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뭐...뭐야? 너 나 아냐?"
"응. 웬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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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내가 왜 여기 있어야되냐고!"
"몰라서 묻니? 니가 그렇게 노래부르던 여우같은 짓 하려고. 너네 어머니도 쫓아냈고, 니네 아버지도 꼴딱꼴딱하겠다, 이제 재산 가로채기만 남은거 아닌가?"
"너..!!"
"어머, 애가 왜 엄마한테 반말을 할까..."
"니년이 왜 내 엄마야!"
"유산상속 문제 해결되면 적당히 돈 물려주고 쫓아낼거니까 걱정말고."
"하..."
"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건 기록 안 남을거니까 그것도 걱정말고."
기분 나쁜 미소만 보이고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나간다. 젠장. 저 년을 엄마라고 집에 들일때부터 알아봤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 에이씨, 정신병원이라니. 음료수나 한 잔 마셔야지.
"안녕?"
병원에는 있기엔 괜찮은 마스크의 녀석. 웃는게 지나치게 해맑다.
"뭐... 뭐야? 너 나 아냐?"
"응, 웬디잖아."
그래 잘 생기든 못 생기든 정신병원에 있는 놈이 다 그렇지 뭐.
"웬디는 무슨 니 방에나 가라. 별 미친놈이 다 들러붙어."
"웬디 맞는데.... 웬디인데..."
"아니라고."
"웬디 맞아!"
"야! 웬디는 여자잖아!"
"그...!! 음... 그럼..."
"됐다, 그냥 가라."
"난 김명수야. 너는 이름이 뭐야?"
그 얼굴만 멀쩡한 놈에게 한 시간을 시달리고 결국 내 이름을 알려줬다. 그 날 이후로 매일 내 방으로 놀러오는 녀석. 그 녀석 덕에 심심하지 않아 좋다. 얘기를 하다보면 별로 정신병자같은 기분도 안들고.
"성열아."
"왜."
"넌 여기 왜 왔어?"
"여우같은 년이 내꺼까지 뺏어 먹으려고 집어 넣어놨어."
"응? 여우?"
"있다. 그런사람이."
"근데 왜 가만히 있어? 나같으면 뺏어 먹지 못하게 그 여우를 먼저 죽일텐데."
저 잘 생긴 얼굴로, 해맑게 저런 말을 할 때나마다 난 소름돋는다.
"그런걸로 어떻게 사람을 죽이냐?"
"사람? 여우가 아니라?"
"그래 사람. 여우같은 사람."
"흠... 그래도 역시 난 죽일 것 같아. 나쁜 후크선장은 무찔러야 하니까."
"됐고. 넌 여기 왜 왔냐?"
"흐응~ 그건 비밀."
"뭐길래 비밀이야. 난 알려줬는데."
"나중에 다 알게 될꺼야. 지금은 비밀."
"별거라고 숨기기는. 됐다, 안 궁금하다!"
"궁금해해줬으면 좋겠지만, 뭐."
아무튼 이상한 놈이다.
-드르륵
또 김명순가?
"벌써 왔..."
"내가 반가운가보네?"
여우다. 많이 지쳐있는 얼굴이다. 유산상속 문제가 힘들었나 보지?
"왜 왔어?"
"니네 아버지 돌아가셨다."
"뭐, 뭐??"
"장례식장 주소. 난 먼저 가있을 테니까 오고 싶으면 오고."
하... 하... 아버...아버지가?
"누구야?"
"여...우."
"너 왜 그래?"
"명수야. 나 어떻하냐."
"너 왜 갑자기 울고 그래? 여우때문에 그런거야? 응?"
"명수야..."
"왜 그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데..."
"그래?"
"나 어떡해... 이제 엄마도 아버지도 없어졌어. 어떻게 하지? 응? 어떻게 해야되?"
"괜찮아."
"명수야..."
내가 이 녀석한테 많이 의지를 했나보다. 이 정신병자한테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 생각 나는 사람은 명수와 아버지 뿐이다.
"며..명수야 나 갈래. 장례식장..."
"같이 가줄까?"
저 한마디가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김명수는 모를거다.
"너도 가도 되는거야?"
"가면 가는거지~"
"응?"
"그럼 좀 있다 일층에서 만나!"
정신병이 있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녀석이 아무렇게나 다닐수가 있나? 라는 간단한 생각은 아버지의 장례식때문에 금방 잊혀졌다. 일층에서 내려오자마자 어떤 남자가 내 손을 잡아채고는 뛴다.
"빨리 뛰어!"
김명수. 확실히 미친놈인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장례식장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다들 가짜로 우는 가족이라는 사람들. 할머니만이 나와 같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아이고, 성열이 어떻게 하니..."
"할머니 걱정마. 나 다 컸잖아."
"성열아... 그래도 니 어미가 있으니까, 응? 빨리 나아야 되... 알겠지?"
"응?"
"왜 하늘은 성열이한테 모든 걸 빼앗아가는지 모르겠구나."
"할머니..."
하늘은 엄마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재산도 다 빼앗아갔지... 남은건... 명수?
"할머니. 명수! 명수 못 봤어?"
"명수?"
"키는 이정도 되고 생긴건 훤칠한..."
"아... 너랑 같이 온 그 청년?"
"응."
"밖에 있는 것 같던데 친구니?"
"응. 병원에서 알게 된 앤데... 정신병이 있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그래?"
정신없이 지나간 삼일. 아버지는 하얀가루가 되었고, 나는 명수의 얼굴도 보지 못한채 집안에 갇혀졌다.
"할머니! 왜 가둬놓은거야!"
"역시 병원따위에 두는게 아니였어. 우리 장손을 그런 곳에다 두다니..."
"할머니! 명수봐야되!!"
"그런 정신병자 놈은 만났다고 생각도 하지 말아라. 넌 그냥 아버지 회사 이을 생각만 하면 돼!"
"그 여우가 다 가져갔을텐데 회사는 무슨 회사야!!"
"그건... 그건 이 할미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걱정말거라."
명수... 명수를 보러가야되. 후크선장을 물리치고...
"안에 있니?"
후크선장을 물리치고...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그래 내가 있으면 있던 입맛도 떨어진다고 그랬지? 여기두고 나가마."
후크선장을 물리치고.
"윽... 서...성열아..."
"후크선장을 물리치고, 웬디를 보러가야해."
웬디... 명수는 어디있지?
"명수... 명수야..."
"성열아, 너..."
"후크선장을 물리치고. 웬디를 데리러 왔어."
"성열아..."
"나...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응?"
"성열아. 난 이제 여기를 떠날 생각이야."
"왜? 어째서?"
"나는 어른이 되야하니까."
"응?"
"어른이 되야... 너랑 있을 수 있으니까."
"명수야. 나 여기 있을래... 응?"
"안돼. 너도 어른이잖아. 이제 그만 어른이 되자."
"싫어!!! 명수야."
"그럼... 나 혼자서라도 나갈래. 자주 찾아올께. 내가 어른이 되면 너 데리러 올게."
"싫어!"
"성..."
"싫어!! 싫어! 너도 가버려! 가버리란 말이야!"
"성열아..."
다들 날 떠나가버려. 나에게 남은건 하나도 없어.
"명수... 보고싶다."
'보러 가면 되잖아.'
"어떻게?"
'넌 피터팬이니까 날 수 있어.'
"내가?"
'후크선장을 물리친 것 처럼 용기내서 날면 돼. 그러면 웬디도...'
"그러면 명수도 여기, 네버랜드로 다시 돌아올거야."
-ㅁㅁ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가 자살을 하는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자살을 한 환자는 얼마 전 암으로 사망한 모그룹의 회장 아들이였으며,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 소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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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로 한 번 써보고 싶어서 써봤는데 어떠신지...
군데군데 어색한 부분이 참 많네요............................
전 올릴 용기는 있어도 제 글을 다시 볼 용기가...흑
돌 던지면 아니아니 아니되오!