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 Kiss (Acoustic Ver.)
청춘의 결말 08
드디어 평화로운 토요일, 민현이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둘만 만나 데이트를 하는 건 처음이라 설레기도 긴장이 되기도 했다.
비록 결과는 안 좋았지만 스트레스만 받던 시험이 끝나 너무 홀가분했다.
어제 밤부터 오늘 뭘 입을지 고민하다가 머리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결국 분홍색 원피스와 가디건 하나를 골라 입고 화장도 조금 했다.
마지막으로 고데기로 머리를 정리하고 방에서 나왔다.
“누나 기술이 점점 더 는다..”
“좀 괜찮냐?”
“응, 좀 사람 같네. 올 때 메로나.”
하여간...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으니 오는 길에 왕창 사오기로 했다.
1시까지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황급히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얼마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민현이가 서있었다.
“... 어?! 왜 여기 있어?”
“네가 이때 쯤 나올 것 같아서. 같이 가려고 왔지!”
네가 내 남자친구인 게 실감이 나서 또 한 번 설렜다.
그리고 청자켓을 걸쳐 입고 나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에 또 한 번 반했다.
뭘 입어도... 멋있다 정말..
남자친구 덕질이 이렇게 짜릿한 건지 이제야 알았다.
“민현아. 우리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배 많이 고프구나ㅋㅋㅋ 어디 갈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민현이의 손을 잡고 무작정 걸었다.
조금만 걷다 보면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가 나오는데 그 앞에 있는 분식집에 갔다.
“이모!!! 저 왔어요!”
“아이고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네! 옆에 총각은 남자친구야?”
“네ㅎㅎ 오늘은 옹성우 말고 남자친구랑 왔어요 이모.”
“그래 잘했어 남자친구가 참 잘생겼네!! 늘 먹던 대로 주면 돼?”
“네 이모. 즉떡 2인분에 모듬 튀김으로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 호호”
변함없는 웃음소리의 이모도, 학생들의 낙서로 가득한 가게도 너무 오랜만이라 모든 게 반가웠다.
주말이라 학교 앞인데도 한산했다.
민현이는 꽤나 놀란 눈치로 가게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나 초등학교 때부터 엄청 자주 온 단골집이야. 성우랑 진짜 거의 매일 왔었는데.. ”
“우와... 신기해.”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음식들이 나왔다.
보글보글 끓는 떡볶이 국물에 튀김을 콕 찍어 먹으면 바로 그게 환상이다..
“어때? 엄청 맛있지ㅎㅎ?”
“응... 달달하니 진짜 맛있어.”
그때부터 민현이와 나는 아무 말도 않고 떡볶이를 흡입한 것 같다.
밥까지 거하게 볶아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놨다.
그리고 우리는 한참동안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둘 다 어지간히 배가 고팠나보다.
“이모 오늘도 진짜 최고였어요ㅠㅠ 다음에는 성우도 데리고 올게요!”
“그래 이모 얼굴 좀 자주 보여줘. 총각도 잘 가고~ 다음에 또 와.”
“네. 안녕히 계세요.”
나의 추억이 담긴 분식집을 뒤로 하고 우리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몇 정거장 후에 내려서 영화관에 도착했다.
솔직히 영화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의 얼굴..? 잘생긴 얼굴...? 뿐이었다.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영화 중간중간에 졸았다.
그때마다 민현이가 어깨를 내어줘서 나도 모르게 더 편히 잤던 것 같다.
“잘 자던데 유리?ㅋㅋㅋ”
“아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맞아 잘했어. 이제 우리 뭐할까?”
민현이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만 꾸던 일들이 진짜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민현아.”
“응?”
“너랑 이렇게 있는 게 꿈만 같아!”
“.. 나도...”
“오늘 갔던 분식집도 너랑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지도 몰랐고.. 너랑 같이 영화도 보고! 너무 좋아.”
민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그것 쯤은 안다.
민현이도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민현이의 얼굴은 곧 터질 만큼 빨갰다.
그리고 우리는 민현이가 찾아온 카페에 들렀다.
흔히들 말하는 인스타 갬성이 충만한, 내가 딱 좋아할 만한 카페였다.
구석구석을 보며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그리고 문득 동아리 전일제 때의 민현이가 떠올랐다.
“민현아.”
“응?”
“내가 찍어줄게.”
“...”
민현이의 얼굴이 또 한 번 새빨개졌다.
“놀리지마.... 그때 나 심장 터질 뻔 했어.”
“큭큭 나도.. 무슨 포즈로 찍었는지 기억도 안 났어.”
우리는 그 이후로도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다.
남자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는 것도 다 맞는 말 같다.
너와 나의 일상을 공유하며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데려다줄게.”
“아니야. 나 혼자 갈 수 있어!”
“오늘은 데려다줄래.”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민현이에게 난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집 근처에 와버렸고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가득 샀다.
너와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아이스크림을 괜히 뒤적거리며 한참을 고른 건 진짜 비밀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너와 헤어지는 건 늘 아쉽다.
“유리야.”
“응?”
“오늘.. ㅇ뻤..”
“응....?”
무슨 말이길래 저렇게 쑥스러워 하는 걸까...
너무 귀여워서 지구고 우주고 다 부셔버리고 싶었다.
“오늘.. 예뻤어... 제일.”
예상치 못한 너의 말에 아까의 너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였으면 오글거려서 미쳐버렸을 테지만.. 그냥 너무 좋았다.
익숙하지 않지만 나에게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리고 날 누구보다 많이 사랑해주는 것도.
갈수록 네가 더 좋아진다.
이만큼 좋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다.
쪽-
너와 나의 첫 뽀뽀였다.
빨개졌을 내 얼굴이 어두운 밤 속에 가려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뽀뽀를 할지 수많은 고민을 했을 네 생각에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우리의 첫 데이트는 이렇게 끝이 났다.
네가 내 남자친구라서, 내 청춘이라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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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8편입니다 독자님들.. 망글 투척 죄송해요ㅋㅋㅋㅠㅠ 요즘 머리가 잘 안 돌아가네요,, 이번 화는 5포인트로 줄였으니까 부담없이 읽어주세요! 민현이와의 첫 데이트는 어떠셨나요 여러분?! 인티 점검 때문에 너무 늦어버려서 많은 분들이 봐주실까 싶네용.. 내일 느즈막히 아무 때나 읽어주세요ㅎㅎㅎ 밑에 투표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8편도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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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혹시나 만약에 다음 작품을 쓰게 된다면... 남주는 누구로 할 지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요.
꼭꼭 투표 부탁드립니다:)
최대 두 표까지 가능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