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황민현]
To.Heart
답은 항상 우리의 마음에 있고, 난 그 마음에게 말할래요.
W.춘북
**
인천국제공항.
"5분 뒤에 다시 전화줄게, 지금 16번 게이트야."
에나맬 소재의 검은색 캐리어를 수하물 컨베이너 벨트에서 꺼내든 그녀는
급하게 통화를 종료시키고 캐리어를 끌고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길었던 유학생활의 종지부를 마무리짓고, 드디어 돌아온 집이었다.
오랜시간을 보냈던 타국의 날씨와는 다르게
한국은 거의 남극이라고 할 정도로 추웠다.
삽시간에 꽁꽁 얼어버린 손에 따뜻한 김을 불어넣으려
한쪽 손에 호호- 입김을 불어대던 그녀는
잠시 잊고 있었던 키 링을 꺼내려 코트자락의 주머니를 뒤적거렸고,
손끝에 매달려 나온 키 링 중심에 쓰인 단어를 자신도 모르게 따라 속삭였다.
"Siempre hay respuestas. A donde quiera que estemos,"
자신을 이끄는 곳이 어디든, 좋은 인연들은 항상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는 그녀는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내딛었다.
입국 게이트가 열리자, [김ㅇㅇ의 입국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진
하얀 스케치북을 두 손 높이 들고 환호하며 저를 반기는 성우와
그런 성우가 부끄럽다는 듯이 찌푸린 낯빛이 멀리서도 보이는 진영.
오랜만에 본 그들이라 그녀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힘차게 달려가 그 둘에게 풀썩 안기니 둘은 그녀가 무척이나 소중하다는듯이 꼭 안고 좌우로 부둥거렸다.
"근데, 회사는 어쩌고 공항까지 마중나왔어?"
기내에서 사온 우유맛 머랭쿠키를 오물대며 묻는 그녀에
운전석의 성우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그녀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 우리 ㅇㅇ가 몇년만에 입국했다는데- 그깟 회사가 먼저냐-"
오빠는, 회사고 뭐고 네가 제일 먼저야- 백미러를 통해 그녀에게 짧게 윙크까지 한 성우에
조수석의 진영이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헛웃음을 지었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라는듯이 성우의 어깨를 꽉 쥐었다 놓았다.
"회사 본부장님이 이 모양이시니....고생하는건 민현이형 뿐이지."
고개를 설레 내젓는 진영이는 그녀가 건네는 마카롱 봉지에서
마카롱 한 움큼을 집어 진영이 자신의 말에
아니라고 바락대는 성우의 입에 욱여넣었다.
**
"수고했어요. 이번 경기 신도시TF팀은 이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해요."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대기업 건축회사.
볕이 잘드는 창가를 등진 유리책상 위에 오후의 따스한 볕이 스며들었고,
쉼없이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들기던 민현이는 이제서야 쉴 틈이 생겼는지
하루종일 앉아있던 쿠션의자에 기대어 기지개를 폈다.
진하게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도 나른한 오후의 볕을 이기지는 못하나보다,
소리없이 무겁게 내려오는 두 눈의 눈꺼풀에 민현이는 가볍게 제 두 볼을 두들기다
자신의 책상 한 켠에 놓여진 액자를 집어들어 바라봤다.
상아색 원아복을 입은, 양갈래를 한 사랑스러운 여자아이.
아이의 두 볼을 쓰다듬듯이 액자를 손끝으로 느리게 쓸어내린 민현이는 말없이 바라봤다.
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퇴근하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보고싶은 마음에 민현이는 끙끙 앓았다.
"팀장님, 10분 뒤에 프로젝트 회의있는데 조금 미룰까요."
피곤해보이는 민현이의 모습이 걱정이 된건지,
회의를 조금 미루자는 직원의 말에 민현이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는
다시 컴퓨터 스크린을 주시했다.
오늘도 늦지않게 다현이의 귀가버스를 맞으려면, 조금 서둘러야했다.
**
몇년동안 건축회사에서 본부장으로 일한 자신의 안목을 믿으라며
성우는 ㅇㅇ를 데리고 자신있게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혼자 쓰기에는 너무 넓지않아....?" 자신의 새 보금자리를 둘러보며 속삭이는 그녀에
성우는 안심하라는 듯, "종종 집에서 쫓겨나면 놀러올게-" 라며 토닥였다.
물론 (옹성우의 피난처) 그러라고 준 큰 집이 아닐테지만,
진영과 성우가 자신의 집에 자주 놀러와서 외롭지 않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그녀였다.
재력, 명예, 학식.
모든것을 갖춘 그녀는 요즘말로 잘나가는 영앤리치, 프리티의 표본이었다.
그런 그녀의 주윗사람들, 혹은 그녀의 생활을 잘 모를 오로지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그녀를 만나는 제 3자의 사람들까지도
그녀의 계속되는 유학생활과 계속되는 공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그녀가 이렇게 공부와 유학생활을 이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채워도 채워도 끝을 보이지 않는 무언가 텅 비어버린 공허함의 끝.
속이 텅 비어버린 것같은 공허함은 이내 무기력함과 우울증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성우와 진영은 그런 그녀가 걱정되어 공허함을 학구열로 돌릴 수 있게,
유학생활이 계속될 수 있게 도왔다.
공허함.
그 어떤 치료법도, 그 어떤 욕망도 채워지지않던 공허함은.
"누나, 옹성우가 현관문 따고 들어오면 바로 112 불러-"
"?! 야- 매정하게 형한테 그럴꺼냐 진쨔-"
"아, 안되겠다. 누나 집 주변에 보안업체 불러야겠다."
멀지 않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채울 수 있었다.
그녀를 아끼는 마음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크지만,
항상 2%가 모자른. 동생바보 옹성우와
옹성우와 김ㅇㅇ, 그리고 배진영 이 셋중에서 분명 서열상 막내지만 맏이같은.
어른스럽고 눈치가 좀 빠른 누나바보 배진영에
그녀는 자신 스스로를 가두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마음의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시간이 날때마다 찾아보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짧은 콩트를 보는 듯한 둘에
그녀는 또 다시 꺄르르, 웃음보를 터트렸다.
**
"어, 성우야. 오늘 다현이 귀가버스 좀 봐줄 수 있어...?"
"아, 오늘 임직원 총회의 있다고....? 그럼, 진영이도 바쁘겠네."
ㅇ,어- 아니야. 괜찮아- 괜찮다며 다정한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민현이의 얼굴은 그닥 괜찮아보이지는 않았다.
시곗바늘은 5시 정각을 알렸고,
민현이는 긴장된다는 듯이 매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몇번 축였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팀의 팀장을 겸직하고 있는 민현이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성우는
민현이가 항상 칼 퇴근을 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배려해주었다.
고교동창이자 대학동기. 군입대도 동반입대를 한, 어찌보면 남자의 반평생을 함께한 둘이었다.
그런 성우가 자신의 상사라니,
조금은 자격지심과 비슷한 마음을 갖기도 쉬울텐데
민현이는 늘 푸른 소나무처럼 마음하나 변치않고 성우의 곁에서 시간을 보냈다.
계속된건 둘의 찬란한 우정이자 둘의 빛나는 외모이고,
변한건 둘의 나잇대 뿐이었다.
볼펜의 끝에서 불이 붙을 기세로 휘갈겨가며 일처리를 하던 민현이의 머릿속을
불현듯 한 사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옆 집에 새로 이사왔다며, 다현이의 등원준비와 민현이 본인의 출근준비로
안 그래도 정신없는 아침시간에 이사떡을 돌리러 온 이웃집 여자.
"헤헤, 저 어제 이사왔어요!"
"이거 이사떡인데- 한번 드셔보세요!"
"안녕! 꼬마야! 이름이 뭐에요??"
자신의 가슴팍 쯤에 오는 이웃집 여자에 민현이는 간만에 고개를 꺾어 내려다 보았고,
여자는 자신을 향해 활짝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뜸 이사떡을 제 손에 쥐어주었다.
회사에서도 여직원들이 민현이 자신을 향해 자주 보이는
어딘가 기분 나쁜, 꿍꿍이가 있음직한 미소가 아닌
마치 다현이가 지어보이는 것과 같은 맑은 미소에
민현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서 미소를 지을 뻔했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다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감사합니다-" 딱딱한 다섯마디를 내뱉고는 뒤돌아섰다.
뒤돌아서자마자, 자신의 바짓단을 잡은 다현이가 "아빠아- 그러케하믄 떵우삼쵼이 안댄대-" 라며
귀여운 꾸지람을 준 것 때문에 그 이웃집 여자가 생각이 난 것이라고 스스로 치부하던 민현이는
또 야속하게 흘러가 버린 시곗바늘을 밉다는 듯이 흘겨보곤
다시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기세로 업무에 집중했다.
**
바람이 많이 부는, 차가운 날씨의 저녁 6시.
매일 내리는 오피스텔 단지의 하차장소에서 친구들을 따라 유치원 버스에서 내렸건만,
기다려온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부리 입을 빼쭉 내밀은 다현이다.
친구들은 하나 둘, 자신을 데리러 온 부모님들을 따라 집으로 사라졌지만,
다현이의 곁을 지키는 건 늦겨울에 세차게 불어오는 맞바람 뿐이었다.
다 큰 어른의 입장에서도 다현이의 상황이 된다면,
춥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짜증스러운 한마디가 튀어 나왔겠지만
다현이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려 노력하는 듯했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다현이표 눈웃음을 샐쭉 지어보이고는
오피스텔 빌딩 앞, 벤치에 영차- 올라가 앉은 다현이는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 바람때무네-"
유치원에서 배운듯한 동요를 흥얼거리며 민현이를 기다렸다.
유치원에서 배운 모든 동요를 다 불렀는 모양인지,
이제는 지친다는 표정을 지은 다현이는 통통한 두 볼을 자그마한 두손으로 감싸쥐며
추위에 질린건지 얼어있었다.
추위에 질렸고 거기다 하루종일 뛰어놀아 피곤한 몸에 점점 졸음이 몰려올때 쯤,
다현이는 잠을 물리치려는 모양인지 앉아있던 벤치에서 내려와
도로 가를 서성거리며 민현이가 제게 일러준대로 무언가를 세기 시작했다.
"아빠가 열까지 세라 해쓰니깐, 다혀니 열까지 센다아!"
꼼실거리며 아침에 민현이가 끼어준 벙어리 장갑에서 자그마한 손을 꺼내어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다현이는 수를 세기 시작했다.
"....아빠....? 다혀니 열 다셌는데....?"
".........떵우삼쵼이랑 배배삼쵼까지두 세줄께에-"
여섯시 반. 지금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9도.
".........아빠.......다혀니 오십까지 셌는데에........"
어른들도 영하의 기온 속에서 30분을 버티는 게 힘들텐데,
아이는 꼼실거리며 두 삼촌들의 수도 세준다며 손가락을 접어갔고
어느새 오십까지 넘어가버린 숫자에 자신도 모르게 울먹이기 시작했다.
오늘 유치원 선샘님께서 들려주신 빨간모자와 늑대 동화를 너무 자세하게 들어버린게 잘못인건지
하늘을 뒤덮어버린 어둠은 마치 늑대의 검은 털빛같았고,
저 멀리서 다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줄기 빛은 늑대의 훤한 눈빛같았다.
불빛이 점점 가까워지자, 다현이는 소리 지를 준비를 했고.
마침내 불빛이 오롯이 저만을 비추자 소리를 지르려던 다현이를
"!? 꼬마야! 여기서 뭐해요??"
이웃집 언니인 ㅇㅇ가 막았다.
추위에 절어 빨갛게 터진 아이의 두 볼을 잠시나마 제 두손으로 녹이려하는건지
그녀는 끼고 있던 장갑을 벗고 온기가 맴도는 손을 볼에 가져다대었다.
훅 하고 끼쳐오는 온기에 조금 몸이 풀려오는건지 아이는 눈을 감고 온기를 느끼는 듯 했고,
이러다가 아이가 독감에 걸릴 수 있겠다 싶은 그녀는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부디 자신을 유괴범으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데......
"꼬마야,"
"...ㅇ,언니네 집에 갈래요....?"
언니네 집에 핑크퐁 인형도 있는데- 자신의 히든카드인 핑크퐁까지 내보이며
아이에게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지어보인 그녀는
마음 속으로 제발...... 이라는 말만 중얼댔다.
"아빠가 모르눈 사람....따라가믄 안댄댔는데......"
"......핑크퐁만 보고 다혀니 나올거에여-"
새침도도하게 ㅇㅇ의 물음에 대답한 다현이는
그녀의 호의를 베푸는 듯한 손을 무시한 채,
쫑쫑거리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섰고
ㅇㅇ는 바로 어제 외로우면 껴안고 자라며 핑크퐁 인형을 사왔던 성우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본인을 매우 뉘우치며
다현이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 들어갔다.
"꼬마야, 꼬마ㄴ...."
"꼬마 아니에여, 꼬마 아니구 다혀니. 황다현."
어너언유치원(워너원유치원) 너블반 5쌀 황다현이여- 힘껏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ㅇㅇ에게 짧게 자기소개를 마친 다현이는
그녀가 만들어준 오믈렛을 한껏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당찬 아이의 모습에 ㅇㅇ는 박수까지 짝짝 치며 칭찬을 금치 못했다.
나 다섯살때는 엄마랑 아빠 성함도 제대로 못 말했는데....
뿌듯한 미소를 짓는 아이에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기특하다는 듯이 쓰다듬었다.
"그래서, 아빠여우는 아기여우를 데리고 포도밭에 갔는ㄷ......"
저녁으로 해준 오믈렛을 다 먹고, 거실 소파에 놓여져있던 동화책을 발견한 다현이는
설거지를 하던 ㅇㅇ를 향해 동화책을 내밀었다.
평소보다 많은 설겆이 감이였지만, 그녀는 평소보다 빠르게 해치우고는
다현이를 제 무릎에 조심스레 앉히고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이 동화책도 옹성우가 잠 안올때 읽으라며 사다준 책인데.....
알게 모르게 톡톡히 도움을 주는 성우에 내일 밥한번 사야겠다고 생각이 든 ㅇㅇ다.
자신의 어깨에 스르르 머리를 기댄 다현이에 그녀는 아이가 깨지않게 조심히 안아들고
자신의 침대에 뉘었고 혹여나 깨어났을때 갑작스럽게 맞 닿을 어둠이 무섭지는 않을까하며
침대 옆, 작은 탁자위에 물개 모양의 무드등을 켜놓고는 거실로 나왔다.
저녁 8시 반.
성우와 진영이 회사에서 퇴근하여 본가에 귀가하면, 늦어도 7시 반이었는데...
옆집남자......오늘 야근인가보다.
새근새근 천사처럼 잠든 다현이를 보면, 홀로 집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었으나.
우리천사 다현이를 찾아 이리저리 헤맬 옆집남자를 상상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 그녀였다.
아이를 보는 건 처음이니,
그렇다고 성우와 진영이를 제 집에 부르기엔 너무 늦었고.
혹시나 옆집남자가 오피스텔 앞을 헤매고 있을까,
설마하는 마음에 그녀는 간단하게 코트 하나를 걸치고는 빠르게 집을 나섰다.
**
"제가 데려갈 수 있도록 유치원에서 다현이를 보고 계셨어야죠."
뭐라뭐라 짜증스럽게 대꾸하는 유치원장에 민현이는
제 귀에 꽂혀있던 통화용 무선 이어폰을 빼내었다.
오늘 하루 밀려있던 서류를 해치우다 보니,
미처 시간 확인을 하지 못했던 민현이었고
깔끔하게 타이핑을 마무리 짓고 만족스러운 미소로 바라본 시계는 정확히 8시를 가리키고있었다.
그대로 민현이는 제 가방과 외투를 들고 뛰어 내려오다싶히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고,
오피스텔 단지 내 속도제한을 그대로 무시한채 악셀을 밟아대며 집으로 향했다.
오피스텔 단지 가까이에 접어들자,
이제는 식은땀까지 나는 민현이었다.
입은 계속 "다현아....아빠가 늦어서 미안해....." 라며 거듭 사죄를 반복하였고,
완전히 오피스텔 앞에 접어들자 벤치에 있어야 할 다현이는 보이지 않고
웬 여자가 앉아있어 민현이는 제 눈을 의심했다.
너무 놀란마음에 순간적으로 헛것까지 보이는건가,
벤치에 앉아있는 ㅇㅇ가 마치 십여년 후 미래에 아이의 모습인 것같아
민현이는 차 시동도 그대로 켜둔 채 ㅇㅇ를 향해 뛰어갔고.
"....아이 어딨어."
"?! 어! 되게 늦었네요! 다현ㅇ..."
"우리 다현이 어딨냐고!"
여자의 입에서 나온 아이의 이름에 핀트가 나간건지
저도 모르게 화를 낸 민현이었다.
민현이의 성화에 ㅇㅇ는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제게 화를 낸 민현이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저 천사같이 예쁜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저 역시도 아무나 붙잡고 화를 낼 것이 분명할테니깐,
민현이를 가라앉으려는 듯 그녀는 민현이의 손을 붙잡고
거의 뛰다시피 오피스텔로 들어섰고
타이밍도 좋게 엘레베이터는 1층에 서있었다.
현관문 비밀번호 4자리 숫자를 빠르게 치니 경쾌하게 도어락이 풀리자,
민현이는 주인인 ㅇㅇ가보다도 먼저 집안에 들어섰고
그녀는 그마저도 이해한다는 듯 민현이를 곧장 제 침실로 안내했다.
오늘따라 거대해보이는 ㅇㅇ의 싱글침대에 누워있는 아이.
방금전까지 인형을 갖고 놀았던 모양인지,
핑크퐁 인형을 꼭 안고 잠이 든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든 민현이는
아이의 품에서 인형을 빼내어 그녀에게 돌려주었지만.
"아니에요, 가져가세요."
"다현이 많이 추웠을텐데, 내일 따뜻한 물 많이 먹이세요."
그녀는 오히려 더 만류하며 도로 민현이 품에 핑크퐁 인형을 안겨주었다.
안전하게 잘 있는 다현이의 모습에 그제서야 온전한 제 정신으로 돌아온 민현이는
지금까지 제가 해온 만행들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고,
무례하게 덤벼들어서 미안하다,
무례하게 다짜고짜 화내서 미안하다,
무례하게 허락도 없이 집에 뛰어들어서 미안하다, 등등
할 말은 많았지만 여기서 더 버팅기는 건 황민폐의 끝을 보이는 것 같아서
그녀에게 가볍게 목례만 한 뒤 자신의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옆집남자와 다현이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어안이 벙벙하던 ㅇㅇ는
정신을 차리려는 건지 말랑한 제 볼을 두어번 두들기곤
잠에 들 준비를 하려 발길을 욕실로 돌리려하자,
언제 떨어뜨렸는지 모를 키 링이 거실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Siempre hay respuestas. A donde quiera que estemos,"
"우리가 어디에 있던, 답은 항상 우리에게 있어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인 것같아서 그녀는 나지막히 따라 읽어본 후,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 하루, 예상치 못한 꼬마천사의 방문에 이래저래 바빴다만
그것 역시도 하나의 인연일 것이라 여기며 그녀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서둘렀다.
**
더보기 |
북북북북북......(입장)
안녕하세요! 글잡담에 첫 연재를 하게된 봄 거북이, 춘북이에요. 첫 연재라 그런지. 많이 긴장되네요.. (처음 써보는지라 몇번 날려먹기두 했구....) 맨날 눈팅만 하다 이렇게 직접 작가가 되보니 신기하구 그러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독자님들!! 이쁘게 봐주세요!!
아! 그리구......
암호닉 신청해주믄.....안 잡아 먹지! (암호닉 신청해...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