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이 못 미더운 얼굴로 작게 중얼댔다. 좋아. 나는 침대에 앉아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다.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눈이 흔들리는 것이 뻔히 보인다. 길게 갈 필요도 없이 혀로 몇 번만 놀아주면 끝날 듯싶었다. 나는 방금 깐 오렌지처럼 상큼하게 웃었다.
“일단 박경, 내 앞에서 자위부터 해.”
[블락비/짘경] 박경 길들이기 中
w.검백
“아?”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바르작대는 속눈썹이 귀여웠다. 나는 피처럼 진한 미소를 걸쳤다.
“자위 하라고. 페니스 잡고 흔들 줄 몰라? 사정하면 나오는 정액을 손가락에 묻혀서 애널을 넓혀. 처음이라고 했으니 찢어지기 싫으면 공들여서 풀어줘야 할 거야. 처음엔 검지부터 넣고 다음엔… 중지, 약지까지. 원을 그리면서 부드럽게 저어주는 게 좋아. 설마 나보고 그딴 서비스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
내가 손목을 회전해서 손가락을 돌리는 시늉을 하자 박경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왜 너는 섹스가 그냥 박고 끝나는, 쉽고 단순한 건줄 알았어?”
뭐 사실 섹스는 박고 흔들고 싸고, 가 끝이긴 했다. 어려운 일이라면 인류가 70억 만큼 번식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 그 행위는 생각보다 로맨틱하거나 황홀하지만은 않았다. 연장자라서 그런지 나는 박경이 내 손바닥 위에 올라온 것처럼 한없이 만만하게만 보였다. 까마득히 어려 보여서 과장 좀 보태면, 마치 돌잔치 하는 조카를 데려온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녀석의 파리한 안색을 가늠하면서 나는 박경에게 얼마나 겁을 더 줘야할지 계산했다.
“박경. 넌 아직 처녀인 게 뭐 대단한 줄 아는데, 여자와 달리 남자는 처녀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매리트가 없어. 박힌 적이 없으니 애널이 좁은 거? 그 정도는 경험 많은 바텀의 기술로 충분히 커버 가능해. 오히려 허리 돌릴 줄 모르는 너보다 훨씬 낫지.”
“…….”
“뭘 멀뚱히 서있어?”
울 것 같은 눈망울에 심장이 살짝 뛰었다. 내가 비하하고 깔아뭉개는 데도,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하나만으로 무시하는데도 녀석은 화 한번 내지 않았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욕을 퍼붓던가. 미련해도 저렇게 미련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박경이 결심이 섰는지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나무늘보, 거북이, 달팽이에 가히 비견될 만한 느려터진 속도였다. 박경은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는 내내 수전증이 있는 사람처럼 벌벌 손을 떨어댔다. 제 발로 지옥에 들어가는 얼굴이라 나는 마음이 사뭇 불편해졌다. 그렇게 싫다면 그만하겠다고 하면 되잖아, 못 하겠다고 말하면 되잖아. 필사적이기까지 한 박경을 쉬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나는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수위를 더 높이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관장은 하고 왔어?”
“…….”
“얼굴 보니까 완전히 모른다는 표정이네. 아무리 첫경험이어도 그렇지 인터넷에 조사도 안 해봤어? 주변에 다 노말 뿐이야? 탑한테 그게 무슨 매너지. 나보고 똥이 찬 네 구멍을 쑤셔달라는 뜻인가.”
“그… 그건…….”
“됐어. 지금 하면 돼. 자위하기 전에 화장실로 가서 네 괘씸한 애널에 물을 채워주는 것부터 하지. 견디기 어렵겠지만 십분만 그렇게 참아. 장은 비워야 하니까.”
이럴 때를 대비하고 인터넷에서 주문한 100cc 주사기를 꺼냈다. 아기 손목만한 크기에 박경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했다. 내가 박경에게 저벅저벅 다가갈수록 녀석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했다. 마치 해머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박경은 넋이 나간 눈빛으로 내 손에 있는 거대한 주사기를 바라보았다. 고양이 앞의 생쥐 같은 몰골이라 나는 그만 안 죽어, 라고 말할 뻔 했다.
“뭐해?”
무미건조한 내 목소리에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간 박경의 혼이 돌아왔다. 두려움이 점칠 된 새카만 눈동자가 떨렸다. 박경은 벼랑 끝에 매달린 듯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았으나 나는 잔인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 아저씨 저, 저는….”
“관장이라고 무조건 나쁘진 않아. 일종의 노폐물을 비우는 일인데. 물론 박경 네가 참지 못하고 내 앞에서 똥물을 질질 쌀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
눈에 보일만큼 박경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주사기와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는 녀석의 낯은 절박하단 말로도 한참 부족해 보였다. 바늘로 살짝만 찔러도 새빨간 피가 벙벙 흘러나올 것 같은 탱탱한 입술 끝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위협적으로 주사기를 박경 코앞에 가져다 대었다. 빨리 하지. 음산한 내 목소리가 룸에 퍼지는 순간, 박경의 뺨 위로 물줄기가 그어졌다. …물줄기? 물줄기라고?
“흑, 그… 흐윽.”
울어 버릴 줄은 몰랐다. 나는 잔뜩 당황을 집어먹고 눈만 깜작깜작 치떴다. 더 괴이한 점은 박경이 울면서 바지를 내리고 브리프를 벗기 시작한 것이었다. 울 정도로 싫으면서 왜? 눈물이 차올라 흐려진 박경의 까만 눈동자에서, 그제야 나는 빗금처럼 깨진 연약한 상처를 볼 수 있었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보이지도 않을 텐데 박경은 용케 내 손에서 주사기를 빼냈다. 울음과 딸꾹질을 참느라 박경의 어깨는 연신 떨렸고 나의 기분은 점점 저조해졌다. 내가 원하는 결말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박경에게 적당히 겁을 준 뒤 어르고 달래서… 아, 시발.
“그만 좀 해! 우는 아이 데리고 박는 취미 없으니까.”
화장실로 가는 박경의 팔목을 잡고 돌려 세웠다. 박경은 내 말을 오해했다.
“죄… 죄송해요. 아, 안 울게요… 흣.”
울음을 참느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박경을 잡아 질질 끌었다. 거의 던지다시피 침대에 눕히고 나서 박경의 양 옆으로 지지대처럼 손을 뻗었다. 서로의 얼굴이 만난 이래로 가장 가까워졌다. 볼수록 순진무구한 눈동자에, 나는 찡그렸던 미간을 풀었다. 크리스털 같은 눈물은 여전히 박경의 얼굴을 적신 채였다.
“왜 관계를 맺으려는 거야. 단순한 호기심 같지는 않은데.”
한숨과 함께 박경을 가두었던 팔을 치우고 허리를 폈다. 진짜 악역이 된 기분이라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나는 침대 맡에 걸터앉아, 나체가 된 다리를 그러모으고 있는 박경을 빤히 응시했다. 탈선의 길이라고는 한 번도 걸어 본 적 없는 듯한 깨끗한 검은 머릿결, 귀에는 귀걸이는커녕 뚫은 구멍도 없었다. 옷차림도 단정한데 말이지. 더욱 더 녀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 안 해요?”
“뭐.”
“세, 섹스요.”
“흥이 가셨어. 네 얘기나 해봐.”
관심 없다는 말에 박경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노골적으로 안도했다. 쯧, 이게 다행이냐? 다행이야?
박경의 눈길이 바닥에 떨어진 팬티와 바지에 가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워서 건네주었다. 박경은 내게서 옷을 받고 묵묵히 바지를 껴입었다. 나는 녀석이 동아줄처럼 꼭 감싸 쥐고 있는 주사기를 가리켰다.
“주사기는 언제까지 들고 있으려고.”
“아…….”
박경이 민망한 얼굴로 침대 시트에 조심스레 주사기를 내려놓았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나는 피식 웃으며 주사기를 주워 박경의 얼굴 가까이 들이 밀었다. 박경이 깜짝 놀라 거북이처럼 머리를 어깨 사이로 쏙 집어넣었다.
“겁도 많은 게 말야.”
“어, 어쩔 수 없었어요! 너무 화나고 서러워서.”
박경이 시선을 피한 채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입술 찢어져. 나는 검지 손으로 입술을 누르는 치아를 들었다. 녀석의 새카만 동공이 조금 커졌다. 홀린 듯이 박경이 털어놨다.
“들켜버렸어요, 전부. 학교에 제가 게이라고 다 소문이 났거든요.”
끝은 자조적인 미소였다.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말해보라는 제스처에 박경이 용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애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우정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사랑이 됐더라구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호모일리가 없다고, 같은 성별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하지만 그 친구의 꿈을 꾸고 몽정하는 날, 저는 이 감정이 우정을 넘어섰다는 걸 깨달았어요.”
“응.”
“친구한테 발정하는 내가 너무나 혐오스럽고 또 미안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고 지워내려고 해도 한 번 자리 잡은 마음은 도통 변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욕심 내지 않고 지켜보려고만 했어요. 진짜로 그랬는데… 친구가 여자 친구를 사귀고, 제일 먼저 저에게 자랑해도 전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더 듣지 않아도 뒷이야기는 대충 감이 왔다. 얼떨결에 그 친구가 박경의 마음을 알게 됐고 배신했겠지. 더럽다고, 호모라고, 꺼지라고. 설상가상으로 친구가 전교에 박경이 게이라고 소문을 퍼뜨렸을 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소문은 선생의 귀에도 들어갔을 테고 그길로 부모님께 전화를 했을 거다. 그야말로 최악의 결말인 것이다. 동성애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살인범도, 테러도, 전쟁도 아니다. 아웃팅이다.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데 자신의 성적 취향이 까발려지는 것. 때문에 폐쇄적인 한국에 사는 동성애자는 경멸어린 시선을 피해 몸을 사리고 더 깊은 음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진해서 밝히는 커밍아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나만하더라도 믿을만한 몇몇에게만 털어놓고 철저히 비밀에 붙이지 않았는가. 심지어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내가 게이인 것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홧김에 저질렀어?”
“섹스는커녕 키스도 안했는데… 다들 남창이라고 그랬어요. 에이즈에 걸렸으니 반경 십 미터 안으로는 들어오지 말라더라구요. 너무 억울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잘못했나 싶고. 차라리 남창이라면 억울하지는 않을까… 이왕 바닥까지 망가진 거 완전히 끝을 보는 게 어떨까…….”
자칫하면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우중충한 이야기였다. 나는 박경의 분홍색 발톱을 물끄러미 보다가 툭 내뱉었다.
“키스도 안했다고?”
“네? 네… 네.”
나는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로 연한 입 안쪽 살을 씹었다. 키스를 했느냐, 안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야 하는 거잖아. 나는 다소 짜증스러워져서 거칠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기껏 꺼낸 말이 무색하게 나는 여전히 엉뚱한 소리만 해대고 있었다.
“근데 나랑 자자고 했어? 뭘 믿고?”
“아, 그건.”
대화 주제가 자꾸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 나는 박경에게 다가가 녀석의 뒤통수를 한손으로 우악스럽게 잡고 끌어 당겼다. 박경의 이마와 내 이마가 따닥, 부딪쳤다. 박경의 눈에 비친 나는 한 마리의 짐승처럼 으르렁 울부짖고 있었다.
“몸 함부로 굴리지 마.”
“…네.”
“네가 살아 온 인생보다 앞으로 살아 갈 날이 훨씬 더 길어. 지금에야 죽을 것 같고 괴롭지만 언젠가 이것도 추억의 일부가 될 거라고. 알아들어? 미래의 너에게 떳떳해지도록 하란 말이야.”
“네.”
오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보자니 박경의 숨결이 나의 인중에 흩어졌다. 나는 눈을 내리 깔았다. 석류 알처럼 탱글탱글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에 불길이 치솟았다.키스도 안한 입술.저능아처럼 그 한 문장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얼굴이 점점 미끄러졌다. 손에 잡히는 박경의 머리통이 딱딱하게 굳어있음을 느꼈을 때, 이미 나와 박경의 입술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었다.
병신 같은. 나는 내 돌발 행동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거부하지 않는 박경의 태도에 또한 안도하고 있었다. 나는 좀 더 박경을 밀어붙였다. 녀석의 몸체가 뒤로 기울어지고 어느새 나는 박경의을 올라타고 있었다. 뜨겁고 여린 감촉이었다. 깃털이 가득들은 쿠션에 입술을 대고 있는 느낌. 우리는 눈도 감지 않은 채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빤히 쳐다보았다.
“키스, 해도 돼?”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었으므로 나는 이렇게 허락을 구했다. 도화선처럼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성욕을 누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박경이 거절한다면 최대한 깨끗하게 물러날 작정이었다. 박경은 내 밑에 깔린 채 백치처럼 멍청한 눈을 하고 있었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하고 달짝지근한. 나는 점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지?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나 첫키스인데.”
“…….”
“아저씨, 부드럽게 해줘요.”
“…….”
박경이 돌잔치 조카에서 섹시한 성인 남성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필시 꼬리를 아홉 개 정도 숨기고 있을 것이었다. 속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젠장, 근데 뭐에 속은 거지? 일단 사고하기를 포기했다. 눈을 감고 입술을 부딪쳤다. 이성이 꺼져가는 촛불처럼 아스라해지고 있었다.
혀로 박경의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멈칫하던 녀석의 입술이 살며시 열렸다. 재빨리 혀를 집어넣고 박경의 입 속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 쳤다. 으응… 숨 쉬기가 불편한지 박경이 요상한 소리를 냈다. 고막에 바로 달라붙는 끈적한 신음. 물기가 가득한 입안이 마치 애널 속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 내 혀는 페니스고 박경의 입은 애널인 것이다. 일종의 미니 섹스. 피스톤 질을 하듯 혀로 박경의 입술을 들락날락거렸다. 아…아흐… 박경이 저의 혀를 내밀어 내 것을 쫓아왔다. 다리 사이가 뜨거워지고 점점 참기가 힘들어 졌다. 나는 녀석의 혀뿌리를 긁는 것을 마지막으로 늪보다 치명적인 박경에게서 벗어났다. 은빛으로 빛나는 타액이 다리처럼 우리의 입술 사이를 연결했다.
“하아, 첫 키스 맞아?”
“아….”
박경은 내 질문에 대답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붉게 부풀어 오른 입술과, 새빨개진 뺨, 초점이 나간 눈동자. 여운이 가시지 않아 말랑한 혀가 황홀한 듯 허공을 배회했다.
“키스가… 이런 건 줄 몰랐어요.”
한참만에야 박경이 탄식과 함께 중얼거렸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뺨을 손바닥으로 쓸며 박경이 다듬어지지 않은 숨을 골랐다.
“왜.”
“잘하시네요.”
“좋았어?”
“많이요, 헷.”
많이 까지? 나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키스를 잘한다는 소리를 꽤 듣기는 했는데 어린애한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테크닉을 점검 받은 기분이다. 내가 피식 웃자 박경도 따라서 베시시 웃었다. 긴장이 완전히 풀린 모양이었다.
“연락해. 앞으로 동성애 때문에 생긴 고민거리, 10년 선배로 조언해줄 테니까.”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박경은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볼수록 착하고 순진한 녀석이었다. 공부도 잘할 것 같은데.
“몇 등 정도 해?”
“1등이요.”
“반에서?”
“전교에서요.”
…진짜라면 대박이다. 나는 흥미롭게 박경을 바라봤다. 대단, 보다는 대견, 에 더 가까운 시선이었지만 박경은 몸을 베베 꼬며 수줍어했다. 점입가경이라고 박경은 알아 가면 알아갈 수록 재미있는 아이였다.
“열아홉이면 갈 대학은 다 정했겠네?”
“네. S대랑 K대 경영학과가 목표에요.”
“제법이네. 너 대학 졸업하면 우리 회사로 와라. 일은 빡세도 수당이 많거든.”
“지, 진짜죠? 들어갈 수만 있다면 넙죽 절이라도 해야죠.”
“인사과에 아는 사람 있으니까. 이래봬도 나 능력 있는 사람이야.”
기죽어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박경은 당장이라도 박차고 일어나 매트리스에서 방방 뛸 기세였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연줄을 잡은 터라 기쁨이 더 큰 것 같았다. 30년 가까이 살다보니 사람 보는 눈이 생겼는데, 그 눈이 말해주는 바에 의하면 박경은 성품이 바르고 착한 녀석이고 했다. 자칫하면 삐끗 삐뚤어질 뻔했지만 나랑 만났으니 그런 걱정은 한시름 덜었고.
“저 그런데, 아저씨 괜찮으세요?”
“사람 하나 꽂아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걱정하지 마.”
“그게 아니고, 저…….”
흠흠, 헛기침을 하던 박경이 내 바지 앞섶을 가리켰다. 텐트를 치며 금방이라도 바지를 찢을 기세로 흉악해져있는 페니스가 보였다. 이제야 발견한 건가. 키스하는 내내 이 상태였는데. 솔직히 불편하긴 했다. 나는 감흥 없는 눈빛으로 버릇없는 나의 분신을 내려 봤다.
“손가락 오형제 힘을 빌리면 되니까.”
“네?”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네, 네!”
그길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덮개를 내리고 변기에 앉아 실로 오래간만에 자위를 했다. 보통은 원나잇으로 푸니까. 이미 잔뜩 성이 난 터라 조금만 만져주면 될 듯싶다. 방금 전 박경과 했던 키스를 떠올리니 금방 절정까지 고속도로로 도달할 수 있었다. 하얀 목선에 돋아있는 푸르스름한 정맥과 언뜻 비치는 쇄골, 뇌쇄적인 입술과 성대에서 울리던 희미한 신음성.
눈을 떴을 땐 이미 파정한 후였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나와 박경은 호텔에서 나왔다. 박경은 들어갈 때와는 180˚ 달리 볼일 본 사람처럼 한결 개운한 모습으로 꾸벅 인사했다. 참으로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갈수록 박경이 마음에 들고 있었다.
“차에 타. 집까지 데려다 줄게.”
“어? 안 그러셔도 되는데.”
“맘 바뀌기 전에 얼른 타.”
박경이 헤헤 웃으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귀여운 녀석. 나는 박경 네비게이션이 지시해주는 대로 차를 몰았다. 새카만 밤하늘 아래 아르곤 가스와 네온으로 빛나는 유흥가를 벗어나 주택가로 진입했다. 요조숙녀처럼 얌전한 거리를 매끄럽게 달리고 있으려니 박경이 바로 앞에 보이는 101동 아파트가 저가 사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오늘 여러모로 고마웠어요, 아저씨.”
“뭘.”
“저기…….”
박경이 안전벨트를 꼼지락 꼼지락 만지며 망설였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리 뜸을 들일까. 나는 우물쭈물해 하는 박경을 빤히 보았다.
“나, 첫키스처럼 아저씨랑 첫경험 보내고 싶어요!”
어? 시선도 마주치지 않은 채 박경이 다다다 쏘아 내고는 번개처럼 차 밖으로 몸을 날려 도망치듯 뛰어갔다.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박경. 녀석이 던져놓은 말을 이해하느라 나는 잠시 검지 손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나랑…?
“하.”
앙큼한 녀석이라고, 못 말리는 철없는 놈이라고 대수롭잖게 웃으며 넘겨야 하는데 내 심장 이 쿵쿵 뛰었다. 귀가 멍멍해지고 온몸이 들썩일 만큼 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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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 뭔가 망한 것 같아요....lllorz 잘 써지지도 않고 ㅠㅠㅠ 수정을 계속 해봐도 내용이 매끄럽지가 않네요...(한계다) 지우고 다시 쓸까 하다가..어흉..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하단 말씀 올리며 똥글 참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우깡
암호닉분들 제 사랑 많이 많이 드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