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w.F코드
벌써 성규를 데려 온지도 사흘이 지났지만 사살 명령의 취소 이후로 우현에겐 그 어떤 명령도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성규의 능력에 대해 흥미를 가지던 연구원들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성규의 모습에 흥미를 잃은 건 이미 오래 전 일이었다.
“팀장님 어디가세요?”
“.......”
그 동안 모았던 성규의 관한 자료를 정리하던 남자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는 우현의 행동을 놓치지 않고 우현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우현은 그저 그런 남자에게 시선을 한 번 건넨 뒤 아무런 말도 없이 팀원 실을 빠져나갔다.
팀원 실을 빠져나온 우현이 향한 곳은 독방과 다름없던 곳에서 조금은 밝은 곳으로 옮겨진 성규의 방이었다. 커다란 유리 안으로 보이는 성규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가오던 우현이 자신을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연구원에게 다가갔다.
“좀 어때?”
“보다시피 너무 이상할 정도로 아무 일도 없어.”
“.......”
“뭐, 나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게 일이라서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저렇게 멍하니 앉아만 있는 사람을 하루 종일 붙어서 관찰하려니까 죽을 거 같거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 지금까지 남팀장이 맡은 일이라면 분명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내 생각이 좀 틀린 건가 싶어서.”
웃으며 우현을 바라보던 여자가 아무 표정 없는 우현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아직 어제 기록을 정리 못했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여자가 사라진 이후에도 여전히 우현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그건 여자의 말 때문이 아닌 아무런 표정 없이 자신과 마주 하고 있는 성규 때문이었다.
“팀장님”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의 시선에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에 놓였던 우현이 다급하게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성규의 시선에서 먼저 고개를 돌렸다. 우현이 돌린 시선에는 무척이나 다급해 보이는 표정과 손짓으로 빨리 오라며 자신을 부르는 팀원이 있었고 우현은 그런 팀원의 모습에 성규에게 다시 시선을 주기도 전에 그 쪽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실종신고가 접수 되었답니다.”
“실종신고? 누가?”
“김성규씨 말입니다. 위에서 아무런 명령도 없고 사살도 된 게 아니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김성규씨 회사동료와 가족들이 오늘 아침에 김성규씨 앞으로 실종신고를 했다는데....이제 어쩌죠?”
성규와 마찬가지로 꽤 많은 사람들이 위에서 떨어진 명령으로 인해 사살 되었지만 그 후에 그 사람들의 신원은 가족이 없는 하에 사라지거나 혹은 유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망으로 처리되었었기에 처음 일어난 일에 팀원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우현 또한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당황했지만 팀원들 앞에서 팀을 책임지는 자신도 이들과 같이 당황 한다면 그건 팀장으로써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평소보다 조금 풀어진 얼굴로 팀원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팀원 실을 빠져나왔다.
“팀장님 이건 말도 안 돼요!”
“언제 우리한테 떨어진 명령 중에 말이 되는 명령이 있었어?”
“그래도 이건 아니죠. 잡았던 사람을 다시 놔주라뇨?”
“김성규씨 데리고 왔습니다.”
“수고했어.”
가죠. 성규의 팔을 잡으며 짤막하게 말을 건넨 우현이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팀원에게 오늘은 빨리 퇴근하라며 성규를 데리고 나왔다. 우현이 잡은 자신의 팔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성규가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우현을 따라 올라탔고 지하주차장에 도착 할 때까지 둘 사이에는 별 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타요.”
“........”
“김성규씨 집으로 갈 거니까 타라고요.”
자신의 말에 살짝 눈이 커진 성규를 차에 태운 우현이 자신도 운전석에 올라탔다. 살짝 쌀쌀한 공기에 약하게 히터를 틀고 나서야 우현의 차는 컴컴한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고작 사흘 만에 보는 밖이었지만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성규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낸 성규가 창밖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운전을 하고 있는 우현을 쳐다봤고 마침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춘 우현이 그런 성규의 시선을 따라 성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나 살려주는 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집에 데려다 주는 겁니다.”
“그니까, 그게 날 살려준다는 거냐고요.”
지난번처럼 자신은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거고 곧,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거라고 말해야 했지만 어쩐지 우현은 불안하면서도 간절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성규의 시선에서 다시 눈을 뗀 우현이 신호가 바뀌어 차를 출발 시켰지만 성규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성규의 시선이 계속 자신에게 향해져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성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멈춰진 우현의 차에선 한참이나 정적이 흘렀고 그 정적을 먼저 깨트린 건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성규였다. 몸에 메여져 있던 답답한 안전벨트를 풀어낸 성규가 앞을 바라보고 있는 우현에게 살짝 고개를 까닥이고는 이내 차 문을 열었지만 성규 쪽에 문은 우현이 다시 단단히 걸어 잠궈 버렸다.
“집에 데려다 준다면서요.”
“회사 동료들과 가족 분들이 김성규씨 앞으로 실종신고를 했다고 해서 일단, 집으로 김성규씨의 거처를 옮긴 겁니다.”
“.......그래서요?”
고개를 돌리던 우현이 무릎 위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는 성규의 손을 잠시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고치고는 성규와 마주했다.
“그러니까 내일 회사로 출근 하세요.”
“네?”
“당신이 실종되지 않았다는 걸 가족들과 회사사람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
“당신은 고열로 며칠 동안 집에서 꼼짝도 못했다가 우연한 손님의 신고로 병원에 입원되어 있었던 겁니다.”
“........”
“병원기록에는 이미 당신이 지난 이틀간 입원을 했다는 기록이 생겼을 겁니다.”
“.........”
“지난 사흘 동안 있었던 일들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 하면 안 됩니다. 특히, 친구나 가족일지라도 절대 지난 사흘 동안 당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묵인해야 합니다.”
“내가 말하면 어떻게 되는 데요?”
“당신의 능력과 우리의 정보들은 모두 국가보안 상황입니다. 만약 국가보안을 발설한다면”
차마 죽이겠다는 말을 못하겠는 우현이 입을 꾹 다물자 성규가 그런 우현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더러워진 자신의 옷 끝을 만지작거렸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갑자기 다시 자신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성규의 모습에 놀라 눈이 살짝 커다래졌다.
“날 그렇게나 죽이고 싶어요?”
“.......”
“내가 말 할지 안 말 할지 당신들이 어떻게 알고 말하면 안 된다, 국가비밀이다, 이렇게 말해요?”
“지난 일 년 동안 당신이 뭘 먹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뭘 사는지 다 알아냈고 그걸 다 알아 낼 동안 당신은 단 한 번도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도 인지하지도 못했습니다.”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가까이 우리 쪽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
“당신을 다시 데려오라는 명령이 있기 전까지 당신의 일 거수 일 투족 모두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그 누군가의 의해 감시 되어 우리에게 보고 될 테니까 지금 김성규씨가 하고 있는 이 후에 모든 상상은 다 지우는 게 좋을 겁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 안에는 그간 성규를 걱정한 성규의 누나가 눈물로 성규를 반겨주었다. 한참이나 성규를 붙잡고 울던 누나는 성규에게 회사도 안 나가고 어디를 다녀온거냐 물었고 성규는 그런 누나에게 지난 사흘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해주려 했지만 우현이 말한 자신을 감시하는 그 누군가가 마음에 걸려서 아까 우현이 시켰던 대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말했다.
연락도 못할 정도로 아팠을 성규가 걱정되어 집에 있겠다는 누나를 기어코 쫒아내듯 집으로 돌려보낸 성규가 아무도 있지 않는 집안을 둘러보다 활짝 열려진 창문에 커튼을 모두 닫아버렸다. 누군가 자신을 이 창문 너머에서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은 성규가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그대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
“김성규 너 어떻게 된 거야? 연락도 안 되고 회사도 안 나오고 집으로 찾아가도 없고”
“.......좀 아팠어.”
“어디가 얼마나 아팠기에 전화 한 통도 없이 사라 진거야. 너 때문에 내가 너희 누님이랑 경찰서까지 가서 실종신고”
“성열아 나 아직 아프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팀장님한테 갈 거면 안 그래도 된다.”
“뭐?”
“팀장 해외 발령 나서 오늘부터 새로운 팀장이 온대.”
성열의 말에 성규가 알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텅 빈 팀장 실을 바라봤다. 자신이 회사에 다시 출근 하는 날 바뀌는 팀장이라는 사실이 어쩐지 찜찜하고 무서운 성규가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몇 번 본적이 있던 3팀 팀장이 들어왔다.
“새로운 팀장님 오셨으니까 다들 일어나서 인사해요.”
새로운 팀장이라는 말에 의자에 앉지도 완전히 일어서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3팀 팀장이 열고 들어온 문을 쳐다보며 마른 침을 삼킨 성규가 문 안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팀장의 모습에 미처 앉지 못했던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팀장님 후임으로 온 한정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긴 회사까지 올리는 없겠지.”
“뭐가 회사까지 안와?”
성열의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은 성규가 다른 팀원들을 따라 새로운 팀장을 반기는 박수를 치고는 꺼져있는 컴퓨터의 전원을 키자 성열이 그런 성규의 옆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서 농땡이 피우는 거 아니야?”
“누가?”
“그게, 뭐야 저거, 저거 빠져가지고 걸어오네? 야 신입. 발보이지?”
새로운 신입이라도 온 건지 성열의 입에서 나온 신입이라는 단어에 성규가 지난 신입을 괴롭히다 팀장에게 엄청 깨졌던 일이 생각나지 않아 또 저러는 건지 정말 못 말리겠다는 듯 살짝 웃으며 성열에게 새로 걸린 불쌍한 신입을 바라봤다.
“커피를 니가 만들어왔냐?”
“죄송합니다.”
“하여튼, 요즘 신입들은 우리 때 같지가 않아요. 안 그러냐?”
“........”
“인사해. 이쪽은 그동안 회사를 발칵 뒤집었던 김성규. 그리고 이쪽은 오늘 들어 온 신입.”
“오늘부터 1팀으로 부임 받아서 출근한 남우현입니다.”
암호닉은 앞으로 공지 따로 안 올리고 바로바로 받을게요
단, 제 글 중에 가장 최신글에만 신청해주세요
와 초능력자 완전 오랜만이다 우왕우왕우왕우울...살쪘어요....
삐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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