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한국에서 왔어요. 10
체육대회. (부제 :: 왕자님, 그리고 一见倾心.)
"일어났어?"
"징어야!"
"괜찮아?"
차례대로 루한, 종대, 백현이 물어왔다.
눈 앞이 뿌연 느낌에 다시 눈을 감았다 뜨는데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내가 누워있던 이부자리 옆에 고개를 묻고있는 타오가 보였다.
지금 타오 우는 거야?
"타오야. 너 울어?"
"...지어."
"왜 울고 그래."
"지어 못 이러나는 줄 알아써..."
타오가 말 끝을 흐리며 다시 한번 코를 훌쩍였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으니, 타오가 그런 나를 끌어 안았다.
"지어~ 못 이러나는 줄 알아써~"
계속 훌쩍이는 타오의 등을 두드려주며 웃는데, 옆에서 깐족거리며 타오를 따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긴 누구겠어. 보나마나 백현이다.
"변백현, 너 타오랑 아는 사이야?"
"아니. 모르는데?"
백현과 나를 번갈아보던 타오가 내 물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와 동시에 백현도 모르는 사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뭐, 뭐지. 나만 이상한 거야?
"근데 타오 왜 따라해?"
"웃겨서."
"..."
"지어~ 못 이러나는 줄 알아써~"
그런 백현이를 보며 루한이 입술을 꿈틀거렸다. 웃음을 참는 듯 했다.
종대가 타오를 따라하는 백현을 보며 박수를 쳤다. 완전 똑같은데? 하고.
타오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어 갔다.
"몸은 괜차나요?"
"네. 괜찮아요."
보건 선생님이신가?
커튼을 젖혀지는 소리에, 타오를 다독이던 손을 멈추고선 고개를 들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살펴보는 남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건 선생님이신데 계속 징어, 너 돌봐 주셨어."
"감사합니다."
"괜차나, 괜차나."
이불을 개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루한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건 선생님께 인사하니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셨다.
"루한. 보건 선생님은 한국인이셔?"
"아니. 나 이름 이씽, 장이씽이야. 하쌩들은 레이라고 불러."
"다들 한국어를 너무 잘해서...레이 선생님도 헷갈렸어요."
"징짜?"
루한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물어보는데, 보건 선생님이 들으셨는지 직접 대답해주셨다.
진짜 한국인이신 줄 알았어. 듣고보니 발음이 어눌하긴 했다.
놀란 표정으로 선생님을 쳐다보며 엄지를 치켜들자, 선생님이 환하게 웃어주셨다.
"갑자기 쓰러지길래 완전 깜짝 놀랐잖아."
"진짜...순간 철렁했다."
일어나보니까 보건실이길래 나도 깜짝 놀랐어.
내 대답에 내가 더 깜짝 놀랐거든, 아니? 내가 더 깜짝 놀랐는데? 하며 티격태격 싸우는 종대와 백현이었다.
"징어."
"응?"
"나 경기 중이였는데, 징어 쓰러졌다고 해서 그냥 달려왔어."
"그럼 경기 못 나간 거야?"
보건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까지 훌쩍이는 타오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뒤에서 종대와 백현이가 우리 두고가냐! 하고 소리쳤다.
그런 종대와 백현이를 무시해주곤,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부르는 루한을 쳐다봤다.
"다음 경기로 미뤄달라고 했어."
내 물음에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루한이였다.
내가 경기를 방해했구나, 싶은 마음에 루한에게 미안해졌다.
"그래도...나 때문에 미뤄진 거잖아."
"징어.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마."
"..."
"안 다쳤으니까 다행이야."
"...고마워. 루한."
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쓰러진 게 그리 오래 시간이 지난 건 아니였는지 경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루한은 출전했던 경기를 위해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갔고, 겨우 추스린 타오도 제 자리로 돌려보냈다.
종대와 백현이는 아직 오지 못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징어야. 몸은 괜찮아?"
"아, 이제 괜찮아요."
"걱정했어."
내 자리를 찾아 앉으려는데, 크리스 선생님이 내게 물을 건네주셨다.
"세훈이는 만났어?"
"네?"
"아까 세훈이가 업고 갔잖아."
세훈이?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에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세훈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내 말에 운동장을 이리저리 둘러보시던 크리스 선생님이 오케이, 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세훈!"
"아, 쌤. 저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중이었는데."
"잠깐 이리로 와봐."
"왜여."
크리스 선생님을 지켜보는데 왠 키 큰 남자애가 선생님 쪽으로 다가왔다.
오는 내내 궁시렁 거리던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너가 징어 업어주지 않았어?"
"...아닌데여."
"무슨 소리여. 내가 봤는데."
불쑥 튀어나온 종대가 멍하니 서있는 남자애를 쳐다봤다.
"야, 오세훈. 부끄럼 타냐?"
"그래. 세훈. 선생님도 봤는데."
백현과 종대와도 아는 사이인가 보다. 참 발도 넓지. 오지랖이 넓은 건가?
체육복 색깔을 보니, 세훈이라는 남자애는 우리보다 한 학년 아래인 것 같았다.
"와, 오세훈 진짜 웃긴다."
"..."
"우쭈쭈. 부끄러워요?
종대가 세훈이를 놀려대며 엉덩이를 토닥였다.
얼굴이 시뻘개진 세훈이가 아, 그만 좀 놀려여! 형들 진짜 실망이야. 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뛰어갔다.
과자 박스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 준면을 환호하던 반 학생들이, 준면에게 고맙다며 인사했다.
가만히 앉아있던 민석이, 힘들었는지 철푸덕 주저앉는 준면을 붙들었다.
김준면, 아까 걔 아는 애야?
"아니. 백현이랑 종대 친구인 것 같던데."
"모르는 앤데 왜 데리고 나갔어."
"둘러보는데, 걔가 딱 보였어."
"뭐라고 적혀있었는데?"
민석이 안 그래도 큰 눈을 크게 뜨고 물어오자, 그 모습을 본 준면이 웃으며 말했다.
"一见倾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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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에요. 제가 또 일을 저질렀어요. 독자님들의 여럿 예상을 깨고, 뜬금없이 세훈이를 등장시켜버리는 그런 일. 사실 언젠가 연하 세훈이를 꼭 써보고 싶었거든요. 다들 세훈이를 반겨주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번 편의 마지막, 민석이와 준면이 부분에서는 제 3자의 시점으로 보시면 돼요.
아참. 민석이와 준면이, 그리고 세훈이는 다 교환학생이라고 보시면 돼요. 교환학생이 왜 이렇게 많냐고 물으신다면...저도 잘 모르겠네요. 흐흐.
저번 편에서 많은 독자님들이 궁금해하셨던 미션 쪽지 내용이 드디어 밝혀졌어요. 一见倾心 이라는 건, "첫눈에 반하다." 라는 뜻이랍니다. 준면이는 무슨 생각으로 징어를 데리고 나간 것이고, 크리스 선생님은 왜 고개를 끄덕이신 걸까요?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모두들 예쁜 꿈 꾸길 바랄게요. 예를 들면 작가 꿈 같은 거? (부끄)
그럼 우리 다음 편에서 만나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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