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CHEEZE) - I Still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까?
글. 도영꽃나무
02화
부제 - 내가 좋아?
새학기가 된지도 벌써 3주 정도가 지나갔다. 그러니까 지금은 3월의 끝자락이라는 말씀. 그 사이에 나와 도영이는 꽤나 친해졌다. 나는 계속 친구를 찾아다닌 끝에 내 뒷뒷자리인 은영이와 같이 다니게 되었고, 도영이는 워낙 활발한 성격에 원체 친구가 많기도 했어서 이런 저런 친구들과 함께 다녔다.
덕분에 나는 김도영의 친구들과도 친해졌다. 옆 반의 정재현부터, 김도영이랑 같은 동아리 선배인 문태일 선배, 후배인 이동혁까지. 좀 시끄럽고 귀찮았지만 복작거리는 게 싫지만은 않았다.
김도영은 은영이가 함께 가지 않는 수업에서는 나와 다니기도 했는데, 그 수업 중 하나는 일본어 수업이었다. 나랑 도영이는 둘 다 일본어에 큰 관심이 없었던데다가 수업은 거의 거북이와 같은 속도로 흘러갔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은 일본어 시간만 되면 신나서 맨 뒷자리를 차지 한 후에 재잘 재잘 떠들기에 바빴다. 오목을 둘 때도 있고, 빙고를 할 때도 있었다. 즉각적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영이의 표정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오늘도 평소처럼 조용히 입을 다물고서 게임을 할까 말까 했는데, 수업을 하러 들어 오신 일본어 선생님의 표정이 오늘따라 좋지 않았다. 눈치 하나는 참 빠른 도영이가 오늘은 그냥 조용히 수업을 듣는 편이 나을 거 같다며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었고, 나도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한창 수업이 진행되던 와중에 선생님께서 오늘은 짧은 작문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으셨다.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우리에겐 대답할 권리는 있지만 결국 수업을 진행하는 권리는 선생님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일본어 선생님은 만족하신 듯 학생을 지목하며 문장을 만들라고 하셨다.
"김시민."
"네…"
"짝의 이름을 넣어서 작문해볼래요?"
설마 오늘이 일주일의 마지막인 금요일이라고 맨 뒷자리에 앉은 나를 시킬 줄이야. 당연히 출석번호대로 불러야하는 거 아니야? 당황과 짜증이 섞인 내 표정을 보던 김도영은 옆에서 책상에 얼굴을 묻고선 마구 웃어댔다. 어깨 들썩이는 거 좀 봐, 짜증나는 김도영. 작문을 재촉하는 일본어 선생님을 한 번 쳐다보고선 도영이를 향해 흘깃 눈짓을 보내자, 김도영은 내 교과서에 무어라 글씨를 썼다.
'도영상. 와타시토 데-토 시마센카?'
"흐, 흠… ド ヨンさん. 私し…と! デートしません…か?"
(-도영아. 나…랑! 데이트 할…래?")
이 글씨를 쓸 때의 김도영이 지었던 표정은 나름 진지했기 때문에. 또 선생님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기에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김도영이 써 준 문장을 더듬 더듬 읽었다. 내가 문장을 읽기가 무섭게 선생님의 험악한 표정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김도영은 또 엎드려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자, 도영이는 대답을 해 줘야지?"
"아, 아- 저요?"
선생님께서 질문을 던지자 책상에서 방금 막 일어난 김도영은 웃음기를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대답했다.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지금 김도영을 때리든지 말든지 할텐데, 하나도 모르니까 답답하기만 엄청 답답했다. 심지어 일본어 수업을 듣는 30명 남짓의 아이들은 이미 우리 둘을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 왜 공부는 같이 안 했으면서 나만 몰라! 억울한 마음에 김도영의 어깨를 확 때리고 싶었는데, 옆에서 김도영의 대답이 들려왔다.
"うん、いいよ"
(그래, 좋아)
나는 내가 뭐라고 말한지도 모르고, 김도영의 대답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나랑 김도영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광분했다. 헐, 대박! 뭐야! 같은 소리가 들려 오고, 나는 일본어 선생님께 울상을 지어 보이며 제가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죠? 라는 바보같은 질문을 던졌다. 일본어 선생님의 대답을 들은 나는 신명나게 웃고 있는 김도영의 등짝을 주먹으로 내리칠 수 밖에 없었다.
"도영아, 나랑 데이트 할래? 라는 뜻이었다. 이놈아!"
-
"야, 야아…"
"… …"
"많이 화났어? 아니, 난 그냥 장난친다구…"
"뭐? 그냥 장난?"
"미안…"
아까의 시덥잖은 장난으로 단단히 짜증이 난 내가 김도영이 거는 말을 모두 무시하자, 김도영은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있다. 솔직히 그렇게 화가난 건 아니었지만 짜증을 부리면 부렸고, 사과를 받으면 받았지 누구한테 저렇게 비는 스타일이 아닌 김도영이 저러는 게 재밌고 신기해서 조금 더 화난 척을 했다.
물론, 사람 헷갈리게 하는 장난을 친 괘씸함도 있었다. 조금만 잘 해줘도 넘어가는 난데, 혹시 조금이라도 여지를 주면 내가 오해 할까봐. 조금만 잘 해줘도 두근거릴까봐. 도영이처럼 착한 애는 내가 참고서, 욕심을 내서라도 곁에 두고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게 김도영은 내가 단단히 화가 난 거라고 생각 했는지 동그란 눈으로 책상에 시선을 고정시키곤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렸다. 나를 흘끗 쳐다보는 시선에 눈이 마주쳤는데, 푸하하 웃어버렸다.
"너 발음 원래 그래?"
"응? 뭐가?"
"미안내, 만니, 이러는 거 말이야."
"비염때문에 비염… 그리고 그렇게까지는 안 뭉갰거든?!"
발끈하며 화내는 모습에 까르르 웃자, 김도영은 나를 따라 샐쭉 웃었다.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에 당황한 나에게 김도영은 진짜 데이트 할 거야? 같은 질문을 했고, 나는 미쳤냐며 소리를 질렀다. 아, 싫음 말구. 왜 소릴 질러! 나를 흘겨보는 김도영의 표정에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면 그건 내 착각이었을까?
도영꽃나무의 한 마디
1화가 너무 짧아서 2화를 쓰는데, 생각해 둔 건 많은데 아직 못 써서 뭔가...
너무 전개가 빠르죠... (ㅎㅎ아니라고해주세요.)
그냥, 빠른 전개 보는 맛으로 봐주세요... 구상해 둔 것도 없고
그냥 다정한 급식 김또잉이 보고싶어서 쓰는 거니까...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그럼
안뇽
(암호닉 받습니다. 번외나 텍파는 암호닉분들만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