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아." 추위에 온 몸이 떨려도 백현은 낡은 반팔에 반바지, 그리고 맨 발이었다. 그리고 걸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같은 모래사장 위에 제 발자국을 찍으며 한 발자국, 또 다시 한 발자국 나아가는 백현의 동공은 어느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 그저 공허함 뿐이다. '백현아, 너 지금 어디야?' 백현의 걸음이 멈춘다. '너 감기걸린다니까.' 풀려있던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제 그만해.' 백현이 쓰러진다. 찬란하게 빛나던 그대가 그리워지는 시간 PM 06;25 作 0323 "그만해 찬열아." 백현은 자신의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 찬열을 떼어놓으려 애썼다. 배고파서 그래? 백현의 물음에도 찬열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래, 니가 이렇게 칭얼대는건 배고플때뿐이지? 잔뜩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백현이 마른 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 낮이라 그런지 부엌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백현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눈부셔. 걸음이 멈추고 자신의 눈으로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고운 손으로 막아낸 백현을 재촉하는 건 다름아닌 찬열이었다. "알았어, 금방 줄게." 멈춰있던 백현의 발을 잡는 앵글. 발목이 드러난 백현의 바지가락 끝이 마치 백현의 모습마냥 아슬아슬하다. 투명한 유리잔을 채우는 흰 우유의 색이 마치 백현의 피부색 마냥 파리하다. 백현의 손에 잡힌 유리잔이 부들부들 떨린다. 찬열의 앞에 우유잔을 내려놓은 백현이 찬열의 가지런한 머릿칼을 쓰다듬었다. "미안, 장을 안 봐놔서 줄게 이것밖에 없네. 내가 내일 장 보러가면 너가 좋아하는거 잔뜩 사놓을게. 미안해 찬열아." 찬열의 머리를 쓰다듬던 백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눈가에 맺혀있던 아슬아슬했던 눈물이 떨어지자마자 그를 위로해주는 건 이 넓은 집에 찬열뿐이었다. 울지말라는 듯 백현의 눈물을 훔쳐내는 찬열을 백현은 끌어안았다. 미안해 찬열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찬열아. 그렇게 백현은 부엌을 잡아먹을 뜻 쏟아지던 햇살이지고 어둠이 올때까지 찬열을 끌어안고 있었다. * 뚜루루루- 뚜루루루- 집안을 가득 울리는 전화벨소리에도 백현은 미동이 없었다. 그저 무기력한 듯 쇼파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백현이 전화벨소리 조차 듣기 싫다는 듯 무릎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찬열이 백현이 앉은 쇼파위로 올라왔다. 전화 받아보라는 듯 백현을 툭툭치는 찬열이도 백현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싫어, 다 싫어. 결국 끊긴 전화가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는지 더 이상의 소음을 내지않는다. 어떠한 소음조차 존재하지않는 백현의 공간에 또 백현의 울음소리로가득찼다. 그런 백현을 달래는 것은 찬열뿐이었다. 그의 옆에 따스히 자리하고 있는 것, 단지, 그 것, 뿐이었다. * 백현의 무기력한 생활은 계속되었다. 아침에 몽롱하게 일어나 찬열에게 밥을 주고 쇼파에 앉아 티비만 주구장장보다 저녁시간이 되면 울음을 터트리는. 철저히 단절된 백현의 생활에 함께하는것은 오로지 찬열뿐이었다. 단절된 공간에 허락된 존재가 찬열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백현이 밥에 입을 대지 않은지는 삼일이 채 지나지않았을때 쯤 이 단절된 공간에 다른이의 침입이 있었다. "변백현 이새끼야!!!!! 문 열어!!!! 문 열라고 병신새끼야!!!!!!!" 백현은 자신을 덮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문밖에서 흐느낌이 들리는듯도 했다. 하지만 백현은 모른척하기로 했다. 자신의 공간을 깨트리려는 그가 미웠다. 백현은 따스한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숨이 막힌다. 그를 지켜보는 찬열이 안타깝다.* 백현아 그만해. 숨이 막혀와 정신이 아득해질때쯔음 백현은 자신의 귓가에 들리우는 낮은 음성에 이불을 확 걷어내었다. 박찬열! 찬열아 찬열아 내 찬열아 박찬열. 박찬열!!!!!! 백현은 침대에서 내려와 마치 미친사람마냥 넓은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찬열은 없었다. 백현은 화장실 바닥에서 오열했다. 타일바닥에 떨어지는 백현의 눈물은 참고 참다 터진 무엇마냥 투명했다. 찢어지는 백현의 부름에도 찬열은 대답이 없었다. 백현아 그만해. 또 다시 백현의 귓가로 낮은 음성이 스쳤다. 터져나오는 울음이 멈추고 백현과 눈이 맞닿은 찬열은 슬픈 눈을 하고 백현을 마주하고 있었다. 백현아 그만해. 그만하자 제발. 백현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백현은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울음대신 짧은 울먹거림이 찬열의 가슴을 더 아프게한다. 백현에게로 다가오는 찬열은 백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입을 틀어막은 채 찬열을 거부하듯 뒤로 물러나던 백현은 어느새 자신앞에 선 찬열에 백현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닐거라고. 백현아 그만해. 백현은 그렇게 쓰러졌다.* 경수가 백현의 공간에 문을 열고 들어왔을때 백현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을 살리려 주인의 품을 떠나지 않는 페르시안 고양이 한마리. 백현의 공간에 있던 모든것이었다. 경찰들이 오고갔다. 백현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백현의 공간을 정리하던 경수의 손이 닿은 마지막것은 전화기였다. 떨리는 손으로 음성사서함 메세지를 듣는 경수의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 잔인할 줄 몰랐던것인양. `백현아 찬열이 화장 잘 끝냈어. 이제 납골당 들어가는데 안 올거야? 이제 진짜 찬열이보는 마지막이다 백현아. 너 힘든건 알지만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봐야지.` 경수는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마 백현이 찬열이라 이름붙였을 고양이가 경수의 다리께를 머리로 부볐다. 경수의 시선이 찬열에게로 닿았다. 그리고 경수는 무릎을 굽혀 앉아 찬열의 털을 쓰다듬었다. 울음을 가득 먹은 목소리가 쩍쩍 갈라진다. "너는, 왜…. 끝까지 백현이를 못 놔서, 백현이를, 데려갔냐 이 씨발새끼야…. 그래서 좋냐? 얼굴봐서? 진짜 욕심도 많은 새끼…." 찬열이 경수를 위로하듯 경수의 엄지손가락을 핥는다.* 그 소년이 그를 만나는 시간 오후, 여섯시, 이십오분. 그 소년과 그가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눌수있길, 그들의 찬란한 이별이 찬란한 재회가 되는 그 시간 오후, 여섯시, 이십오분.+) 찬열이랑 백현이는 연인이었고 찬열이는 사고를 당해요. 백현이는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패닉상태가 된거예요. 아무 생각도 없이 곧장 고양이 한마리를 사서 찬열이라 이름을 붙이고 이제 글에서 나오는 백현이의 공간, 집에 갇혀사는거죠. 부엌에서의 찬열이도, 거실에서의 찬열이도, 침실에서의 찬열이도 고양이의 몸을 한 찬열이. 마지막으로 세상을 뜨기전 백현과 함께 있고 싶어서죠. 근데 백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한계쯤에 다달았을때 찬열이는 백현이에게 그만하라고 이제 그만 힘들어하라고 한건데 백현이는 아닌거죠. 지독하게 받아들여지지않는 현실인거죠. 찬열이도 최대한 백현이의 죽음을 막고는 싶지만 찬열이는 신이 아니예요. 그래서 백현이의 체온이 식어가는 그 때까지 백현이의 품에서 온기를 나눠준거고.+) 경수가 마주한 고양이는 찬열이가 잠깐 몸을 빌린 고양이. 찬열이의 의식은 없어요.
"찬열아."
추위에 온 몸이 떨려도 백현은 낡은 반팔에 반바지, 그리고 맨 발이었다. 그리고 걸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같은 모래사장 위에 제 발자국을 찍으며 한 발자국, 또 다시 한 발자국 나아가는 백현의 동공은 어느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래, 그저 공허함 뿐이다. '백현아, 너 지금 어디야?' 백현의 걸음이 멈춘다. '너 감기걸린다니까.' 풀려있던 그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제 그만해.' 백현이 쓰러진다.
찬란하게 빛나던 그대가 그리워지는 시간 PM 06;25
作 0323
"그만해 찬열아."
백현은 자신의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 찬열을 떼어놓으려 애썼다. 배고파서 그래? 백현의 물음에도 찬열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래, 니가 이렇게 칭얼대는건 배고플때뿐이지? 잔뜩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백현이 마른 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 낮이라 그런지 부엌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백현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눈부셔. 걸음이 멈추고 자신의 눈으로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고운 손으로 막아낸 백현을 재촉하는 건 다름아닌 찬열이었다.
"알았어, 금방 줄게."
멈춰있던 백현의 발을 잡는 앵글. 발목이 드러난 백현의 바지가락 끝이 마치 백현의 모습마냥 아슬아슬하다. 투명한 유리잔을 채우는 흰 우유의 색이 마치 백현의 피부색 마냥 파리하다. 백현의 손에 잡힌 유리잔이 부들부들 떨린다. 찬열의 앞에 우유잔을 내려놓은 백현이 찬열의 가지런한 머릿칼을 쓰다듬었다.
"미안, 장을 안 봐놔서 줄게 이것밖에 없네. 내가 내일 장 보러가면 너가 좋아하는거 잔뜩 사놓을게. 미안해 찬열아."
찬열의 머리를 쓰다듬던 백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눈가에 맺혀있던 아슬아슬했던 눈물이 떨어지자마자 그를 위로해주는 건 이 넓은 집에 찬열뿐이었다. 울지말라는 듯 백현의 눈물을 훔쳐내는 찬열을 백현은 끌어안았다. 미안해 찬열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찬열아.
그렇게 백현은 부엌을 잡아먹을 뜻 쏟아지던 햇살이지고 어둠이 올때까지 찬열을 끌어안고 있었다.
*
뚜루루루- 뚜루루루-
집안을 가득 울리는 전화벨소리에도 백현은 미동이 없었다. 그저 무기력한 듯 쇼파위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백현이 전화벨소리 조차 듣기 싫다는 듯 무릎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찬열이 백현이 앉은 쇼파위로 올라왔다. 전화 받아보라는 듯 백현을 툭툭치는 찬열이도 백현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싫어, 다 싫어.
결국 끊긴 전화가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는지 더 이상의 소음을 내지않는다. 어떠한 소음조차 존재하지않는 백현의 공간에 또 백현의 울음소리로가득찼다. 그런 백현을 달래는 것은 찬열뿐이었다. 그의 옆에 따스히 자리하고 있는 것, 단지, 그 것, 뿐이었다.
백현의 무기력한 생활은 계속되었다. 아침에 몽롱하게 일어나 찬열에게 밥을 주고 쇼파에 앉아 티비만 주구장장보다 저녁시간이 되면 울음을 터트리는. 철저히 단절된 백현의 생활에 함께하는것은 오로지 찬열뿐이었다. 단절된 공간에 허락된 존재가 찬열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백현이 밥에 입을 대지 않은지는 삼일이 채 지나지않았을때 쯤 이 단절된 공간에 다른이의 침입이 있었다.
"변백현 이새끼야!!!!! 문 열어!!!! 문 열라고 병신새끼야!!!!!!!"
백현은 자신을 덮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문밖에서 흐느낌이 들리는듯도 했다. 하지만 백현은 모른척하기로 했다. 자신의 공간을 깨트리려는 그가 미웠다. 백현은 따스한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숨이 막힌다. 그를 지켜보는 찬열이 안타깝다.
백현아 그만해. 숨이 막혀와 정신이 아득해질때쯔음 백현은 자신의 귓가에 들리우는 낮은 음성에 이불을 확 걷어내었다. 박찬열! 찬열아 찬열아 내 찬열아 박찬열. 박찬열!!!!!! 백현은 침대에서 내려와 마치 미친사람마냥 넓은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찬열은 없었다. 백현은 화장실 바닥에서 오열했다. 타일바닥에 떨어지는 백현의 눈물은 참고 참다 터진 무엇마냥 투명했다. 찢어지는 백현의 부름에도 찬열은 대답이 없었다.
백현아 그만해. 또 다시 백현의 귓가로 낮은 음성이 스쳤다. 터져나오는 울음이 멈추고 백현과 눈이 맞닿은 찬열은 슬픈 눈을 하고 백현을 마주하고 있었다. 백현아 그만해. 그만하자 제발. 백현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백현은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울음대신 짧은 울먹거림이 찬열의 가슴을 더 아프게한다. 백현에게로 다가오는 찬열은 백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입을 틀어막은 채 찬열을 거부하듯 뒤로 물러나던 백현은 어느새 자신앞에 선 찬열에 백현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닐거라고.
백현아 그만해. 백현은 그렇게 쓰러졌다.
경수가 백현의 공간에 문을 열고 들어왔을때 백현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인을 살리려 주인의 품을 떠나지 않는 페르시안 고양이 한마리. 백현의 공간에 있던 모든것이었다. 경찰들이 오고갔다. 백현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백현의 공간을 정리하던 경수의 손이 닿은 마지막것은 전화기였다. 떨리는 손으로 음성사서함 메세지를 듣는 경수의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 잔인할 줄 몰랐던것인양.
`백현아 찬열이 화장 잘 끝냈어. 이제 납골당 들어가는데 안 올거야? 이제 진짜 찬열이보는 마지막이다 백현아. 너 힘든건 알지만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봐야지.`
경수는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마 백현이 찬열이라 이름붙였을 고양이가 경수의 다리께를 머리로 부볐다. 경수의 시선이 찬열에게로 닿았다. 그리고 경수는 무릎을 굽혀 앉아 찬열의 털을 쓰다듬었다. 울음을 가득 먹은 목소리가 쩍쩍 갈라진다.
"너는, 왜…. 끝까지 백현이를 못 놔서, 백현이를, 데려갔냐 이 씨발새끼야…. 그래서 좋냐? 얼굴봐서? 진짜 욕심도 많은 새끼…."
찬열이 경수를 위로하듯 경수의 엄지손가락을 핥는다.
그 소년이 그를 만나는 시간 오후, 여섯시, 이십오분.
그 소년과 그가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눌수있길, 그들의 찬란한 이별이 찬란한 재회가 되는 그 시간 오후, 여섯시, 이십오분.
+) 찬열이랑 백현이는 연인이었고 찬열이는 사고를 당해요. 백현이는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패닉상태가 된거예요. 아무 생각도 없이 곧장 고양이 한마리를 사서 찬열이라 이름을 붙이고 이제 글에서 나오는 백현이의 공간, 집에 갇혀사는거죠. 부엌에서의 찬열이도, 거실에서의 찬열이도, 침실에서의 찬열이도 고양이의 몸을 한 찬열이. 마지막으로 세상을 뜨기전 백현과 함께 있고 싶어서죠. 근데 백현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한계쯤에 다달았을때 찬열이는 백현이에게 그만하라고 이제 그만 힘들어하라고 한건데 백현이는 아닌거죠. 지독하게 받아들여지지않는 현실인거죠. 찬열이도 최대한 백현이의 죽음을 막고는 싶지만 찬열이는 신이 아니예요. 그래서 백현이의 체온이 식어가는 그 때까지 백현이의 품에서 온기를 나눠준거고.
+) 경수가 마주한 고양이는 찬열이가 잠깐 몸을 빌린 고양이. 찬열이의 의식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