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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 젊은 백현의 슬픔 | 인스티즈

 

 

민석은 오늘도 익숙하게 차를 몰아 백현의 집으로 향했다. 무더운 팔월의 폭염경보는 일주일이 넘게 지속된지 오래였다. 흐르는 땀에 에어컨을 틀어도 전혀 시원치 않은 차안의 공기에 민석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자신의 목을 내내 죄여오던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손목을 감싸고 있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팔뚝에서 고여있던 땀이 주르륵 손목에 뚝 뚝 떨어졌다. 민석은 차가 막혀 더이상 나아가지 않는 도로를 보며 짜증스럽게 핸들을 내리쳤다. 그러고는 핸들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어 부볐다. 편집장 일을 하며 수많은 작가를 만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재수없고, 성격도 만만치 않은 그렇다고 원고를 빨리 보내주지도 않는 이런 작가는 처음 보았다. 그 이름하여 모 여러 포털사이트에 치면 바로 나오는, 요즘 책 구간을 주름 잡고 있는 작가 변백현이었다. 화려하다고 할수도 없는 글솜씨였지만 그 담담하며 부드러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쓰는 그 작가에 대해 언론과 여러 평론가들은 칭찬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은 백현의 이야기를 마치 고등학교 봄 날의 첫사랑을 만난 듯한 그런 느낌이라며, 풋풋한 복숭아를 잘 씻고 그 한입 콱 깨물어 먹었을 때 느껴지는 상큼함과 사랑스러움이라 떠들어 댔다. 민석도 어느 정도는 동의했다. 백현의 이야기는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글로 가득 써 있었다. 전부 다 연애 소설이었다. 그 중 비극은 없었다. 시련도 없었고, 그저 연인과 사랑을 속삭여 대는 그런 이야기로만 가득 했었다. 하지만 시련은 오히려 민석에게 찾아왔다. 변백현은 원고를 매일 미루었다. 원래 제출해야 하는 날에 연락을 취하면 백현은 그저 잠긴 목소리로 몸이 안좋다. 다음에 주겠다. 라는 변명만 구구절절 늘어놓고는 황급히 연락을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그래왔으면 민석은 두발 두손 다 들었다싶이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 신인작가때부터 요근절 까지 백현은 아주 성실한 작가였다. 마감시간을 넘긴적이 없었다. 저번에는 글을 다 썻다며 민석에게 보여주기도 할 정도였다. 그러던 백현이 갑자기 게을러졌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민석은 조금씩 움직이는 앞 차를 따라 핸들을 움직였다. 꽉 막힌 도로를 지나 백현의 빌라 앞으로 향했다. 백현의 빌라는 넓은 공터를 지나 꼬불꼬불한 구석에 자리해 있었다. 사람이 너무나 없는 백현의 빌라 주변은 적막하다 못해 오싹하기 까지 했다. 민석은 여전히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백현의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를 지나 엘레베이터를 잡고 민석은 남는 시간을 이용해 백현에게 카톡을 남겼다. 저 백현씨 빌라 엘레베이터 앞입니다. 이번에도 안나오면 집 안까지 찾아갈겁니다. 금새 1이 사라지고 백현은 알겠다는 간단한 답장을 내놓았다. 진작에 이럴 것이지. 민석은 이마에 송글 송글 맺혀있는 땀을 짜증스럽게 소매로 문질렀다. 벌써 마감일이 지난지 일주일 째다. 민석은 여러 상사에게 백현의 원고는 언제 오냐면서 여러 쓴소리를 받았고 그런 이후 백현에게 전화와 카톡을 아무리 해도 백현은 그런 민석을 철저히 무시했다. 민석이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다다를때 쯔음 이었다. 민석은 엘레베이터 안에서 나오는 시원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거울에 비춰진 헬쓱해진 자신의 얼굴과 예전과 달리 가벼워 보이는 머리카락에 못내 기분이 나빠졌다. 백현의 층에 다다르고 문이 열렸다. 굳게 닫힌 문이 괜시리 민석을 긴장하게 했다.

민석은 조심스럽게 백현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마찰음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백현은 문을 조금 열고 민석에게 눈인사를 했다. 민석은 그런 백현의 눈인사를 받았고 손을 내밀었다. 원고를 달라는 무언의 시늉이었다. 하지만 백현은 그런 민석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들어와서 보시죠 하며 문을 열었다. 조금은 찝찝하다 싶은 셔츠가 신경쓰였던 민석은 땀도 식힐 겸 백현의 요구를 순순히 응했다. 처음으로 백현의 집으로 들어간 민석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하얀 벽지와 까만 가죽 쇼파 그리고 화이트와 블랙으로 구성되어 있는 간촐한 인테리어 작은 어항 까지,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치고는 조금은 넓고 깨끗했었다. 백현이 깨끗한 성격이었던가. 저번에 모 인터뷰사에서 백현을 인터뷰한 잡지를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백현은 애인이 청소를 좋아한다며 장난스럽게 웃어넘겼던 기억이 났다. 애인... 그 애인이랑 재미 본다고 그렇게 원고를 미룬건가 민석은 점점 심기가 불편해져 왔다. 백현은 부엌에 가더니 얼음이 동동 띄여진 보리차를 한 잔 가져다 와 원고와 함께 민석에게 주었다. 민석은 백현을 잠깐 흘겨보고는 보리차를 마시켜 원고를 대충 훑어 넘겨 봤다. 민석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자리에 앉아 무표정으로 민석을 보고있는 백현을 바라봤다. 큰 소리를 내며 원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백현은 여러 장으로 흩어 떨어진 원고를 다시 모아 탁자에 내려 놓았다. 민석의 얼굴은 점 점 알 수 없게 굳어지다 입을 열었다.

" 제정신인 겁니까? "

백현은 어깨를 들썩였다. 민석은 떨리는 손으로 잡은 보리차의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시간이 점점 흐를 수록 컵 밖에선 물이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보리차의 얼음이 서로 부딪혀 녹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석은 잠시 고민하듯 싶더니 손을 몇 번 매만지고는 고개를 들었다. 백현은 그 모습을 기다렸던지 여전히 민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백현의 원고 속에는 여전히 사랑이야기로 가득 했었다. 그리고는 민석이 눈이 커진 구간에서는 사랑하던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고 남자가 그 이별을 견디지 못해 여자를 죽이고 그 시체와 함께 살아가다가 그 시체를 화장하는 곳에 가서 자신도 함께 불에 타 죽는 그런 비극적이다 못해 징그러운 이야기 였다. 이런 이야기를 대중들이 읽는다면 내용은 둘째 치고 백현의 달라진 모습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짐작한 민석은 지끈 거리는 머리에 미간을 잡고는 고민했다. 그리고는 백현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 저는 이 내용 편집을 못하겠습니다. 물론 책으로 낼 수도 없구요. "

백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담담하게 끄덕였다. 민석은 그 모습에 기가 찼다. 아니, 애인을 만나 재미를 보는데 무슨 싸움이라도 있었나? 아니 싸움이라고 치기엔 너무나 격정적이고 혐오감이 드는 내용이었다. 민석은 백현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이 내용을 다시 고쳐 볼 생각이 없냐고 묻기 위해 입을 떼었다. 하지만 백현이 조금 더 빨랐다.

" 편집장님, 저는 이 내용 고칠 생각 없어요. "

아니 그러면 자신을 보고 어떡하라는 건가, 작가 생활을 접겠다는 건가? 민석은 점점 화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시원했던 백현의 집 안은 이제 시원하긴 커녕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했다. 땀도 이제 다 식어 찝찝하던 와이셔츠도 적응이 됐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직감한 민석은 벗어두었던 자켓과 서류가방을 들어 백현에게 목례를 하고 나가려고 했다.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백현은 나가려는 민석을 잡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만 쳐다보던 백현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제 애인이 죽었어요. "

민석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리고는 고개가 백현에게로 절로 돌려졌다. 백현은 여전히 바닥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이 더욱 더 슬폈다.

" 죽은지는 한 달이 다 되어가요. "

" 아니 그러면 말을 해야 할거 아닙니까. 그래야 휴식을 취하거나 휴재를 하거나...! "

백현의 고개가 올라가 민석에게로 향했다. 민석은 말을 하다가 머뭇거렸다. 백현의 눈에 눈물이 어려있었다. 작은 물기가 백현의 눈가에서 반짝 거려와 민석은 말을 더 잇지 못해 애꿎은 입술만 꽉 물고 있을 뿐 이었다.

"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제가 다시 연락을 할 때 원고를 찾으러 와주세요. "

민석은 백현의 빌라를 나오면서 머리가 멍해져 왔다. 차 운전을 하며 회사로 가는 내내 민석의 머리 속에는 아무 생각도 남아져 있지 않았다. 빈 손으로 회사에 들어가 상사에게 혼이 나면서도 민석은 화도 나지 않았다. 애인이 있어 본적은 없지만 백현의 목소리에서 민석은 느껴졌다. 그 슬픔이. 애인이 죽고난 이후로 부터 원고가 늦어졌고 글을 써도 그 영향을 받아 그런 내용이 나왔던 건가. 민석은 자리에 앉아 백현을 생각했다. 민석이 백현의 편집장을 맡은지는 어연 일년이 다 되어 가지만 백현에대해 아는 건 없었다. 하지만 오늘로 부터 알게 된 것은 백현은 애인을 많이 사랑했다는 거.

거의 한 달 후 뉴스와 신문은 떠들석 했다. 바로 베스트셀러 백현의 죽음 이었다. 유명작가의 죽음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기 충분한 소재였으며 그의 책을 사랑하던 수많은 독자들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리기는 충분했었다. 경찰은 자살로 단정지었다. 백현은 자신이 들어갈 만한 커다란 비닐봉지를 하나 구했다.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드라이 아이스를 넣고 입구를 꽉 막아 여름 날 창밖에 내놓았다. 드라이 아이스는 녹아 비닐봉지 안을 연기로 매웠고 백현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입구를 막았다 ...

민석은 경찰에게 백현이 집에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썼던 글을 받았다. 두장 남짓한 원고지였다. 눅눅해진 그 원고지에는 백현의 필체가 그의 목소리 처럼 담담하게 쓰여져 있었다.

경수야, 니가 있던 나날은 항상 행복하고 사랑 가득한 글밖에 썼던 기억이 나지 않아. 너는 내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었고 또 살아가게 하는 무언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니가 나에게서 없어져 한 줌의 흙으로 변해 자연으로 돌아가던 날. 나는 그날 이후로 집으로 돌아가 내가 썼던 글을 다 찢어버렸다. 니가 없는데 나는 무슨 수로 글을 쓰겠니. 나는 또 어떤 감정으로 그런 글을 써야하겠니. 경수야, 니 이름을 부를 수록 나는 더 눈물이 난다. 왜 예전에 너한테 잘 해주지 못했던 걸까. 니가 아프고 슬펐고 힘든 걸 왜 나는 알아주지 못했던 걸까. 경수야, 경수야 경수야 사랑해 사랑해 난 널 너무 사랑해 정말 사랑해 그 누가 우릴 손가락질 하고 나에게 글을 쓰지 못하도록 손가락을 자른다고 해도 난 널 사랑해 이젠 내가 다 아플게 내가 너에게로 갈게 지금 너에게로 가려고 난 준비를 다 마쳤어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마지막 글이 쓰여지고 나서 여러 자국의 눈물 얼룩들이 원고지에 묻어났다. 그렇게 백현은 돌아갔다 사랑하는 애인 경수에게로. 백현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그 책들은 다 경수에게서 나온 자신의 경험담이었고 느낌 그대로 였다. 그리고 경수가 죽고나서 백현은 돌아갔다. 원래 사랑하던 경수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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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백현아ㅠㅠ 어떡해ㅠㅠㅠㅠ우럭ㅠㅠ
11년 전
독자2
아...백현아..ㅠㅠㅠㅠㅠㅠㅠ어떡ㅎㅎ해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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