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러도 되고 안눌러도 되는 그런.. |
글의 흐름상 에피소드를 몇개 넣을것 같아요. 본편이 아니고 종인이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나 세훈이를 만나게 된이유, 또는 혼현제어나 그런 시기적인걸 다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더라구요.. 한 3편 정도의 에피소드를 끝으로 본편이 나올 예정이에요! 기다리셨을 독자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네요...ㅠㅠㅠ 에피소드는 프롤로그까지 포함해서 총 3편 내지 4편에서 끝날 듯 싶네요! |
EP.02
워낙 일찍 이부터 혼현이 나온 종인은 선조 귀환 특유의 페로몬과 함께 섹스어필을 하고 다녔다. 이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주변에는 늘 사람이 끊이질 않아 주위가 시끌벅적했다. 단, 그 사람들이 모두 흑심을 품고 있다는 게 큰 문제일 뿐이었다. 남들은 다 아는데 종인 혼자만 모르는 섹스어필은 남녀노소, 원인, 반류 등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먹혀들어갔다. 특히 자제력이 반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원인은 더욱 참기 힘들어했는데, 몇몇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본능에 몸을 맡겨 종인이 납치당하거나 유괴되어 강간을 당할 뻔한 적도 많았다. 종인 같이 정말 어린 아이일 때 혼현이 발견된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어려도 모두 고등학생 이상이었는데 종인은 홀로 유치원 시절에 이미 혼현을 발견했기에 가족들은 종인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든 불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과한 보살핌과 사랑이 가득한 집안 분위기에서도 종인은 어디 하나 삐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주었다.
그리하여 종인이 8살이 되던 해까지도 가족들은 종인을 어린아이 다루듯 조심조심했다. 종인은 타고난 무심함이 있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 남들이 발을 동동 굴러대며 걱정할 때도 본인 혼자만 느긋했다. 쑥쑥 자랐다고 해봤자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한 종인은 여느 또래들이 그렇듯 순수함이 가득했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약간 왜곡한 게 있지만 종인은 혼현의 모습이 제각기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반류인지도 모르고 마냥 순수하고 순진한 모습에 어른들은 차마 종인에게 넌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없어 여차여차 얼버무리며 종인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달력의 숫자가 바뀌어도 여전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종인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하였다. 그런 종인을 보며 집안에는 늘 화목함이 가득했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사람이 동물로 보이는 일들은 뜸해졌고 종인은 그 현상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똑같겠거니 하며 특유의 무심함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기이한 현상이 뜸해질 무렵, 평소와 똑같이 활발하게 뛰어놀 종인이 달라졌다. 뛰어놀기도 고사하고 잘 움직이려 하지도 않은 채 가만히 방 안에 누워 잠을 자기 일쑤였다. 그와 동시에 종인이 마구 흘리고 다니던 페로몬의 향도 점점 옅어졌다.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는 종인에 집안은 난리가 났다. 병원에 입원해야 된다는 의견부터 우울증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난무했지만 정작 아무도 종인이 왜 그러는지는 몰랐다. 결국, 회의를 거쳐 종인의 할아버지가 대표로 종인을 찾아가 살펴보기로 확정된 이후에야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똑똑. 방문을 두드려도 기척 없는 방안에 종인의 할아버지는 종인이 기절했나 싶어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고, 곧바로 종인을 찾았지만 종인은 걱정과는 다르게 누워 자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종인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다가간 할아버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종인의 향에 의아함을 느끼며 종인을 살살 일으켜 깨웠다. 힘겹게 일어난 종인은 제 앞에 있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할아버지를 보고도 눈만 깜빡이며 그대로 있었다. 종인은 지금 잠을 자고 싶었다. 종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어르던 할아버지는 꽤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향이 느껴지지 않자 종인을 살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종인에게 질문을 던진 할아버지에게 돌아온 대답은 모두 네, 였다.
종인아, 요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없니? 네. 사람들이랑 싸우지 않았고? 네. 전보다 많이 피곤하니? 네. 종인의 대답을 모두 들은 할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종인을 다시 눕혀 잘 자라고 친절히 인사까지 해준 뒤에야 방 밖으로 나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에게 달려갔다. 모두 기쁜 표정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를 보고 다음 말을 재촉한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입에서 한 마디 한 마디 나올 때마다 걱정스럽던 표정이 기쁘게 바뀌었다. 가족들은 확신했다. 종인은 혼현을 제어할 수 있었다.
종인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해, 종인은 혼현을 제어할 수 있음과 동시에 급격히 나른해졌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종인은 자신이 혼현을 제어할 수 있는지는 물론이요, 저 자신이 반류인지 그 여부조차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