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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11l
안녕! 조용한 새벽에 형이 줬던 블랙체리향 캔들에 불을 붙이고 편지를 쓰는 중이야 형은 조금 있으면 숙소에 도착한다고 했고 그 전에 얼른 이 편지를 다 써야 하니까 글씨가 이상해도 이해해 줘야 돼 알겠지? 

 

형, 혹시 5년 전 늦겨울을 기억해? 팀장 님이 우리가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찍게 됐다고 했잖아 나는 그저 티비에 내가 나올 거라는 사실에 잠 못 이루고 행복했는데 형은 팀장 님한테 휴대폰 한 번만 빌릴 수 있냐고 물어봤지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까 형은 부모님한테 전화를 한 거였더라 그 때 알게 됐어, 형의 효심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너무 멋져 보였어 

 

막상 데뷔하고 나니까 행복한 것도 잠시 내가 주어지는 컨셉에 맞게 잘 할 수 있을지, 왜냐하면 난 회사 들어 오면서 스타일이 완전 바꼈잖아 노래 부르는 것도 원래는 발라드였는데 말이야 낯설기도 하고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더 컸던 거 같아 그래서 많이 망설였어 예전의 빈이처럼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고나 할까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 혼자 서글펐던 기억도 나네 

 

그러던 그 때 형이 갑자기 나를 연습실로 불렀었잖아 갔더니 빈이랑 원식이 있었고, 그래서 내가 왜 불렀냐고 물어 보니까 형이 빈이랑 원식이한테 이제 가 봐도 된다고 하고 나한테는 노래 불러 달라고 했었잖아 이게 뭐냐고, 정말 왜 부른 거냐고 다시 물어 보니까 형이 그랬잖아 ‘못’ 부르는 게 아니었네? ‘안’ 부르는 거였네! 라고, 나는 그 때 진짜 형이 내 뒷통수를 콱 때리는 기분이었어 맞아 용기가 안 나서 안 부르는 거였지 용기가 없어서 못 부르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 나도 모르게 형 품 안에서 엉엉 울었지 지금 생각해도 그건 좀 창피하다 그래도 끝까지 내 어깨 토닥여 주는 형한테 고맙고 감사했어 

 

진짜 신기한 게 그렇게 형한테 위로 받고 나서부터 나 성대결절 수술 바로 받겠다고 하고 노래 연습, 전보다 더 하고 우리 앨범 대박 쳤잖아 외국에서도 인터뷰 들어 오고 차트에도 올라 가고, 처음에는 신기한 마음만 들었는데 나중에는 욕심이 들더라 더 잘하고 싶고, 더 큰 무대에 서고 싶고, 그리고 이런 날 만들어 준 형에게 보답하고 싶은 그런 욕심 

 

근데, 현실과 이상은 거리가 좀 멀다고 나는 이상하게 뒤쳐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 생각보다 노력했는데 결과물이 잘 안 나올 때도 그랬고 형이 내 앞에서 레오 형이랑 놀고 원식이랑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을 때도 쓸쓸하고 외로웠어 그래서 형 방에서 잠들다가 아침까지 되고 그랬는데 그럼에도 형이 내 옆에 없을 적에는 진짜 우울해서 눈물이 다 나오더라 

 

나 알고 보니까, 형을 좋아하고 있었어 알아,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잘 알아 그래서 이런 나의 속내가 엄청 시끄러워 우정이다, 사랑이다 계속 자기들끼리 싸우고 난리야 근데 난 형을 보고 떠올렸던 그 감정을 믿어보고 싶어 형만 보면 안기고 싶고, 아니 때로는 안아 주고 싶고 형을 생각하면서 곡을 짓다가 글을 쓰다가 혼자 부끄러워서 얼굴 터질 뻔 하고 막, 형이 만들고 있던 캔들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고 주책 맞게 말이야 근데 그래도 좋았어, 그냥 형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싶었어 내가 비를 맞더라도, 그 비를 멈추게 해줄 수는 없었어도, 형의, 너의 우산이 되어 주고 싶었다는 그런 뜻이야 학연아 

 

내가 장난으로라도 학연아, 라고 부르면 별로 안 좋아했던 우리 학연아, 널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 했던 어제 때문에 우는 건 이제 안 할래 그래서 이제 와서 말할래, 고백할래 

 

나만의 학연아, 난 너가 생각이 나면 눈을 감아 그렇게 하면 너가 더 뚜렷하게 보이거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예전에 우리 같이 데뷔하려고 실장 님들 몰래 연습실에서 이어폰 한 쪽씩 나눠 꽂고 춤 연습하다가 눈 맞아서 미친 듯이 웃은 적 있었잖아 그렇게 미치고 싶었어, 너와 함께 있다면 그 길이 어디든 걷고 싶었고 너의 행복을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당장 죽어야 한다면 죽어도 될 만큼, 죽어도 바로 웃음 지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해  

 

나 아직은 형한테, 학연이 너한테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꼭 말하고 싶어 나 더 성장해서, 너가 원하는대로 바른 사람이 돼서, 좋은 남자가 돼서 너에게 꼭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학연아, 나만의 학연아, 사랑해 나랑 연애해 줄래? 

 

2015.06.10 

곧 맞이하게 되는 너의 생일에 이제는 ‘남자친구’ 재환이와 함께 하는 첫 번째 생일이 되길 기도하는 ‘나만의’ 학연이에게 그런 너를 엄청 보고 싶어하는 재환이가 

 

 

네가 써 준 편지를 조금 각색해서 써 봤어 

내 새벽은 온통 너였잖아 

아침에 전화할게 

사랑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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