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제 26화_
이를테면 순수한 바보
"아야! 언니 눈 아프다! 장난이지롱!"
태형의 녹음이 시작되었고, 하루종일 녹음실에서 나오지도 않고 밤새 녹음을 한 태형은
지쳤는지 녹음실에서 나오자마자 쇼파에 뻗어버렸다.
"나.. 데뷔초에 데뷔노래 녹음했을 때도 이렇게 안 힘들어했는데. 좀 쉬엄쉬엄 해."
"너는 한 번 왔을때 몰아서 다 해놔야 돼. 너는 귀찮아하면 일주일은 가잖냐.
정국이를 봐. 걔는 저번 저번 수록곡 3곡이 다 원테이크녹음이여."
"아아아!"
"어어? 소리 질러?"
"걔야 원래 처음부터 다 잘했잖아. 요즘 우울하다 형."
"그러게 엊그제부터 우울해 보이기는 한다?"
"나 그 여자 안 찾아가거든 이제."
"웬일로?"
"사람이 밀당이란 게 필요하잖냐."
"얼씨구. 어떤 사람이길래 김태형을 이렇게 만드냐. 음악이랑은 밀당 하는 거 아닌 거 알지?
얼른 들어가."
"네."
"제가 언제 짜증을 냈다구.."
놔요오- 하고 정국의 손을 밀어내고선 초콜렛을 가져온 여름이 활짝 웃으며 수령이에게 다가가자
수령이는 곧 울음을 그쳤고, 어머니는 그런 수령이의 모습이 신기한지 두눈을 크게 떴다.
어머니의 품에 수령이가 안기고 여름이 그런 수령이가 귀여운지 웃으며 시선을 정국에게 돌렸다가
정국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있자 슬슬 표정을 굳혔다.
"회사에 들러야 돼. 집 갈 거면 데려다주고."
"회사요? 왜요?"
"윤기형이 할 얘기가 있대."
"오호. 그럼 나도 갈래요."
"그러던지."
들리지 않는 어머니를 위해 다가가 눈 앞에서 간다고 수화를 보이자 어머니는 아쉬운지 조금은 울상을 지었다.
"다음에 또 올게요는 수화로 뭐에요?"
여름이의 말에 정국이 수화를 알려주자 여름이는 곧바로 그 수화를 어머니에게 보여주었고, 어머니가 자꾸만 웃으시다가
얼굴을 가리고 어쩔줄 몰라하시자 여름이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엥?"
"뭐."
어머니가 급히 종이를 갖고와 무언가를 써 여름이에게 보여주었다.
[그 뜻은 나는 멍청이다.]
"아오. 증말.."
"뭐. 엄마 갈게. 전화할게."
여름도 따라 갈게요! 하고선 허리를 쭉- 숙였다 세웠다. 수령이도 어머니도 여름이 가는 게 아쉬운지
울상을 짓자 정국은 언제 봤다고 저렇게 아쉬워하나싶어 웃기면서도 귀여워서 소리내어 웃었다.
오피스텔 앞에 나왔다가 여학생들이 정국을 알아보고 달려들고선 사진을 찍어달라고하자 정국은 마치 다른사람처럼 웃으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오빠 진짜 팬이에요.. 실물이 훨 잘생기셨어요. 사랑해요."
여학생들 세명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자리에서 방방 뛰며 정국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었다.
정국의 옆에 있는 여름을 보고 당황해하는 학생에 여름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매니저야, 매니저."
그 말에 여학생들이 언니도 예뻐요 하고 울상을 지었고 여름이는 아니라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셋이서 서봐! 정국씨랑 같이 찍어줄게- 하자 여학생들이 너무 좋다며 자리를 잡아 섰고,
정국이 그런 여름이 어이없는지 한참 바라보다 곧 여학생들 사이에 섰다.
찍자마자 대충 여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선 먼저 차에 타버리기에 여름이 애들에게 안녕! 조심히가요! 하고선 따라 조수석에 탄다.
"아, 저 매니저 언니랑도 찍을 걸."
"인정."
"존예. 착해.."
허어엉- 하고 지들끼리 또 설레서 방방 뛰었다.
차 안에서 여름이 괜히 뿌듯한지 계속 웃고있자 정국은 그런 여름이 신경쓰이는지
조금은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여름을 힐끔 보았다. 어.. 눈이다.. 하고 밖을 보던 여름이
시나서는 고개를 돌려 정국을 보았고, 정국의 표정이 좋지않자 바로 꼬리를 내리고선 조용히했다.
이상하게 눈이 오는 날이면 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건 기분탓이겠지.
이렇게 예쁜 눈을 보면 기분이 좋지않나..
화영은 꽤나 캐쥬얼한 옷가게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다. 사장은 남자였고, 화영에게 이상하리만큼 잘해주었다.
이번일도 관둬야하나 진지하게 생각을 하다가도 구할 알바자리도 없으니 몇달은 참아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러다 티비에서는 가수들 뮤비가 나오고 있었고, 그 뮤비에선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태형의 얼굴이었다. 저 노래 엄청 익숙하단말이야.. 근데 이름이 뭐더라?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다말고 화영은 옆에서 밥을 먹는 사장에게 말을 건냈다.
"저기 사장님."
"응?"
"저 사람 이름이 뭐에요?"
"아, 김태형. 잘생겼지?"
"…그건 아닌데."
"왜 잘생겼잖ㅇ.."
무슨 말을 하려다 가게로 전화가오자 사장이 전화를 받았고, 뮤비에 나오는 김태형은 무척 잘생겼다.
목소리도 좋고 눈빛도 좋았으니 자신에게 한 행동이 떠올라 화영은 보기싫은듯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린다.
회사 앞에는 여전히 팬들이 가득했고, 팬들은 그를 찍기 바빴다. 회사로 들어서 윤기오빠의 작업실로 들어가면
윤기오빠는 녹음실 안에 있는 사람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오빠!"
"엉. 왔어?"
녹음실 안에 있던 태형씨는 어어!? 하고 급하게 녹음실에서 나왔고, 윤기오빠는 '왜 또 나와. 들어가'하고 인상을 썼다.
태형씨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소리쳤다.
"친구가 왔는데 어떻게 아는척을 안 해! 우리 친구 먹기로 했어. 그치!"
"아, 넵."
"그런 의미로. 좀 쉬면서 하자고."
"지금 한마디를 못 해서 어휴. 그래 쉬어라 쉬어."
윤깅빠도 지쳤는지 눕듯이 의자에 기대앉아서는 우리를 보았고, 전정국이 팔짱을 낀채로 윤기오빠를 내려다보자
윤기오빠는 앉아- 하고 쇼파를 가리킨다.
"컴백 문제로 부른 거 아니잖아."
"……."
"용건만 말해."
"역시 눈치 하나는 겁나게 빨라요."
"……."
"석진이형이 너랑 리얼리티 찍고싶대. 강제적으로 하라고 하고싶지는 않아서.
너 의견 좀 들어보려고."
"미쳤냐."
"그래. 미쳤냐는 소리 들을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많은 팬들이 너랑 석진이 조합 기대하고있는데.
2년간 둘이 소식이 없으니까.. 너희 불화설도 돌고, 루머가 장난아니게 돌고있잖아. 아무리 석진이형이 미워도..
한번쯤은 눈 한 번 꼭 감고.."
"차라리 회사를 나가라고 해."
"…에이. 정국아."
"김석진이 동정받을만한 행동 좀 했나보지. 왜 그 나영희가 우리 둘 붙게 해달래?"
"말을 그렇게 하냐.. 아니야. 그냥 나는 좋은뜻으로 말한 거야."
"난 지금 형의 좋은뜻이 어떤뜻인지 모르겠다."
"……."
"좋은뜻으로 물어본 거이긴 해? 그냥 회사 매출 점점 떨어지니까 걱정돼서 말 하는 거 아니고?"
"형이 미안해. 나는 진짜 나쁜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2년이면 충분히 네 마음이 가라앉혔을 거라 조금은 생각이 들어서..
둘이 많이 친했으니까. 안타까워서 그랬어. 형이 너무 눈치없었다."
"그래. 정국아.. 윤기형도 나름 친했던 거 생각하고 걱정돼서 말한 건데.."
"더 할말 없으면 간다."
윤기오빠가 어, 그래.. 미안해! 하고 소리쳐도 전정국은 그 말에 대꾸도 안 하고 나갔고,
윤기오빠가 무안한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뒤늦게 나도 따라 나가려다가 뒤 돌아 윤기오빠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마. 오빠한테 서운해서 그런 걸 거야. 갈게! 다음에봐. 태형씨도 안녕히계세요."
"어, 그래. 잘가고.. 정국이한테 미안하다고 좀 전해주라."
"잘가 여름. 나중에 밥 한 번 먹자!"
네에! 하고 전정국을 따라나오자 전정국은 1층으로 이미 내려갔고, 따라 내려오자 엘레베이터 안에선
나영희가 내렸다. 정말 예상치도 못 하게 왜 그녀는 이런 상황에 나타나는 것일까.
전정국은 나영희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나가기에 나는 나영희에게 허릴 숙여 인사를 하고선 전정국을 따라 나왔다.
조수석에 급하게 타자 전정국은 시동을 걸고선 나에게 말했다.
"뭐야."
"왜요. 저 타면 안 되는 거였어요?"
"……."
"그럼 내리고…."
내린다면서 진짜 내리려고하자 전정국은 차를 출발시켰다. 팬들은 내가 차에서 내렸을 때와, 지금 탔을 때
다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질투가 눈에 가득 차보였다. 아, 당연히 옆자리에 타면 이상하게 생각할만도..하구나..
괜히 따라탔나 싶을 정도로 너무 조용하고 무서운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침 삼키는 법까지 까먹어버렸다.
침을 삼킼지도 못 하고 숨만 쉬고있으니 답답해서 목을 부여잡고 침을 겨우 삼켰다.
눈은 더 심하게 내렸고, 괜히 전정국의 눈치를 보고있자 전정국은 앞만 보고있는데도 화나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느새 우리집 앞까지 온 차에 나는 무슨말을 하려다가 분위기를 보다 계속 말을 못 했다.
차를 세워놓고 내리라는듯 나를 쳐다보기에 나는 급히 입을 열었다.
"조심 운전 해요! 눈 오는데.."
"……."
"아하하.. 눈이 진짜 많이 내리네요. 눈 되게 예쁘지 않아요?"
"……."
"저는 이름은 이래도 여름 되~게 싫어해요. 겨울이 좋더라구요. 눈 내리면 마음까지 따듯해지니까.."
"……."
"내 주변에도 겨울 좋아하는 사람 되게 많은데.."
"……."
내가 뭔 말을 해도 대꾸조차 안 하는 전정국의 모습은 마치 처음봤을 때 그 차가운, 불안한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고싶었다. 그러지 않으면 금방 또 무너질까 나까지 무서워졌다.
"아, 눈 쌓이면! 저랑 눈싸움 할래요? 저 손에 힘 엄청 쎈데."
"……."
"눈사람도 잘 만들어요. 저.. 예전에 눈만 오면 친구들이 눈사람 만드는 거 시켰어요.
아, 물론 초등학생때."
"난."
"…네?"
"겨울이 제일 싫어."
"……."
"눈이 오는 날은 더 싫어."
"……."
"눈이 하얗게 덮인 날은 더.. 더 싫어. 죽고싶을 정도로 싫어."
"……."
또 그의 눈엔 절망적임과 우울함이 보였다. 눈을 마주치지 않았어도 확실히 선명하게 보였다.
왜 그러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나는 그런 그를 달래줄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했다.
"사람들은 모두 죽고싶을 정도로 싫은 무언가가 있어요."
"……."
"정국씨도 물론 있는 거구요. 그거를 극복하라고는 말 못해요.
쉽게 극복하라는 말은 당사자에게는 큰 아픔일테니까요."
"……."
"그래두요.. 우울..증이라는 건. 옆에 누군가 있음으로 인해서 조금은 나아질 수 있대요..
아, 물론 이거 지금 제가 쉽게 얘기 하는 건 아니구요.. 한 번 저랑 얘기 하면서 극복을.."
"내일부터."
"……."
"출근 안 해도 돼."
"네..?"
"내려."
"……."
"얼른. 머리아파. 말할 힘도 없어."
"제가.. 보기 싫어요..?"
나름 용기내어서 말한 것이었다. 친해졌다고 생각했었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에게 조금은 빠져 익숙해지고
웃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응."
"…왜,왜요? 갑자기.. 왜."
"싫어."
"…네?"
"다 싫어. 네 일도 아니면서 오지랖만 넓고, 남한테만 신경쓰는 너도 싫고.
그냥 누군가 내 옆에 있는다는 거 자체가 싫어."
"……."
"넌 별거 아닌 거에.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맨날 웃잖아.
그게.. 나한텐."
"……."
"너무 큰 절망감을 들게 만들어."
"에이.. 그렇게 생각하지마요. 저는 정국씨 옆이면 더 웃으려고 해요.
옆에 있는 사람이 웃어야 같이 웃을 수 있고 그런 게 사람이니ㄲ.."
"제발.."
"……."
"웃지말라고. 돌아버리겠으니까."
내가 보기싫다는.. 내가 싫다는 말이. 나의 웃음이 자신에겐 절망감이 든다는 말이 나에겐 너무 큰 상처였고, 믿을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잘못한 것이 없었고, 오히려 잘 해준 것만 가득한 것 같고.
그도 나에게 조금은 정이 들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요."
"……."
"내가 싫구나.. 알았어요."
싫다면서 나를 보는 그의 눈엔 정말로 날 증오하는듯한 감정이 들어있었고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겨우 끄덕이고선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아무리 저런말을 들었어도 포기하지 않고, 내리면 안 됐었는데 왠지 모르게 드는 서러움에,
누군가 가슴을 불에 지지는 것처럼 아파와. 저 공간에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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