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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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어제 진짜 핫했는데. ”
핫했다고..? 뭐가 핫한데?
민현이의 말에 내 모든 사고정지가 멈췄다.
진짜 지금 이 순간 나빼고 모든것들이 멈춘 기분이였다.
핫해? 뭐가? 내가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황민현이랑 막 그렇고 그런 행동을 했을리가 없다.
이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황민현은 크게 웃는다.
“ 크크크크그극ㄱ ”
“ 웃기냐 ”
“ 응 매우 너 지금 표정 진짜 웃겨 ”
황민현은 웃긴가 보다.
난 하나도 안 웃긴데.
지금 우리 진짜 진심으로 내가 생각하는 그 행동을 했으면,
너 진짜 나랑.. 끝이야...
“ 여주야 너 무슨 생각하냐 킄그극ㄱ... ”
“ ....... ”
“ 너 혹시 크크ㅡㅋ... ”
저새끼 죽일까.
내 앞에 있는 황민현은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엄청 웃고 있다.
“ 야. 진짜 장난치지 말고 말해줘. 뭐가 핫 했는데 ”
“ 야.. 그걸 어떻게 말해... 부끄럽게... ”
크게 웃다말고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 하는 황민현이다.
“ 아.. 야... 어제 무슨일이 있었던건데... ”
“ 어제..... 너랑.... 나랑..... ”
꿀꺽. 황민현의 입술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저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 아 아니다 됐어... ”
“ 아. ”
지금 황민현 쟤 진짜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게 틀림없어.
“ 아 진짜 말해? 부끄러운데? ”
“ 아 좀 말하라고!!! ”
계속 말 안해주고 놀리기만 하는 황민현때문에 아침부터 언성을 높였다.
“ 아 알았어 장난 안칠게 ”
“ 말해 ”
“ 어제 우리 소주병 들고 핫하게 춤췄잖아 기억안나? ”
그럼 그렇지. 내가 너랑 자고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지.
내가 안심의 표정을 짓고 있자, 황민현은 그런 나를 보며 웃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길래 그런 표정을 짓냐 물었고, 나에게 이런 장난을 한 황민현이 괘씸해서 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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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 시점)
김여주가 화났다.
평소에 이런적이 없었는 데, 처음이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 김여주를 따라 들어갔다.
거실에 남아있는 친구 3명은 솔직히 신경 안 쓰였다.
지금 난 화난 김여주가 더 우선이다.
“ 여주야.... ”
“ ........ ”
아무 대답이 없다. 여주는 지금 진짜 화나있는 것이다. 왜 화났을까?
난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여주는 오늘 뿐만아니라 전에도 내 친구들과 갑작스런 자리가 많았었다. 그때 마다 한번도 불만 불평 없이 내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
난 그런 여주를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다. 나와 다르게 낯가림 없이 모든 이들과 잘 어울려 노는 여주가 어렸을 때에는 샘났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샘나는 것보단 좋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잘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래서 더 지금 여주가 화난 이유를 모르겠다.
“ 나는 너가 지금 이렇게 까지 화나 있는 이유를 모르겠어. ”
정말이다. 정말 모르겠다.
근데 화나있는 여주를 보면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여전히 여주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있다.
답답한게 제일 싫어하는 여주인데.
겨울에도 답답하다고 아침마다 환기 시키는 여주인데.
이불 덮고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 여주 너가 낯가림이 심해서, 처음 보는 내 친구들과 어색해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낯가림은 내가 있지. 너는 그 전에도 다른 내 친구들이랑 처음 보는 순간에도 재밌게 잘 놀고 그랬잖아. 아까전만 해도 분위기 좋게 잘 놀았으면서.. ”
“ .... 짜증나 ”
짜증난다고 하는 여주의 목소리에 괜히 심장이 울렁였다.
이후에 밉다라는 말에 다시 한번 심장이 울렁였다.
나도 언젠가 여주에게 짜증나고 미운 감정이 두 번인가 든 적이 있었다.
아마 한 번은 고등학생때, 또 다른 한 번은 여주가 2년전 헤어진 남자친구를 처음 나에게 소개 시켜줬을 때였을 것이다. 두 번다 그 당시 상황은 달랐지만, 그때 내 감정은 ‘질투’였다.
여주 옆에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있는 모습에 내가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나도 내가 여주를 언제부터 좋아했는 지 확실하진 않지만 짝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았을 때가 고1이고 지금 벌써 25살이 되었으니 여주에게 내 감정을 숨긴지도 벌써 9년이 됐다. 확실한건 나는 아직도 혼자 여주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주가 나에게 ‘짜증나’, ‘미워’라고 하자 순간 심장이 울렁이면서 놀랐다. 근데 오늘은 여주빼고 다 남자였는 걸...?
“ 답답하잖아. 너 답답한거 싫어하잖아. ”
일단 여주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여주도 나와 같은 질투였을 까. 궁금했다.
만약 질투라면, 친구로써의 질투가 아니였으면 좋겠다.
여주가 나를 째려본다.
나를 째려 보고 있지만, 전혀 미운 감정이 섞이지 않은 그냥 애교 같이 느껴졌다.
어쩌면 여주가 질투한거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주에게 술마시면서 얘기하자고 제안했다.
여주도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여주는 취했다.
여주가 취하면 나오는 애교있는 말투가 나왔다.
귀엽다.
술 취했을 때 물어보면 뭔가 다른 대답이 나오지 않을 까 싶어서 또 물어봤다.
“ 여주야 ”
“ 앙? ”
“ 아까 왜 화난거야? 진짜 모르겠어? ”
“ 앙? 아 아까전에~~? 모르겠뗘! 구냥 훔.. 기분이 안 좋아떠! 나 혼자 둔 기분이여떠! 그냥 너가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짜증나떠! 원래 안 이랬는뎅... 웅... 모르게뗘.. 그래서 더 짜중나떠! ”
여주는 내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 보여서 짜증났다고 한다.
지금 나에겐 이 말은 ‘나 너한테 관심있어’라고 밖에 안 들렸다.
아마 이 애기를 듣고 싶어서 그런것일거다.
내 앞에 있는 여주가 너무 귀여웠다.
여주는 내 옆에서 술 달라고 칭얼 거리다가 잠들었다.
“ 여주야 ”
“ 흐음... ”
여주는 완전히 꿈나라로 떠난 상태인 것 같다.
여주를 안아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여주 옆에 여주를 향해 바라보며 누웠다.
“ 여주야. 이 기회를 통해 나 지금 너에게 고백하려고 해. ”
분명 여주는 술먹고 취한 상태라 내가 지금 말하는 말들은 내일되서는 기억을 못 할거다. 내가 아는 여주는 그럴것이다.
나는 여주에게 다 털어놨다.
지난 9년동안 내가 여주를 얼마나 좋아해오고 있는지 부터 여주랑 연애한다면, 결혼한다면,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설레발까지 다 얘기했다.
“ 기다릴게. 나를 돌아봐 줄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
진심이다. 난 기다릴 수는 있다.
하지만, 먼저 다가갈 순 없다.
내가 내 감정만 생각하고 다가간다면, 우리의 20년이라는 추억들이 한 순간에 한 결정때문에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주가 다른 남자랑 연애를 하더라도 축하만 해 줄 수 있었던 이유도 그런 이유였고, 내가 지금까지 나에게 대시해오는 여자들을 거절하고, 여주를 혼자 좋아하며 먼저 다가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다.
한동안 여주의 자는 모습을 보다 잠들었다.
그리고, 여주가 얼마 지나지 않아 깬 것 같다.
여주는 깨자마자 소리 질렀다.
여주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여주 표정을 보니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은 표정 같았다.
여주는 나에게 왜 같이 자고 있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물었다.
역시나였다. 그런 여주가 귀여워 장난을 쳤다.
어제 저녁에 아무일도 없었지만,
“ 너 어제 기억 안나? ”
라고 말했다. 내 말에 어떻게든 기억해내려 머리를 쥐어뜯는 여주가 귀여웠다.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그냥 바로 ‘아무일도 없었어’라고 말하기 아까울 정도 였다.
그래서 더 놀려줘야지 라는 생각으로 끌었다.
“ 우리 어제 진짜 핫했는데. ”
여주의 그 모습이 귀여워서 놀리다 보니 수습하기 힘들었다.
말은 뱉어놨는데 어떻게 수습하지?
어젯 밤을 기억해내려 머리를 굴리는 여주 앞에서, 나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꼴이 됐다.
머리를 굴리다가 그냥 밤에 춤추고 놀았다라고 말하자 라고 생각하고, 여주를 보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얼굴이 빨간 여주다. 김여주.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냐.
여주의 모습이 귀여워 더 시간을 끌고 싶었지만 더이상 끌었다간 여주가 정말 화낼것 같아서 말해줬다. 내 말에 귀엽게 째려보는 여주다.
귀여워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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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을 더 늘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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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