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너무 놀랐다. 생각하지도 못 했던 사람이 내 눈앞에 있었다. 보고싶지도 않았던 사람이.. 내 앞에 있으니
심장이 이상하게 마구 뛰는 게 숨이 잘 안쉬어지는 것 같았다.
전정국은 인상을 쓴채로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안 열고 뭐 하는 거냐며 내쪽으로 다가오는 전정국에 나는 먼저 문을 덜컥 열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있을 김석진을 보고싶지 않았지만 김석진의 여전한 목소리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노여름 맞지."
"……."
"…맞잖아. 노여름."
6년만에 보고싶은듯, 보고싶지 않았던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어 입을 열려고하면
거짓말처럼 얼어버린 내 입술에 나는 바보처럼.. 또 김석진 앞에서 바보처럼 김석진을
지나쳐 급하게 도망치듯, 아니 비상구로 도망쳤다.
그 날의 회상_
나는 열일곱, 김석진은 열아홉. 우리는 학교가 같았고 먼저 나에게 좋아한다고 해준 건 김석진이었다.
돈이 많고, 얼굴도 꽤나 잘생겼고, 나한텐 항상 잘해주니 모두들 나를 부러워했다.
초반에 며칠 사귈 때 까지만해도 나보다 김석진이 나를 더 좋아했었고, 나보다 김석진이 나를 더 챙겨주고, 아껴주었었다.
하지만.. 만난지 4개월쯤이 되어서는 우리는 반대가 되었다.
'나 좋아해?'
'갑자기 또 왜?'
'사귀는 사이인데 갑자기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게 이상한 거야?'
'그게 아니라. 너는 맨날 물어보니까 그러지.'
'그거에 답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그 말을 끝으로 쉬는시간이 끝나는 종이 치는 소리가 들렸고, 김석진과 나는 늘 그렇게 각자 학년층으로 내려간다.
그러다 어떤 여학생과 마주쳐 웃으며 인사를 하는 김석진이 괜히 미워서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그걸 꾹- 참고선 계단을 밟았다.
오늘은 특별히 과외도 없어서 영화나 보러 가자는 김석진의 말에 나는 정말 바보처럼 너무 신나했다.
하루종일 계속 웃기만하자 김석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영화 하나 보러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영화 보러 가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오빠랑 영화 보는 게 좋은 거야!'
'맨날 보면서 지겹지도 않아?'
'응. 더 자주 봐도 지겹지 않을 수 있어. 오빠는 나 매일 보면 지겨워?'
'됐고, 끝나고 조금만 기다려. 담임선생님이랑 얘기할 게 좀 있어서.'
그 말에 대답은 3년을 사귀면서 끝까지 들어보지 못 했다. 너를 만나면서 지겹지 않았어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을까.
내가 또 시무룩하게 있으면, 김석진은 내 어깨를 한 번 주물러주고선 3층으로 올라갔다.
선생님 심부름에 3학년층인 3층으로 올라갔을 땐.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한 너에게 다가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김석진 너는 다른 여자의 머리에 붙은 먼지를 떼어주며 나에게도 잘 웃어주지 않는 웃음을 띄웠다.
학교가 끝나고 거의 한시간을 3학년층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절대로 지루하고, 짜증나지 않았다.
김석진을 볼 수 있다면 몇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노여름.'
'어. 일찍 왔네.'
'한시간이 일찍이야?'
'예전엔 두시간도 걸렸었잖아. 나는 몇시간도 더 기다릴 수 있어.
쌤은 뭐라셔?'
'칭찬만 하시지 뭐.'
'역시 내 남자친구다! 어딜 가도 문제 없고.. 내 남자친구 해줘서 고마워.'
'그래. 영광인줄 좀 알아라. 나처럼 이렇게 잘난 사람이 너 만나주는 거 진짜 드물어.'
'맞아!'
'장난인데 뭘 또 맞아래?'
뭔말을 들어도 웃기만하는 김석진은 나를 답답해했다. 그래도 나는 너에게만 그랬을 뿐, 남들에겐 그러지 않았다고 그걸 말 하지 못했다.
아, 내가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3년동안 나를 사귀면서, 내가 자신한테만 바보같다는 걸 몰랐다는 건 김석진만 몰랐던 거니까.
'또 울어?'
'응…. 너무 슬프잖아. 남자가 죄를 다 뒤집어썼으니까.. 사형까지 받고.'
'이거 가지고 울고 그러냐. 세상 모든 게 다 슬프냐 넌.'
내가 김석진 앞에서 자주 울다보니 김석진은 영화를 보다가 슬퍼서 우는 나를 한심해했다. 혀를 쯧쯧차며 먼저 앞장서 걸어나가는 김석진을 졸졸 따라나갔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른 커플들처럼 김석진의 손을 꽉 잡으면, 김석진은 나를 한 번 내려다보고선 손을 바로 뺐다.
'손에 땀나.'
잡은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빼는데. 그게 땀이나서가 아닌, 내 손길이 싫어서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너는 이 성적으로 나랑 같은 대학을 가겠냐? 좀 생각을 하면서 살아봐.'
'추가모집이 있잖아!…. 그리고, 나 자신있어. 꼭 오빠랑 같은 대학교 갈 거야.'
'너 머리로는 안 된다니까.'
'그럼 오빠가 나 공부 좀 알려주면 되겠다! 오늘 시간 돼?'
'오늘 약속 있어. 다음에.'
'다음에 언제.. 맨날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간다.'
같은반 여자애들 공부 알려줄 시간은 있고, 여자친구인 나에게 공부 알려주는 건 항상 안 된다고 했던 너였지만,
나는 항상 그런 너를 이해했었다. 다음에- 하고 등을 돌려 카페에서 나가버리는 김석진의 뒷모습을 보는 건
어느순간 내 일상이 되었었다.
택시_
"노정역까지 가주세요..!"
나는 아직도 기억해. 가끔 나에게 잘해주던 건, 가끔 나에게 사랑스러운 눈을 하고 애정표현을 하던 건.
진짜 나를 사랑해서가 아닌. 남들의 시선 때문이라는 거. 남들한테는 한없이 착한 전교회장에, 공부 잘 하고, 여자친구에게도 잘 해주는 이미지여야 했으니까.
그런 너인 걸 알면서도 나는 너를 3년동안 사랑했고, 헤어지고 난 뒤에 몇년간 너를 그리워했다.
늘 그렇듯 바보처럼 말이다.
석진이 한참 벙쪄서 들어오지 못 하고 가만히 있자 정국은 귀찮은듯 팔짱을 낀채로 석진을 보았다.
석진이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쉬더니 곧 거실로 와서는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아 한숨을 또 내쉬었다.
정국은 그런 석진을 아니곱게 쳐다보았다. 그러다 정국이 '아는 애야?'하고 작게 물으면 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쟤가 왜 여기 있어?"
"매니저 대타."
"…참 진짜 세상."
"……."
"…좁다, 좁아."
계속 자신을 아니곱게 쳐다보는 정국에 그 시선이 익숙한지 석진은 웃으며 정국에게 말했다.
"이제 다른 표정으로 볼 때 되지 않았냐. 매일 그 표정 지겹다."
"지겨우면 이제 그만 찾아올 때 되지 않았나."
"우리가 연 끊을 사이는 아니잖아."
"형은 뭐가 그렇게 다 쉬워?"
"인생에 쉬운 게 뭐가 있겠냐."
한마디도 지지 않는 석진에 정국이 팔짱을 낀채로 한참 석진을 내려다보았고, 석진은 어깨를 으쓱하고선 말했다.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텐데. 얼굴 그만 붉히자..형은 아직 너랑 끝낼 준비 안 됐어.
나 그만 미워해라. 난 앞으로 계속 너 찾아올 거고, 계속 뻔뻔하게 굴 거야."
"……."
"임마."
"…가라."
정국이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석진이 일어나 야야- 하고 정국의 손목을 잡았다.
정국은 인상을 쓴채로 자신의 손목을 잡은 석진의 손을 보았다가, 고개를 들어 석진의 얼굴을 보았다.
"과거에 그만 얽매여라 좀.. 집 청소도 좀 하고. 그리고 거울로 네 얼굴을 좀 봐.
연예인은 항상 행복한 얼굴을 띄워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행복한 사람의 얼굴이냐? 팬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냐?"
"……."
"너 연예인이야. 대중들에게 항상 보여지는 얼굴이잖아."
"형은 항상 그래. 남의 인생 함부로 말하는 거 참 쉬워.
"……."
"내가 알아서 해. 형 앞가림이나 잘해."
정국이 손을 뿌리치고선 방으로 들어가자 석진은 제자리에 서서는 한숨을 또 내쉬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듯 눈을 굴리던 석진은 여름을 떠올렸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야. 분명 똑같은 얼굴이었는데.
복잡한듯 마른세수를 해 보인 석진은 의자에 앉아서 또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오자마자 베게에 얼굴을 묻고 계속 울기만 했더니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던 화영이가 아직 바르지 않은 발로 내 등을 꾹꾹- 눌렀다.
"야 야 너 왜 이래? 가서 맞고왔냐?"
더 서럽게 울자, 화영이가 미안- 하고서 이불을 내 위로 덮어주었다. 왜 하필이면 김석진을 그렇게 만나는 걸까.
연예인을 싫어했던 이유도.. 항상 공부만 하던 김석진이 어느샌가 모델이 되어, 배우가 되어 나타나서 티비에 나오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더더욱 티비를 보는 게 힘들어졌고, 핸드폰을 보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었다.
분명 잊었다고 생각했던 김석진을 눈앞에서 그렇게 보고나니 가슴속이 이상하게 미친듯이 뛰고, 손까지 떨려오는 게 너무 이상했고,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몇시간을 펑펑 울다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자, 화영이가 간단한 운동을 집 안에서 하다가 나를 보고 야! 하고 소리쳤다.
집 앞에 있는 쓰레기장에 쭈그리고 앉아, 얼마전 우리가 내다놓은 쓰레기봉투를 계속 찾았다.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잊은채 계속 봉투를 찾고 있었을까, 어느샌가 내 뒤로 온 화영이가 내게 소리쳤다.
"야이 미친년아! 뭐하는데!! 드럽게 진짜! 야야!!"
화영이가 내 팔을 잡고 질질 끌어서 나는 결국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또 터진 눈물에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선 가슴을 쾅쾅-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나는 진짜 바본가봐. 그딴 쓰레기 새끼가 뭐가 좋다고.. 나 못해. 못 버려.. 막 심장이 이상해.
그 새끼가 죽도록 싫은데.. 근데도 자꾸 마음이 이상하다구."
"야... 아.. 진짜... 노여름.. 너 때문에 내가 돈다, 돌아.."
한편, 정국은 새벽이 되어서까지 잠에 못 들다가 약을 몇 알 먹어야 잠이 들었고
침대위 정국의 옆으론 수많은 약들이 놓여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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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늘 원래 밤까지 쓰고 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약속이 잡혀버려서 ㅎ_ㅎ 그냥 내고 가요!!
크헝 크헝.. 컹스컹스... 여러분 맛저하세요!_! 헤헤
(인티야 그만 아파ㅠㅠㅠㅠ 노래도 자꾸 오류뜬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