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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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종인이 혼현을 제어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확실히 종인에게서 유괴나 납치 등의 위험한 일들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본래 타고난 색기 그 자체는 여전히 사람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곤 했다. 가족들은 그저 종인이 스스로 혼현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기뻐했고, 아직도 종인에겐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날이 가면 갈수록 종인은 몸이 커졌고 특유의 나른함도 그대로였다. 쑥쑥 자란 까만 종인의 머리통을 보며 가족들은 흐뭇한 미소만 지었다.
종인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처음 등교한 날, 종인은 또다시 사람들이 동물로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동물의 모습이 재미있어 종인은 남몰래 웃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별반 다를 것 없었다. 단지 다양한 동물들이 있을 뿐이었다. 종인은 몰랐겠지만 사실 종인이 들어간 중학교는 반류들을 위한 중학교였다. 반류사회에서 점점 사라지는 반류의 수를 늘리고자 보호의 목적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자체 설립해 각 반류의 집안으로 입학 통지서를 보내는 식이었다. 그 때문에 입학 통지서를 받은 당연히 다른 학교 대신 새로 세운 학교에 다녔다. 종종 신학교라는 소리를 듣고 원인 몇몇이 입학 또는 전학을 원하곤 했는데, 이게 바로 반류학교에 반류가 아닌 원인도 있는 이유였다.
신입생들의 반 배정표를 보고 앞으로 자신이 지내게 될 교실을 찾아가며 새로 만날 친구들에 함박웃음을 지은 종인이 이내 다 도착한 교실 뒷문을 열었다. 원숭이, 개, 박쥐, 고양이 등등 여러 가지 동물들이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부드러워 보이는 회색 털을 위풍당당하게 드러내놓고 있는 커다란 늑대였다. 교실 맨 끝자리에 있는 늑대 옆으로 가 앉은 종인은 늑대가 사람으로 변한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하며 늑대를 쳐다봤다.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늑대가 고개를 돌려 종인을 빤히 바라보자 그 모양새를 지켜보더니 살짝 웃으며 늑대의 털을 만지작거렸다. 사실 종인 입장에서만 만지작 이지, 혼현을 내보이지 않은 늑대에겐 그저 제 몸을 더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늑대는 불쾌한 기분을 애써 재우며 교탁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첫날은 간단했다. 각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와 주의사항과 교칙을 얘기해주고 자리 배치를 새로 한 것 말고는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은 없었다. 새로운 자리로 발걸음을 옮긴 종인은 또다시 늑대를 만났다. 이번에는 창가 쪽이었다. 종인은 늑대를 다시 만난 것에 순수하게 기뻐하며 늑대에게 웃어 보였다. 늑대는 귀찮은 듯 종인에게서 매몰차게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종인은 그래도 좋다고 헤벌쭉했다.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난 학교는 조용했다. 느리게 제 물건을 챙긴 종인이 천천히 집을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종인은 제일 먼저 엄마를 찾아 여기저기 들쑤셨다.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른들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앉은 종인은 눈치를 보며 오늘 처음 중학교에 가본 얘기를 꺼냈다. 종인이 말에 귀 기울여 가만히 들어주던 어른들은 종인이 웃음에 간간이 미소 지으며 맞장구쳐주었다. 종인이 새로 만난 친구라며 늑대 얘기를 꺼내자 놀라 안절부절못했지만 종인은 왜 그러냐는 듯 해맑은 웃음만 지었다. 하필 처음 만난 상대가 늑대라니. 그 참담한 소식에 어른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의 일을 대비할 방법을 생각했다. 오래간만에 보는 밝은 모습은 좋았지만, 귀로 들려오는 소식은 웃음거리가 아니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말하는 종인의 목소리는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