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려다줄게요."
"됐어요, 어짜피 다신 안 볼건데 그런 호의는 필요없어요."
"무슨 소리에요, 난 너 다시 볼건데."
…. 그의 농담조의 어투에 키가 큰 그를 올려다보니, 그는 예쁜 보조개를 보이며 웃어줬다.
다시 보자니, 별로 반가운 소리가 아니였다. 인상을 확 쓴채 홍빈을 올려다보며 날 왜 다시 봐요? 라며 톡 쏘며 말하니, 홍빈은 그저 웃었다.
웃는게 예쁘다. 생각도 잠시 그의 표정이 굳었다.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날 원나잇으로 생각한거에요?"
"네."
"…, 근데 어쩌죠, 난 너 원나잇 그 이상으로 생각했는데."
한번만 대달라면서요. 굳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말에 무뚝뚝한듯이 아무렇지않게 대답하니, 그는 어이없다는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한번만 대달라했지, 한번만 보자고 한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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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없이 자취방 앞까지 와서는 자기집처럼, 집에 들어가는 홍빈의 행동에 어이없어 실소를 지었다.
홍빈은 내 웃음에 눈을 휘어 웃어주고는 뭐해요, 안들어와요? 밖에 추운데 문 좀 닫아주지. 라며 능청을 떠는데, 정말 쫓아내고싶었다.
집이 없는건지, 아니면 집에 들어가기 싫은건지, 문을 닫고는 추우니 핫초코라도 타주려, 홍빈에게 핫초코 좋아해요? 라는 질문을 건내니,
홍빈은 여전히 예쁜 웃음을 띠은채, 응 단거 되게 좋아해. 라며 답했다.
홍빈의 목소리가 핫초코보다 달달하게 느껴진건 내 착각으로 넘겨버리곤, 머그컵 두잔에 핫초코를 가득 따라 담고는, 혹시라도 핫초코를 흘릴까 조심조심 거실로 향하는데.
소파앞 테이블 아래의 앨범을 꺼내려는 홍빈이 보였다.
나와 택운의 추억이 가득했던 앨범을 보려한다. 안된다는 생각에 빠르게 홍빈의 앞으로 다가가니 홍빈이 당황하는게 보였다.
그리고 점차 굳어지는 홍빈의 표정도 보인다.
"왜 남의 앨범을 보고 그래요! 이리 내놔요."
"제자리에 넣으면 되잖아, 그보다 너 손 괜찮아?"
"…."
"이게 어떤 앨범인지는 몰라도, 네 손에 뜨거운 핫초코 흘린건 느껴야하지않아? 너 감각없어?"
다치면 아프잖아, 벌써 데인것같네 일로와. 테이블에 떨어뜨리듯 놓은 머그컵을 뒤로한채, 홍빈은 내 손목을 잡더니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 두 손을 놓고는 차가운 물을 틀며 손을 씻겨주는데, 시원함이 느껴지며 약간의 따끔함이 느껴졌다. 약간은 데였나보다.
"약이라도 사올까?"
"됐어요."
"그럼, 집에 약이라도…."
"그쪽 집 안가요? 지금 벌써 새벽 2시인데."
걱정해주던 홍빈의 입술이 꾹 닫혔다. 나도 입술을 꾹 깨물고는 정적이 이루어졌다. 흐르는 물소리만 귓가에 울렸다.
얼마안가, 홍빈이 세면데 손잡이를 아래로 내려, 물을 잠그고는 소파위에 벗어놓은 자켓을 걸쳐 입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흘려진 핫초코와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머그컵을 바라보다,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다 신고는, 이제 가려나 하는 찰나에 야 하며 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현관으로 향하니, 그가 날 보려 아래로 내려다 보며 말했다.
"그쪽이 아니라 이홍빈."
"…."
"나이는 25살, 너랑은 4살차이."
"…."
"4살차이는 궁합도 안본다는데."
마지막 드립같지도않은 홍빈의 말에 인상을 쓰며 그를 빤히 올려다 보니, 그는 머리위에 손을 올려 쓰담거려준다.
"뭘 그렇게 무섭게까지 볼거까지야, 내일 봐, 아가, 나 갈게."
홍빈이 나가고 집안이 참 휑하다고 느껴졌다. 2년동안 이런 휑한 집안에서 살면서 한번도 휑하다고 느껴본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 본 홍빈이 한 번 왔다갔는데, 이렇게 크나큰 공허함을 줄 줄이야, 생각조차 못했는데.
쓸쓸함을 감춘채, 테이블위와 바닥을 닦고는, 머그컵을 씻고는 소파에 앉는데, 앨범이 생각났다.
앨범을 열으니, 첫장에 정택운과 나의 모습이 보였다. 교복입은 모습, 고등학생때였으니까 당연한거지.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은 모습, 다정한 스킨쉽. 그립다. 참 이때가 그립다 느껴졌다.
정택운이 참으로 보고싶다, 하지만 오늘은 그 보고싶음이 덜했다.
사진속의 택운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그리움을 표현했다.
택운의 생각에 눈을 감고는 울먹거리는 마음을 감추려다, 한숨을 쉬고는 세수라도 하려, 소매를 걷으려는데 오른쪽 팔의 흉터가 보였다.
감추려고했던 슬픔을 펑펑 쏟아 내렸다. 울음이 터졌다. 택운이가 보고싶다. 또는 정택운이 증오스럽다.
//
"어제 너 모델이랑 어디 가더라?"
"모텔."
"…."
잤어. 어제 이홍빈과 같이 있는걸 봤는지, 상혁이 물었다. 당연하다는듯이 모텔 이라며 대답을하니 상혁이의 표정이 굳어지는게 눈에 확 띄었다.
너 진짜. 자신의 머리를 역으로 쓸어올리며 한숨을 쉬는 상혁이의 모습에 내가 뭘, 이라는 뜻으로 어깨를 한번 들썩이니, 상혁이가 헛웃음을 짓는다.
"언제까지 그럴건데."
"뭘."
"그 쓰레기같은 새끼 뭐가 좋다고."
"내 첫사랑이야."
첫사랑이자, 쓰레기겠지. 미술용품을 만지작거리며 택운이를 욕하는 상혁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인상을 잠시 찡그리다, 주머니 속의 담배를 뒤적거리니 상혁이 담배 피우지마. 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상혁의 말을 무시한채, 주머니 속을 뒤적거려 담배를 꺼내니, 상혁이 마음에 들지않는다라는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갔다 올게."
상혁에게 나갔다온다고 말한뒤, 동아리실에서 인적드문 학교 공원에서 담배 끝에 불을 피우니, 누군가의 충격에 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나 남은거였는데. 짜증스러운 마음에 내게 충격을 가한 당사자를 쳐다보니, 이홍빈이다.
"담배도 피워?"
"무슨 상관인데요."
"담배 피우지마, 몸에 안좋아."
짜증스럽다. 입술을 앙 다물고 뒤돌아 상혁이만 있는 동아리실에 들어가려는데, 이홍빈이 졸졸 따라온다.
"왜요."
"어디가?"
"그림그리러요."
"그럼 너 갈길가, 난 아무짓도 안하고 너 지켜보기만 할게."
할말이 없어졌다. 할말이 떨어져 그냥 동아리실로 들어가니 농담이 아니었는지 정말 동아리실로 저도 들어온다.
무시하면 언젠간 가겠지 생각에 자리에 앉아, 미술 용품을 정리하며 그림을 그리려는데, 이홍빈이 옆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니 뭐 그림을 그리라는거야, 말라는거야.
"별빛, 옆에 모델은 뭐야?"
"몰라, 그냥 무시해."
"…."
상혁이는 내 대답에 그저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림을 그리는데, 이홍빈이 옆에서 내 어깨를 톡톡 치더니, 베시시 웃는다.
"…."
"옆엔 남자친구?"
"네, 남자친구인데."
"야."
이홍빈 물음 뒤로 첫번째는 한상혁 두번째는 나.
지금 이게 무슨상황이지? 싶은 마음에 한상혁을 이상하다는듯이 쳐다보니, 한상혁은 웃으며 이홍빈에게 말한다.
"남자친구 맞는데, 형씨는 우리 별빛이랑 무슨 관계에요?"
"나는 이제, 얘랑 애인 될 사이."
"아."
아. 라니 수긍하지마 이새끼야. 한상혁의 수긍에 한상혁을 흘끔 쳐다보니, 한상혁이 웃는다.
상혁은 내 어깨를 두어번 토닥거리더니, 잘해봐 자기. 란다.
"야, 너 어디가려고?"
"애인한테 전화와서, 통화 좀 하고 올게, 자기야."
깜짝놀랐네, 남자친구 있는줄 알았잖아. 상혁이가 나가고 뭐가 그렇게 말이 많은지 옆에서 재잘재잘 말을 거는데.
그런 이홍빈을 애써 무시하며, 그림에 집중하려는데 옆에서 자꾸 말을 시키는 바람에, 손에 쥐었던 연필을 꽉 쥐고는 홍빈을 쳐다봤다.
"그냥 가만히 지켜본다면서요."
"그냥 지켜보기엔 내가 못 참겠어서."
"뭘 못참겠는데요."
"자꾸 네 입술만 보여서 말이지."
그래서 그러는데, 뽀뽀해도 돼? 아니 뭐, 진한거 좋아하면 키스도 좋고.
헐퀴 댓요들 내사랑들 사랑해여
칭찬도 사랑ㅇ하고 신알신도 사랑하고 그대들 그냥 사랑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