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동혁을 처음 만난 건, 일 년 전. 그와 내가 열여덟이 되던 해의 여름이었다. 이동혁과 이동혁의 아빠. 난 서울 구경 한 번 없는데, 이동혁은 자그마치 15년을 서울에서 살아 왔다고 했다. 손바닥만한 시골로 이사 온 이유는, 아버지의 일 때문이었다고. 굳이, 둘이서만 내려올 필요가 있었을까. 자세한 걸 물으려 했으나, 이동혁은 가족 얘기를 굉장히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참았다.
이동혁네 아빠는 이 동네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장 자리를 받아냈다. 수년간 이장을 도맡던 박씨 아저씨를 뒤로 하고서. 그동안 보여졌던 박씨 아저씨의 성격으로 보면 한바탕 난리가 났을 법 한데, 의외로 조용했다. 들리는 소문으론 돈을 줬다는 소리가 있다. 이동혁네 집이 정말 부자라고.
그런 이동혁은 사고를 쳤었다. 학교 첫날부터.
지각은 물론, 살갑게 다가온 아이들의 인사도 신경질적으로 피했다. 심지어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이유로 걷어 차려고도 했다. 보다 못한 선생님께서 말을 걸었는데, 선생님까지 쏘아 봤다. 그것도 삐딱하게 다리 한 쪽을 책상 밖으로 빼고,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그리고, 그 날부터 이동혁은 학교를 아예 나오지 않았다.
"너, 뭐야."
그게, 그와 나의 첫 대면이자, 그가 나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다. 욕이 섞이지 않았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무튼 상황은 이랬다.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이동혁을 설득하기 위해 실장이란 이유로 그의 집을 찾아 갔다. 좁은 동네라 찾아 가는 건 쉬웠지만, 그를 마주하는 건 더 자신이 없어 망설여졌다. 선생님은 울상인 나에게 연신 사과하며 나를 다독였다. 이름아, 동혁이가 낯선 곳이라 예민해서 그렇지, 나쁜 애는 아닐 거야.
그걸 위로라고 하는 건가, 순간 표정이 더 썩을 뻔 했지만,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리고 이동혁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의 이동혁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