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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강다니엘] 이팔청춘 갈매기 A | 인스티즈


; (2X8)? 28?


A








낯선 익숙함.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만들어 낸 신기한 느낌이었다.

시원한 바다 냄새, 주변의 정겨운 풍경들.
어느것하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없는데 그 익숙함들은 나를 낯설어함이 분명했다. 나만 붕 떠있는 듯한 이질적인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저... 저 여자, 파란 지붕 성이가(家)네 딸래미 아이가?”

“이 양반이 햇볕에 정신을 놨는가베.. 그 년이 양심이 있으면 여기 껄쩍대겠는교.”




일을 하던 아줌마 아저씨들이 일을 멈추고 나를 보며 한 두마디를 얹었다. 주변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듣지 않으려 했다. 캐리어를 조금 더 세게 쥐고 등에 맨 배낭을 더 꽉 고쳐 맨 후에 계속 가던 길을 걸어 갈 뿐이었다.




파란 지붕 집.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이자 오늘부터 내 집이 될 곳이다.




-




“어무이 전등 다 갈았심더.”

“하이고 의건아 고생했다. 우리 집 하나 밖에 없는 아들내미는 저런 거 하나 못 고쳐가 매번 니를 부르네... 으휴. 고마 니 내 아들 해뿌라.”

“그래 형이 우리 집서 살아라.”




우진은 사과를 베어물며 괜히 한 소리를 더 얹었다가 자신의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다.




“내가! 씻어서! 썰어오라! 캤지! 니 혼자 무라 카드나!”

“아! 내 양치했다! 안드릅다!”

“허이고 진짜.. 의건아 티비 앞에 좀 있어라 아줌마가 금방 새거 씻어가 가올게.”




의건은 웃으며 장갑을 뺀 손을 털고 티비를 보고있는 우진의 옆으로 가서 함께 화면을 바라봤다. 티비 속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우진을 보니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오디션 사기로 돈을 그렇게 날려놓고 꿈이라는게 뭐길래 사람을 저렇게 쥐락펴락 다루나 싶다가도, 자신도 한때 꾸었던 작은 꿈이 떠올라 그럴 수 있겠다며 금세 수긍했다.

밖에서 쿵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부터 호들갑을 떨어대며 들어오는 사람은 배추밭 아줌마였다.




“우진엄마! 우진엄마!”

“하이고 집 뿌사지겠네, 와요?”




우진의 엄마는 다 깎은 사과를 쟁반에 담아 거실로 가져오는 사이에 문 앞에 서서 배추밭 아줌마를 맞았다. 배추밭 아줌마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헉헉대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파란지붕.. 파란지붕..!”

“누가 쫓아오나- 침착하고 말하이소.”

“파란 지붕 집에 짐 들어왔다!”

“난 또 뭐라고, 누가 이사 왔나보지!”

“아이고 성이가네 딸래미가 들어왔다고!”




그 순간 티비를 보던 우진과 의건의 눈이 신발장에 서있던 배추밭 아줌마에게로 쏠렸다.

[워너원/강다니엘] 이팔청춘 갈매기 A | 인스티즈

우진은 자신의 옆에 앉은 의건의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봤다. 우진의 엄마와 배추밭 아줌마는 함께 그 집에 가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의건도 자신의 목장갑을 챙겨 주머니에 대충 꽂아 넣고는 따라나섰다.




“형!”

“...”

“형!”




우진은 그 뒤를 뒤늦게 따라가며 의건을 불러보지만 의건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잽싸게 달려 의건을 잡아세운 우진은 숨을 할딱이며 말했다.




“갈꺼가.”

“....어.”

“가서 뭐 어쩔라고. 뭐라 칼건데.”

[워너원/강다니엘] 이팔청춘 갈매기 A | 인스티즈


“그동안 잘 지냈냐고...?”

“아 형 진짜 등신이가, 쫌!”




-




몇 안되는 짐이지만 그래도 나름 이사라 그런지 시간이 꽤 걸렸다. 오래된 집이라 먼지가 많은 곳은 닦고 쓰레기가 있는 곳은 쓸며 나름 사람 사는 구색은 갖추어갔다. 힘이 받쳐 마루에 앉아 담벼락 쪽을 바라보니 아까부터 신경 쓰이게 몰려있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10년이 흐르긴 했지만 다 기억나는 얼굴이었다. 내가 바라보니 몇몇은 눈을 피하기도 했고 몇몇은 수근대며 나를 좋지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그 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내 시선이 걸린 곳에는 나를 아무런 표정 없이, 감정없이 쳐다보고 있는 강의건이 있었고 그런 강의건은 나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리게 할 것만 같았다. 나는 다시 주먹을 세게 쥐며 대문 밖으로 나가 말했다.




“가 주세요. 남의 집 앞에서 뭐 하시는 거에요.”

“이야, 하늘도 무심하제. 이런 썩을 년을 왜 다시 보게 만드노.”

“제가... 제가 왜 아줌마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요?”

“그럼 혼자 일해가며 지 키운 엄마 아파서 죽어가는데, 지 혼자 홀랑 서울 올라간게 그럼 썩을 년이지! 정신 똑바로 박힌년이가!”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얘기가 나오니 자동적으로 몸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다들 혀를 차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강의건이 나섰다.




“하이고 아줌마 그만하고 갑시다. 지금 아저씨 배 들어올 시간 아입니까.”

“니 빨리 짐 빼고 이사가라! 알겠나!”




강의건은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나를 노려보며 소리치는 아줌마 앞을 막아섰다. 오랜만에 보는 박우진과 박우진의 엄마도 같이 거들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가자 남은 사람은 박우진과 박우진 엄마 그리고 강의건이었다.




“엄마 가자.”

“어, 어 그래. ..오랜만이네 이름이.”




나는 아무말 않고 그저 아줌마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박우진은 아줌마와 함께 걸음을 옮겼고 그 뒷모습을 본 나는 뒤를 돌아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 쯤 강의건의 목소리에 잡혀버렸다.




“...왜 왔는데.”

“내 집에 내가 오겠다는데 이유가 필요해?”




목소리는 최대한 떨지 않고 잘 내었지만 아직 뒤를 돌아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더이상 내 안보겠다매. 니 그 드러운 팔자 고쳐야 하니까 더 잘난 남자 만나러 가겠다매.”

“어. 그거 아직 유효해. 너 안 볼거라는 것도 이 더러운 팔자 고치는 것도.”

“...맞나.”

“그러니까 앞으로는 마주치는 일 없게 하자. 서로 좋을 것 하나 없을테니까.”

“알겠다. 피곤할텐데 쉬어라.”




타고난 다정한 목소리는 내 마음을 더욱 일렁이게 만들었다.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 나는 속을 비워내고 싶었다. 힘든 일 다 겪으며 강해진 줄로만 알았는데, 그냥 겉으로 센척만 했다는 생각이 사실로 와닿았다.




-




“얘기 좀 했나.”




우진의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온 의건은 우진의 말에 의미모를 미소만 지으며 뒷목을 긁적였다.




“그 말 못했다.”

“무슨 말.”

“잘 지냈냐고.”




우진은 마냥 바보같은 의건의 태도에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왜, 한다카드만.”

“...잘 지냈던 거 같지가 않아서. 겉으론 센 척 하는데 속은 썩어 문드러졌지 않겠나.”

“진짜 호구다 호구. 형 속이나 생각해라.”

“호구는 무슨. 호구짓은 이미 10년 전에 다- 끝났다.”




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식탁으로 향했다. 의건도 웃는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와 어무이, 김치찌개 하셨네요.”

“마-이 무그라. 니 꽁치 넣은 거 좋아하제?”

“옙.”

“돼지고기 넣으라이깐.”




우진이 볼멘소리를 하자 우진의 엄마는 낮은 목소리로 타일렀다.




“주는대로 무라.”




그렇게 셋은 밥을 먹는데 어찌 된 일인지 화목해야할 저녁시간이 찬 물이라도 끼얹어져진듯이 축 쳐진 분위기였다. 우진의 엄마는 무언가를 말 하려는 듯 아닌듯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의건아.”

“지는 괜찮심더.”

“.....”

“첫사랑이 고삐리때나 첫사랑이지.. 이제 서른 바라보는 놈한테 첫사랑은 무슨..”




의건은 마른 밥만 꾸역꾸역 삼켜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의건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밥을 먹고는 있지만 지금 이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제대로 들어가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괜찮아진 줄 알았던 그리움의 상자가 열려버린 기분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끔 여전히 자신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건 성이름이었다.













--


안녕하세요 끼악-!!!!!!!!!!!!!!!
반갑숩니다. 첫 화라 이해하기 어려우실텐데 그게 정상이에요. 차근차근 스토리를 함께 풀어나가보아요...ㅎ3ㅎ ♡

사투리를 이해가 되실만한 선으로 조절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주저말고 물어봐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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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01.206
이런 분위기의 글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섬마을이 연상되는 시원한 분위기 속에 감춰진 따뜻함이 느껴지는..??
여주와 남주 캐릭터가 너무 예쁘게 잡힌 것 같아요 ㅜㅜ 둘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궁금하고 여주의 비하인드스토리도 궁금합니다
기대 많이 할게요 작가님 파이팅??

6년 전
독자1
와 다음 편 진짜 기대돼요 작가님! 이팔이 정말 이팔이었군요ㅋㅋㅋㅋㅋㅋ 다니엘 사투리고 넘 좋구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랬는지는 꾸준히 글을 보면 되겠죠? 잘 읽고 갑니다 ?‍♀️
6년 전
비회원131.211
여주가 뭘 잘못하면 얼마나 잘못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가 그렇게 썩.을놈은 아닐 거 아니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속이 얼마나 여리겠어...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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