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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폭풍전야 전체글ll조회 965l 2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여우의 타겟
; 서브의 발악

04




"야, 포기해. 걔는 삼 일 넘게 연락 끊기면 그냥 끝났다고 봐야해."



 단호한 저의 말에 망연자실하며 테이블에 널브러지는 놈을 호석이 안쓰럽게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왜 거짓말을 해선. 멀쩡히 있는 여자친구를 없다고 속이고 여주에게 접근한 자의 최후였다. 영혼 없는 손길로 등을 몇 번 토닥여주던 호석이 미지근해진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마치 이렇게 되리라는 걸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의 표정은 태평했다. 전부터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을 상대하기 꺼려하던 여주였다. 1학년 여름방학 끝나고 개강한 지 얼마 안 돼서였나… 한 번은 학생 식당 앞에서 개싸움이 난 적이 있었다. 여자들이 서로 머리채 잡고 싸우는 거, 드라마에서나 봤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살벌함에 나서서 말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엉망이 된 머리를 정리하던 여주는 두 번 다시 양다리 걸치는 놈들이랑은 상종 안 한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참 걔도 이상해. 그러는 지는 하루에 남자 세 명도 바꿔 만나면서. 질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호석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테이블에 처박고 있던 얼굴을 들어올렸다. 약간 풀린 눈을 하고서.



"…은지랑 헤어지고 그냥 다시 만날까?"
"누구를, 김여주를?"



 설마 아니겠지, 하고 물었건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놈에 호석은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큰일 날 놈이네, 이거. 누구 때문에 누구랑 헤어져?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왜? 하고 묻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지, 말하면 제대로 알아듣기는 할지 호석은 걱정부터 앞섰다.



"사람마다 연애세포의 수명이라는 게 있잖아? 여주 걔는 그게 한 사람한테 3개월도 못 가는 애야."
"…."
"지금 여자친구 고등학교 때 부터 사겼다면서, 3개월짜리 연애랑 3년째 너만 보는 애랑 바꾸겠다는 게 말이냐?"



 부모가 철부지 자식들 훈계하듯 호석이 테이블 밑으로 정강이를 세게 찼더니 외마디 비명과 함께 종아리를 부여잡는다. 그렇긴 한데에…. 울상이 된 얼굴을 호석은 영 못미덥게 쳐다봤다. 그걸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다 이거야. 그 정도로 김여주가 좋아? 그렇담 더 빨리 헤어졌어야 하는건데.



"야, 근데 너 웃긴다? 넌 고딩때 8개월도 사겼었다며!"
"아 그거는…."



 순간 말문이 막힌 호석이 말을 하려다말고는 계속 머뭇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지. 지금은 한 10년 된 죽마고우라도 되는 것 마냥 서로 편하게 대하지만, 사실 호석과 여주의 관계의 시작은 친구가 아닌 연인이었다. 그것도 8개월. 8개월이면 그래도 200일은 넘긴 것이니, 여주에게는 그게 아마 제일 길었던 연애 기간이었을 것이다. 비법이 뭐냐 묻는다면 그건….



"엄밀히 말하면 연애가 아니었지, 그건."



 그냥 뭐 이성 체험기 정도…? 나름 고민하고 또 생각해서 내린 결론인데 친구 놈은 장난하냐며 되려 성질을 낸다. 호석은 억울할 뿐이다. 진짠데. 그건 아무리 다시 곱씹어보고 분석해봐도 연애라고는 볼 수 없는, 그런 무의미한 시간이었는데. 서로 좋아해서 만난 건 맞았다. 위에 호석이 얘기한 것처럼 한 3개월? 그 뒤로는 같이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한마디로 호석이 여주가 여태 스쳤던 연인들 중 최장기 연애기간을 차지할 수 있었던 무기는 바로 '무관심'이었던 것이다. 누굴 만나든, 뭘 하든 호석은 여주에게 관심이 없었다. 진짜 모르기도 했었고. 친구는 들을수록 표정이 굳어지더니 싱싱한 상추 하나를 호석의 얼굴에 던지며 냅다 소리쳤다. 위로도 요령껏 해라. 아무리 그래도 사귀는 사이에 서로 무관심하다는 게 말이 돼? 



"말이 왜 안 돼. 난 걔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아무 감정도 없는 애한테 관심을 가지는게 더 이상하자. 물론 처음엔 저가 여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자꾸 보니까 호감도 생기는 것 같고. 그렇게 계속 만나고 만나다가 어느 순간 서로에게 무심해지며 연락이 뜸해지고. 그러다가 헤어지기 3주 전이었을 것이다. 여주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게. 누가봐도, 지나가던 개가 봐도 그냥 그건 연인 사이에서나 나올 수 있는 그림이었다. 좀 놀라긴 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남자친군데 다른 놈이랑…? 화가 나는 것도 같았다. 호석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가 바람이 났는데 멀쩡한 남자가 어디있겠는가. 열이 안 받는게 비정상이지.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느끼는 이 감정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내가 지금 왜 화를 내고 있 는건지. 이건 여주를 저 남자에게 뺏길 것 같은 불안함과 그녀가 안겨준 배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자존심이 상해 받아드릴 수 없었던 것 뿐이었는지. 몇 날 며칠 그것을 붙들고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기는 이미 여주에게 마음이 없었다는 사실을.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기보다, 저를 속인 것 같다는 그 느낌이 분했을 뿐이다.



"내가 걔를 진짜 좋아했으면 지금 이렇게 지낼 수 있겠냐?"
"…대박. 하긴, 어쩐지 깨진 커플 치고는 둘이 너무 잘 붙어다니더라."
"걔도 마찬가지로 나한테 진심이 아니었고."



 결국 둘은 그냥 인생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줄 수단으로 서로를 소비한 것이 다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해, 난."
"에?"
"솔직히 김여주 걔 친구는 몰라도 여자친구로는 완전 이거."



 두 손으로 X자를 만들어보이는 호석의 얼굴에 확신이 서있었다.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라 고통스럽기만 한 호석의 친구는 거의 바닥이 난 맥주병을 털어부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호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더 좋아하는 쪽이 진다는 말, 이해를 못 했거든?"
"…근데."
"걔 보면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깊게 좋아해선 안 될 여자다. 온 마음을 다 바쳐도 결국 그것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자기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곧 죽을 것 같이 굴어도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이다. 여태 여주와 만났던 남자들 대부분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꽤 순조롭게 관계들이 맺어지고 끊어졌었다.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안 돼."
"…만약 그렇게 되면?"



 친구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이게 뭐라고 긴장까지 한 것 같았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어찌됐든 자기 뜻대로 제어할 수 없는거니까. 턱을 괴고 풀린 눈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가만히 바라보던 호석이 골똘히 생각했다. 글쎄… 



"누군진 몰라도 엄청 불쌍하긴 하네."





***





"아, 이런 거 하지 말라니까."



 축하해요, 선배! 2학년 후배 한 명이 케이크를 들고 나오자 윤기는 머뭇거리다가 촛불을 후- 불었다. 하지 말라면서, 스멀스멀 올라가는 입꼬리는 도저히 주체가 안 되나 보다. 시끌벅적한 고깃집에 환호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기가 앉자 우르르 자리에 착석하며 집게로 고기부터 집으려 들었다. 한 사람만 빼고. 윤기가 앉자마자 여주는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서 그의 옆자리를 사수하려 들었다. 며칠 전 정국에게 건넸던 것과 똑같은 쇼핑백을 달랑거리며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 윤기의 어깨를 쿡 한 번 찌른다. 윤기가 뭐냐는 듯 쳐다보자 수줍어하며 그것을 건넨다.



"꼭 내일 뿌리고 와요. 알겠죠?"



 그 자리에서 선물을 바로 뜯은 윤기가 향수통을 꺼내들었다. 정국 포함 몇몇 1학년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쓰고 있었다. 휘파람 소리부터 오오- 하는 추임새. 나름대로 고려해 비싼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한 것을 알아차린 윤기가 꽤 괜찮은 반응을 보였다. 칭찬해주길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헤헤거리는 여주를 한 번 스윽 쳐다보더니 어림도 없다는 듯 향수통으로 가볍게 앞머리 부분을 콩 때렸다. 아! 여주가 어이없어하며 윤기를 쳐다봤다.



"이런 거 안 사줘도 되니까 올해는 철 좀 들어라, 어?"



 대사는 섭섭하게 느껴질지언정 말투는 퍽 다정하기만 했다. 정말 후배를 걱정하는 선배마냥. 오늘은 잔소리 좀 접어두고 그냥 받아요, 좀. 잔뜩 심통이나 투덜거리는 여주에 윤기가 피식 웃더니 알겠다고 잘 쓰겠다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그거에 또 금세 기분이 풀려서는 생일 기념으로 쌈을 싸주겠다며 나서는 여주 때문에 윤기 입장에선 좀 피곤해졌지만. 아무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한 사람만 빼고.



"…."



 다들 불판을 갈며 먹어치우기 바쁠 때에 정국은 쓰디쓴 소주잔만 비워대고 있었다. 옆자리가 휑하니 비어있었다. 몇 분 전까진 여주가 앉아있었던 자리다. 제 옆을 한 번, 뭐가 좋은지 무심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윤기 옆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여주를 한 번 번갈아봤다. 분명 자기 앞에서 보여줬던 것과 똑같은 웃음인데 달랐다. 그것도 많이. 윤기가 있는 공간에서 정국은 항상 여주에게 뒷전이었다. 윤기와 함께 있을 때는 자신에게 아는 체도 하지 않는 여주였다. 둘만 있을 때에는 그렇게 잘해주면서 윤기 앞에서 정국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아주 조금 친해진 후배일 뿐이었다. 물론 특별한 사이는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섭섭함을 느끼다가도 지금 내가 왜 이딴 걸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뱉었다. 

 요 며칠 마셔라 부어라 해댔더니 술병이 나 안주만 건져먹고 있던 호석이 맞은편에 앉은 정국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쟤는 뭔데 남의 생일 파티에 와서 저렇게 초상집 분위기를 연출해? 참 별꼴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오, 전정국 술 꽤 하네? 하며 장난스럽게 정국의 어깨를 툭 치는 1학년 후배의 말이 귀에 들렸다. 정국?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막 넣으려던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기억에 몸이 빳빳이 굳었다. 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주의 입에서 저 이름이 흘러나왔던 적이 있었긴 한 것 같다. 근데 뭐, 여주 입에 오르내리는 남자 이름은 대부분 목적이 뻔해서. 찝찝한 얼굴로 정국을 주시하다가 그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호석도 눈길을 돌렸다. 윤기의 팔에 안겨 붙어 재잘거리는 여주가 보였다. 다시 복잡한 얼굴을 하고 소주 병과 잔으로만 손이 향하는 정국을 보는 호석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





 밤공기는 또 왜 이렇게 차냐. 짜증나게. 술기운에 달아오른 제 얼굴은 보고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정국이 코를 한 번 훌쩍였다. 그러다 문득 또 생각하길, 자기가 중학교 때 사귀었던 그 여자애를 좋아할 땐 어땠었지? 그때도 이렇게 사람이 예민해지고 그랬나? 백날 천날 애써봤자 3초 기억력 전정국의 머릿속에 그딴 게 남아있을 리 없었다. 고깃집 앞에서 서성거리는 그의 모습이 살짝 쓸쓸해 보인다. 약간 정신이 알딸딸한 게 취한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주량을 알게 된 날 이후로 이렇게 취할 때까지 마셔본 게 처음이라 정국은 헤롱거리다가도 제 뺨을 약하게 쳐대며 술을 깨려 애썼다. 아, 안되겠다. 오늘은 그만 기숙사 가서 쉬어야겠다. 언뜻 봐도 왁자지껄한 술자리에 유리창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말없이 사라진다고 해서 딱히 찾을 사람도 없을 것 같고. 터덜터덜 두 칸 짜리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등 뒤에서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해, 여기서?"
"…아, 안녕하세요."



 후드 주머니에 꽂아넣었던 손을 다급히 빼낸 정국이 대뜸 고개부터 숙이고 봤다. 아까 인사해놓고 무슨 또 안녕하세요냐며 여주는 소리내어 웃었다. 가려고? 술기운에 희미하게 보이는 여주의 얼굴이 가로등불에 비쳐 빛나보였다. 네에. 초점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눈동자를 보던 여주가 살풋 미소지으며 정국을 따라 계단을 두어칸 내려왔다. 같이 가자, 그럼. 제 옆에 바짝 붙어 서는 여주를 정국이 멀뚱멀뚱 쳐다봤다. 



"학교 기숙사 가려던 거 아니야?"
"…맞는데요."
"나도 학교 잠깐 들릴 일 있으니까 같이 가자고. 괜찮지?"



 괜찮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끄덕이는 정국에 여주가 얼른 가자며 그의 팔을 붙잡아 끌어댔다. 내가 기숙사 생활한다고 언제 말했었지? 아, 그날 밥 같이 먹을때였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생각들에 쓸데없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살짝 취기가 올라온 여주의 발그레한 볼이 그녀의 옆모습에서 드러났다. 아이씨. 직접 보고 있으니까 혼란스럽기만 더 해서 정국이 고개를 반대쪽으로 틀었다. 



"아까 보니까 많이 마시는 것 같던데, 괜찮아?"
"예.뭐…."



 정국이 아예 관심 밖이었던 건 아니었는지 여주가 그의 얼굴색을 살피며 물었다. 일부러 건성건성 대답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정국이었다. 그러다 후끈거리는 제 뺨 위로 겹쳐지는 차가운 느낌에 흠칫 몸을 떨었다. 아무렇지 않게 손바닥으로 정국의 한 쪽 얼굴을 감싸며 열 오른 것 보니까 취했나보네, 하는 여주 덕분에 정국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어버렸다. 여주는 그런 그를 따라 멈추더니 한 번 바람빠지게 웃었다. 뭘 그렇게 놀래, 내가 뭐 잡아먹나? 그의 볼을 한 번 툭 치고 다시 갈 길을 가길래 정국이 급히 그녀를 쫓아 옆에 서서 걸음을 맞췄다.



"학교생활 힘든 건 없고?"
"…네."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그쪽 때문에 힘든 것 같아요, 그쪽 때문에. 속으로만 수십 번 그렇게 외쳐보았다. 물론 그걸 들을 리 없는 여주는 뭐 때문에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입가엔 줄곧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힘든 일이나 도와줄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길래 정국은 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쪽 때문이라니까 그러네. 술이 들어가니 평소에는 하지도 못할 말들이 자꾸 울컥울컥 튀어나오려 했다. 가까스로 제 입을 막은 정국이 감사합니다, 선배…님 하고 말끝을 흐렸다. 선배님이라는 낯선 호칭에 여주가 반응을 보였다. 왜 선배에서 선배님으로 신분이 상승된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모른 척 하며 앞만 보고 걷는 정국의 옆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여주가 다시 입꼬리를 슥 올렸다.



"선배님은 또 뭐야. 완전 불편해."
"…그래요?"
"그러지 말고, 누나라고 불러봐."



 처음부터 이것을 노린 것이었다. 갑자기 누나라는 호칭을 권유하는데 정국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로 형만 한 명 있는 정국이었다. 학창시절 친하게 알고 지내던 여자선배도 없어 누나라는 호칭이 익숙할 일이 없었다. 때문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정국을 여주는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기대가득한 눈빛에 못 이겨 겨우 누…나 하고 그 어색하디 어색한 단어를 내뱉자마자 여주가 까르르 웃어댔다. 상당히 기분좋은 목소리로 앞으로 그렇게 부르라는데 정국에겐 선택권따윈 애초에 주어지지도 않았다. 선배가 하라는데, 후배가 뭐 어쩔 수 있나. 그리고 솔직히 자기가 봐도 선배에서 선배님으로 바뀌게 된 건 좀 너무하지 싶었다.



"저 위로 올라가야하나?"



 캠퍼스에 들어서고 갈림길이 나왔다. 기숙사로 가려면 여기서 또 한참 올라가야 했다. 그렇다고 대답하던 정국이 여주에게 무슨 일로 학교까지 온거냐 물었다. 뭐가 그리 어려운 질문이라고 무표정한 얼굴로 음- 소리를 내며 여주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다 빙긋 웃으며 무슨 일일 것 같은데? 하고 되려 묻는다. 그걸 물어봐야 정국이 알 길이 있겠나, 모른다는 의미로 도리질만 할 뿐이지.



"이 시간에 학교를 뭐하러 오겠냐? 아침에도 오기 싫은데."
"네?"
"그냥 너 취한 것 같길래,"



 데려다주고 싶어서 거짓말 좀 쳤어. 미안. 전혀 안 미안한 표정으로 미안하다 말하며 손바닥을 펴 정국에게 보인다. 정국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벙쪄있자 여주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고맙다는 말까진 안 바라는데 그런 반응은 좀 민망하다며. 뒤늦게 상황 파악이 된 정국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하고 쓸데없이 죄송해하자 여주가 뾰루퉁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너 그럴까봐 내가 거짓말 한 거거든? 그 뒤로 할 말이 없어진 정국이 조용해졌다. 조심히 들어가라며 손을 몇 번 흔들던 여주가 이내 뒷모습을 보였다.



"저기요, 누…나."
"응?"



 누나 소리에 살짝 놀란 듯 여주가 바로 다시 뒤돌아보았다. 누나 소리 이거 되게 듣기 좋네. 이래서 다들 연하, 연하 하는구나.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생글거리는데 그에 비해 정국은 눈도 똑바로 못 마주치고 주저하고 있었다. 솔직히 여주도 정국이 무슨 말을 할 지 아예 감이 안 잡혔다. 쓰읍, 아직은 완전히 넘어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째 나랑 처음부터 거리를 좀 두는가 싶더니, 아예 다음부터 만나지 말자는 거 아니야? 에이, 그래도 설마 그러겠어? 별별 생각을 다 하며 정국의 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순식간에 꺼진 듯 긴장하고 있던 여주가 허탈감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곧 다시 웃어보이며 그래? 하고 아까와 같이 잘 가라는 인사를 반복해야만 했다. 함께 걸어온 길을 홀로 돌아가는 여주의 뒷모습을 정국이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자취를 아예 감출 때까지 그렇게 서서 지켜보기만 했을 것이다.








 

하, 아직 갈 길이 멉니다...ㅋㅋㅋㅋㅋㅋ 이거 쓰고 있으면 윤기 글 되게 쓰고 싶어져요... 윤기가 여기선 약간 서브느낌으로 나오잖아요. 근데 솔직히 윤기부분 쓸 때가 더 감정이입이 잘 돼요. 연하가 주위에 없어서 정국이는 사실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고 그냥 씁니다ㅎㅎ 글이 어설퍼 보이는 이유는 제가 연하를 한 번도 안 만나봐서 그래요...ㅎ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 정말 너무너무 감사한데, 되도록 제일 최신화 댓글에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ㅠㅠ 간혹 제가 빼먹는 경우가 있어서... 최신화 댓글에 달아주시면 조금 더 편할 것 같습니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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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가 왔씁니다 작가님 읽고 오께용♡
6년 전
독자4
[개론]입니다?
작가님 사담 보고 하는 말이지만 ㅋㅋㅋㅋㅋㅋ 저도 주인공이 정국이고 정국이가 최애고 정국이가 너무 좋지만 여기서 윤기가 너무 매력넘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여주가 하는 말에 다 반박하고 그러면서도 여주 막 아껴주고 지킬 선은 지키는 게 너무 서브 안 같고 마음에 들고 멋있고 그러네요 ㅠㅠㅠㅠ ㅎㅏ 조금 아쉽 작가님이 이번 글 말고 윤기 글 쓰셔도 전 따라갈 의향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번 글도 잘 봤어요 작가님 다음 글 또 기대할게요! 좋은 밤 되세용 ♡♡

6년 전
독자2
가봉이에요ㅠㅠㅠ
으아 여주ㅠㅠㅠ정국이ㅠㅠㅠㅠ
감정이입하면서 읽었네요ㅋㅋㅋㅠㅠ
재미있어요?

6년 전
독자3
멍개입니다! 역시 여주가 정국이를 작정하고 꼬시는 중이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언젠가쯤에 진심으로 변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겠지요?!? 새삼 윤기는 정말 여주한테 아무런 마음이 없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정국이가 여주를 좋아한다는 마음에 확신이 생기면 과연 어떻게 태도가 변하게 될 지 아니면 지금 상태를 유지할 지도 궁금하네요ㅋㅋㅋㅋㅋ 오늘도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잘 보고 갑니다 따흑...?
6년 전
독자5
새싹이에오ㅠ어설프다고 생각들은적이 없어서 저는 잘 모르겠는데오 작까님??? 그냥 재밋어오!!!??????????????????????
6년 전
독자6
돌하르방ㅇ이에요ㅠㅠ 흑흑 모야모야 꾹이 슬슬 그 철벽같은 맴에 은근히 균열이오고이쒀 흔둘훈들거려~! 윤기도 여주를 싫어하는것같진않운데말이에오... 여주 진짜 bb 저렇래살아보고프다
6년 전
독자7
[꾹화]로 암호닉 신청합니다ㅜㅜ
연하를 좋아하는제게 이 글은 진짜 달디답니다ㅠㅠㅠ
너무좋아요ㅠㅜ

6년 전
독자8
[국이네]로 암호닉 신청 합니다 끄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대박 아닌가요 여주가 넘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두근
6년 전
독자9
저도 암호닉 슬쩍 신청하고 가겠슴다!! [칭칭]으로 신청할께용!!정국이는 뭔가 여주가 노리지 않아도 그 분위기에 훅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아요,,넘나 매력쟁이야ㅠㅠㅠ
6년 전
독자10
여주 매력 뿜뿜해요ㅠㅠㅠㅠㅠㅓ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11
호석이가 여주를 아주 잘 아네
윤기는 정말 마음이 없는 건가
정국이는 아주 갈대처럼 흔들리는 거 같아ㅠㅠ

6년 전
독자12
안녕하세요 작가님 !
독방에서 추천 받고 왔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담이]로 암호닉 신청하고 갑니다 앞으로 쭉 같이 달릴게요 **!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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