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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전체글ll조회 20235l 1


 결국 이호원에게로 쳐들어갔다.

이 이상하고 눈치 빠른 녀석은 내가 대뜸 찾아가 최승현의 집을 묻는데도, 당황하지도 않는다.

하긴, 이호원은 요즘 장동우 찾으러 다니느라 바빠서 다른 거에 관심 줄 틈도 없을 거다.

5년만 기다리면 어련히 만날 텐데, 조급하기는.

하긴, 남의 집. 그것도 조폭 본가에 찾아가겠다고 조퇴증 끊고 나온 내가 누굴 더러 조급하다하기는 좀 그렇다만.

아무튼, 그렇게 찾아온 최승현네 집은, 대문이 오버스럽게 크다.

착한사람들 등쳐먹은 돈 이렇게 많다고 자랑하는 건가.

못마땅하고, 좀 쫄린 마음으로 대문만 노려보다.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부잣집이니 당연히 목소리고운 가정부아줌마가 인터폰을 받을 줄 알았는데, 이 집을 과소평가했나보다.

웬 굵직한 목소리가 누구시냐고 묻는다.






"아....저....최승현이 친군데요-... 전해줄게 있어가꼬.."

"아, 도련님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징, 하고 묵직하게 열린 문.

그리고 내가 문을 밀기도전에 문이 저절로 열린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는 검은 양복을 입은 빡빡이.

험악한 인상과 관자놀이부터 뺨까지 길게나있는 흉터와 어울리지 않는 발랄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손을 얌전히 모은 채 말한다.






"도련님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 그냥 어덴지만 말해주시면, 제가 알아서갈게요"

"아, 그러시겠습니까. 도련님 방은 현관으로 들어가셔서 오른쪽으로 쭉-가시면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되십시오!"

"네, 네, 감, 감사합니다."






길이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알 수 없는 작물이 심겨진 마당을 지나 현관으로 들어서니 낯익은 게 보인다.

복도 옆에 있는 웬 철창에 들어있는 넓적부리황새.

너 이런 거 키우냐.

이 커다란걸.

그래도 나름 샌데 이렇게 갑갑하게 해두냐…….

이젠 이딴 걸 집에 두고 키우는 그녀석보다, 

최승현이면 이 정도는 키울 수도 있다고 쉽게 수긍해버리는 내 자신이 더 어이가 없다.

심지어 새 목에 분홍색으로 목걸이도 달려있는데.

아무튼 새를 지나치니 색깔별로 화려하게 헤엄치는 열대어 수족관이 나오고, 

그 다음엔, 아버님의 취향이신지 웬 기관총이 복도 벽면에 온통 붙여진 채 전시되어있고…….

누구 쳐들어오면 이거 떼어다가 쏴죽 이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뒤에는 웬 뱀도 있고, 칼도 있고…….

최승현을 찾으러 최승현 네에 온 건지, 또라이 취향의 집주인이 연 또라이 전시회에 온 건지, 슬슬 아리까리해질때 쯤, 

복도가 끝이 보이고, 연분홍색 미닫이문이 보인다.

집이 진짜 드럽게 넓긴 하구나.

중간에 관두고 집에 갈 뻔했네.

복도가 너무 길어 짜증날 뻔 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승현의 방으로 추정되는, 아니 틀림없는 방문 앞에 섰다.

무대포로 찾아와놓고, 막상 들어가려니 왠지 긴장된다.

이 자식은 날 때리지 못할 거라는 걸 이젠 분명히 아는데, 조심스럽게, 미닫이문을 열었다.

드르륵-, 얌전한 소리가 나고, 발을 내딛었다.

있다, 최승현이, 있다.

죽은 것처럼. 똑바로 엎드린 채, 회색기가 있는 분홍색담요하나를 몸에 덮은 채. 아무런 미동도 없이.

덩달아 나도 발 한걸음 못 떼고, 손가락하나 못 움직이는 채, 얼음인 것 마냥 섰는데, 유독 더 낮은 듯 한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

"......."

"누구냐.."





엎드린 채, 팔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든다.

나를 본다.

뭐라, 뭐라 말해야하지.

아니, 애초에 무슨 말을 하려 온건 아닌데-...

차분하게, 드물게 병신 같지 않은 눈으로 날 보는 최승현을 마주본다.

털썩, 그냥 냅다 앉았다.

넌 눕고, 난 서있는데 나 보고 있다 너 목 빠지겠다.

내가 지 방바닥에 퍼질러 앉았는데도 그냥, 아무 움직임도, 말 한마디도 없이 그저 깊게, 무겁게 쳐다보고만 있다.






"....왜, 큼, 흠흠."




말을 꺼내는데, 긴장한 탓인지 하도 말을 안 해서 그런 건지 목소리를 내자마자 사정없이 삑사리가 난다.

다 니새끼 때문이야.

니가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니까 무슨 웅변하는 것 같잖냐.

나를 빤히 보고있는 최승현의 눈을 최선을 다해 피하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꺼냈다.






"..왜, 학교 안 왔노."






으헉,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줄곧 엎드린 채 꼼짝도 않던 최승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나를 등지고 앉았다.

그리고는 목까지 둘러쓰고 있던 담요를 내렸다.

야, 너 옷 안 입고 있었냐. 왜 갑자기 벗고 난리야, 남사시럽게.

같은 남자들끼린데도 왠지 얼굴이 다 화끈거려 들고 있던 분홍색노트로 얼굴을 가리다, 

뭔가 이상한게 눈에 들어와 노트를 내렸다.

희지만은 많은 피부에, 어지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그려져 있다.

어깻죽지부터 허리아래 저편까지, 분명하고 세세하게, 꼼꼼히 그려진 하늘로 비상하는 한 마리 용.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다른 쪽 손을 뻗어, 등에 닿았다.

손끝에, 만져진다. 따뜻하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더듬어본다.

낮은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생일에, 아버지가 주셨어.. 어차피 고등학교는 2학년까지만 다닐 생각이었으니까."





2학년까지만? 그럼, 곧 그만둘 생각이었다고? 곧, 그만둘 생각이었다고?

다 때려치울 생각이었다고? 그럼, 나는? 난?

최승현이, 천천히 돌아앉는다.

얼결에 허공에 둥둥 끈 내손가락.

민망해져 얼른 내리려는데, 나를 뚫어질듯 보는 최승현이,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내 얼굴을 보는 시선은 떼지를 않은 채, 내 손가락을 잡고, 날 보면서 말을 한다.





"너는, 왜 왔는데..?"





그러게, 내가, 왜 왔을까.

내가 왜 여기에 앉아있지?

왜 왔더라...

날 뚫어져라보는 까만 눈이 부담스러워 이리저리 시선을 옮겼다.

할 말도 못하겠네, 저렇게 쳐다봐선…….

근데 무슨 남자 방이 온통 분홍색이냐.

벽지도분홍색, 덮고 있던 담요도분홍색, 저기 있는 책꽂이도 분홍색…….

아, 맞다. 분홍색, 그거였다.

최승현이 조심스럽게 잡고 있는 오른손대신, 왼손으로 분홍노트를 바닥에 두고, 마지막장을 펼쳤다.

그리고 집어 들어 내 얼굴 옆까지 들어올렸다.

계속 나만 뚫어지게 보고 있는 너 보라고.

그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최승현은 그냥, 홀린 듯 내 얼굴을 쳐다본다.

깊고 진한 눈으로.....

나더러 왜왔냐며, 관심도 없냐? 

좀 보는 시늉이라도 해봐라, 어?

왼손으로 공책을 펄렁펄렁 흔들며 말을 뱉었다.

아니, 뱉었다기 보단, 조금 조심스럽게.






"이거, 이게 문데, 너, 니가 쓴거 아이가? 왜 내 이름을……."





공책이 팔랑팔랑 흔들리는데, 나를 빤히 보던 최승현이 대뜸 갑자기 다가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던 표정, 얼굴 그대로.






"왜....와,와 자꾸 가까이 오는데!"

"...."

"아, 절로가라! 얼굴치아라! 야!!"






공책을 집어든 손을 휘적휘적 내저어가며 몸을 뒤로 빼는데, 최승현은 멈추지 않는다.

달랑 손가락두개가 조심스럽게 잡혀있는 손을 꼼질거려봐도, 의미가 없다.

확, 박치기 해버리고 뛰쳐나갈까.

나가다가 여기 구석구석 숨어있는 검은 아저씨들이 벽에 총 떼어다가 쏠지도 모른다.

아, 그래도 최승현은 말려주겠지, 내가 쳐 맞는데.

음? 내가 쳐 맞는데 최승현이 왜 말리지? 아, 이 또라이 새끼가 날 좀 좋아하지.

근데 자퇴한다잖아. 좋아하긴 개뿔.

근데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그게 좋아하는 거 아니냐, 거의. 

좋아하는 거 같지 않나- 꽃분홍색만큼. 그래 딱 저기 걸린 벽시계만큼-...

최승현의 노골적인 눈을 피하다가, 너무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더 뒤로 빼려는데, 

뭔가 따뜻하고, 부드럽고, 물컹한 게, 닿았다.

그러니까, 내 입에. 

볼따구도 아니고, 입에, 입술에.

근 몇 초 만에 오만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힘이 빠져 떨어뜨린 공책을, 애써 손에 흠을 줘 더듬거려가며 잡았다.

그리고, 힘차게 후려쳤다.





"이.....이!....이시끼가 미칬나!!"






다리를 들어 최승현의 얼굴을 힘차게 발로 깠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리고, 그때서야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한다.

씨...씨발, 망했다.

최승현 놈의 소굴에서 최승현의 얼굴을 힘껏 깠다. 그것도 발로,

내 발에 맞은 뺨을 손으로 감싸 쥐며 자빠졌던 몸을 일으키는 최승현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재빨리. 누구보다 빠르게 일어섰다.





"미, 미, 미미미미미안. 내, 간디? 안, 안녕!"






후다다닥 나왔다.

분홍색 노트를 두고 온 걸, 그때서야 알았다.

아씨, 안 돼, 거기엔.

안되는데, 보면 안 되는데…….

그러고 보면, 애초에 이미 최승현에게 노트를 보여줄 때, 마지막장을 활짝 펴놓고 탈탈 흔들었었다.

봤을까. 본걸까. 보였을까.


내 이름아래에, 자주 쓰는 파란연필로 조그맣게 써넣은 '너도 분홍색'을.


 





//

어휴 인스티즈가 오늘저녁부터 좀 아파서...ㅠㅠ...점검걸릴까봐 마음졸였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주에 몰아올릴뻔...ㅠㅠ...

슬슬 행쇼스멜이 느껴지시나요 다들??

아마, 다음주 완결일거예요ㅎㅎㅎㅎㅎㅎ

고삼만아니었으면 장편으로 끄적이는건데,...ㅠㅠㅠㅠㅠ...아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댓글감상은 실시간으로 보고있습니다! 감사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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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미트볼이에요!! 이제슬슬행쇼하겠구만ㅠㅠㅠ 깨알 사투리귀여워요ㅋㅋㅋㅋㅋ사투리가그르케 매력적이더라고요 요즘ㅋㅋㅋㅋ 승현이네집가보고싶네요 뭔 특이한게 저리 많아ㅋㅋㅋㅋㅋ 구경가보고싶다ㅋㅋㅋㅋㅋ 그리고 분홍색덕후같으니ㅋㅋㅋ새한테 분홍목걸이를걸어주니.... 방문도 분홍색이고 담요도 분홍색이고ㅋㅋㅋㅋ 매회마다 꼬박꼬박 분홍색이 나오는것같아요ㅋㅋㅋㅋ 승현이는 생일선물로 용문신을 받는구나...☆★ 탑엘 첫뽀뽀!! 와!! 명수가 승현이얼굴을 후려치긴했지만!! ㅋㅋㅋㅋ 이제승현이도 알았을듯해요ㅋㅋㅋㅋ 그래 이제좀 행쇼해라~.~ 성우편읽으러갈께요ㅎ
12년 전
유자차
미트볼님 늘 좋은 감상 진짜 감사해요ㅠㅠㅠㅠㅠ 제가 분홍색을 자꾸넣다보닠ㅋㅋㅋㅋㅋ본의아니게 타쿠로 만들었다능....어쨌든 탑엘 행쇼!!!ㅠㅠ감사합니다!
12년 전
독자2
어ㅠㅠㅠ진짜 분위기 좋아요ㅠㅠ 달달하고 귀여워욯ㅎ
12년 전
유자차
재밌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독자3
너무재밌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탑엘행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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