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호 프로젝트 - 넌 나 어때
청춘의 결말 05
(다시 그 여자의 시점)
동아리 전일제 이후로 나는 민현이와 부쩍 친해졌다.
거리낌 없이 장난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민현이가 나에게 건네는 말 한 마디 조차가 좋았다.
민현이는 언제나 예쁜 미소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어색한 미소로 대답하고는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월요일이 찾아왔고 동아리 시간이 되었다.
너무나도 기다렸던 동아리 시간이지만 나는 실습실에 갈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생리통 때문에 움직이는 것조차가 괴로웠다.
결국 참지 못하고 4교시를 마친 후 조퇴를 했다.
집에 가자마자 이불 속으로 파묻혀 들었다.
평소에도 생리통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게 하필 오늘이 되어 너무 속상했다.
성우에게 오늘 동아리는 아파서 못 갈 것 같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현실에 불만을 가득 품던 나는 금방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누나!”
“...”
“아 좀 일어나봐. 누가 누나 찾아왔는데?”
“..? 누가 날 찾아와?”
“모르겠어. 처음 보는 형이야.”
날 찾아올 만한 남자는 얘가 다 알고 있는데.. 누구지....?
잠이 덜 깬 채로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걱정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네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눈만 꿈뻑대다가 초췌할 내 얼굴이 떠올라 고개를 숙였다.
피식-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 너무 쪽팔려.. 부끄러워....
“아프다 그래서.. 걱정돼서 왔어. 성우한테 너네 집 주소 물어봤어.”
그리고 나에게 종이 가방을 건넸다.
“어..? 이게 뭐야?”
놀란 표정으로 너에게 물었다.
그리고 민현이는 쑥스러운 듯 입을 몇 번이나 달싹였다.
귀여워 황민현.... 배고 허리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 밤까지 집에 부모님 안 계신다 그래서.. 죽이랑 반찬이랑... 좀 만들었어.”
나를 생각하며 요리했을 민현이의 얼굴이 떠올라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 고마웠다.
“아프지마, 유리야.”
순간 민현이에게 소리칠 뻔 했다.
네가 날 이렇게 걱정해준다면 나는 매일 아플 수 있다고.
내가 생각해도 웃겼다.
아까까지만 해도 아파 죽을 것만 같았는데 정말이지 벌써 다 나은 기분이었다.
“고마워, 민현아. 잘 먹을게.”
“그래. 내일 보자. 아픈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나 갈게.”
“... 응. 조심해서 가.”
민현이를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와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민현이가 준 종이 가방을 열었다.
커다란 보온병에는 온기가 가득 남아있는 전복죽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주인을 닮아 깔끔한 도시락 통을 열어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추리알 장조림과 멸치 볶음이 있었다.
두 번째 칸에는 동생을 위해 만든 떡볶이가 담겨있었다.
마지막 칸의 예쁘게 장식된 과일들까지. 너의 정성이 들어있지 않은 곳은 없었다.
그리고 종이 가방에는 여러 가지 약들과 초콜릿도 함께 들어있었다.
“헐.... 누나 이거 그 형이 다 한 거래?”
“응..”
“그 형 엄청 잘생겼던데.. 어떻게 아는 사이야?”
떡볶이가 맛있었는지 쉴 틈 없이 흡입하며 나에게 물었다.
“아니 뭐 그냥.. 같은 동아리야.”
“와 떡볶이 쩐다.. 그 형 누나 좋아해?”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민현이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다.
진짜 그런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뭐야 성유리 얼굴 빨개진 것 봐. 누나가 그 형 좋아하는구만?”
“..... 티나?”
“어. 존나.”
“에휴 존나가 뭐냐 존나가. 말 좀 예쁘게 해라.”
“그 형이랑 잘 해봐.. 가문의 영광 아니냐?”
동생아, 너도 그렇게 생각했니...
괜히 뿌듯한 마음에 실웃음이 나왔다.
민현이의 음식들 덕분이었는지 오늘은 몸도 마음도 상쾌했다.
이 말을 들으면 엄마가 속상해 하실 수도 있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보다 맛있었다.
민현이의 도시락통과 보온병을 깨끗하게 씻어서 민현이에게 건네주기 위해 윗 층으로 갔다.
그냥 빈 통만 주기가 미안해서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민현이가 나에게 준 것들에 비해 부족하기 짝이 없어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떨리는 마음에 괜히 바닥에 있는 먼지를 발로 차버리고는 했다.
너의 반 앞에서 하염없이 너를 기다리고 있으면
아주 조금은 상기된 듯한 얼굴로 네가 나에게 온다.
“아 민현아. 이거.”
너에게 종이 가방을 내밀었다.
"아.. 나중에 줘도 되는데. 고마워. 몸은 좀 괜찮아?"
“응 덕분에! 고마워. 아 그리고.... 샌드위치 좀 만들어서 넣었어. 그냥 주기 미안해서.”
“아 그러라고 준 거 아닌데... 미안해. 잘 먹을게..”
“에이 아니야. 옹성우 주지 말고 혼자 다 먹어!”
“어쭈?”
와..... 옹성우는 진짜 미쳤다.
자기 얘기하는 건 귀신같이 안다.
“아 진짜.. 무섭다 옹성우. 하나만 먹어 하나만.”
“너네 뭐냐? 사귀냐?”
... 이렇게 될까봐 옹성우한테 말 안한 건데.
“뭐래. 빨리 들어가라 좀.”
옹성우의 등을 거의 밀다시피 하면서 교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친구들아. 나는 너네 둘 응원한다. 꺄 부끄러워.”
마지막까지 난리치는 옹성우놈 때문에 교실 문을 황급히 쾅하고 닫아버렸다.
민현이와 나 사이에는 기나긴 침묵만 이어졌고 공기마저 어색했다.
“저기... 성우 말은 너무 신경 쓰지마. 쟤 원래 저러잖아...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민현이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많이 나쁜 건가....
“나는 좋은데?”
예상치 못한 너의 말에 너의 눈을 바라봤다.
“애들이 그런 오해하는 거 기분 좋은데..? 그게 오해가 아니라면 더 좋고.”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어.... 나 수업 갈게.. 샌드위치 맛있게 먹어!”
바보같이 민현이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종소리를 핑계 삼아 자리를 피해버렸다.
좋아한다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할걸.
야간자습이 끝나고 10시가 넘은 밤, 오늘도 성우와 집에 같이 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성우는 내가 민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워낙 연애에 관심이 없었던 나라 자기가 착각하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나에게 선뜻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현이 생각보다 괜찮은 애야. 민현이라면 너랑 사귀어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같이 얘기하는 네가 웃겼다.
“웃지마. 나 진지해.. 민현이도 너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얘기하는 거야.”
정말일까? 진짜 민현이도 나와 같은 마음인 걸까...
사실이 아니라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리고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우와 집 앞에서 헤어진 뒤에도 나는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마냥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같던 설레는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아서.
만약 꿈이라면 평생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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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드디어 05편을 다 썼네요 헿.. 민현이가 드디어 여주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요 흑ㅠㅠㅠ 다음 편에 민현이와 여주의 연애가 시작될 수 있을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ㅎ 04편 민현시점으로 쓴 글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글 쓸 때는 머리가 너무 아픈데 여러분들이 남겨주시는 댓글 하나하나에 큰 힘을 얻는답니다♡ 아 그리고 오늘 여러분의 남동생으로 지훈이가 등장해써요ㅎㅎㅎ 아직 나오지 않은 멤버들도 한 명씩 등장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또 지난 번에 암호닉 요청을 해주셔서 앞으로 암호닉 신청을 계속 받으려고 합니당. 마구마구 신청해주세요♥ 신알신, 댓글 많이 남겨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_^ 제 글과 함께 좋은 새벽 되시길 바랍니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