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홍은 일곱살 쯤에 치과를 간 적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윗 어금니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종내에는 건드리기만 해도 아렸다. 그래서 최준홍은 엄마, 나 이가 아파. 라며 오른쪽 볼을 부여잡고 말했었다. 어머니는 그럼 내일 엄마랑 어디 좀 갈까, 하고 은근하게 물어왔다. 준홍이가 좋아하는 돈까스도 먹으러 가고. 최준홍은 돈까스에 혹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최준홍은 다음 날 치과 입구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아아아, 안 가아아아! 빽빽 소리까지 질렀지만 그건 다 무용지물이었다. 눈물까지 뚝뚝 나는데 어머니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치과 의자에 앉아 잡지를 들추셨다. “치료 하고 나면 준홍이 아야 안 할거야. 좀 있다가 돈까스도 먹으러 가야지, 그치?” 그러고서는 코를 훌쩍거리는 최준홍에게 휴지를 가져다 대었다. 흥, 해야지. 최준홍은 시큰둥하게 어머니를 노려보면서도 흥, 하고 풀 코는 다 풀었다.
결국 입 안에는 솜 하나 물고, 눈은 퉁퉁 부은 채로 치과를 나오게 되었다. 준홍아, 이거 아픈 거 아녜요, 조금만 참아요, 하고 말하던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눈 앞을 둥둥 떠다녔다. 웃겨, 안 아프기는 무슨. 최준홍은 오늘처럼 우렁차게 울어 본 적이 태어난 직후 뿐이 없다. 엄마, 이제 돈까스 먹으러 갈거야? 솜을 물고 있어 어눌한 발음으로 최준홍이 그리 물었다. 어머니는 경쾌하게 웃으셨다. “안 돼, 혹시 모르니까 오늘은 죽 먹자.” 최준홍이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봐도 어머니는 맛 없는 야채죽을 끓이기 위해 바구니에 이것저것 골라담기 바쁘셨다.
Spring bunny
중독자 作
03
최준홍은 요즘 새로운 고민이 하나 생겼다. 밥 엄청 먹는 정대현에 대한 고민도 아니고, 유영재에게 털복이가 정대현이다라는 사실을 들킬까봐 걱정되는 고민도 아니고, 미친 다음주 교양 수업 어떡하지, 이 따위의 고민도 아니었다. 사실 근래에 최준홍이 하는 걱정과 고민이 백이라고 치면 팔십은 정대현 때문이었다. 딱 생긴 것처럼 하는 짓도 애기라, 이것저것 비위 맞춰주는 게 여간 힘들지 않은 게 아니었다.
“정대현 또 양치 안 하지?”
“안 해, 안 할 거야, 안 하면 안 돼?”
또 밥만 먹고 잽싸게 도망가려는 걸 잡아챘다. 팔을 질질 끌고 가자 정대현은 화장실 앞에 뻐팅기고 서서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다고 이번에는 내가 넘어갈 줄 알고. 흥, 웃기시네. 코웃음을 친 최준홍이 고집을 부리는 정대현을 안아들었다. 으잉, 시러, 안 해. 꾹꾹이처럼 입을 꾹 다문 정대현은 최준홍이 아무리 칫솔을 가져다 대어도 고개만 도리도리 저어댔다. 혼나려구.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고 흔들었다. “아, 하지마아.” 눈을 부릅 뜬 정대현이 하지 말라고 빽빽거렸다.
“너 자꾸 그러면 이 아야한다.”
“아야해도 시러.”
간만에 고집이 세다. 사실 항상 세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준홍이 어느정도 협박을 하면 겁을 먹어서라도 말을 듣기 마련이었다. 요컨대 언제나 잘 먹히는 아프다는 핑계. 그러나 그게 먹히지 않는다는 건 정대현만의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최준홍이 눈을 가늘게 뜨고 정대현을 세면대에 앉혔다. 정대현은 그 행동이 본격적으로 저를 양치 시키겠다는 것으로 알아들은건지, 잔뜩 긴장해서는 두 손으로 최준홍이 들이대려는 칫솔을 부여잡고는 다리는 달랑달랑 흔들었다.
“지금은 안 할게.”
“나중에두.”
“그건 안 돼.”
“너무해.”
정대현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동시에 귀도 봉긋하게 솟았다. 또 시작이네, 이거. 정대현은 최준홍이 자신의 귀와 꼬리에 약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고집을 부릴 때엔 툭하면 귀가 꼬리를 내어놓았다. 최준홍은 한 번 더 코웃음을 쳤다. 넘어 갈 때가 따로 있지. 최준홍은 시큰둥한 얼굴로 귀를 한 번 툭 튕겼다. 귀를 부여잡은 정대현이 칭얼거렸다.
“왜 양치 하기 싫어?”
“맵단 말야. 이거, 몰라, 아무튼 이거 매워.”
최준홍의 눈치를 살핀 정대현이 손가락으로 치약을 가리켰다. 매울만도 하다 싶었다. 최준홍이야 항상 써 오던 것이라지만 입맛 하나는 어린 애 못지 않은 정대현에게는 영 아닐 것이었다.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이라 조금 떨떠름했다. 그냥 하기 싫은 줄 알았더니. 하지만 지금 당장으로써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치약이 이거 뿐인 걸.
“미안, 매웠어?”
“응, 매워…. 막 코 아프고 그래.”
“근데 지금은 이거밖에 없어. 단분간만 이거 쓰자, 응?”
그렇게 말하면서 최준홍은 조막만하게 짜놓은 치약을 조금 더 덜어냈다. 그럼에도 정대현은 으잉,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라서, 최준홍은 잔뜩 미안한 표정으로 대현아, 아, 해 봐, 하고 어찌저찌 어르고 달래었다. 한참을 그러고나서야 정대현이 최준홍의 어깨를 꾹 잡고는 입을 벌렸다. 두 눈은 이미 잔뜩 긴장해 있었다. 누가 혼내는 것도 아닌데 혼자 긴장하고 있는 게 웃겨서 웃었더니 정대현이 칫솔을 입에 문 채로 웃지 말라며 짜증을 냈다.
“너 자꾸 짜증내면 맵게 할거야.”
되도 않는 소리다만은, 정대현은 고새 뾰루퉁해져서 최준홍을 흘겨대기 바빴다. 최준홍은 모르는 척 했다. 고개 들어 봐, 옳지. 정대현의 턱을 잡고 요리조리 칫솔질을 해주었다. 입 안도 쪼끄매서는, 제법 가지런하게 나와있는 치아들도 최준홍의 새끼손톱만큼이나 작았다.정말 토끼처럼 나 있는 앞니를 닦아주고 있을 때는 언제 끝나냐는 듯이 쳐다보길래 그냥 이 쯤 하기로 했다. 세면대에 앉혀놓은 정대현을 다시 끌어안아 입가에 양치컵을 대어주었다. 정대현은 거품들을 뱉고서는 양칫물을 입에 한 가득 물었다.
“진짜 이거 안 하면 안 돼?”
세수까지 마저 시키고 수건을 내밀자 꽤나 진심인 말투로 그런다. “안 되는 거 알면서 또 그러지.” 정대현 앞에 쭈그려 앉아서 대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최준홍이라고해서 어릴 적에 양치를 좋아하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러나 충치로 인해 첫 치과를 방문했던 날은 아직까지도 기억에서 생생했다. 그게 얼마나 아픈 일인데. 게다가 돈까스를 사주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입 싹 닦고 모른 척한 어머니의 당당함 또한 최준홍은 기억하고 있었다. 가끔은 아, 엄마 옛날에 나 돈까스 사준다고 치과 데려갔었잖아. 하고 투정을 부리고는 했다. 그럴 때면 항상 어머니는 최준홍의 등짝을 한 대 치며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그러느냐고 잔소리를 하셨다.
최준홍은 아직도 투정을 부리는 정대현을 변기 위에 앉혔다. 그러고서는 자신도 이제 양치를 하기 위해 칫솔 위에 치약을 짰다. 칫솔을 문 최준홍이 제법 우쭐한 얼굴로 말을 했다.
“너 나중에 되면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 걸?”
“거짓말.”
“진짠데. 안 하면 막 여기 아프고 그래. 그럼 대현이 여기 주사 맞아야 된다?”
“…….”
오호, 묵비권을 하시겠다. 최준홍은 그에 더 신이 나서 필요도 없는 설명을 해댔다. 칫솔을 물고 있어, 정대현처럼 발음은 어눌어눌했지만 정대현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심각해져가는 것을 보아하니 대강은 알아듣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다가 최준홍이 이제 막 양칫물을 입에 가져대려고 할 쯤, 기어코 정대현의 울음이 터졌다. 엄마야…. 신나보이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최준홍은 놀란 맘에 사레까지 걸렸다. 그러면서도 정대현을 달래긴 해야겠는지, 기침을 하며 정대현을 안아 토닥거려주었다.
“준홍이, 못 됐어.”
“아니, 그게 아니고,”
“너 미워, 나빠.”
미안, 미안, 하면서 귀를 만져주었더니 앙칼지게 뿌리친다. 눈가는 시뻘게선. 아, 그래, 뭐, 내가 앞으로 꼬박꼬박 챙겨주면 되겠지. 벌써부터 겁을 줄 필요는 없었나보다. 정대현이 치과를 꼭 방문하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 * *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최준홍은 지금 자신이 정대현의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곳이 치과의 입구가 맞는지 긴가민가했다. 뭣도 모르는 정대현은 외출한 것에만 기분이 좋아서는 여기 어디냐며 방방거렸다. 최준홍은 할 말을 잃었다. 제가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몸에 오한이 서렸다.
정대현이 이가 아프다고 칭얼거린 건 이틀 전이었다. 평소대로 저녁을 먹은 뒤 TV 앞에 앉아 과일을 잘라먹고 있는데 정대현이 울상을 지었다. 왜 그러느냐고 묻기도 전에 대현이 이 아파, 하고 훌쩍였다. 최준홍은 설마했다. 입 좀 벌려보랬더니 정대현은 아 하고 입을 벌렸다. 그러나 치과 의사도 아닌 최준홍이 입 안을 봐도 무언가를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 날은 맵다고 정대현이 앙탈을 부리든 말든, 평소보다 깐깐하게 이를 닦아주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다음 날에도 아프다는 정대현에 이거 충치 생겼네, 하고 확신을 가졌고 오늘에서야 치과를 오게 되었다. 그래도 요즘은 꽤 잘 닦아준 것 같은데.
“대현이, 너.”
“응?”
“밤에 양치하고 또 뭐 먹었어?”
다른 계단들보다 조금 더 높아보이는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며 물었다. 정대현이 어색하게 응? 하고 되물어왔다. 눈이 도록도록 굴러간다. 대번에 눈치 챈 최준홍이 이게, 하고 정대현의 이마에 아프지 않게 딱밤을 놓았다. 정대현은 원망스레 저를 쳐다보면서도 마땅히 할 말은 없는 모양인지 잉, 하고 우는 소리만 내었다.
“뭐 먹었어. 사탕? 과자?”
“어제는 사탕 먹었는데….”
“너 이 아프다면서.”
“먹고 싶었단 말야.”
요 뻔뻔한 돼지토끼. 최준홍은 다 네 잘못이야, 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치과를 한 번도 와 보지 못했다는 정대현은 최준홍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르는 것 같았다. 최준홍은 일곱살적의 자신이 떠 올랐다. 깜빡 속아 치과를 왔던 최준홍은 치과 의자에 앉자마자 빽빽 울음을 터트렸었는데 오늘 아마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볼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았더니 벌써부터 들려오는 기계소리에 정대현이 몸을 떨었다. 저거 무슨 소리야? 팔뚝을 잡아오는 손길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싶어서 최준홍은 정대현을 제 무릎에 앉혔다. 마주 보고 앉은 정대현이 눈을 껌뻑거렸다. 분명 며칠 전에 이 말 듣고 울었던 것 같은데. 물론 과장이 굉장히 많았지만 반은 사실이긴 했다.
“너 밤에 양치 제대로 안 하고,”
“했어!”
“사탕 먹고 그랬잖아.”
“그건 맞아….”
“아무튼 사탕 먹고 다시 양치 안 하고 그랬지. 그래서 지금 대현이 입에 벌레 생긴 거야.”
설명하면서도 괜스레 자기 입에 충치가 생긴 것처럼 찝찝해서 최준홍은 혀로 이를 한 번 쓸었다. 정대현은 애저녁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벌레 없애려고 하는 거야, 저 소리.”
“아파?”
“대현이 입에 벌레 많으면 아플걸?”
으, 하고 정대현이 몸서리를 쳤다. 그러는 동안에 간호사가 정대현의 이름을 불렀다. 정대현이 제 발로 갈 것 같지는 않길래 마주 본 채로 안아들었다. “너 아프다고 막 귀랑 꼬리랑 내어놓으면 안 돼, 알았지?” 귀에 소곤거렸더니 몰라, 해볼게…. 하고 영 자신 없는 어투로 그런다. 중후한 인상의 치과 선생님은 최준홍과 정대현을 보고서는 웃음 지었다. “동생인가보네.” 최준홍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대현을 의자에 내려놓았다. 정대현은 금방이라도 귀를 봉긋 내어놓을 것처럼 울먹거렸다. 그러길래 양치 좀 잘 하라니까.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던 정대현은 갑작스레 눕혀지는 의자에 눈동자를 굴려댔다. 이게 뭐야…. 그 와중에도 정대현은 조금 신기하기는 했다. 막, 막 이게 눕혀져! 정대현은 이 신기함에 대해 털어놓고 싶었지만 아까 들었던 소리가 아직도 영 무서워서 불안하게 손을 꼼지락거렸다.
“대현이, 어디 아파서 왔어요?”
“여기랑, 여기….”
정대현이 손가락으로 이를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최준홍이 이마를 짚었다. 손가락으로 짚어낸 곳만 해도 세 군데였으니, 실상을 뜯어보면 더 많을 게 분명했다. 이 돼지토끼는 밤마다 사탕을 입 안에 우겨넣었나. 오늘부로 집에 있는 간식을 몽땅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최준홍에게, 그새 입 안을 살핀 의사 선생님이 그러신다. 윗니 아랫니에 충치가 각각 두 개씩 있으니, 나이를 고려해서 오늘은 두 개만 하겠다고 하셨다. 사이좋게 두개씩 있고, 정대현은 좋겠네. 절로 한숨이 나왔다.
대현이 눈 부으니까 못 생겼다. 나름 장난이라고 친건데 정대현이 대놓고 정색을 한다. 하지마, 하고 웅얼웅얼. 최준홍의 어깨에 얼굴을 폭 파묻은 정대현은 그 뒤로 집으로 갈 때까지 훌쩍대는 소리만 냈다. 아유, 이 토끼가 사람 마음 아프게 하네. 최준홍은 정대현이 치과에 가게 된 데에는 제 자신의 책임도 있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치료 도중에 귀와 꼬리가 튀어나오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대신 눈물이 주렁주렁 튀어나왔다. 제대로 소리도 못 내고 우는 정대현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보조 의자에 앉아 정대현의 손을 잡고 달래주는 것 외에는 최준홍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정대현의 거의 십 분을 내리 울었다. 치료가 끝날 쯤에는 훌쩍대기만 하고 어찌어찌 울음을 멈췄는데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는 소리에 식겁해서 울음이 또 터졌다. 그 뒤로 또 십 분을 울다가, 이제 좀 안정 된 상태였다.
최준홍은 집으로 가기 전에 근처 마트에 잠시 들렸다. 어린이용 치약을 들고 고민했다. 사과맛이 맛있으려나, 딸기맛이 맛있으려나. 정대현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기분이 영 별로인 정대현에게 좋은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최준홍은 오랜 고민 끝에 딸기맛을 쥐어들었다. 마트에서 나와 집 근처로 올 쯤에는 정대현이 도롱도롱,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깨지 않게끔 조심스레 등을 토닥여주며 걸음을 옮겼다.
정대현이 이 치약 좋아하려나. 최준홍은 제가 어렸을 때도 이런 어린애 취향같은 맛의 치약은 써 본 적이 없어서 이게 맛있는지 없는지를 잘 몰랐다. 이것마저도 맵다고 하면 어쩌나.
* * *
“아, 먹지 말라니까!”
웃기네. 정대현이 싫어하는 게 어딨어. 최준홍은 정대현이 이 치약을 좋아할까, 하고 생각했던 자신의 쓰잘데기 없던 고민을 원망했다. 그 고민은 이미 정대현이 우물거리던 양칫물과 함께 목구멍으로 없어진지 오래였다.
“혼날래, 진짜?”
“그건 시러.”
“그럼 왜 자꾸 이거 먹어. 먹지 말라고 했잖아.”
“이거 딸기맛이야! 맛있어!”
딸기맛인 건 알면서 왜 먹으면 안 된다는 건 모르니. 정대현은 최준홍이 딸기맛 치약을 사들고 온 날 부터 한 번을 빼놓지 않고 양칫물을 집어삼켰다. 처음 딸기맛 치약으로 양치를 시켰을 때 맛있다고 좋아하길래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구나, 하고 뿌듯해했지만 그대로 물을 삼켜버리는 정대현의 모습에 최준홍은 얼이 빠졌다. 하마터면 내가 이걸 잊고 있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칠 뻔 했다. 맛있는 거라면 무조건 다 먹고 보자는 정대현을 왜 잊고 있었지.
“이거 마시면 또 이 아야해?”
“그건 아닌데….”
“그럼 마셔도 돼?”
“안 된다니까!”
이가 아야하는 게 아니라, 네 배가 아야해요, 돼지 토끼야.
정대현의 충치는 깔끔히 나았다. 딸기맛 치약의 응원에 힘 입어 꼬박꼬박 양치를 한 덕분이었다. 꼬박꼬박 양칫물을 삼키기도 했고. 그래서 최준홍은 정대현이 양치를 안 해서가 아니라, 자꾸만 양칫물을 삼킨다는 이유로 정대현을 쫓아다녀야만 했다. 차라리 양치질 안 한다고 빽빽 울어대던 예전이 나은지, 아니면 신나서 양칫물을 마시는 지금이 나은지, 최준홍은 그게 아빠와 엄마 중 누가 좋냐는 물음만큼이나 어려웠다.
“너 또 마시면 매운 걸로 바꿀거야.”
“너무해. 그럼 대현이 또 양치 안 하고 아야 하는데 갈거야.”
“그럼 네 손해지.”
“…….”
“아, 알았어. 안 바꿀게….”
확실한 건 앞으로도 최준홍이 정대현에게 져 줄 것이라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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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량 때무네 구독료 줄였어요 'ㅅ';;; 분량 누가 잡아먹었냐구여? 개학이요..
2. 사실 제가 치과 갔다왔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