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빠 주려고 사온 초콜릿을 먹고 있다. 내일은 발렌타인 데이다. 여덟칸으로 쪼개진 작은 초콜릿을 보니 좌표평면이 생각난다. 요즘 학원에서 함수를 배운다. 내가 에프엑스 팬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그랬다면 문제에서 f(x)를 볼 때마다 설리 얼굴이나 수정이 스키니 핏이 생각났을 것이다.
어쨌거나 밤에 찾아온 이 작은 갈색 칼로리 폭탄은 날 정말이지 괴롭게 한다. 두 개 먹어야지 하다가 다 먹어 버리는 사람이 나다. 어느새 봉지에는 초콜릿이 한 칸도 남아있지 않다. 결국 나는 한 개를 더 꺼내든다. 지금 타자를 치면서도 굉장히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내 입속을 돌아다니는 달콤함에 절로 미소가 난다.
오늘 영어 시간에 4층 체육관에 올라가서 친구 하나랑 배드민턴을 쳤다. 그 애를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든다. 날 좋아하는지, 어쩔 수 없어 곁에 두는건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꽤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내가 살이 찌게 된 이유를 실감한다. 40분 동안 받고 던지고를 반복하다가 기분 좋은 피곤함이 밀려 들어 마지막 교시부터는 그냥 멍 때리고 있었던 것 같다.
졸업을 생각하면 끝없이 가라앉을 것만 같다. 쓸데없이 생각이 넘친다.
세 번째 초콜릿을 다 먹었다.
기억 할 것: 오랑제트.
사고 싶은 것: 세로 줄무늬-꼭 검은색과 흰색이어야한다-셔츠. 꽈배기 니트.
들은 음악: 커피소년-이게 사랑일까, 아메리카노에게. 성시경-너는 나의 봄이다. 원더걸스-이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