능글맞게 데이트할래요? 라는 말을 꺼내다 오늘도 열심히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다니엘이었다.
오늘 점심을 입맛이 없어 대충 먹기를 잘한걸까, 출동 전 갈아입은 의상은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옷차림이었다. 클럽도 한번 가본적 없는 나에게 딱 달라붙는 블랙 원피스와 높은 구두는 아빠옷을 꺼내입은것 보다 더 어색했다.
손수 옷을 가져오신 윤지성 형사님은 내가 입은 원피스를 보시자마자 “이놈의 지지배는 이딴걸 옷이라고 입고 다닌거야?” 하시며 여동생에게 전화를 거셨고 성우와 하형사님은 “야 범인이 따라오면 그냥 구두로 찍어버려도 되겠다.” 라는 말들로 긴장을 풀어주셨다.
출동 직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잠복지역과 주의사항을 읊어주시던 반장님이 열쇠함에서 차키를 뽑아들고 나가자 하나,둘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고 나도 그런 사람들 뒤를 따랐다.
“이거 입어.”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시던 황민현 형사님은 살며시 내 팔을 잡아 걸음을 멈추셨고 손에 들린 길다란 롱패딩을 손수 입혀주셨다. 키가 크신 황형사님의 패딩을 내가 입자 발목까지 다 가려지는게 무슨 굼벵이 같기도 하고 콩벌레 같기도 했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저 멀리 재촉하시는 형사님들을 따라 차에 타려고 하면 이번에는 옹성우가 나를 잡아세웠다.
“자, 내가 범인이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체 슬로우모션으로 천천히 나에게 주먹을 날리는 옹성우였다. 아무래도 범인과 싸우게되었을때의 시물레이션을 해보라는것 같았다. 주먹 이외에도 잡기, 목조르기 등등을 나에게 시도했고 나는 그걸 천천히 받아주다가 그냥 남자의 중심부를 차버리는 시늉을 했다.
“그렇지! 안되겠다 싶음 가차없이 차버려. 후우, 너 진짜 어디 다쳐오기만 해라?”
“왜 나보다 니가 긴장을 해. 내가 언제 맞고다니는거 봤냐?”
불과 몇일전, 저번 사건에서 크게 두드려 맞았다는 사실이 생각났지만 끝까지 뻔뻔하게 도도함을 유지하며 차에 올라탔다. 주변사람들이 걱정을 시작하니 고마우면서도 덩달아 긴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범인이 업소내의 손님일지, 집에 가는길에 따라붙는 사람일지를 알수가 없어서 오늘 업소에 들어온 신입인척, 여자들을 따라 도우미대기실에 들어갔다.
독한 향수냄새들이 섞이고 섞여 코를 찔렀다. 차라리 매번 경찰서에서 맡는 남자냄새가 나은것 같았다. 그 냄새들 속에 있으려니 머리가 아파져오는것 같아 조심스럽게 복도으로 나오면 가게 마감이 얼마남지 않은 시간답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해있었다.
“어이, 예쁜이. 2차갈까? 내가 따블, 옛다 따따블로 줄게!”
훅 들어오는 술냄새와 함께 혀가 꼬여 제대로 발음도 못하는 남자는 막무가내로 내 손을 잡고 끌고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경찰서에서 배운게 남자다움인지라 이러지마세요!하고 끌려가는게 아니라 힘과 눈빛으로 그 술취한 남자에게 맞섰다.
“안가요.”
여러가지 거친말도 내뱉고 싶은데, 위장 중인지라 안가요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쓰읍. 많이 준데도!”
술에 찌든 남자는 벽이랑 대화하는것보다 더 막막하고 어려웠다. 손목을 잡아 이끄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고 버텼지만 하필 신발이 높은 구두인지라 조금 비틀 거리면 그틈에 또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는 남자였다.
“놔.”
백마탄 왕자님이 등자하듯 왕자님처럼 하얀셔츠를 입고 등장하신 황형사님은 남자의 손목을 잡아 내손을 떼어냈다. 평소 취조를 할 때에도 늘 예의있게 하지만 포스있게 존댓말을 사용하셨던 형사님이신데 “놔.” 라는 이 한마디가 평소 경찰서안의 황형사님과는 많이 달랐다.
남자는 황형사님께 잡힌 손목이 아픈건지 아프다며 발을 동동거리다 손목이 풀리자마자 욕을 남기곤 가버렸다. 나도 저정도쯤은 멋지게 처리할 수 있는데, 신발만 아니면...
“30분안으로 문닫고 다 퇴근한데. 그 전까지 좀 쉬고 있어.”
그 대기실안으로 들어가기 싫다는 내 마음을 아시는걸까, 말 없이 복도 의자에 앉아있는 내 옆에, 함께 있어주시는 황형사님이셨다. 사람의 보는 눈은 다 비슷하듯, 당연하게도 우리 황형사님을 본 여자들은 그냥 지나치지를 않았고 자꾸만 끈적한 눈빛을 보내왔다. 물론 그 눈빛에 눈길도 주지않는 황형사님과 애써 넘보지말라는 눈빛으로 그 여자들을 물리치고 있는 나였다.
잘생긴 사람 만나면 이렇게 같이 다니기도 힘들겠다,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고있으면 어느새 가게에 불이 하나 둘 꺼졌고 직원들이 퇴근을 시작했다.
거리에 사람 하나 없는 새벽 3시, 비로소 일이 시작되었다. 가게를 나가기 직전 머리에 그 티아라를 꼽고, 술을 마신것처럼 몸에 술냄새도 뿌렸다. 그리고 저 깊은 골목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구두를 신고 한참을 걷다보면 다리가 아파왔고 다리가 아파올 즘이면, 사건 지역에 다달랐다. 저녁에 보았던 골목은 더 음침함을 자아냈다.
차가운 새벽공기 아래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않았고 어두운 달빛과 나의 구두굽 소리만이 길을 채웠다. 천천히, 또각 또각 소리내어 길을 걸으면 어느새인가 그 뒤로 다른 신발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달빛이 만들어내는 나의 그림자가 앞으로 기울었고 그 뒤로 보다 큰 다른 그림자 하나가 따랐다. 두번의 코너를 돌아 걸을때까지 그 남자는 나를 지나치거나 앞서지 않았고 걸음걸이에 맞춰 걸어왔다.
하지만 서서히 좁아지는 남자와 나의 간격에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기서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떠한 골목으로 꺾어서 신호를 보내면 잠복해있던 형사들이 범인을 잡을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참자 여주야.
기나긴 골목길의 중간에 다달랐고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온 신경의 뒤쪽의 남자에게 집중되어있었다. 혹시 갑자기 달려오지 않을까,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진 않나 온 신경을 곤두세워 걸음을 걸었다.
하지만 바램과는 다르게 남자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더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퍽-
***
“으...”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꿉꿉한 냄새와 숨이 턱 막히는 공기, 이마를 타고 조금씩 흘러내리는 피가, 눈이 가려져 앞이 보이지 않지만 그 꿈의 장면속에 내가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과 , 전기충격기도 귀에 꽂혀있던 무전기도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차고있던 수갑이 나의 손목에 차갑게 채워져 있었다. 분명 그 골목을 벗어나면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나를 이곳으로 끌고 들어온 걸까.
묶여버린 손에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지도 못했다. 한방울씩 톡- 톡-하고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들려왔다.
“읍읍-“
앞이 보이지않아 최대한 귀를 귀울여 주변의 소리를 담아내고 있으면, 무언가에 막혀 소리가 나지 않지만 확실히 다른 두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만 뒤로 묶여 있을뿐 이동은 자유로웠기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벽에 몸이 닿으면 자세를 나추어 얼굴을 벽에다 붙였다.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움직여 눈을 가린 안대가 위로 벗겨지도록 동작을 반복했다. 딱딱한 시멘트벽에 얼굴이 쓸려왔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였다.
조금씩 조금씩 안대가 벗겨 올라갈수록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안대가 머리에서 벗겨진 순간, 충격적인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겁에 질린채 손발이 묶인 온몸이 멍투성이인 여자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떨어져있는 여자의 머리카락들. 울부짖는 여자들의 눈빛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여자들에게 갈 틈도 없이 끼익-하는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왔다.
황형사님, 나 무서워요.
***
(황민현 시점)
‘탁탁’
무전기를 통해 여주가 범인이 따라붙었다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리고 휴대폰으로도 ‘이 골목 돌면 바로’ 라는 문자가 보내졌다. 좋아, 여주가 이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범인을 체포한다.
마지막까지 범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더욱더 깊이 힘을주어 몸을 숨겼다. 그리고 온 신경을 집중해 범인을 기다리면,
퍽-
하는 소리, 여주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모든 사람들이 빠르게 잠복지역에서 빠져나와 여주가 있던 골목길을 향해 달렸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빠르게 코너를 돌면 김여주 니가 없는, 텅빈 골목만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당황스러운 마음에 긴 골목을 조금 더 뛰어가면 그 텅빈 골목에 피가묻은 벽돌과 작게 빛나는 티아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저 골목 차안에 대기하고 있던 반장님이 급히 달려오셨다. 이 순간, 그 작전을 허락한 반장님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혼자 무서워하고 있을 여주가 너무 걱정되어서 주먹으로 벽을 세게 내려쳤다. 손끝이 까져서 피가 새어나와도 분이 풀리질 않았다.
그 골목 앞으로도, 뒤로도 모두 경찰들이 잠복해있어 숨길곳도, 데려갈곳도 없는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휑하게 사라져버린 범인과 여주였다.
“무전도 안받습니다.”
“휴대폰은 꺼져있습니다.”
누구보다 똑똑하게 처신하는 너니까 분명 아무일 없을거다, 그럴꺼다 마음을 다스리며 경찰들을 불러모았다. 너를 한시라도 빠르게 찾아내려면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이 골목에 있는 집에 있습니다. 살인사건 조사 협조요청하고 모든 집을 샅샅이 뒤지세요. 최대한 빠르게.”
***
“본인이 본인 수갑을 차고 있는 느낌은 어때?”
어두운 지하실에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내앞에 쪼그려앉았다.
“제 발로 여기 바로 앞까지 걸어와주길래, 웬 떡이야 했는데 떡이아니라 경찰이네?”
그리고는 전기충격기와 총을 들어보이며 낄낄,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총에다가 이런거 쓰면 뭘해, 적장 너는 여기 잡혀있는데. 저 바보같은 경찰들도 여긴 못찾아. 열심히 뒤지는것 같은데 여긴 지하실안의 지하실이라 나만 알고있거든.”
“이러는 이유가 뭐야.”
“우리 경찰님 어차피 이러다 죽을텐데 궁금증은 풀어드려야지.
난 말이지, 여자가 싫어. 너무,너무 싫어!!!”
남자는 이야기를 하며 소리를 질렀고 그 고함에 묶여있는 여자들은 눈을 질끈 감으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술집 다니던 년 데리고 살아줬더니, 내돈만 펑펑 쓰다가 도망가버렸어. 내가 그년 긴머리일때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마음에 안들었다고!!!!”
아무래도 범인은 한 여자로 인한 배신감에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것 같았다. 분노하는 그의 모습이 딱봐도 제정신은 아님이 분명했다. 이여자들은 그여자가 아니잖아 라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는 지금, 범인을 자극하는 행동은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띵동-
이 어두운 집안에 어울리지않게 밝은 초인종소리가 집을 울렸다. 그러자 남자는 총과 전기충격기를 주머니에 집어 넣고 밖으로 나갔다. 그 남자가 열고 나간 저 철문의 두께와 그 밖으로 보이는 또 다른 지하실이 소리을 질러봤자 들리지않음이 분명했다.
남자가 자리을 비우자마자 일단 여자들에게 다가가 입을 묶고 있는 테이프를 제거했다. 괜찮아요 라는 질문을 던지기엔 얼핏봐도 괜찮지않아 보였다.
“언니 진짜 경찰이에요?”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도 사진으로 만났던 최예진, 그녀가 나에대해 물어왔다.
“네. 저 있으니까 괜찮을거에요. 경찰들이 이미 여기 샅샅이 뒤지고 있을거고 조만간 찾을테니까 조금만 버텨요 우리.”
무섭다. 너무 무서운데,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 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잖아. 여기선 니가 똑바로 정신차려야해. 저 겁에 질린 여자들이라도 구하려면.
애써 겁먹은 표정을 들키지않게 몸에 단단히 힘을 주고 먼저 가까이 있는 최예진에게 가까이 붙어앉아 등을 맞대었다. 그리고 손의 감각으로 손을 묶고 있는 끈을 조금씩 풀어냈다. 나에겐 수갑이차여있지만 이 두명은 끈으로 묶여있었기에 쉽게 풀어낼 수 았었다. 빠르게 두 여자의 손발을 묶은 끈을 풀어냈다.
“일단 여기 있어요. 끈 다 풀지말고 묶여있는척 가만히 있다가 정말 위급한 상황이되거나, 내가 도망가라고 하면 바로 풀고 도망가요. 알았죠?”
여자들은 대답 대신에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걱정어린 눈빛을 보내면 먼저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여자들이었다.
“계속 우리보고 왜 남자랑 도망갔냐고 묻고 협박했어요. 그리고 대답 못하면 때리거나 머리카락을 잘랐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흐느끼며 말을 이어가는 희정양을 다독이다가 범인이 열고 나간 출입문이 눈에 들어왔다.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다가가면 문에는 여러 자물쇠가 채워져있었다. 이곳으로 나간다는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창문하나 없는 이곳엔 햇빛 한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떡하면 좋을까. 내가 뭘할 수 있지? 어떻게 해야하지? 머리를 굴리다보면 문에서 철컥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더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가져온 범인이 들어왔다.
“거봐, 내가 못찾는다고 했잖아. 벌써 가버렸어. 밤에 실례해서 죄송하데. 크하하하 나한테 죄송하데!!!”
예상대로 지하실속에 있는 이 공간을 발견하지 못한것 같았다. 여자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좌절로 바뀌어 더욱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나까지 무너질 수 없었다. 무섭지 않은척, 더 당당하게 있는 내 모습이 여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테고 반대로 범인에게는 불안감이 될테니까.
“자, 그럼 우리 한던거 마저 해볼까?”
“잘못했어요, 제발.”
그 말한마디에 여자들은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벌벌 떨렸고 그 모습에 남자는 더 좋아하며 희정양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빨리 그새끼랑 뭐했는지 말하래도!!” 하며 소리를 질렀다. 희정양이 그런적 없다거나, 다른 대답을 하면 가차없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고 그와 동시에 주먹이 여린 얼굴로 날아들었다.
속에서부터 화가 치밀었다. 잠시의 행동으로도 사람을 벌벌 떨게하기에, 화가 나게하기에 충분했다.
퍽-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묶여있는 팔 대신 발길질을 남자에게 날렸다. 그러면 남자는 내 발에 차여 잠시 넘어졌다가 이내 벌떡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힘이 잔뜩 실린 주먹이 날아왔다. 뒤로 손이 묶인 탓에 팔로 땅을 짚을수없어 속절없이 몸이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아-하는 신음이 작게 입에서 나오면 남자는 그에 그치지않고 나의 머리채를 잡았고 얼굴앞에 머리를 자르던 가위를 들이밀었다. 뾰족한 가위 날에 나를 향해 경고하고 있었다.
“미쳤어?! 순서대로 해주려했더니 먼저 모가지가 잘리고 싶어서 난리를 치는구나?”
그리고 범인은 가위를 든 손을 하늘로 번쩍들어올렸다가, 빠르게 나에게 향했다. 두눈을 질끈 감으면, 어떠한 고통 대신에 범인의 듣기싫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니년들은 두드려맞는것보다 남들이 당하는걸 보는게 배로 고통스럽겠지?”
정확히 나를 보며 소름끼치는 웃음을 흘렸고 걸음은 뒷걸음질 치며 예진양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예진양의 목을 조르다가 이내 가위 든 손을 한번 하늘로 들어올렸다.
“안돼!!!”
이번엔 발길질 대신 몸으로 밀어내듯이 남자에게 몸을 날렸다. 다행이도 가위가 예진양에게 닿기 전에 그는 나에게 밀려 넘어졌다. 이놈의 수갑은 어찌나 잘 만든건지 아무리 힘을주고 다 해봐도 절대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분노와 짜증이 가득담긴 목소리와 함께 남자는 화가나는듯 발로 옆에 있는 나를 밟아댔다. 나의 비명소리보다 나를 보고 내는 두 여자의 비명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졌다.
남자의 발길질은 조금 못가 멈추었지만 씩씩거리는 호흡은 여전했다. 그리고 바닥에 넘어지며 날이 휘어진 가위를 확인하더니 이번엔 가위대신 벽돌을 집어들었다. 더이상은 안될것 같았다.
“도망가요!”
도망나갈곳도, 방법도 없지만 더이상 멍청하게 묶여있는척 한다는건 그냥 그대로 맞아죽는다라는 결론밖에 도달하지 않았다. 내 외침에 여자들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면서도 빠르게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덜덜 떨린손으로 자물쇠를 만지작거리다 잠겨있다는것을 확인하고 이내 옆에 놓인 벽돌로 자물쇠를 쿵쿵 내리쳤다.
돌발적인 상황에 당황하던 남자는 이내 소리치며 여자들에게 향했다.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했다. 미안하지만 니 상대는 아직 나야.
여자들에게 가는 남자에게 또 한번, 몸을 날려 넘어트렸다. 귀찮게도 끝까지 자신을 방해하는 내가 싫을만도 했던 남자는 옆에 있던 쇠로 된 의자를 집어들었고 있는 힘껏 나에게 내리치려 했다. 어찌할 방법이 없던 나는 빠르게 몸을 굴려 피했다. 내가 있던 뒤쪽의 나무로된 책상이 의자에 의해 힘없이 부서졌다. 그 뒤로도 남자는 손에 집히는대로 벽돌, 쇠파이프 등을 날려댔다.
그러다 문쪽에서 쇠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부서져버린 자물쇠가 땅으로 떨어져내리는 소리였다. 여자들은 손을 벌벌 떨며 꽁꽁 묶인 쇠줄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범인은 나를 상대할 때가 아니라고 느꼈는지 여자들에게 다시 몸을 돌렸다. 점점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범인을 보며 소리를 지르면서도 손은 빠르게 쇠줄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범인은 나보다, 쇠줄을 풀려는 손보다 빠르게 그녀들앞에 섰고 문앞에 있는 그녀들을 마구잡이로 때려댔다. 하지만 그녀들은 맞으면서도 손에서는 쇠줄을 놓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욱 흥분한 남자는 이번엔 자신이 앉아있는데에 주로 사용했던 플라스틱 간의 의자를 집어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범인을 몸으로 밀쳐내려하면 범인은 기다렸다는듯 나를 낚아채 문쪽으로 던지듯 밀어버렸고 나는 힘없이 고꾸라졌다. 그리고 조금 뒤 어깨에 느껴지는 고통과 함께 의자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부서져 여기저기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쇠줄이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가장앞에 있던 희정양이 빠르게 문고리를 돌렸지만 문은 열리지않았다.
“내가 여기서 못나간다고 했잖아?”
두려움보다 더한 좌절감에 여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메아리쳐 웅웅 울려댔다.
그 간절한 외침이 밖까지 닿질 않은걸까, 남자는 양손으로 희정양과 예진양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끌어당겼고 결국 다시 문에서 부터, 도망에서 부터 우리는 멀어졌다.
“누구부터 죽여줄까, 어?!”
손에 벽돌을 집어든 남자가 때릴듯한 시늉을 취했고 다시한번 지하실안이 고통섞인 비명소리로 가득차 울릴때,
쾅-
쾅하는 큰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고 그 소름끼치는 문이 빠른속도로 열렸다.
“시발, 죽이긴 누굴 죽여.”
열린 문 뒤로 다니엘의 얼굴이 보였고, 그뒤 저멀리 계단에서도 경찰들이 따라내려오는게 어렴풋이 보였다. 당황한 남자는 욕을 내뱉으며 손에 들린 벽돌을 가장 가까이 있던 예진양에게 내리치려는듯 빠르게 손을 들러올렸다.
나또한 마지막이라는듯 있는 힘껏을 다해 몸을 날렸다. 마지막에 질끈 감았던 눈을 뜨면 범인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도망가요, 얼른!”
나의 말과 동시에 여자들은 빠르게 밖으로 뛰어나갔고 이 지하실 안으로 들어오는 다니엘을 지나쳐 안전하게 문밖으로 빠져나갔다.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 마음이 놓이자 몸에 있던 온힘이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이년이, 끝까지 나를 방해해?!”
다니엘을 보고 너무 방심했던걸까,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옆에 쓰러져있던 범인은 빠르게 기어 지하실안쪽으로 기어갔고 그곳에서 또 다른 벽돌을 손에쥐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절규와 함께 벽돌이 정확히 나를 향해 날아왔다.
넘어진 충격과 어깨의 고통에 주저앉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는 나인데, 이번엔 저 벽돌을 피할도리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힘도 들어가지 않는 몸에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세게 눈을 감았다. 결국 여자들을 구했으니 미래는 바뀌었지만, 내 미래는 바꾸지못했구나. 벽돌에 맞아 빨간 피가 온몸을 뒤덮는 꿈에서 본 장면이 더 진하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퍽-
무언가에 의해 함께 바닥으로 몸이 밀쳐졌만 아프진 않았다. 동시에 감긴 시야사이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어떤것 보다 먼저, 부드러운 향기가 코끝에 스쳤다. 황형사님이다.
“김여주, 괜찮아?”
조심스럽게 눈을 뜨면 쓰러져있는 나를 감싸안고 내려다보는 황형사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다 끝났다.
이제야 완벽히 찾아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고 대답대신 울음이 먼저 새어져나왔다. 그동안 경찰이라서, 나약하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꾹꾹 눌러왔던 눈물도 함께 터져나오는지 그 어느때보다 많은 눈물에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댔다.
“미안해, 미안해.”
황형사님이 왜 나를 싫어하는지 알아서, 그 누구보다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사람앞에서 엉엉 울었다. 하지만 나를 소중하다는듯 따뜻하게 안아주던 그 모습이, 내가 황형사님을 처음 본 그날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래주는 모습과도 닮아서, 그때와는 달라진 우리 모습과 같은 여러가지 알 수 없는 감정이 함께 복바쳐 눈물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런 우리 옆으로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 모습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지하실 안쪽에서 손에 칼을 든 범인과 대치중인 다니엘이 보였다. 그리고 그 광기어린 눈동자와 눈이 정확히 마주치면 범인은 더 흥분해서 이리저리 칼을 겨누었다.
“시발.”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로 다니엘이 욕을 읊었다. 그리고 칼에 의해 주춤하는 경찰들을 지나 다니엘이 앞으로 걸어나갔고 범인의 손에 들린 칼은 흉기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다니엘의 발차기에 힘없이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다니엘은 거기서 그치지않고 그 남자의 멱살을 잡고는 주먹을 날렸다. 굉장히 빠르고 묵직한 주먹이 범인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한번의 주먹에도 범인의 비명소리와 함께 입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다니엘은 욕을 내뱉으며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경찰들이 다니엘의 팔을 잡으며 매달려도 그 힘을 막지 못했고 다니엘은 멈출줄 몰랐다.
“바보야, 그만해!!”
나의 말과 형사들의 제지에 의해 드디어 다니엘의 손이 멈추었다. 운동선수가 사람을 때린다는건, 선수자격정지나 중범죄에 해당했으니까.
진정이 된듯한 다니엘은 주먹을 내리고 고개를 숙였고 범인은 양손에 수갑을 차고 경찰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그리고 따라들어온 성우덕에 내손에 채워져있던 수갑도 풀렸다.
겨우 부축을 받아 집밖으로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그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지나쳐 걸었다. 구급차가 골목길에 들어오지 못해 조금 걸어가 구급차에 앉아 응급조치를 받았다. 잡혀가면서 벽돌에 의해 머리가 조금 찢어져 피가 자꾸만 새어나왔는데, 다른 형사님들께 지금 당장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해도 그 누구도 들은척 해주지않았다. 곧바로 구급차의 차문이 쾅하고 닫혔고 그렇게 골목길을 수놓은 불빛들이 점점 멀어져갔다.
- Behind
늦은 새벽, 그 골목에 위치한 아무집이나 두드려가며 집안을 조사했다. 영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쇄납치사건을 조사중, 이 골목에서 사라졌다는 말에 모든 사람들이 쉽게 집 조사를 허락해주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이 더 많았고 마음은 조급했다.
휴대전화 마지막 수신지역 위치조사라도해봐.
마지막 gps자료인데, 아시다싶이 100m 정도 오류가 뜹니다.
이 골목 안에서 100미터 오류면, 찾아낼 수 가 없잖아.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봐도 이 골목 어디인지, 어떤집인지 알아낼 수가 없았다. 처음으로 건강을 해치는일은 끔찍이도 싫어하는 내가 담배를 피고싶다라는 충동을 느꼈다. 그렇게 힘없이 주저앉아 있다 한집이라도 한번 더 조사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면 저 멀리 골목끝에서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다니엘이 보였다.
“무슨일입니까.”
“자꾸 이 친구가 자기가 들어가야한다고 난리를 칩니다.”
“들여보내줘요.”
다니엘 한명을 막으려 여러명의 의경들이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었는데, 들여보내라는 나의 한마디에 사람들이 단번에 물러나자 허무하게도 쉽게 걸어들어오는 다니엘이었다.
폴리스라인을 넘어들어온 다니엘은 멋대로 다시 안으로 뛰어들어가려했다. 그동안 사건해결에 많은 도움을 준 다니엘이지만 지금 이 사건현장에 아이처럼 풀어놓을수는 없어 다니엘의 팔을 잡아 멈추어세웠다.
“뭐하는거야.”
“황형사님, 저 진짜 가야해요. 누나 어데있는지 알것같다고요.”
그 어느때보다도 다니엘의 눈이 간절하다고 말하고 있어서 슬며시 다니엘의 팔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다니엘을 놓기를 기다렸다는듯 달려가 티아라가 놓여있던 곳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손가락으로 하나, 둘,셋. 오른쪽 세번째 집으로 다짜고자 들어갔다.
뒤에서 지켜보던 성우가 “저집은 이미 들어가봤습니다!” 하며 깜짝놀라 다니엘을 막으려했지만, 이제까지 늘 이렇게 사건을 해결해주기도 했던 다니엘이라 이번에도 믿었다.
초인종도 눌리지않고 다짜고자 문고리를 열어 집안으로 들어가는 다니엘이었다. 그리고 나또한 기다렸다는듯 다니엘을 따라들어갔다.
“무,무단 가택 침입....”
다니엘은 곧바로 집의 지하실로 내려들어갔다. 가파른 계단을 몇개씩 점프해 빠르게 지하로 내려간 다니엘은 적응되지 않은 어둠속에서도 마치 그 위치를 안다는듯 빠르게 지하실 조명 스위치를 찾아냈다.
탁-
환한 빛이 지하실을 가득채웠지만 여주는 보이지 않았다. 또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 앉으려하면 미세한 여자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 그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하실 안쪽 조그만 문이 위치해있었고 여러 자물쇠가 문을 막아서고 있었다.
“증거발견 장소 중심, 파란지붕 지하실로 절단기 가지고와. 얼른!!!”
바로 무전을 넣었지만 절단기를 가지고 뛰어오는 그 찰나도 기다릴 수 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한번의 큰 비명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않았고 비명소리도 희미해졌다. 애타는 마음에 이 굵은 쇠를 손으로 끊을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끄덕없었다.
“황형사님, 비키세요!”
다니엘은 어디서 가져왔을지 모르는 벽돌로 자물쇠를 마구 내려쳤다. 다니엘의 손에 들린 벽돌이 피가묻은 벽돌과 같은 종류의 벽돌같아보여서, 다니엘의 힘에 의해서 하나,둘 떨어져나가는 자물쇠가 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탁-
순식간에 자물쇠는 물론 잠긴 문고리까지 박살내버린 다니엘이었고 생각을 틈도 없이 다니엘은 발길질로 문을 부숴버렸다. 생각보다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고 피로 얼룩진, 그토록 보고싶었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혼자 얼마나 애썼을까 당장 가서 안아주고싶었다. 하지만 녀석은 나보다 더 프로답게 자신의 몸을 던져 범인을 가로막고 다른 여자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그 모습에 다니엘과 나의 입에서 동시에 낮은 욕들이 새어나왔다. 먼저 도망쳐나온 여자들이 우리를 지나쳐가고 저 뒤쪽에 있는 경찰들이 여자들을 케어했다. 나의 앞에 있던 다니엘은 곧바로 범인에게 달려갔다. 저 미친새끼, 당장에라도 주먹으로 내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여주가 더 먼저였다. 그렇게 한걸음 내딛으면, 그 범인은 미친놈 답게 여주를 향해 욕을 내뱉으며 벽돌을 던졌다.
그 어떤것보다 빠르게 뛰었고 여주를 감싸안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돌이 땅으로 떨어져내렸고 그제야 내 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여주가 눈에 들어왔다.
“김여주. 괜찮아?”
***
앞서 피해자들이 타고 있는 구급차가 출발했고 곧바로 구급차에 여주를 태웠다. 더 따뜻하게 걱정해주고 함께있어주고 싶은데,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사건 마무리하고 병원에 가겠다는 그 말이 듣기싫은데도 유독 녀석의 말이면 자꾸만 약해져서, 그 냉정하고 이성적인 황민현이 자꾸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못하고 감정적이게 되는것 같아서 애써 여주를 뒤로하고 사건현장으로 돌아왔다.
경찰차에 타있는 범인보다 가장먼저 형사들에게 둘러쌓여있는 다니엘이 보였다.
“이번에도 다니엘덕에 살았어.”
“도대체 어떻게 안거냐?”
“어...그냥, 오랜만에 또 신기가 맞았나보죠.”
그 어느때보다 확신섞인 눈빛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이번에도 역시 신기가 한몫을 한거라 대답하는 다니엘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다니엘덕에 모두를 구한게 맞았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테니까.
“손 줘봐.”
칭찬에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녀석의 손끝이 안쓰럽게도 다 까져있었다. 아까 벽돌로 자물쇠를 내려칠때 그 충격으로 까끌까끌한 벽돌에 입은 상처가 분명했다.
아까 구급대원에게 받아온 식염수 한통과 뒷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식염수에 적셨다. 그리고 임시적으로 소독이라도 하듯 다니엘의 상처를 닦아냈다.
“맨날 다치는게 제 일인데, 남자가 이렇게 치료해주니까 디게 오글거리네요.”
능글맞은 다니엘의 말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침울하고 적막하던 사건현장이 그나마 사람내새가 차오르는것 같았다.
“황형사가 원래 남자한테는 친절해.”
“요새는 남자한테만은 아니것같던데-“
“큼, 다니엘. 수고했어 얼른가봐. 진심으로 고맙다 오늘도.”
점점 떠오르는 해에 빠르게 수사를 마무리하려고 하면 여태 풀이죽어 조용하던 성우의 외침이 들려왔다.
“흐익, 황형사님. 등에 이거 피아닙니까?”
“아...”
아까 여주를 대신해서 맞았던 벽돌이 이제야 떠올랐다. 신경쓸게 많아서 아픈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아려오는것 같기도 했다.
“손등에 이상처는 또 뭡니까?”
“아, 이거는 아까...”
여주가 사라지고 화가나 벽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얻은 상처였다. 별거아닌 상처에도 피-! 하며 호들갑을 떠는 성우였다.
“황형사님이 지금 남을 걱정할때가 아니구만.”
셔츠를 통해 등에서 조금씩 진하게 새어나오는 피때문에 신입에게 혼이나고 있는 기분이라, 조금 새로웠다. 빨리 치료해야하는거 아니냐며 성우는 더 호들갑을 떨었다.
“왜 황형사님만 그렇게 바라보는지 충분히 알것같네요.”
조금은 씁슬하면서도 알겠다라는 미소를 남긴 다니엘은 이해할 수 없는 말만을 남기고 그렇게 또 휘적휘적 걸어 사라졌다.
“아, 황형사님. 치료하게 일로 오시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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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주에게 큰일이 생겼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녜리의 등장으로 여주를 구했네요 ㅎㅎ 다녜리가 어떻게 장소를 아는지, 우리 독쨔님들은 다 아시죠? 그리고 여주가 본 미래가 뭔지 저번편에서 눈치채신 분도 계시고 아닌분도 계셔서 이번편에서 좀더 설명해드렸는데 혹시 몰라 제가 직접알려드릴게요!! 저번에 여주가 꾼 꿈에서 여주가 막 벽돌맞아서 피흘리고 하신 꿈 기억하시나요? 안나신다면 4편을 참고하시길 바랄게요!! 또 무서운거 못보시는 독쨔님들이 무섭지만 겨우 본다고 하셔서 이번화가 젤 무서울것 같은데 어쩌지 하면서 걱정 많이했어요 ㅠㅠ 그래서 무서운 bgm도 빼버렸답니다 ㅎㅎ 황민현, 윤지성, 하성운 형사들은 다니엘이랑 이렇게 사건해결 많이해봐서 다니엘을 믿지만 여주와 마찬가지로 성우는 한번도 같이 해본적이 없으니까 무작정 집으로 쳐들어가는 다니엘을 이해하지 못하죠 ㅎㅎ 그리고 중간에 제가 풀죽은 성우라고 언급했는데..이건 떡밥입니다!! (뭐, 큰건 아니에요..) 그리고 다녜리가 자기가 더 다쳤으면서도 본인을 챙겨주는 미녀니를 보고 한말도 킬링포인트 ><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우리 여주 ㅠㅠ 다들 많이 걱정하셨죠?ㅎㅎ 그래서 담편에서는 미녀니 시점으로 시작하게됩니다!!ㅎㅎ 이제야 조금 들여다보는 미녀니의 속마음도 같이 봐주세요~ 마지막으로 제가 독쨔님들께 물어보고싶은게 있었는데요. 제가 인티는 글잡이거 밖에 몰라서 ㅠㅠ 막 독방 이런거 이야기해주시는데 무슨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저번에 댓글로 여쭤봐서 몇몇분들이 독방이 어떤거인지는 알려주셨어요! 하지만.. 뭐 어딜 가야 볼수있고 그런건지 하나도 몰라서 ㅠㅠ힝 알려주실 예쁜 독쨔님들 찾아용♥ 마지막으로 매번 초록글과 신알신 560을 넘게 신청해주신 사랑하는 독쨔님들 너무너무 사랑합니다아?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해주시면 됩니다!!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ㅈ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