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여고의 2학년 6반에 대해 개미의 다리를 해부하는 것 만큼 상세히 소개하려 한다. 아, 우선 필자의 이름은 김예림이다. 등굣길은 말 하지 않아도 산중턱인 학교에 등교하는 사람들은 알 거라 예상하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는 개뿔, 존나 힘들다. 아무리 말을 해도 사립 여고에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면 대부분 이 고통을 모를 것이다. 아침마다 등산하는 이 기분을.
"아, 씨발 존나 더워."
"김여주 상쾌한 아침을 니년 욕으로 시작하고 싶진 않거든?"
"난 네 얼굴로 시작하고 싶지 않거든. 우리 학교는 왜 산 중턱에 지어났냐."
"한라산 정상에서 인증샷 찍기 싫으면 그냥 동네 뒷산 중턱인 것에 감사해라."
어휴, 말이나 못하면. 그러면서 왜 브이를 하시는지. 나와 여주의 말을 들은 재현이 한 말에 여주는 저절로 욕이 나왔지만 다행히 내 순발력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 다행히도 재현쌤은 듣지 못했는지 유유히 계단을 올라갔다. 산 중턱에 있는 한국여고답게 계단도 남달랐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 교문을 지나 운동장을 따라 걸어가면 108개가 넘는 계단에 올라가야 했다. 굳이 108개가 넘는 이유는 108배를 모티브로 따왔다나 뭐라나. 하지만 죽어가는 건 교사들과 학생들이지.
"아, 네가 집에서 가져와."
"싫어. 아, 뭐 이리 미지근해. 이거 걍 텀블러임?"
"난 시원한 물 못 마심. 감기라서, 수고여."
108개의 계단에다 건물 5층까지 올라왔더니 반기는 건 미지근한 물 뿐이었다. 그래, 내가 집에서 가져온다, 가져와. 아무래도 윤보미, 저 년은 자신이 자꾸 제 것을 마셔서 복수하는 것 같았다. 마치 제 생각을 표정으로 보여주는 여주는 자기가 알아서 물 떠온다는 말을 하고선 텀블러를 가져가버렸다. 그러자 텀블러의 주인인 보미는 쟤가 뭔일이래. 라며 의아해했다. 그리고 정수기에서 물을 떠 온 여주는 상냥하게 텀블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선 여주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틴트를 꺼내 덧발랐다.
"아, 씨발. 뜨겁잖아, 김여주!"
진짜_이_포즈와_표정으로_말함.jpg
"아니, 난 네가 감기라서. 뜨거운 물 주면 좋아할 거 같아서 떠다왔지."
재미있는 광경을 보니 반배정은 괜찮게 나온 것 같다. 5년 전에 싸웠던 친구와 5년 동안 같은 반 된 애가 있다는 것만 빼고. 5년 전에 싸운 친구와 5년 동안 같은 반 된 기분은 남자친구에게 느끼는 권태기랄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저기 멀리서 담임인 정재현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김여주가 보인다. 왠지 모르게 여주가 유부남인 담임을 선생님으로 보는게 아닌 남자로 보는 것 같다. 아니, 아무리 여고생의 로망 중 선생님과 연애하기가 있다고 해도 유부남은 너무 하지 않은가. 나는 김여주의 비도덕함을 보고 싶지 않아 그들에게 얼른 다가갔다.
"여주야, 너 청소 안 하고 뭐해? 다들 너 때문에 청소 안하잖아."
"김여주, 학생들 다 청소 했다고 하지 않았나? 반에 가서 너희 둘이랑 애들 다 책상 위로 올라가서 무릎 꿇고 기다려라."
미, 미안, 김여주! 생각해보니 김여주와 정재현은 특별한 사이였지. 그걸 왜 이제 생각했어, 김예림. 나가 죽어라. 내가 갖고 있는 지식보다 김여주의 비도덕함이 불륜을 실행할 우려가 먼저 떠올라 저지른 행동에 나를 포함한 2학년 6반 아이들은 책상 위로 올라가 무릎 꿇고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다행인것은 학우들의 표적은 내가 아니라 담임이란 것이다. 지극히 착한 여주는 나를 위해 담임을 버렸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네가 바라보는 눈빛이 정말로 담임을 좋아하는 줄 알았지. 오죽하면 네가 남자킬러겠냐. 라는 말은 잠시 접어야 할 것 같다.
"너네, 담임 오기 전 까지 편하게 앉아있어. 걍, 담임 지 마누라한테 깨져서 우리한테 히스테리 부리는 거니까."
우리반의 첫 날은 단합도 되지 않고 아이들의 말 수도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간관계가 완전히 결정될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첫 날이기 때문이니. 이기적인 아이와 친구가 된다면 내 인생이 힘들 것이고, 괜히 헛소리 꺼냈다가 안 좋은 이미지가 될 지도 모르니깐.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짝꿍부터 친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안녕? 너 이름 뭐야?"
"김여주. 넌?"
"나? 난 김예림. 너 혹시 엑소 좋아하니?"
"응응. 너도 좋아해?"
"당연한거 아니야? 너 최애 누구야?"
보통 마음잡고 공부를 하려고 하거나 연예인에 관심 없는 학생들 제외하고는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말을 하다가 친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덕분에 나는 여주와 LTE보다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다가 앞, 뒤로 친해지다가 광대역으로 퍼져 많은 친구들과 친해졌다.
"너, 동혁랑 친구지?"
"헐, 나도 걔 친군데."
"너도? 나도 걔 친군데. 그런데 왜 우리 한번도 안 만남?"
"크크크큭, 담엔 걔 빼고 놀자, 그럼."
"콜, 좋다!"
한 명으로 인해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투와 가식을 떨며 사귀게 된다. 뭐, 보통 그렇다고.
그 이미지는 5일 간다. 즉, 주말을 포함해서 일주일은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식성은 내려놓질 않았다. 수영이 아침밥을 먹지 못해 과자를 사 온 날이 있었다. LTE보다 빨리 친해진 만큼, 우리는 그런 사이 답게 5초 만에 수영의 과자봉지를 탈탈 털었다.
"씨발, 돼지새끼들!"
"예압, 존나 좋쿤!"
"그대신 먹을 거 줄게."
"뭔데?"
"엿."
여주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고 수영은 그런 여주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김여주~~~~걍~~~~나가뒤져여~~~~~~~"
이 뿐만이 아니었다. 여고의 점심시간은 남고만큼 치열하고, 동급생이 새치기를 하려는 낌새를 보이면 누구보다 빠르게 앞에 서 있는 학우에게 달라붙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남자 선배보다 무서운 여선배들이 제 줄이 아닌 후배들 줄에 서면 깡 있는 후배들은 욕도 서슴치 않게 뱉는다. 그러다가 선배들에게 머리채 잡히기도 여러번, 그로 인해 징계 받는 것도 여러번. 졸업을 몇 개월 밖에 안 남겨둔 고삼에게도 징계는 피할 수 없었다. 옆에서 2학년 부장인 정재현이 고삼을 봐주려는 선생님 한 명만 있어도 그 고삼에게는 더 센 징계를 내리니 피할 수 있겠는가.
스승의 날이랍시고 반장인 김여주의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인 정재현에게 떡케잌을 주문했고 여주는 영혼리스한 편지를 써서 나름 괜찮은 기분으로 등교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주는 오자마자 경악을 했더란다. 그 이유는….
"씨발, 개또라이 반이라고 너네도 개또라이 되가냐? 담임한테 주는 떡케잌을 왜 니네가 다 쳐먹어!!!"
그렇다. 우리는 선생님의 케잌을 먹었고 그 때문에 케잌은 3분의 1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말을 하자마자 들어오신 정재현 선생님은 개또라이 발언에 1차 빡침을 받으셨고 자신에게 줄 떡케잌의 상태에 2차 빡침을 당하셨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한 달 동안 야자를 빼주지 않는 길고 긴 뒤끝을 시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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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의 실체라서 그런지 엔시티는 재현이만 나왔네여.....ㅠㅠㅠㅠㅠ
곧 애들 나올거에여....왜냐하면 주인공들이잖아여?
이건 그저 여주를 소개하는 것일뿐...ㅎㅎ
혹시 애들이 욕하는 거 불편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전 댓글을 애정합니다 :D
재현아 생일 축하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