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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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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규는 그 날, 보란 듯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아침부터 첫 만남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우현을 다시 만나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만나면 먼저 무슨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지, 저에게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 또다시 자존심을 무릅쓰고 싹싹 빌어야 하는 것인지, 혹시나 우현이 저에게 재미없는 농담을 할 때에는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끝에는 우현을 저가 전무실까지 바래다주어야 할지 등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 때문인지, 성규는 온 집 안의 불이란 불은 다 꺼 둔 채로 새벽 내내 텔레비전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에 맘 편히 웃지도 못했다. 방향을 잡지 못하던 몸이 침대 위에서 불편하게 뒤척였다. 1초, 1초가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폐인처럼 침대에 뻗어 눈만 깜빡이고 있던 성규가 못 참겠다는 듯 상체를 들어올렸다.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가장 한심했었다. 평소에, 되면 될 대로, 안되면 되지 않을 대로 지내던 성규에게는 대개의 사람들이 가지는 심경을 느낄 기회조차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성규는 하룻밤 사이에 저가 무척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긴 성규가 침대 밖으로 다리를 뺐다. 바닥 위에 달랑거리던 저의 발 위로, 살짝 열어둔 창 사이로 스며온 차가운 아침 바람이 스쳐갔다. 몇 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성규가 바닥에 놓인 슬리퍼를 신었고, 그 길로 밤새 모든 빛을 막아 두었던 커튼을 양옆으로 잡아끌었다. 벌써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규는 갑자기 쏟아지는 어지러움에 가까스로 탁자를 잡고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Fresh Summer
w.해령
축 늘어진 발걸음으로 욕실에 들어간 성규가 버튼을 온수 쪽으로 맞춘 후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점점 욕실의 공기가 데워졌고, 성규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기분에 고개를 뒤로 젖혔다. 수증기가 은은한 전등 빛을 받아 황금색을 띄었다. 샴푸의 찬기가 손바닥에 닿았고, 동시에 온 몸에 시큰한 전율이 일었다. 코 가까이 닿는 샴푸 거품의 인공적인 향기에 살짝 눈썹을 찡그린 성규가 눈을 뜨지 않은 상태로 클렌저에 바디워시를 주욱 짜내어 온 몸을 휘저었다. 아침인데도 부은 기색 하나 없이 하얗기만 한 성규의 몸은 어느 여성의 몸보다 선이 뚜렷했다. 남자다운 것을 좋아하는 성규에게 이것은 가장 큰 단점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잠시 후, 공교롭게도 밖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아직 옷을 입지도 않았고 머리카락에 맺힌 물기를 다 털어내지도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은, 무의식중에도 이 시간에 전화가 올 사람은 우현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엽오세여!!!!!”
……큼, 여보세요. 생각지도 못하게 입 밖으로 꺼내어진 말에 당황한 성규가 빠르게 정정했다. 긴장한 탓에 수축된 손가락 근육이 축축이 젖은 수건을 꽉 붙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심장도 꽤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앙다문 분홍빛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아…, 예. 김 상무님 맞으시죠?”
“네? 아…, 네.”
“아, 급한 일이 있으신가 보네요. 숨 헐떡거리시는 걸 보니.”
아…닙니다. 아무 일 없어요. 근데 무슨 일로? 성규가 준비한 듯 우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해 갔다. 성규의 헐떡거리던 호흡이 잠재워진 건 그 직후였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약속을 취소하는 건 어떨까 여쭈어 보려고요.”
우현의 목소리는 소름끼치리만큼 차분했다. 마치 구면이 아닌 듯, 마치 저를 떼어내려는 듯. 그와 동시에 성규 또한 본능적인 이성을 되찾았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온전히 제 몸이 두뇌를 거치지 않은 채 나타내는 행동들이었다. 그 순간, 성규는 머리는 차가웠다.
저도 마침 연락드리려던 참이었네요. 오늘 아침 정말 중요한 스케줄이 잡혀버려서 지금 그 곳으로 가려고 했거든요. 이러나저러나, 오늘 약속은 없었네요. 끊겠습니다.
할 말을 끝낸 후, 성규는 거칠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 귀에서 핸드폰을 완전히 떼어냈다. 아직 상대방은 전화를 끊지 않았고, 저가 상대방보다 먼저 끊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폴더 폰이 사라진 이후로 플립을 거칠게 닫는 맛을 잃어버렸던 성규에게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빨리 전화를 끊는다는 것은, 화가 났거나 혹은 전화 도중 싸웠을 경우에 제 마음을 충분히 상대방에게 강하게 표출할 수 있음과 동시에, 자존심은 끝까지 지킬 수 있다는 꽤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차가운 말투에서는 뿜어져 나오지 못할 분위기를 바로 이 시점에서 나타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지금은 우현을 상대로 한 통화였기 때문에.
하지만 성규는 거세게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움’을 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급하게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던 성규에게, 끝내 핸드폰은 통화 종료 화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알겠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검은 화면의 핸드폰에서 전화가 끊겼다는 화면이 띄워지기 직전에 들렸던 목소리와 그 마지막 자존심의 주인은,
“다시 한 번 스케줄을 잡아 보죠.”
우현의 것이었다.
*
“아, 진짜. 성열 씨! 나 정말 이 똥폰을 바꾸던가 해야겠어!”
또 전무님이랑 연락하다가 물 맞았어요? 옆에서 성규가 비운 여러 커피 잔들을 치우던 성열이 당연하다는 듯 물어왔다. 상무님 그 핸드폰으로 바꾼 지 일주일도 안 된 걸로 기억하는데요, 전. 마지막으로 커피머신을 마른 천으로 꼼꼼히 닦은 성열이 싱긋 웃으며 성규를 쳐다보았다.
가만히 앉아서 성열이 하는 얘기를 다 듣고 있던 성규가 되물었다. 근데 이 비서, 상무이사랑 전무이사랑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야? 뭔 차이야? 예전에 보니까 상무가 전무보다 살짝 아래이기는 하지만 임원직 중에 가장 차이가 근소한 두 계급 아니야? 꼭…, 뭐 이렇게 전무님이니 상무님이니 그렇게 딱딱하게 나눌 필요까지 있을까? 난 별로 그런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데 말이야. 이 비서 생각은 좀 어때? 내 생각도 일리가 있는 것 같지? 아니면 뭐, 알고 있는 것 좀 말해 줘. 그래야 내가 그 인간이랑 대화를 하면서 뭐라도 할 말이 있을 것 아니야.
“……상무님, 혹시 상무님 저한테 궁금한 거 물어보실 때, 그 전 날 다이어리에 리스트를 적어서 외우고 오시나요? 아니면 뭐, 궁금한 걸 항상 메모장에 적어 두는 습관이 있으시다거나….”
아니야, 그런 거. 사실 성규는 성열이 아무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딱히 회사에 관해 궁금한 것이 없었다. 아직 저에게 무슨 처리해야 할 사무가 들어온 것도 없었고, 아직까지는 하루 온종일 페르세폴리스 사내 곳곳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성열이 말을 시작하면 단어 하나하나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정말 상무이사라는 직책과 전무이사라는 직책은, 이사라는 직급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다를 뿐이지, 전혀 우열을 나눌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래도 뭐, 서열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그래, 그렇지. 게다가 난 신입인데. 그렇지?”
성규가 의자를 뒤로 한껏 젖히며 눈을 감았다. 갑자기 피로가 누적된 기분이 들었다. 하룻밤을 지새우고 새벽같이 일어나, 아끼던 네이비 색 줄무늬 정장까지 갖춰 입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벽바람이 선선하게 불더니, 몇 시간 지났다고 상무실 밖의 복도에서는, 자판기마저 뜨거웠다. 더운 것도 싫어하고, 그렇다고 추운 걸 좋아하는 것은 더더욱 아닌 성규의 까다로운 체질에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곤하다며 핀잔을 주곤 했다. 이제는 타고난 체질에 저가 더 피곤할 지경이었다.
시원한 걸 좀 먹어야겠어. 성규가 너무도 당연하게 길을 찾아갔다. 우현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왜 하필 그 곳으로 갔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
성규는 카페에 들어섬과 동시에 작은 허밍을 읊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들이 저가 만들어내는 음표에 맞춰 움직이는 듯한 느낌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 곳에 시야가 닿자마자 심장박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성규는 갑자기 치솟는 심장 박동 수에 하마터면 구역질을 할 뻔 했다. 남우현, 저 인간을 보니까 구역질이 나오는 게 뻔해. 그리고 그 뒤에는, 왼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메뉴를 고르고 있는 우현의 뒷모습을 보며 어느 새 점수를 매기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다시 보니 등판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적당히 넓은 어깨에 적당히 큰 키, 말랐지만 적당한 근육도 잡혀 있는 탄탄한 몸매. 피부 톤과 잘 어우러지게 물들인 머리색부터 주머니에 꽂고 있는 왼손 손목에 걸쳐진 회색의 메탈 시계. 그리고 적당히 브랜드 있는 옷과 구두까지. 딱 여자들 이상형이네.
“아무리 봐도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
성규는 방금 전 저가 중얼거린 말을 듣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마터면 우현이 남자였음을 망각할 뻔 했다.
얼마 후, 가만히 팔짱을 끼고 우현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던 성규 앞으로 검은 가슴팍이 보였다. 아, 잠깐 나와 주실래요. 저 지금 누구 좀 보고 있어서요…….
“누굴 보고 있는데요?”
“저 지금 남우…,”
어느 잡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도중 이성을 마주치게 되면, 자신이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할 확률이 60%가 넘는다고. 운동을 하면서 심박 수가 높아졌지만, 자신의 뇌는 이성을 만났기 때문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라 쓰여 있는 너무도 당연한 구절에 시시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기억이 마음 구석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성규 앞에 홀연히 나타난 검은 가슴팍의 주인은 다름 아닌 우현이었다. 초점 잃은 눈으로 누굴 좇고 있었는지 우현을 놓친 듯 했다.
“남우…?”
“남…, 나무요! 나무. 나무 보고 있었어요. 네.”
성규는 순간 그 기사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이 기사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었고, 그 기사를 믿고 싶었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심장 박동이, 그저 좋았던 기분을 가장한 착각일 것이라고. 분명 저가 느끼는 이 감정이 그 감정만은 아닐 것이라고.
예전에 만났던 여자 친구를 떠올렸다. 그녀를 보면 숨이 턱 막혔고, 기분 좋은 어지러움이 머릿속을 가득히 채웠었다. 지금도, 그런 걸까. 고개를 들어 우현의 표정을 살폈다.
…착각이었다. 젠장. 우현은 어딜 봐도 남자였다. 저와 같은 것이 달린 남자에게 그런 감정 따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성규는 정말 저가 여자를 만난 지 오래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상기 시켜줘서 고맙다, 이 개자식아. 우현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까 전부터 다 알고 있었습니다. 상무님이 저 쳐다보시는 거.”
“전무님 뒤에 있는 나무 봤습니다. 착각 그만 하시죠.”
“……김성규 씨 많이 더워하시는 것 같아서,”
일부러 우현을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제발 제 앞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라면서. 그런 성규에게 우현은 굉장한 무기를 내세우고야 말았다.
“…이, 게 뭐가요?”
“지금 덥잖아요, 김성규 씨.”
우현은 성규의 눈앞으로 산처럼 쌓인 딸기 아이스크림을 들이밀었다. 게다가 분홍빛 크림 위에는 큼지막한 딸기토핑이 수북이 얹어져 있었다. 저의 입맛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성열이었다. 답은 쉽게 얻어졌다. 이제부터 이성열한테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
우현은 분명 이른 아침에 성규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취소했다. 우현은 새삼 성규가 눈치가 정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현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만나서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무엇으로 지어내야 할지, 자신이 처리해야 할 사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등의 물음에 대답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약속을 물러야 했다.
우현은 성규에게 정말 이른 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이 사실은 저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성규는 전화를 받았고, 따라서 둘은 서로를 염두에 두고 이미 일찍 일어나 있었다. 우현은 성규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성규는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인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었다.
분명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저에게도 수도 없이 벌어졌던 작은 사고였다. 사람끼리 부딪히고, 무언가를 묻히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도 저가 하루 종일 성규를 떠올리고 있다는 건 무언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전으로 잡혀 있었던 임원 대회의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아직 성규에게는 참석권을 주지 못했는데, 다음 대회의에는 꼭 참석할 수 있도록 하라는 사장의 부탁이 있었다. 자신이 직접 전하지 않고 저를 통해 성규를 참석하게 하는 것은 필시 저와 성규 사이를 가깝게 만들고 싶은 그의 사심이 크게 반영되어 있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고 발걸음을 한 곳은 우현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이었다. 그야말로 세뇌에 의한 불가피한 결과물이 초래되었다.
우현에게 벌써 도착해버린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여유는 없었다. 곧장 데스크 앞으로 가서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사근하지만 또렷한 허밍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직후였다. 어떻게 들으면 꽤 소음이 될 수도 있을 만한 허밍이었다. 꽤 즐겁게 이어가는 허밍을 들으며 우현은 단번에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주인은 아주 오랫동안 제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부러 더 가슴을 펴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더운 듯 넥타이를 살짝 푸는 뉘앙스도 취해 보였다. 카페 직원들에게 보였을 자신의 앞모습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성규에게 보였을 뒷모습은 꽤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만족한 우현이 성열이 성규와의 미팅 때 먹어 보라고 추천해 준 딸기 아이스크림을 골라 성규에게 다가갔다.
성규는 저와 비슷하게 차려입은 직원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성규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 우현은 잠시 ‘김성규 씨’라며 성규가 들으면 질색할 말을 내뱉었다. 앞으로는 초점을 잃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수트를 입어야겠다고 다짐한 우현이 성규의 눈앞을 막았다. 나무를 보고 있었다는 그. 성규가 보고 있던 쪽에는 나무 장식조차 없었다.
*
자리에 앉은 성규는 조금 망설이다가 이내 조그만 숟가락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씩 퍼서 먹기 시작했다. 오물조물 먹는 모습이 우현의 없던 모성본능을 자극했다. 조금씩만 퍼서 입을 작게 벌리도록, 힘들지 않도록 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이스크림만 먹어대는 성규를 보고 허황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원래 할 말이 뭐였어요, 오늘?”
한참을 아이스크림에 코를 박고 먹던 성규가 나름 용기를 낸 듯 고개를 들고 우현을 마주보았다. 앞으로 반은 접혔던 허리를 의자 받침대에 대고 팔짱을 끼는 모습으로 보아 꽤나 진지한 물음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풉!”
크게 소리 내어 웃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속으로 웃고 티 나지 않게 티슈로 닦아줄 생각이었다. 우현은 의도치 않게 내뿜은 웃음에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성규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는 옆에 있던 티슈를 집어 들었다.
“애입니까? 이런 거나 묻히고.”
제 귀가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애써 페이스를 유지하려 드는 성규의 모습을 보던 우현이 피식, 하고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가 하루 종일 성규를 떠올리고 있었던 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저는 어느 새 성규를 좋아하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빨리 자신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을 줄을 몰랐다.
*
우현이 들고 있던 티슈가 성규의 입술에 닿았을 때, 성규는 제 몸 전체가 한 순간에 굳어져 버리는 걸 느꼈다. 성규가 읽었던 기사는 순 거짓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보고 가슴이 뛰는 건, 운동을 해서 숨이 찼기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저 기분이 좋기 때문도 아니었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심장 박동은 제 기분을 가장한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저가 지금 우현에게 느끼는 이 감정은, 착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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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아휴!!!!!! 정말 늦게 찾아왔죠!!!!!! 정말 이 둔탱이!!!!!!!!!
솔직히 제가 어제 공지 올리고 나서부터 일단 쓰기 시작했는데
어제 공지 올리고 나서 한 2~3시간 후?에 친척 집안이 초상이 되어서 지금 되게 정신이 없는데ㅋㅋㅋ
제 취향을 저격하는 이 아이를 놓을 순 업thㅓ................. 워아이니.....
아 그리고 그거 뭐죠? 막 먹은 거 다 토하고 뭐만 먹으면 토하고.....
제가 지금 그렇긴 한데 내 취향을 니 마음대로 저격하는 너란 아이 놓칠 수 없thㅓ..................
저 약빨지 않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진짜 이거 연재 끝나고 텍파 내고 나면 나 진짜 막 우울하고 슬프고 어두운 거 쓸래요....
그런거 써볼래..... 리맨물 쓰면 나 진짜 내 속에 숨어있던 병맛끼가 막 튀어나올 것만 같아요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똥작ㅠㅠㅠㅠㅠㅠㅠ 항상 재미있다고 봐주시는 독자 여러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구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드리구ㅜㅜㅜㅜㅜㅜ 감사드리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ㅅrㄹ6ㅎHㅇ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