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 박지민X그의아내 너탄
w.안개비
"거기 서"
지민씨의 발걸음이 멈췄다.
지민씨가 잡고있는 내 팔에 힘을 더 준다. 조금은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너는 먼곳에서 온 네이모는 눈에 뵈지 않아? 어디서 배운 버르장이야.
피는 못속인다고, 이래서 고아년 자식을 거둬 키우는게 아닌건데.."
"오늘은.
여기서 그만 하시죠. 오랜만에 오신 이모께 기껏 보여주는게 어미와 자식이 싸우는 모습이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보아하니, 까다로우신 이모님 성정에 당분간 가정부들은 집에 없을 듯 한데.
탄소씨 부르지 마세요. 필요하면, 입막음 정도는 확실히 할 수있는 사람으로다, 가정부 보내 드릴터이니."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 채 지민씨의 손에 이끌려 넓디넓은 이 집을 벗어났다.
나올 때, 어머님과 이모님의 어이없으시다는 표정을 보았지만.
힘이 실린 지민씨의 팔을 멈춰 세울 순 없었다.
한 겨울, 아까베인 상처엔 피가 굳은지 오래였고
아픔도 잊은채 지민씨에 의해 차에 태워져 집으로 왔다.
"나 엿먹이려고 작정한거야?
오늘 제대로 엿먹이네. 너 뭐하는 애야. 니가 뭔데 거기서 그러고 있냐고."
"어머님 부탁이셨어요. 이모님 직업상 유출문제 때문에 며칠만 집안일을 해달라고 하신거예요.
지민씨 엿먹일 생각. 추호도 없었어요."
"부탁? 그여자가 부탁?
부탁이 아니라 강제였겠지. 저 어린 동생 앞에서 나를 깎아내리고 싶었겠지.
넌 거기에 쿵짝 장단이나 맞추고. 재미좋았겠어. 그런 나 깎아내리는 사람들 앞에서 밑밥이나 던져주고 있었으니 말이야.
기분이 어때? 여지껏 니 출생가지고 무시하던 내가 사실은 고아어미를 둔 불쌍한 첩의자식이라 무시당하는 걸 보니
속이 시원하든? 좋았냐ㄱ"
짝.
그의 뺨에 내 손을 올렸다.
그의 뺨에 닿인 내 손에서 마찰음이 들렸고, 추워서 하얗게 질렸던 손은 금새 붉어졌다.
나를 아무리 비하하고 조롱해도 좋아요.
근데, 당신은 지금 당신이 당신을 깎아내리고 있어.
"네. 기분 좋았어요. 사실은 나랑 별반 다를게 없는 당신이구나.
혼자 고귀한 도련님인 척. 위악떨더니 속은 썩어 문드러지다 못해 엉망이었겠구나.
많이 상처 받았겠구나. 지금도 상처 받았구나..."
목이 메여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제 앞에 그는 이토록 모났을까, 무엇이 그를 그토록 짓누르고 있는 것일까.
안쓰러워 손을 뻗어 잡아주고 싶었다.
"날 아는 척 위선떨지마. 가증스러우니깐"
그가 집을 나갔다.
도어락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나는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는 결코, 나의 진심따위는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정략결혼 박지민X그의아내 너탄
지민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제 까짓게 뭔데. 제까짓게 뭘안다고 나를 판단해.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은 불안해졌다.
마치 운동선수가 다친 것을 숨키고 대회에 나갔다, 시작 전 상대에게 들킨것마냥.
자신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위치가 보여진 것만 같아
지민은 두려웠다.
어느누구도,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앞에 놓여있는 서류들을 붙잡고 지민은 다시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슬아슬한 외줄이 금방이라도 끊어질까
더욱 자신의 성과에 매달렸다.
정략결혼 박지민X그의아내 너탄
지민씨는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셨다.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폼새는 그가 술을 먹었음을 암시했고.
그의 중심을 세우려 곧장 그에게 다가가 그를 잡으면 날숨에서 맡아지는 짙은 술냄새가 그의 음주를 확인시켜 주었다.
"무슨 술을 이렇게 드셨어요."
평소엔 입에도 잘 대지 않는 술을 이렇게 마셨을까...
그가 신경질적으로 나의 팔을 뿌리쳤다.
이젠 이런 것도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게 그의 뒤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꿀물이라도. 타드릴까요?"
"골 울리니깐, 나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렇게. 당신은 힘든거예요.
무엇이 당신을 그토록.
힘들게하고 있는건데요.
그의 얼굴에 가득한 짙은 어두움이 오늘따라 나를 당돌하게 만들었다.
눈을 감은 그에게 다가갔다.
그를 안았다.
술에 취해 힘겨운 듯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프지 마요."
금방이고 나를 쳐낼 당신이란 걸 알지만
위태로워 보이는 당신을 감싸주고 싶어.
암호닉
@불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